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1
그리고 기침을 하고 말았다. 그 소리를 설동은 놓치지 않았다.
“기침.”
짧은 말 한마디와 함께 도끼를 들고 움직였다.
석준일은 경악했다.
“지, 지, 지금 뭐하려고? 콜록! 저기요!”
“저놈 좀 있으면 변할 거야.”
“아니, 이, 이봐요. 다짜고짜 뭡니까!”
정성윤이 다급하게 설동의 앞에서 그를 막았다.
하지만 이미 그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한 설동은 그를 뿌리치려 했다.
“이봐요! 지금 뭐하는 거예요!”
군인이 그를 말리는 순간, 기침과 함께 석준일은 현관문을 열고 도망쳤다.
“…….”
설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닫은 문을 굳게 잠글 뿐.
“나갔으니 차라리 잘됐어요.”
“아저씨. 너무한 거 아닙니까?”
머리를 박박 민 군인은 설동에게 따졌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3인 가족 역시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6. 위협
“아저씨! 뭐 하세요? 나와요! 아니! 국민의 세금으로 움직이는 군인이 이럴 거야?”
공항을 가득 메운 차량 앞에서 사람들이 나와 항의하고 있었다.
“대체 왜 막는 건데?”
“이 새끼들아, 나오라고!”
고성이 커지는 이들 앞에서 차출된 군인들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새꺄! 안 나와?”
“야! 너희 소속 어디야? 고발한다?”
차라리 신설동 일행처럼 아예 뒤쪽에 있으면 모를까 공항 코앞까지 왔다가 막힌 이들로서는 분노가 치미는 게 당연했다.
“이 철책 뭐야? 여기가 38선이야? 이딴 걸로 왜 시민들 가는 길을 방해하는데!”
“….”
어린 군인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들도 이유는 모른다. 까라면 까는 거니까.
마치 군사경계선처럼, 철책으로 도로를 막아버린 이들이었다.
심지어 가시까지 박힌 장애물까지 설치되고 있었다.
시민들은 그걸 보고 격분했다.
“아니, 지금 풀라니까 어디서 더 가져오네?”
“지금 실시간으로 설치하는 거 봐. 자기들도 급하게 막은 거네.”
흥분한 이들 와중에 조용히 해결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아저씨. 왜 그러는지 이유나 물어봅시다. 소요사태? 그게 우리랑 뭔 상관이에요? 보니까 부랴부랴 설치한 거 같은데 우리 좀 보내줘요.”
“….”
하지만 군인은 답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차곡차곡 여기저기 가시가 달린 기물들이 설치되고 있었다.
“아…. 시발!”
여기저기 욕설이 들렸다. 이 답답한 상황 속에서 기어이 한 가족이 차를 강제로 출발시켰다.
“시발! 다치고 싶지 않으면 비키라고! 국민이 가겠다는데 군바리 새끼가 어딜 막아? 야! 쏴 봐! 쏴 보라고!”
아직 철책이 설치되지 않은 샛길로 빠져나간. 그 뒤를 이어 다른 차들이 따라 움직였다.
군인들이 당황해하며 그걸 바라볼 때였다. 갑자기 뒤쪽에서 엄청난 총소리가 들렸다.
항의하던 이들도 막는 군인도 입을 벌렸다. 그 총의 세례를 받은 차량은 선두로 달리던 차.
달려들려던 차량이 일제히 멈추었다.
멈춘 이들이 차에서 나와 당혹스러운 빛을 드러내었다.
“지금 뭔 짓 하는 거야? 시민을 쏴?”
“이거 다 언론에 고발한다! 너희 미쳤어?”
이들이 군인들에게 항의하는 때였다. 갑자기 4명의 호위를 받으며 오는 한 사내가 있었다.
별을 단 장성, 이름에 우동철이라고 적혔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그에게 따지러 갔다.
“높으신 분이 왔구만? 아저씨! 이거 어떻게 할 거요? 지금 군인이 사람을 죽였어! 어서 이거 풀어!”
“….”
