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06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행동. 모두가 놀란 얼굴로 신민기를 바라보았다.
“감염자의 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요. 더는 놔둘 수가 없잖아요.”
“그건 그렇죠.”
정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미옥은 충격을 받아서 신음을 내며 굴렀다. 그를 돌봐줄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최미옥은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가려는 신민기에게 일갈했다.
“신민기! 이럴 거야? 네 비밀을 다 알고 있어. 우리 진탕하게 잘 놀지 않았어? 너도 떳떳하지 못해!”
“이 년이!”
분노한 신민기가 재차 발길질을 날려 최미옥을 침묵시켰다.
“후욱. 후욱.”
신민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몸을 돌렸다.
도하연은 일단, 이 가정집 거실에서 조아현과 함께 식량을 나누고 있었다.
“이거 당기기만 해도 저절로 되는 건가?”
하지만 그녀들이 군용 식량을 만져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먹을지도 모른다.
결국, 동현과 어성준이 나서서 음식을 만들어주었다.
“우와! 저절로 따뜻해지네?”
신기한 군용식량에 이들이 감탄하고 있었다.
태희는 자기가 챙긴 구급상자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불안 속에 있던 때보다는 훨씬 낫지 않는가.
아현은 도하연과 팔짱을 낀 채, 웃었다.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
“제발 그냥 평범한데.”
도하연은 피로에 찌든 얼굴이었다. 특출나게 좋을 필요도 없다. 그저 분란만 안 생기면 다 좋았다.
“진짜, 툭하면 싸우고…. 지쳤어. 진짜로. 어디 편한 데 없나?”
도하연은 제주도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는데, 평생 동안 겪을 일은 다 겪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도 끝이 아니었다.
‘무섭다. 무서워.’
지금도 희망은 있지만, 만약 가는 곳도 무너진다면?
‘끊임없이 도망쳐 다니고 결국 죽는 게 아닐까?’
암울한 상황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과연 이 감염자 사태는 해결될 것인가?
“으…. 쉬고 싶다.”
그녀가 자리에 눕자, 조아현이 머리를 배에 냉큼 갖다 대는 게 아닌가.
“야! 무거워.”
“뭐, 어때. 잠시만 이러고 있자. 성준이는 밥 먹는단 말이야.”
“와…. 남자친구 있다고 아주…. 그래라.”
도하연은 피식 웃으면서 이 친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밥을 먹고 누우니 절로 피로가 몰려온다.
‘졸리다. 졸려. 다 같이 있는 거실이니까 자도 문제없겠지?’
그녀는 눈꺼풀을 뒤덮으려는 수면욕을 절대 거부하지 않았다.
‘응? 민기 오빠랑 최미옥?’
바로 그때, 그녀는 최미옥이 부어터진 얼굴로 신민기와 같이 나가는 게 보였다.
‘둘 일은 알아서 잘 해결하든가.’
굳이 껴들 이유도 없다. 도하연은 스스로 잠에 빠졌다.
아니, 이들만이 아니었다.
원래 식사하고 바로 잠이 드는 건, 몸에 좋지 않다.
하지만 너무나도 피곤한 이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대부분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도하연이 잠에 깬 것은 동현이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 나갔기 때문이다.
“응?”
약간은 소란스러워진 상황. 그녀가 눈을 비비고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탕!
갑자기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5. 해묵은 감정
그날 오후, 신민기는 최미옥에게 불려갔다. 사실, 그전의 일도 있고 거부하려 했지만, 신민기 역시 뒤가 켕기기에 일단 따라간 거다.
이들은 빌라 복도로 나갔다. 주변을 살핀 신민기는 최미옥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협박 같은 게 통하지 않아요. 그리고 말을 이상하게 하는데, 대체 뭘 진탕 놀아요. 술 먹은 게 뭔 죄라고?”
최미옥은 그런 신민기를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어머, 그래도 되나? 정말로 그거 하나뿐이야? 지아랑 아주 잘 놀지 않으셨나? 그리고 중요한 비밀도 털어놓으시지 않았어? 잠자리에서?”
“뭐?”
신민기의 표정에 격앙된 감정이 새겨졌다. 단숨에 최미옥을 몰아붙였다.
“그 애가 그렇게 말하디? 아주 끼리끼리 노는군? 더러워서!”
“그래서 마약 밀반입까지 했다고? 자네 말대로 지금 상황에서 아무 문제가 없잖아. 근데 왜 흥분하지? 혹시라도 알려지면 나중에 타격을 입을까봐?”
