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09
윤주현이 뛰어갔다.
“뭐하려고?”
“여기는 너무 위험해. 위층으로 올라간다.”
“뭐? 감염자가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지금 내가 떨어지기 전에 저 문이 먼저 뚫릴 거 같아.”
한꺽정은 빠르게 판단했다.
그의 운동신경은 위층 창문에까지 능히 손이 닿는다.
마치 타잔처럼 유리창과 벽 틈에 손을 잡고 그는 매달렸다.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행동. 하지만 목숨 앞에서 이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 그가 창문과 벽의 작은 틈에 간신히 팔을 걸치고 창문을 열었다. 안에는 역시나 감염자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참 내. 쉽게 못 가네.”
“기….”
한꺽정은 열자마자, 일부러 상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기….”
경보 수준의 발걸음. 그의 드롭킥이 감염자에게 그대로 꽂혔다.
재빨리 책상으로 감염자의 머리를 내려쳤다.
“후우! 후우!”
다급하게 처리하고 한꺽정은 손을 내밀었다.
“올라와!”
밑에는 문이 깨지기 직전이었다. 윤주현이 창문 바깥에 매달려 손을 뻗고 한꺽정이 단숨에 그녀를 올려주었다.
다음은 빈성우였다. 설동이 최후의 보루처럼, 버티는 사이 빈성우를 윤주현과 같이 올려주었다.
콰앙!
그리고 한계까지 버티던 문이 드디어 무너져 내렸다.
설동이 다급히 창문에 서고 한꺽정이 손을 뻗었다.
“기에에엑!”
매섭게 달리는 감염자 설동의 손을 빈성우와 한꺽정이 잡고 단숨에 끌어올렸다.
“키엑!”
설동은 그때, 자기 다리 사이로 손을 뻗는 감염자가 보였다. 그 감염자의 뒤로 다른 감염자가, 또 다른 감염자가 몸을 던졌다.
아슬아슬하게 신발을 건드리는 감염자가 그대로 지상에 추락하고 있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감염자는 거대한 피를 뿜어내었고, 설동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후우….”
간신히 올라온 위층.
안도의 숨을 내쉬는 이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쉬었다.
아직도 감염자들은 고성을 지르고 있고, 저 멀리선 전투의 소리가 들린다.
윤주현이 숨을 골랐다.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군대는 다른 곳에서 싸우고 있나?”
빈성우가 한숨을 쉬었다. 위기 상황을 넘기긴 했지만, 사태는 아직 끝이 아니다.
“그렇다면 구조는 당분간 힘들다는 건데…….”
설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몰라 여기 문을 잠그려는 거다.
“여기서 버텨봐야지.”
다시 문을 잠그고 있을 때였다.
“모두 이쪽으로 와! 우선 옥상으로 대피한다!”
설동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허순자 할머님 아니야?”
허순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몇몇 사람들의 발소리가 이어졌다.
“저 할머님이 여기에 왜 있어?”
허순자는 그들과 다른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일할 때 빼고는 보지 못하는 게 정상.
그리고 감염자들이 우르르 옥상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막아!”
“빨리 오라고 위험해!”
“아아악!”
비명이 들리고 있다.
설동은 시선을 돌렸다.
“누가 봐도 위험한데.”
윤주현이 뜨악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설마, 구하러 가게?”
“위험부담을 나누는 거지. 감염자들이 이 위층을 돌아다닌다는 거 아니야? 거기에 허순자 할머님은 총도 가지고 있어. 여차하면 발포할 거야. 그러면 더 이쪽으로 몰리지.”
설동의 말에 한꺽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 할머니 성격이 장난이 아니라고. 동료가 위험해지면 바로 발포한다고. 그럴 바에 우리가 도와서 총을 안 쓰는 선에서 처리하면 되잖아.”
“으…. 진짜 너무 위험한데.”
윤주현은 짜증을 내었다. 하지만 어느새 활을 챙기고 있었다.
“가자.”
설동이 선두로 이들은 다시 바깥으로 움직였다.
“필준아! 뒤에 있지 말고 싸워!”
허순자가 뒤에서 벌벌 떠는 이필준을 보았다. 눈앞에는 옥상 계단을 두고 감염자와 대피하는 이들이 치열하게 붙고 있었다.