우동철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앞에서 막던 병사에게 다가갔다.
짝!
보초가 우동철의 손바닥에 맞아 비틀거렸다.
“이 미친놈아! 차 한 대 지나가지 못하게 하라고 했잖아! 근데 보내게 해? 똑바로 안 해? 영창 가고 싶어?”
다시 한 번, 우동철의 손이 올라갔다. 지켜보는 이들은 황당해 했다.
“지금, 지 부하를 팬 거야? 그걸 우리 앞에서? 아저씨! 뭐 하세요?”
우동철의 시선이 움직였다. 마치 가당치 않은 걸 보듯이 말이다.
“지금 소요사태니까 돌아가라고! 뉴스에서 전해줬는데도 멍청하게 나와?”
“아저씨! 지금 멍청하다고 했어요? 말은 좆같이 하네?”
그때였다. 그들의 뒤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갑자기 패싸움과 사람이 사람을 무는 걸 말이다.
우동철은 혀를 차며 전방의 군인들에게 명했다.
“명령대로 해라. 알았지?”
“네…….”
“목소리가 작다!”
“네!”
군인들은 대답은 했지만, 눈치를 보고 있었다. 우동철은 다시 한 번, 뺨을 때렸다.
“죽고 싶어? 당장 해”
“으… 으…”
지지부진한 군인에게 결국 장군에게 지급되는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걸 군인에게 겨누었다.
“명령이다. 쏴라! 당장!”
“으……. 으아아아!”
20살 남짓의 어린 군인은 고성을 질렀다. 그 뒤를 총소리가 따라왔다.
이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의 분위기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기존의 이들이 설동을 이상하게 보기 시작한 거다.
“아니,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한 거 아닙니까?”
군인 오종훈 방금 도망친 석준일 쪽을 가리켰다.
그도 그럴 것이 난데없이 도끼를 들고 석준일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3인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가장인 정성윤도 설동의 행동에 의문을 표했다.
“아니! 대체 석준일 씨한테 왜요? 자기 마음에 안 들었다고?”
“아니요. 변할 거라서요.”
설동은 도끼를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답답했다.
‘안 믿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게 고역이군.’
설동은 다시 석준일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좀비 같은 걸 생각해보세요.”
“좀비가 뭔데요?”
정성윤의 대답에 설동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군인은 오종훈은 뭔가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잠시만요. 하지만 석준일 씨는 물리지 않았잖아요! 좀비는 물려서 감염이 아닌가요?”
“그러니까 좀비라 부르기 뭐하죠. 기침이니까 아마 신종독감 같은 건데…. 저도 지금 머리가 복잡합니다.”
“그게 말이 돼요?”
정성윤은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이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고요!”
“영화였으면 차라리 낫죠.”
설동은 한숨을 푹 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의심의 눈을 거둔 건, 아니었다.
“아무튼, 기침했다고 쫓아냈다는 건…. 너무 과해요.”
“단순히 코가 막혀서도 그렇고, 사레가 들릴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말은 충분히 수긍할 만했다. 설동도 그건 인정했다.
“그러면 밖으로 나간 그 사람이 다시 오면 확인해보고 열어주죠.”
설동과 두 사람이 그렇게 협의할 때였다. 갑자기 현관문이 거칠게 흔들렷다.
그리고 이곳의 모든 이들이 긴장했다.
“지연아! 석재 데리고 들어가!”
정성윤은 아이와 부인을 방으로 보내고 있는 사이 설동이 움직였다.
‘설마?’
설동은 도끼를 들고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석준일씨?”
“나야. 문 열어. 콜록! 콜록!”
연이은 기침 소리. 설동의 뇌리에 불안감이 가득했다.
군인은 다급히 현관문을 열려 했다.
“준일 씨! 들어오세요! 저희가 합의를 봐서….”
“잠깐!”
설동이 오종훈을 막았다.
“왜요? 또 왜 그래요? 멀쩡하잖아요!”
“아니, 기다려.”
“갑자기 또 왜 그러는데요?! 아, 진짜!”