최미옥은 그야말로 귀신 할멈처럼 웃었다. 신민기의 속마음이 용암처럼 격앙되고 있었다.
분명히 현재 상황에서 마약밀반입은 별문제가 없다. 그가 리더처럼 사람을 잘 이끌기만 해도 오히려 의지하면 의지했지, 멀리하지는 않으니까.
즉, 현재가 중요한 거였다. 신민기 역시, 피난민 센터에서 현재를 중요시했다.
하지만 지금, 몰릴 대로 몰린 그는 오히려 그 말에 쉽게 흔들렸다.
‘만약에…. 만약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면…. 소문이 퍼지면 안 돼. 지아 그 개 같은 년이 내 뒤통수를 쳐? 이 년이 그 뒤로 무슨 협박을 할지도 몰라.’
신민기는 최미옥의 여유만만한 얼굴을 보고 부아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최미옥은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너무 그러지 마. 나도 소문내는 거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까 좀 알아서 잘 도와달라고. 우리는 같은 편이잖아? 서로 다치지 않게 하는 거야.”
최미옥으로서는 무시 받는 처지에 아군 하나를 포섭하려고 협박 반 강요 반으로 신민기를 압박한 거다.
하지만 그 행동은 이미 차곡차곡 마일리지 쌓듯 분노를 참던 신민기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이 대화. 어차피 우리 둘만 알죠?”
“당연하지. 아니, 애당초 지아 그년도 날 무시하려고 한다니까? 아주 보살펴준 은혜도 모르고. 그러니까 따로 부른 거 아니야?”
“…….”
신민기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몸을 돌리고 자기들이 나온 문 쪽을 보았다.
어차피 빌라야 수색 때, 싹 뒤졌으니 감염자는 당연히 없다.
나머지도 방 하나에서 일단 잠을 자는 중이다.
“좋습니다. 서로 잘하죠.”
“그래, 우리 민기가 이래야지.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신민기는 최미옥의 어깨를 잡았다.
“그래요. 다 잊어야죠. 댁이 우리를 뒤통수치고 살려고 한 거라든가. 건방지게 날 협박하려는 것도 말이죠.……. 작작해라!”
“아…. 커윽!”
그 순간, 신민기의 두 손은 최미옥의 목을 단숨에 졸랐다. 바둥거리는 최미옥 이였지만 이미 이 사태로 단련한 신민기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바둥거리는 힘이 점차 약해진다. 1분. 이미 움직이지 않는 목을 계속 조른 신민기는 드디어 팔뚝에 힘을 풀었다.
최미옥의 신체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신민기는 크나큰 파동이 일어나는 심장을 매만졌다.
‘그래, 여기서 누가 범죄를 탓할 거야. 감염자가 됐다고 퉁치면 되지.’
이런 세상이니까 가능하다. 경찰이나 군인이 이걸 알아볼까? 아니, 그전에 오지도 않는다.
신민기는 잠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살인했어. 정말로.’
오늘 그는 인생 처음으로 살인을 해버렸다. 최미옥.
‘죽어 마땅한 년이야. 그래. 그렇다고.’
최미옥에게서 그는 몸을 돌리고 있었다.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가 어느새 살인까지 저질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이런 사태가 오면…. 그리고 죽을만한 년이었어.’
스스로 마음속을 위안하며 정신승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충격은 여전하다. 그는 머리를 쥐어 감싸고 괴로워했다.
자기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최미옥의 시신은 어느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흥분과 자괴감에 빠진 신민기가 그것을 알아차릴 때는 이미 그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캬아아악!”
“으아악!”
그가 비명을 내지르며 최미옥과 뒹굴었다. 그의 어깨에는 분명 소총이 있고, 허리에는 권총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꺼낼 틈도 없이 최미옥은 맹수같이 입을 열었다.
“크윽!”
다행히 아직 물리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던 그였지만, 어느새 상대는 자기 얼굴을 들이 밀정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제기랄!”
그가 앞으로 있을 상황에 울분에 찬 분노를 내세울 때였다.
“뭐야!”
어느새 동현이 뛰쳐나왔다. 동현은 보자마자 최미옥의 옷깃을 잡아 내던져버렸다.
“허억…. 허억….”
죽다 살아난 신민기. 그는 감정이 격앙되었다. 자연스럽게 그는 소총을 들이밀었다.
달려오는 최미옥을 향해, 그는 총을 발사했다.
탕!
정적을 깨는 강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바깥에서 괴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아니, 대체….”
