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01
“끄아아악!”
심민욱의 비명이 들리고 설동은 미소를 지었다.
감염.
이 단어가 이 패거리 사이에서 퍼지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저…. 저….”
심민욱은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려 했지만, 패거리들은 물러섰다.
심민욱은 허허 웃었다.
“왜 그래? 멀쩡하다고. 그렇지?”
“콜록.”
설동은 여기서 일부러 기침까지 했다. 패거리들의 표정은 이제 달라졌다.
수찬은 뒤로 물러섰다.
“일단, 멈춰. 여기서 기다려봐.”
“뭐가. 내가 감염자야? 감염자냐고! 시발, 이제 와서 왜 발 빼려고 하는데! 시발, 장난쳐?”
심민욱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박차연도 가세했다.
“우리 민욱 씨한테 왜 그래요? 멀쩡하던 놈이 문 거예요.”
“근데 왜 흥분해.”
수찬은 잔뜩 상기한 심민욱을 보았다. 그리고 촉새가 소리를 질렀다.
“너희 개새끼들 때문이잖아! 시발, 개같이 하네!”
명백한 흥분증세가 보이자, 수찬 패거리는 조금씩 물러섰다.
심민욱은 눈에 살기를 담았다.
“우리가 병균이야? 시발아. 뭐냐. 왜 뒤로 가. 야, 우리 같이 의형제 아니었어? 근데 태도가 왜 그따위야.”
“진정해봐. 일단은 진정….”
상황은 바뀌었다. 설동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부에서 이들은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콜록.
그 순간, 기침 소리가 이곳을 울렸다. 설동이 아니다. 바로 촉새였다.
“이…. 이….”
수찬은 패거리와 함께 다급히 문을 열었다.
“미친! 감염자야!”
그는 소리를 지르며 도주했다. 동시에 촉새가 바로 옆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너도 당해 봐. 이 개자식들아!”
맹렬하게 옆 사람을 물어뜯은 촉새. 이곳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심민욱도 흥분한 채로 박차연을 보았다.
“자기야….”
“콜록.”
그도 기침을 시작했다. 흥분상태에서 그는 박차연의 어깨를 잡았다.
“야. 너 나 믿지? 콜록.”
“응? 믿어…. 믿는데….”
박차연이 어쩔 줄 모르자, 심민욱은 별안간 웃었다.
“너도 똑같이 하자. 우리는 연인이잖아.”
“미, 민욱 씨……. 아아악!”
그리고 심민욱은 박차연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는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개자식들아! 같이 가야지. 시발! 같이 가자고! 크하하하! 시발!”
“우아아악!”
비명이 연신 들리고 있었다. 설동은 홀로 남아 몸을 꿈틀거렸다.
“위기는 모면했지만, 이제 어떻게 하지?”
바깥에서는 비명이 커지고 총성이 울리고 있었다.
양 손과 양 발이 묶인 그는 움직임이 부자유스러운 상태.
그리고 얼마 후, 그의 귓가에 감염자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단 걸 깨달았다.
박준길은 당직을 서고 있었다. 당직이란 다들 알다시피 ‘혹시나’, ‘어떤 문제’가 일어날 때 바로 대응하기 위해 야밤에 대응 근무를 하는 거다.
박준길은 평범하게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정부는 체재를 정비하고 주변을 정리 중이라고? 분명히 얼마 전에도 본 거 같은 내용인데…….”
비슷한 내용의 공문.
박준길은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관이라는 거겠지?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한 게?’
그는 서울 피난민센터에 대해 정보를 찾아보고 있었다.
‘C 구역은 지금 감염자들이 내부에서 발생해서 분위기가 나쁘다고 하고, B 구역 놈들은 서울로 은근슬쩍 도주한다고? 우리는 뭐 싸우다 뒤지라는 건가?’
전황도 나쁘다. 박준길로서는 머리가 아플 암울한 상황의 연속.
그래도 꼭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었다.