짜증이 난무하는 건, 거실만이 아니었다.
현관문에서 석준일이 미친 듯이 발을 두들겼다.
“열어! 열라고! 씹새끼야! 죽여버릴 거야! 열라고오오!”
그 소리는 쉼 없이 울리고 있었다. 설동은 쉽게 흥분하던 ‘그것’들의 전조증상을 기억했다.
거실에서 정성윤과 오종훈이 현관문으로 달려들 때였다.
설동은 도끼로 바닥을 찍었다.
“지금부터 문을 여는 사람은 이 도끼로 뒤질 줄 알아.”
“아니…. 지금 뭔…”
정성윤과 오종훈은 설동의 서슬 퍼런 기색에 물러섰다.
그나마 사정을 아는 남미 커플은 그들을 진정시켰다.
“설동 씨가 생각이 있어서 그래요. 일단 기다려보죠. 천천히 해도 나쁘지 않잖아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흥분한 이들을 카브레라가 진정시키는 사이, 현관문의 소리는 점점 기괴해지고 있었다.
“열…. 어 콜록! 열…. 어…. 여…. ㄹ….지; 렂;ᅟᅵᆼ러ㅓ;ㅇㅈ”
갑자기 바퀴벌레가 기어가듯 소름 끼치는 발성이 들렸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 어떤 무감각한 이도 지금 무언가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숨소리가 들리고 다들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설동이 일어섰다.
“이제 잘 보세요.”
현관문의 잠금장치에 설동의 손이 닿았다.
‘굳이 모험하고 싶지는 않지만, 충격요법이라도 줘야겠어.’
아직 사태파악이 덜 된 이들에게 보여줄 현실.
설동이 문을 열고 옆으로 붙는 순간, 거실에 있는 모든 이들이 입을 벌렸다.
메마른 피부와 푸른 혈관.
기괴하게 몸을 꺾고 있는 ‘그것’이 보였다. 집안의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건 본능이다.
입을 여는 순간, 죽음의 화살표가 이쪽을 향할 것을 알기에.
하지만 그때, 방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났다.
“아…. 어?”
정성윤이 당황해했다. ‘그것’이 움직였다.
“기…. 가아아악…….”
“여보!”
정성윤이 일어서자, 그것이 그 방향으로 움직일 때였다.
숨바꼭질하듯 벽에 붙어 있던 설동이 움직였다.
“끼에엑!”
온 힘을 담은 도끼가 그것의 머리통을 쪼개버렸다.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체를 바로 집 바깥으로 버리고 다시 잠금장치를 잠갔다.
거실 모두는 침묵했다.
똑똑히 현실을 체감한 이들은 그저 설동이 하는 걸 따라서 창문을 막을 뿐.
적막감이 감도는 게스트 하우스, 하지만 바깥에서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비명과 총성이 끊임없이 울리며 모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후우.”
설동은 6인용 방을 열었다. 거기에는 아이와 엄마가 울먹이며 있었다.
“….”
그는 침대를 보다가 여분의 침대와 베개가 있는 장을 발견했다.
‘자고 싶다.’
군대 예비군 이후, 인생에 가장 긴 하루가 지금 지나가고 있었다.
설동은 자고 싶지 않아도 몸이 그를 수면으로 이끌었다.
설동이 피로에 쌓인 몸을 들고 일어섰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 자고 있었다.
‘11시?’
휴대폰을 보니, 오전 11시를 막 넘은 시점이었다.
‘원래 이렇게 자지 않는데….’
설동은 휴일에도 8시가 좀 넘으면 일어나는 부지런한 타입이다.
하지만 어제의 그 사건이 있고난 후, 처음으로 늦잠을 잤다.
조심히 일어나서 거실로 향했다.
그가 죽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도끼도 현관문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있었다.
‘꿈은 아니네.’
꿈이었으면 좋겠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어젯밤 겪은 모든 게 현실.
설동은 화장실에 앉아 버릇대로 휴대폰을 꺼냈다.
인터넷으로 무언가 정보를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