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04
그리고 곧, 감염자들의 발걸음이 들렸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최미옥의 분노가 터지고 있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들고 불안해하듯 방을 움직였다.
그녀의 곁에는 지아가 덜덜 떨면서 숨어 있었다.
지아의 뇌리에는 감염자로 변해가는 패거리들이 계속 생각났다.
‘뭐야. 그거…. 무서워….’
도하연의 매니저가 자신을 노려보며 달려들던 걸 잊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렇게….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해.’
도하연을 린치하고 끝냈으면 됐지만, 매니저가 같이 방 안에 있는 건, 계산하지 못했다.
있더라도 다수의 힘으로 막으면 되니까 변수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감염자로 변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한 상황.
최미옥은 흥분한 채 전화기를 내팽개쳤다.
“이런 미친 경우를 봤나? 안전하다면서 갑자기 왜 이렇게 되는데! 대체 왜! 내 돈이…. 내가 투자한 게 얼마인데!”
억울함이 사무치던 최미옥의 시선이 지아에게로 향했다.
“너, 도하연을 끝내러 간다고 했지?”
“…….”
“근데 그 뒤로 감염자들이 난동을 부렸지?”
지아는 대답하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야!”
최미옥이 다그치자, 지아는 도하연을 떠올렸다.
‘모두 그년 때문이야.’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도하연의 매니저가 감염자였어요! 그걸 숨기고 있었다고요!”
“뭐라고?”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도하연이에요. 그년 패거리가 지금 이 사태를 불렀다고요!”
최미옥의 눈가가 떨렸다.
“역시 망할 것들이야. 후우….”
한창 분노를 터트릴 때, 육진욱은 그녀들을 진정시켰다.
“그래서 원인이 뭐든 우리가 있는 이곳은 고립되어 있잖소. 어떻게 나갈지도 모르는데.”
“군인들은 대체 뭐하는 거야!”
이들은 분개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군부대가 난리가 나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연락이 없었다.
냉철한 이라면 그것만으로도 큰 문제가 일어났다고 판단하겠지만, 최미옥은 그런 냉정함이 사라지고 있었다.
“식량은 떨어지고…. 감염자가 있고. 육진욱씨.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해봐요.”
“아니, 최 사장님. 나도 물리면 감염자로 변해요. 그런데 굳이 해야 해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
이들은 난감해 하고 있었다. 이들은 도하연 일행보다 준비를 아예 하지 않았다.
이곳에 위험이 없을 거라 판단한 거다. 그 결과 쫄쫄 굶으며 물만으로 버텼다.
하지만 한계는 너무나도 빨리 찾아왔다.
지아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이럴 때를 위해서 내가 모신 거 아니야. 신민기!’
그녀는 휴대폰으로 신민기를 찾고 있었다.
지아의 바람대로 휴대폰은 금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민기 씨. 어디에요? 저희 지금 갇혔어요.”
상대의 안부보다는 자신의 안부를 전한 지아였다.
신민기는 한숨을 쉬었다.
“우선,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도 지금 작전을 구상하고 있어요.”
“빨리는 안 될까요? 너무 배가 고파요.”
“총성이 나면 우리 쪽으로 몰려서 저희도 탈출하기 힘들어지거든요. 일단은 조금씩 줄여가며 싸우는 게 나을 거 같네요.”
신민기가 차분하게 말했지만, 지아의 성에 찰리가 없었다.
“그러면 빨리 부탁해요.”
“네. 최대한 빨리 구하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려는 순간이었다. 최미옥이 별안간 지아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최미옥은 다급히 신민기를 붙잡았다.
“민기 씨. 감염자들이 소리에 반응한다고요? 진짜인가요?”
최미옥은 신민기의 설명을 몇 차례 듣더니,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서로 도와주는 건, 어떨까요? 저희 쪽에서 신호를 낼 테니, 감염자가 내려오면, 신호를 보내는 건 어떠세요? 우리가 위험을 감수할 테니, 그쪽에서 줄어든 감염자를 처리하는 거죠. 그러면 감염자가 다시 위로 올라갈 테죠? 그러면 우리가 다시 신호를 내면 다시 온다는 거죠, 이걸 반복하면…. 그래도 탈출할 정도로 수가 줄어들지 않겠어요?”
