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08
도하연 일행이 뛰기 시작했다. 윤철은 차량에 잠금장치를 풀고 재빨리 앞좌석에 탑승했다.
도하연과 태희가 타고 동현과 어성준이 마지막을 지켰다.
이미 감염자들은 그들에게도 달려들고 있었다.
동현은 달려오는 감염자를 야삽으로 날렸다.
“성준이! 어서 타. 내가 맡을 게!”
“같이 해요!”
어성준 역시 방망이로 감염자를 날렸다. 하지만 그때였다.
“키아아악!”
쿵쿵!
갑자기 차량 위를 뛰어든 감염자가 미끄러지듯 두 사람을 덮쳤다.
찰나의 순간, 동현은 바로 몸을 뒤로 던졌지만, 어성준은 아니었다.
“아…….”
감염자가 어성준을 덮치고 조아현이 다급히 문을 열었다.
“성준아!”
“안 돼!”
조아현이 울며 나가려 하자 도하연과 태희가 그녀를 막았다.
동현이 다급히 일어나서 감염자를 후려쳤다. 하지만 어성준의 목에는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성준이 너…….”
침통한 표정에 동현은 자기가 해야 할 걸 알았다.
그는 어성준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차량에 탑승했다.
“가!”
윤철이 다급하게 액셀을 밟았다. 조아현은 울부짖으며 문을 열려 했다.
“성준아! 성준아!”
“아현아. 제발….”
울부짖는 친구의 모습에 도하연은 가슴이 먹먹해지고 있었다.
그들이 감염자 세 마리를 날려버리고 돌진하는 도중 갑자기 지아가 다급하게 창문을 두들겼다.
“도와주세…. 요. 도와…. 신민기 그놈…. 일부러 그랬어. 코앞에서 우리를 쏘려고…. 협박당했어. 그러니 제발 도와….”
일순간, 윤철이 망설일 때였다. 도하연이 외쳤다.
“무시하고 가요. 위험해요.”
“그, 그래도….”
윤철이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지아는 갑자기 창문을 격하게 쳤다.
“시발! 도하연 너만 살려고? 콜록! 나는 이렇게 죽고? 콜록! 신민기 그 새끼…. 감염됐었잖아…. 어젯밤 감염자라고 섹스하면서 고백하더라? 기침 소리도 안 들리게 하려고 일부러 내 방에서 잔거야. 독한 자식. 그리고 일을 망치려고 이런 거야. 정말로 나도 감염이 됐어……. 나 좀 도와줘! 개새끼들아! 커억! 콜록!”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윤철은 액셀을 밟으며 달라붙은 지아를 거칠게 떨쳐버렸다.
지아는 나뒹굴며 외쳤다.
“ 난, 그저 도와달라고 한 것뿐인데. 그놈은 자기가 감염자인 걸 숨기고 날 덮쳤어! 콜록! 나한테 저딴 놈들뿐이야! 도하연 너도 감염되라고! 왜 나만……. 나만…….”
애처롭게 외치고 곧, 감염자들이 이곳을 뒤엎었다.
SUV는 정처 없이 탈출하고 있었다. 이들은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김기철 연구소! 이곳으로 오십시오. 당신에게 평안을 제공할 것입니다.]그때 라디오에서 울리는 작은 홍보. 여러 피난민센터와 함께 나온 그 문구에 이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6. 고립
“일단 뭉쳐서 어디든 갑시다!”
강민호의 외침이 앞에서 들리고 있었다. 유상인은 부모와 함께 다급하게 그를 따르고 있었다.
아니, 따른다는 말은 과장된 거다. 그냥 아무렇게나 도망치는 무리에서 강민호가 대장 노릇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엄마, 아빠. 설동이도 오고 있다니까 힘내요. 우리는 살아야 해요.”
기운이 없어 보이는 부모를 위로한 상인이었다. 피난민센터가 무너지고 이들은 일단, 탈출했다.
수십 명 정도의 사람들은 일단 뭉쳤다. 왜냐하면, 서로 힘을 합쳐서 난국을 타개해보자는 거였다.
하지만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감염자로 변하려고 해!”