원래는 옥상으로 대피 후에 문을 닫는 거였다. 하지만 감염자 하나가 달라붙어 사람을 물면서 그 대열이 흐트러졌다.
허순자는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쏘고 여기서 버티는 수밖에 없어.’
허순자는 앞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김반을 보았다.
김반은 숨을 헐떡이며 감염자들이 못 오게 싸우고 있었다.
“아아악!”
하지만 짐승처럼 달려드는 이들 앞에 점점 이들은 밀리고 있었다.
허순자는 빠르게 판단해야 했다.
‘무조건 지금 잡아야 해.’
허순자는 무전기에 꽂힌 이어폰에서 대강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상태다.
‘B구역에서 감염자들이 발생하는 와중에 대규모의 감염자들이 움직여서 전투 중이고. 우리가 구조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옥상에서 농성해야겠어.’
감염자를 더 불러올 걸 각오하고 허순자는 자신의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모두 물러…….”
허순자가 리볼버를 드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감염자가 하나둘 픽픽 쓰러지는 게 아닌가.
최선두에선 감염자 말고는 갑자기 계단 아래를 보는 게 아닌가.
허순자의 리볼버가 멈칫하는 사이 귀신같이 감염자들을 도끼로 찍는 설동이 보였다.
“역시…….”
허순자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지원군이 도착하고 옥상은 드디어 감염자를 일단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설동 일행이 옥상에 도착하고 허순자는 다가갔다.
“위험할 텐데. 아주 잘도 왔군.”
설동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라도 반장들과 같이 있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렇군. 나쁘지 않은 판단이야. 준길이가 아마 병력을 보낼 테니, 일단 대기하지.”
옥상 문이 닫히고 이들은 엉망인 교정을 바라보았다.
감염자들이 창문을 뚫고 몸을 던지고 사람도 몸을 던진다.
갑자기 변모한 그들의 아지트.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설동은 그러다가 김반을 우연치 않게 보았다.
“잠깐만.”
그는 김반에게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야. 나한테 할 말 없나?”
“뭐?”
모른 체하는 김반. 린치당할 뻔한 설동의 이마에 분노의 핏줄이 돋아났다.
“아, 그래?”
설동의 행동은 하나였다.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해준다.
설동의 하이 킥이 단숨에 김반을 강타했다.
“커억!”
쓰러진 김반. 주변이 놀라서 그를 말렸다.
“갑자기 왜 그래요?”
“이 새끼야! 네가 뭔데 반장님을!”
설동은 그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조용히 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 이 사태가 왜 벌어졌는지 아나? 감염자가 된 건, 김반 패거리. 그 김반이 자기 패거리를 특정 시간대에 불침번 세워놓고 날 린치하려 했다.”
설동의 입에서 나온 사실은 주변 사람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증거 있어?”
“뚫린 입이라고 어디서 개소리야?”
물론,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상황상, 증거가 없으니 말이다.
허순자는 이 사태를 말리기 위해 일단 나섰다.
“지금, 여기서 싸워서 어쩌자는 거야. 이필준. 네가 불침번 짰나?”
“아뇨. 김반…. 이요.”
이필준의 짧은 말에 허순자의 주름이 깊어 졌다.
“원래 김반이 하는 거야? 아니잖아?”
“아니, 오늘은 자기가 다 해주겠다고 해서….”
작아지는 이필준의 목소리. 동시에 허순자의 눈매도 예리해지고 있었다.
“자세한 건, 김반이 깨어나고 물어야겠군. 일단, 다들 쉬고 있어. 더는 싸움을 하지 마라.”
일시적인 소강상태가 되었다.
새벽의 바람을 맞으며 이들은 어서 빨리 구조대가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허순자는 무전을 통해 박준길과 연락했다.
“지금 상황은?”
“학교 앞에서부터 감염자들이 있어서 처리 중입니다. 아무래도 b 구역으로 병력이 몰려가서 늦어졌습니다. 어? 야. 앞으로 왜 안 가? 저거! 저거 총 뺏어!”
하지만 곧, 총성이 울리면서, 무전기는 잠시 끊겼다.