[현재 종로구 주변의 진지 확보와 감염자 섬멸. 오종훈 특별 하사관.]“애들이 전에 말하던 소수정예 특수부대인가? 그래. 암울한 데 성공하는 애들이라도 있어야지.”
나름 괜찮은 소식에 박준길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귀에 휴대폰이 맹렬하게 울렸다.
“뭐지?”
평소라면 그냥 간부들의 확인 전화정도.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여보세요?”
“바, 반장님. 큰일 났습니다! 학교가…. 지금 감염자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뭐라고?”
박준길은 벌떡 일어났다. 피곤함을 단박에 날려버리는 대형 소식에 그는 다급히 군부대로 전화를 걸었다.
“현재 학교에 감염자 발생했어요! 병력 지원 부탁합니다.”
그는 다시 휴대폰을 돌려 반장들을 소집했다.
하지만 거기에 또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허순자, 이필준, 김반. 이 3명이 안 보인다고? 영주야. 그게 무슨 소리야!”
반장 3명이 이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박준길은 동사무소를 뛰쳐나가 학교 쪽을 보았다.
그곳은 이미 전쟁터였다.
빈성우. 그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술에서 빨리 깼다.
“뭔 소란이야?”
바깥이 시끄럽다. 그는 황급히 교실 문을 열 때였다.
“키에에엑!”
“어?”
감염자의 소리가 복도 너머에서 울려 퍼지자 황급히 문을 닫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할 일을 깨달았다.
“야! 일어나! 일어나!”
한꺽정과 윤주현을 깨우고 그는 교실 불을 켰다.
“그 패거리들이 어디로 갔지?”
불을 켜자, 심민욱 패거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거기서부터 무언가 불안감을 느끼는 빈성우였다.
“아우…. 뭐야?”
한꺽정이 눈을 비비며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살려줘요!”
거칠게 문이 두들겨졌다.
빈성우가 몽둥이를 들고 조심히 한쪽 문을 열었다.
그러자 심민욱 패거리 중 한 사람이 다급히 들어왔다.
“무, 무, 문을 닫아야…….”
“무슨 일인데요?”
빈성우가 다시 묻자, 그는 순간 시선을 회피했다.
아주 잠깐 말이다.
빈성우의 가슴 속에 갑자기 불안감이 치솟아 오르면서 한 가지 의혹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설동이 어디 갔냐?”
그가 몽둥이를 든 채 심민욱 패거리를 쳐다보았다.
말없는 시선의 교차. 신설동과 심민욱 패거리의 부재. 갑자기 나타난 감염자. 그것이 무엇을 말해주는지, 빈성우는 한 방에 깨달았다.
“야! 신설동 어디 있어!”
몽둥이가 패거리의 옆으로 떨어지는 순간, 윤주현과 한꺽정이 경악했다.
“가, 갑자기 왜 그래?”
“야! 신설동 어디 있냐고? 여기서 내쫓아 줄까?”
빈성우의 다그침. 숨을 헐떡이던, 패거리는 고개를 저었다.
“저, 저도 몰라요. 갑자기 지하 교무실로 오라고 해서…….”
“지하 교무실?”
한꺽정이 드디어 모든 전모를 파악하고 다가왔다.
그리고 멱살을 잡았다.
“시발, 뭔 짓을 한 거야!”
“죄송해요! 죄송해요!”
이 사내는 그저 울면서 죄송하다고 할 뿐이었다.
동시에 윤주현은 활을 챙겼다.
“정비도 마음대로 못하겠네. 그래서 교무실로 끌고 갔는데, 지금 이 상황은 어떻게 된 거야?”
“가, 갑자기 심민욱과 선준이를 물더니, 두 사람이 감염자가…….”
“그러니까 납치해서 손봐주려다가 되려 본인들이 감염자가 됐다는 거네?”
“네…….”
한꺽정은 주먹으로 치려했지만, 빈성우가 말렸다.
“그것보다 설동이를 구하는 게 먼저야.”