비명이 무리 속에서 들린다. 흥분한 채, 기침을 하는 한 피난민이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강민호가 나섰다.
“나와! 나와! 우리가 처리해야겠군.”
그는 자기 무리를 이끌고 위험을 보여주려 했다. 근데, 그보다 앞서 배불뚝이 군단이 나왔다.
“모두 물러서고! 침착해!”
이들은 단체로 몽둥이를 들고 감염자로 변하는 사람을 때려눕혔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일단, 우리말대로 해요! 서로 지켜줘야 하니까. 근처 민가든 뭐든 들어갑시다!”
배불뚝이 군단은 그러다가 강민호 일행과 눈을 마주쳤다.
“헛짓하지 말고 따라. 지금 어른들이 앞서야 하니까.”
“…….”
이미 배불뚝이 군단에게 크게 당한 강민호는 굳이 마찰을 빚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야심은 그대로다.
“쳇. 뭔가 큰 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역시나 뭔가 도움이 되는 걸 얻어야 한다.
강민호는 도로가로 나가보았다. 여기저기 막힌 차들 사이를 한 캠핑카가 질주하고 있었다.
‘저거라도 얻으면 도움이 될 텐데.’
차량이 있으면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더불어 배불뚝이 군단과의 마찰에서도 유리하다.
“…….”
강민호는 그때, 차에 치여서 헛바퀴를 도는 차량을 보았다.
“애들아.”
강제적으로 멈춘 캠핑 카. 강민호는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가족이 캠핑카를 다시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
“정말 고맙네.”
강민호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다가갔다.
“가볍게 상황 정리를 해볼까?”
윤주현은 바깥의 포성과 감염자의 괴성이 울리는 교무실에 앉았다.
본의 아니게 회의실용도 그대로 쓰게 된 이들은 현 사태를 타개하고자 했다.
한꺽정은 바깥을 가리켰다.
“우리는 고립됐다. 끝.”
“그래. 그래.”
윤주현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단순하지만 정확한 표현이었다. 지하층에 고립되었다.
빈성우는 교무실 바깥 창문을 보았다.
“1층과 현관에는 감염자들이 가득하고 이 창문도 위쪽 일부만 화단이 보이고. 정상적으로는 그냥 뚫고 가는 수밖에 없는 걸?”
“그럼 가야지.”
설동은 사라지려 하는 묶인 끈 자국을 매만지며 일어섰다.
세 명이 그를 쳐다보았다.
설동이 해야 할 건, 하나다.
“후우. 최소한 전투는 피하고 마주치는 것들만 처리하자. 가능해.”
그의 신체를 믿는다. 3인방은 든든한 아군을 믿고 있었다.
윤주현이 일어섰다.
“좋았어. 그러면 가볼까?”
한꺽정이 일어섰다. 출구는 하나뿐. 그리고 감염자들로 가득한 곳에서 가만히 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빈성우가 말했다.
“바깥으로 나가는 건, 자살행위고. 적어도 학교 내에서 탈출할 때 도움받기 쉬운 층이 낫지.”
“학교 옥상이면 헬기가 괜찮으려나?”
한꺽정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게 아니면 우리가 있는 층도 괜찮지.”
어찌 됐든 나가야 한다. 이제 설동을 필두로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다시 올라가기에 무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3인방은 설동의 존재로 인해 마음이 편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설동은 일부러 벽을 두들기며 바깥의 감염자를 확인했다.
“기에엑!”
“하던 대로 가자.”
설동은 딱 한마디를 하고 바로 다리를 내밀고 앉았다.
이미 익숙해진 포지션. 모두가 대기를 타고 설동이 교무실 문을 열었다.
“기에에…. 크악!”
아니나 다를까 바로 감염자가 들어오다가 설동의 다리에 걸려 버렸다.
한꺽정이 나서서 머리통을 내려치고 설동은 바로 다음에 들어오려는 감염자에게 도끼를 날렸다.
삽시간에 두 마리를 처리하고 이들은 드디어 지하를 나섰다.
그리고 내려올 때와 달리 이들은 묘하게 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여유.
분명히 힘든 상황인데, 이들에게는 여유가 보였다.