한 마디로 와리가리를 하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아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최 사장님. 그런데 신호를 낼만 한 게 있나요?”
“당연히 없지. 그냥 알아서 우리가 신호 냈다고 보내면 되잖아?”
그제야 지아는 최미옥의 술수를 알아차렸다.
“미끼로 쓰자는 거군요.”
쓰레기 같은 방식의 대응이다. 하지만 지아도 살기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래, 우리가 봉사해준 만큼, 자기들도 봉사해줘야지.’
그녀는 동료도 버리고 살아온 자신을 떠올렸다.
까짓것 못할 게 뭐가 있는가.
“그러면 기다렸다가 전화를 하죠.”
“바로 그거야.”
육진욱도 크게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들의 아래쪽 층에서 작은 알람이 울리는 게 아닌가.
“뭐지?”
“뭐야?”
이들이 의문스러워하고 있었다. 그 혼란이 채 가시기 전, 20분도 안 지났을 무렵에 총성이 울렸다.
4. 서로의 계획
도하연의 작전은 생각외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바로 최미옥이 미끼로 쓰려던 작전을 신민기 일행이 인지한 거다.
다만, 너무 빨랐기에 잠시 대책 회의가 있었다.
“방금 신호가 났잖아! 진짜인가?”
“감염자들이 몰려가고 있어.”
“너무 빠르지 않습니까?”
신민기 일행은 서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감염자들이 내려갔단 것. 고민 끝에 신민기를 필두로 이들은 문을 드디어 열었다.
“뭐가 됐든 기회야.”
신민기는 복도로 나서자마자, 보이는 감염자를 쏴 재꼈다.
고작 세 마리밖에 없기에 이들의 첫 작업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래층에서부터 다시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좋아. 다시 들어가.”
감염자들이 일부러 더 잘 올라오도록 그는 선두로 달려오는 감염자를 쏴버리고는 다시 문을 닫았다.
쿵! 쿵! 쿵!
거칠게 문을 두들기는 감염자들. 그 소리는 지옥으로 가는 합창과도 같았다.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제 다시 최미옥 쪽에서 소리를 내주면서 사람을 줄이면 그만.
이들은 그렇게 기다렸다. 하지만 20분이 지나도 소리가 나지 않자, 신민기가 다시 전화했다.
“여보세요? 최 사장님. 다음 신호는 언제죠? 감염자들이 너무 문을 두들겨서 고막이 아플 지경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최미옥의 상태는 이상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최 사장님. 어딜 달리는 거예요?”
신민기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추가적인 대답 없이 통화는 그렇게 끊겼다.
“아무래도 낚인 거 같다.”
신민기는 근래 보기 힘든 분노를 표출했다. 지금 이 통화 한 방으로 자신들에게 감염자를 붙이고 탈출하려는 생각인 거다.
“아니, 미쳤나!”
“우리를 미끼로 쓴 거야?”
“그럼 첫 번째 거는 뭔데?”
신민기 일행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밖에는 감염자들이 가득하다.
그야말로 고립된 상황. 밖으로 나가려면 싸워야 한다. 그렇다고 이들에게는 밧줄도 없어서 밖으로 탈출도 불가능하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무작정 피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다.
불안한 기색 속에서 한 일행이 총을 내팽개쳤다.
“내가…. 왜! 왜 이래야 하는데! 여기 안전한 곳 아니었어? 근데 왜! 왜냐고!”
“윤철아!”
신민기가 그를 진정시키려고 일단 달려들었다.
그를 순식간에 제압했지만, 이내 윤철은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윤철아…”
민기를 비롯한 동료들의 표정이 무너지고 있었다.
윤철은 발버둥 쳤다.
“죽이지 마…. 너희도 똑같이 만들 거….”
탕!
하지만 신민기의 빠른 판단으로 윤철의 머리에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감염자의 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단단한 문이 부서지지 않을까 하는 착각도 들 정도로 말이다.
신민기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암울한 분위기만 계속될 뿐.