빈성우가 그렇게 말하자 패거리가 경악했다.
“이미 늦었다고요. 감염자인데다가 이미 지하실까지 감염자들이 가득해서….”
“괜찮아.”
빈성우는 윤주현과 한꺽정을 보았다. 이 자는 설동의 숨겨진 체질을 모른다. 오로지 이들만 알고 있다.
“지하 교무실이라……. 위험해도 가야지.”
이들의 머릿속에 이미 결론은 내려진 상황이었다.
다만,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였다.
한꺽정은 창문으로 향했다. 이미 학교 창문 아래에는 사람들이 도망치는 게 보였다.
“엉망진창이네.”
한꺽정은 지하 쪽을 보았다. 화단 아래에 창문이 있는데다가 감염자들이 돌아다닌다.
“아무래도 바깥에서 침입하는 건, 힘든 거 같아. 그냥 계단으로 정면 돌파를 해야지?”
“그래.”
윤주현은 복도를 바라보았다. 이들이 있는 곳은 건물 전체로 따져서 3층.
난리가 난 1층을 생각하면 조심만 하면 갈 수 있었다.
물론, 심민욱 패거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거기를 왜 가는 거야!”
“시끄러워. 두들겨 안 팬 것만으로 다행히 여겨.”
한꺽정은 그렇게 엄포를 주고, 드디어 공포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설동이가 없어서 무섭네.”
빈성우가 살짝 손을 떨었다.
언제나 앞장서서 위험요소를 미리 제거해주던 설동의 부재는 굉장한 영향력을 가졌다.
“그래도 가야 해.”
윤주현이 숨을 골랐다. 이들에게 있어 설동은 이런 사태에서 같이 싸워온 소중한 동료다.
그렇기에 일치단결해서 구하러 가는 것.
설동의 역할은 한꺽정이 대신했다.
“코너가 문제야.”
한꺽정은 작게 중얼거렸다. 설동이라면 그냥 몸을 들이밀어도 되지만 이들은 아니었다.
한꺽정은 두 사람은 기다리게 한 후, 계단 난간을 붙잡은 채, 조심히 내려갔다.
쿵!
그리고 그는 발을 굴렀다.
“기에엑?”
역시나 반응하는 감염자. 한꺽정은 난간을 타고 넘어가자 감염자가 계단이 부딪쳤다.
윤주현의 화살이 꽂혔다.
“후. 진짜, 꼭 살아서 대회 나간다.”
그녀는 엄청난 명중률에 숨을 쉬었다.
하지만 손에는 땀이 가득했다.
한꺽정은 동전을 꺼내 들어 다시 바닥에 굴렸다.
“…….”
아무 반응이 없자, 단숨에 2층 계단을 돌파했다.
그들의 귀로는 비명과 총성이 들렸다. 동시에 감염자들이 아래층에서 괴성을 지르는 걸 깨달았다.
“총성에 이동해주면 좋은데.”
한꺽정은 2층 복도에 서성이는 감염자를 보았다.
‘그래, 저것들은 움직이지 않아.’
어두운 밤. 감염자들 역시 인지능력이 굉장히 떨어진다.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
이들은 2층에서 감염자들을 무시하고 1층으로 향했다.
여기가 분기점이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감염자만 4명이다. 설동도 없고 이들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윤주현은 작은 불빛에 의지하여 감염자들을 조준했다.
화살이 쏘아진다. 한 발이 맞고 감염자가 쓰러진다. 두발 째는 빗나갔다.
“기이?”
벽에 화살이 부딪치는 소리에 감염자들이 움직였다.
윤주현의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적을 가격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시 한 발.
이번에는 어깨에 맞았다.
감염자가 몸을 돌리며 괴성을 질렀다.
“기에에엑!”
“온다.”
빈성우가 손을 떨면서 몽둥이를 던질 준비를 했다.
달려오는 감염자가 계단을 도는 순간, 빈성우의 몽둥이가 정확하게 다리를 맞추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