그 여유의 발산지가 설동이라는 건, 두말할 것도 없는 사실. 든든한 아군 하나야말로 이들에게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주었다.
설동이 계단 코너에서 발을 한 번 구르자, 감염자가 무려 셋이나 달려왔다.
하지만 윤주현의 손은 이전처럼 떨리지 않았다.
우선 한 방. 이전처럼 빗나가지 않고 정확히 감염자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설동은 그대로 간격을 지켜 도끼로 감염자의 머리통을 쪼갰다. 그리고 두 번째는 몸을 비틀어대려 넘어트렸다.
한꺽정과 빈성우가 마무리를 하고 이들은 계단을 올라갔다.
설동은 손을 들어 신호를 주었고, 나머지 이들이 멈췄다.
여기서부터 다시, 무언의 걷기를 해야 했다. 아무 말 없이 감염자들이 어둠 속에서 그들의 주변을 움직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설동을 앞세워 이들은 1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나마 감염자들은 드문드문 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설동은 다시 코너가 되자, 발을 조심스럽게 굴렀다.
“없다.”
이들은 단숨에 위층까지 올라갔다. 큰 소리에 감염자들이 현관과 바깥에 집중된 게 다행이었을까?
이들은 자기들 방까지 일단은 도착했다.
한꺽정은 들어가기 전, 설동에게 넌지시 이야기했다.
“널 납치한 놈 중 하나가 들어가 있어.”
“알아. 조용히 때릴게.”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설동은 거침없이 문을 옆으로 밀었다. 손쉽게 열리는 문.
“뭐야? 문도 안 막았어? 어지간히 급한 가 보네?”
설동은 주먹을 매만지며 자기를 린치한 이를 찾아 나설 때였다.
구석에 흐느끼는 패거리가 보였다. 설동은 그에게 다가갔다.
“야. 일단, 가볍게 10대만 맞고 시작하자.”
윤주현이 혀를 찼다.
“끝내는 게 아니라?”
“날 죽이려고 했는데….”
설동은 흐느끼는 상대의 뒷목을 잡고 바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으흑…. 흐윽……. 흐흐흐….”
청승맞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설동은 귀찮은 듯 입을 막았다.
“감염자가 몰려올 수 있으…. 윽!”
그 순간, 설동이 짧은 신음과 함께 뒷걸음질 쳤다.
모두가 설 동쪽을 쳐다보는 순간, 그의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미….”
설동은 분노를 토해내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
문 상대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더없는 살의와 마주했다.
“시발. 너…. 어떻게 살았어? 어떻게 살았냐고! 너 뭔데? 너 때문에!”
“설동아 줘 패서 그냥 기절시켜!”
한꺽정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고 설동이 달려들었지만, 이 사내는 고성과 함께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죽어! 죽으라고! 여기에 있다! 개새끼들아! 콜록! 저 살인마 새끼가! 지만 살려고!”
하지만 몸을 던진 채, 이 자는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그사이에 껴서 감염자를 불렀다.
“너도 죽으란 말이야! 콜록! 앰ㄴ엠내암ㄴ아마!”
알 수 없는 괴성이 터지고 설동은 바로 아래층을 주시했다.
“기에에엑!”
감염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많아.’
설동이 매섭게 바동거리는 자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그리고 문에서 떨어지게 한 다음에 문을 닫았다.
“막아!”
한꺽정이 책상과 기물들을 미는 공간에 받쳤다.
밖에서는 자포자기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오늘 왜 이럴까. 콜록! 재수 없는 날~! 형님들은 다 죽었다네. 커억!”
무수한 감염자의 발길질에 비명이 이어졌다.
쾅! 쾅!
몰린 감염자들이 교실 문을 두들겼다. 혹여나 밀리지는 않지만, 문제는 들이닥치는 힘이었다.
한꺽정이 바깥에 몰려든 감염자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문이 밀리고 있어!”
쾅! 쾅!
거센 손동작에 교실 문이 빠질 것처럼, 흔들렸다.
설동 일행이 심각한 위협을 느낀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곳은 뛰어내리기에는 높다.
한꺽정은 반사적으로 교실 바깥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위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