도하연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저 누워있기에는 총성이 너무나도 선명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빌라 복도로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최미옥의 시체와 숨을 헐떡이는 신민기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바깥에서 감염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키에에엑!”
“쿠에에엑!”
잡기물들로 막아놓은 문들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도하연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들렸다. 저번에는 그저 10여 마리가 두들겼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20마리도 넘어. 엄청 몰려 왔어.”
동현이 질색한 얼굴이었다. 그는 신민기를 노려보았다.
“아니, 왜 총을!”
정지희와 신 사장 역시 당황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어째서….”
신민기는 최미옥을 가리켰다.
“저 여자가 변해버렸다고요. 어쩔 수 없이….”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도하연은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 입구를 보았다.
“위로 올라가요! 2층으로 일단 가는 거예요!”
1층은 위험하다. 최소한 시야에 없어지려면 2층이 필요하다.
도하연의 말대로 이들은 모조리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들 201호실로 일단은 도주했다.
아래층에서는 완전히 문이 부서지고 기물과 감염자들이 엉키는 소리가 났다.
“…….”
모두들 입을 닫고 있었다. 우다다 거리는 소리가 2층에도 전해진다.
“소리만 크게 안 나면 2층까지는 올라오지 않을 거예요.”
정지희가 입가에 손가락을 대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도 그리 편해 보이지 않았다.
“전투는 되도록 피하면서 탈출하려 했는데, 이러면 너무 위험한 데요. 이거 인원을 줄여야 할지도요.”
그 순간, 이곳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아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일이 이렇게 되면 다 탈출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정지희는 냉정했다. 그러면서도 분위가 험악해지자, 한숨을 쉬었다.
“최대한 부탁하긴 할 건데. 일단은 제발 좀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도하연 씨?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도하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정지희를 따라 그녀는 작은 방으로 갔다.
정지희는 아예 대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휴대폰으로 문자를 써서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다는 안 돼요. 군인들도 싸우지 않고 탈출이라고 했거든요. 구조대가 와도 이 정도로 무너지면 그냥 저랑 신 사장님. 둘만 탈출할 거예요.]도하연의 표정에는 경악이 가득했다.
“그, 그래도.”
“쉿.”
정지희는 휴대폰으로 글을 썼다.
[만약 이 사실을 지금 말하면 또 혼란이 크겠죠? 가만히 있어 주세요.] [굳이 왜 저한테 말을 해주시는 거죠?] [도하연 씨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도진 씨라고.]도하연은 살짝 놀라 했다. 단순하게 이도진을 거론한 게 아니라, 어떤 의미를 내포했는지 깨달아서였다.
[따로 부른 이유가 이도진 씨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저희도 빠져나가라고요? 나머지 몰래?]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저번에도 이미지 생각 않고 완전히 사려고 거침없이 감염자를 처리하시던 게 아주 마음속에 남았거든요. 이도진 씨네는 따로 모여서 지금 구역을 안정화하고 있어요. 이건 신 사장님이 말해줬으니 틀림없죠. 좋아하는 당신과 동료를 구해주는 여력은 있을 거예요. 나머지 사람은 알아서 살아야죠. 애당초 저 사람들이 이 사태의 원흉이죠. 멀쩡한 피난민센터를 무너트렸으니.]도하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합리적이라는 판단과 기껏 같이 산 지아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을 떠올렸다.
‘같이 살리는 건, 위험해.’
매니저가 죽었다. 도하연은 그 원한을 가슴 깊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데리고 간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 동료 살리기도 바빠.’
현실적으로 가야 했다. 이미지고 뭐고, 지금은 생존하기 위해 있는 한 사람일 뿐.
도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쪽도 다로 강구해보죠.] [네. 나중에 살아서 만나면 좋겠네요.]정지희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이야기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갔다.
정지희는 바로 밑밥을 깔았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몰려 있어서인가? 별일이 일어났군요. 제가 판단할 때, 최미옥 씨와 신민기 씨랑 마찰이 있는데, 최미옥 씨 쪽에 지아 씨도 있죠? 계속 같이 있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따로 떨어지는 걸 추천하는데요.”
“나가라고요?”
신민기 일행 중 하나가 반문하자, 정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저도 다른 호실로 갈 겁니다. 알아서 분리해주세요. 여기까지 밀리면 끝이니까요.”
그는 그리고 도하연 쪽을 보았다. 그렇다. 따로 떨어져야 한다.
도하연은 태희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그래, 우리도 나가는 게 좋겠어요. 동현아. 앞장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