불쾌한 침묵의 시간이 계속될 때였다.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바깥에서 들렸다.
“어?”
“음?”
신민기가 창문으로 달려갔다. 바깥을 보는 순간, 아래층에서 갑자기 책상과 기물들을 내던지는 게 아닌가.
“키에에엑!”
감염자들이 몰려가고 있다.
신민기는 동시에 이게 기회라는 걸, 깨달았다.
‘누구지? 누가 하는 거야?’
누군지는 모르지만, 행운이다. 그들은 총을 거꾸로 잡은 상태에서 다시 바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현과 합류한 도하연은 위층에서 총성이 난 걸 깨달았다.
“갑자기 뭐지?”
“신민기겠지.”
동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저쪽도 움직이나 본데. 총을 쏘면 다시 감염자들이 몰려들 텐데.”
동현은 그러면서 창문을 보았다. 이제 여기에 온 만큼 도하연이 말한 작전을 시행해야 했다.
“결국에는 소리에요.”
도하연은 의자를 매만졌다.
“총성에 감염자들이 몰려가죠? 이쪽에서 바깥으로 감염자를 몰아내려면 그에 비견되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 거죠. 휴대폰보다 더 큰 소리요.”
아현은 사무실에 널린 기물들을 보았다.
“이걸 던져서 유도한다고?”
“응. 소리야 엄청나겠지. 계속 던지면서 유도하면 돼.”
도하연은 던지려다가 아무것도 없는 어성준과 조아현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뭐라도 챙기는 게 낫지 않겠어?”
곧, 두 사람이 짐을 대강 챙기고 이제 이들은 본격적인 투석 놀이를 시작했다.
우선, 의자부터 내던졌다. 소리 자체는 크지는 않지만, 이목을 끌기는 충분했다.
그리고 책상이 떨어지는 순간, 감염자들의 괴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들은 계속 던졌다. 단발성이 아니란 말이다. 그야말로 사무실 이사하듯 어마어마한 것들을 죄다 던졌다.
감염자들 수십 마리가 몰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동현이 마지막으로 책상을 던지고 이들은 신속히 문 앞으로 이동했다.
“간다.”
동현의 신호에 맞춰 5층의 문이 열렸다. 다행히 5층 복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동현이 선두로 나서고 이들은 자신들의 아지트인 2층으로 재빨리 움직였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 동현은 귀를 예민하게 하고 감염자의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다급하게 뛰는 건, 못한다. 감염자를 조금이라도 알면 천천히 갈 수밖에.
이들은 4층 복도 근처에서 감염자가 서성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서도 역시 동현이 나선다. 그는 쇠파이프를 들고 복도 코너 부근에서 소리를 내었다.
“키익?”
“캬아아악!”
감염자가 뛰기 시작한다. 그때, 어성준이 가방을 내던져서 한 마리를 비틀 꺼리게 했다.
“좋은데?”
동현은 바로 달려오는 감염자를 쇠파이프로 날려 보냈다.
이제 다시 3층으로 내려간 이들은 드디어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도착했다.
감염자들이 5층 505호에 신경이 쏠린 틈에 이들은 3층의 창문을 열었다. 그들이 준비한 밧줄. 그걸 타고 이곳에서 나가면 된다.
“후우.”
도하연은 제발 모든 것이 잘 풀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제 동현을 선두로 이들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도하연은 그러다가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걸 파악했다.
‘다수인가?’
다수의 발걸음은 결코 감염자가 아니었다.
‘민기 오빠 쪽인가?’
높은 확률로 민기 일행일 확률이 높았다. 그들도 지금 탈출하려는 거다.
동현이 먼저 밧줄을 흔들고 이제 멤버들이 차례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도하연도 밧줄 타기는 처음이지만, 중간 중간 이어진 매듭이 내려가기를 쉽게 만들었다.
‘매니저 오빠….’
동현과 같이 이 밧줄을 만들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살아야 해. 오빠가 구해줬으니까.’
도하연은 안정적으로 밧줄을 타고 내려오고 모두가 내려올 때였다.
“도와줘요!”
그때, 큰 소리를 지르며 지아가 달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