감염자들이 그쪽을 향해 달린다. 일련의 과정들이 허순자의 입가에 한숨을 내게 하였다.
“아무래도 바로 진입은 어려울 거 같군.”
그렇다면 다른 수는 헬기로 이동시키는 거다. 하지만 야밤에 헬기는 어지간히 해서는 기동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이 위급하지만, 당장 위험이 없다. 새벽쯤 헬기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수밖에. 모두 그때까지만 버티도록.”
그렇게 말하고 허순자도 일단은 옥상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그때, 설동이 다가왔다.
“할머님. 도와줘서 고마워요.”
“…….별거 아니다. 애당초 이상해서 필준이를 대동하고 온 거니까.”
“그래요?”
설동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허순자는 옆에서 소심하게 떠는 이필준을 가리켰다.
“나도 눈이 있다. 뜬금없이 불침번 애들이 내가 잘 아는 김반 애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 특정 시간에 말이다. 이상하게 생각해서 이필준을 대동해서 확인하러 온 건데…. 이렇게 될 줄이야.”
“그 의심 하나로 새벽에 이곳에 오셨어요? 진짜 대단하시네요.”
“요새 분위기가 수상쩍었거든. 김반이 널 싫어하는 거야, 우리 반장들도 다 알고.”
허순자는 역시나 베테랑. 설동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군요.”
“실없는 소리 하긴. 아무튼, 김반 놈의 상벌을 더 자세히 조사하고 처리될 거다. 이런 큰 사건이 거기에 비롯됐으면 더더욱.”
설동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도 이런 집단폭행까지는 예상 못 했기에 확실한 처벌을 원했다. 김반이 물러난다면 그에게도 좋은 일.
모두가 그렇게 침묵을 유지할 때였다.
동이 트기 시작하고 헬기의 웅장한 소리가 울렸다.
감염자들의 괴성보다 선명한 구조의 소리. 허순자가 일어섰다.
“누가 옷이든 뭐든 흔들어! 쉽게 볼 수 있게!”
“제가 하죠.”
설동이 상의를 벗고 열심히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헬기는 그들의 위까지 내려와 내려올 각을 지금 재고 있었다.
곧, 줄사다리가 떨어지고 군인 하나가 내려왔다.
“올라가기 전에 잠시 확인 좀 하겠습니다.”
이 군인은 여기에 모인 인원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허순자는 기절한 김반을 먼저 보냈다.
“이 아이부터 보내주게. 우리는 가장 나중에.”
허순자는 반장답게 다른 이들을 먼저 보내고 자신은 우선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둘 타고, 일단 1차로 떠나갔다.
허순자는 흐뭇하게 웃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걸로 일단은 안심이군. 설동아, 너희가 나중에 이 학교도 다시 잠입해서 탈환해야겠다.”
안정감이 들자, 허순자는 설동 일행에게 벌써 임무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럴 바에 지금 쓸어버리죠. 꽤 없어지지 않았나요?”
설동도 웃으면서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옥상 문이 흔들렸다.
“도와줘요! 문 좀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해요.”
다급한 사람의 목소리. 허순자는 벌떡 일어났다.
여기서 사람이라면 보통 망설인다. 이대로 버티고만 있어도 안전이 보장되니까.
하지만 허순자는 그러지 않았다. 잠깐 문 쪽에 귀를 대고 무언가를 확인하고는 신속하게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다급히 아이를 안고 도망친 부부와 여자 두 명이 있었다.
아마 헬기 소리를 듣고 왔으리라.
허순자가 문을 다시 당겼다.
그때, 여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제 남자친구도 올 거예요. 그러니 그때도 문을 열어주세요.”
허순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가지를 물었다.
“남자친구는 어디에 있지?”
“아, 아래층에서 감염자들을 막아준다고 하고 우리를 보냈어요.”
“그래? 싸우고 있단 말이지?”
허순자는 그때,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리고 굳게 다문 입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뒤, 정말로 문을 누군가가 두들기기 시작했다.
여성 중 하나가 바로 달려갔다.
“구민아!”
“잠깐.”
달려 나가는 그때, 허순자가 그녀를 막았다.
“기다려. 이봐, 구민이라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