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14
감염자들이 기묘한 소리를 내며 서성였다. 다행히 문은 열린 상태. 이들은 조심스레 접근했다.
‘ㄱ’자로 된 이 학교에서 별관의 뒤로 안정적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
안쪽에는 감염자가 없다고 이미 들었다. 허순자는 휴대폰 라이트로 안쪽을 비췄다.
“아?”
“어?”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선생 한 명과 5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나왔다.
피곤해 보이는 아이들을 보자, 허순자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탈출한다.”
5명의 인원이 아이 하나씩을 엎었다. 이제 조심히 나가기만 하면 된다.
두근. 두근.
설동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필준이 말한 리본을 단 아이가 이곳에는 없었다.
‘설마…….’
그는 바로 인솔 선생에게 물었다.
“다른 학생들은요?”
“저희 말고는…….”
말끝을 흐리는 선생의 말에 설동보다 허순자가 깊이 한숨을 쉬었다.
뒷문을 나와서 이제 돌아가면 된다. 아이들도 다행히 소리를 지르거나 그러지 않았으니까.
근데, 아까부터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그냥 감염자라고 생각해도 되지만 문제는 계속 따라오고 있다는 좀이다.
모든 감염자가 일관적이지는 않다.
기행을 하는 놈이 한두 마리는 있다.
설동이 고개를 돌리자, 남루한 작업복을 입은 감염자 하나가 자기들을 경보하듯이 따라오고 있었다.
“할머니.”
설동은 단 한 마디를 작게 내뱉었다. 앞장서던 허순자의 눈이 바로 그 추격하는 감염자를 보았다.
“큰 소리 내지 말고 그냥 가. 앞으로. 소리를 내면 안 돼.”
아직 감염자가 주위에 널렸다. 섣불리 대응하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다행히 모두 그걸 알기에 그냥 감염자가 걷는 것보다 조금 빨리 이동할 뿐이었다.
두근. 두근.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게 있었다. 자기들만 이동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무서워 뭔가 와요!”
바로 머리 위에 꼬맹이가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 소녀에게는 감염자가 다가온다는 사실 자체가 공포였던 거다.
목적이 없던 모든 감염자의 시선이 하나로 모였다.
“쉿.”
신설동은 다급히 소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뛰어!”
허순자의 말과 함께 이들은 단숨에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빨리 달리기로 제치는 수밖에 없었다.
“쿠아아악!”
설동은 자기 옆에 있던 좀비가 달려드는 걸 바로 피했다.
슈팅 게임을 하듯, 감염자들을 피해 이들은 미친 듯이 달아나고 있었다.
그나마 속도가 느린 감염자가 다수인 게 행운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뛰는 감염자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탕!
허순자의 리볼버가 발사되었고, 동시에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귀청이 멍멍해질 정도이니 어쩔 수가 없다.
이제 완전히 사이렌을 켜고 다니는 경찰차가 되었다.
뛰어서 5분. 걸어서 10분. 천천히 가서 30분의 거리는 그렇게 5분 만에 이들을 차량 근처로 유도했다.
“됐어! 이대로 가면 돼!”
이들이 하나둘 차량에 올라탈 때였다.
“키야아아!”
갑자기 목청 째지는 감염자의 소리가 들렸다. 신설동이 뒤를 돌아볼 때였다.
감염자들 사이에서 뛰는 감염자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걷는 감염자들 사이에서 튀듯이 뛰는 이 감염자가 군용 트럭 뒤 칸으로 달렸다.
“달려! 출발시켜요!”
“아악!”
하지만 이 뛰는 감염자는 단숨에 아이 하나를 덮쳤다.
뒤가 훤한 군용 트럭에서 아이가 굴러 떨어지고 차량이 움직였다.
“······.”
모두가 충격에 빠질 때였다. 설동이 뛰어내려 감염자를 다시 덮쳤다.
끼익!
차량이 멈췄다. 하지만 감염자들의 웨이브가 점점 주변을 덮으려 했다.
“할머님. A포인트에서 기다려요!”
설동은 이렇게 한마디를 하고 감염자와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김반은 그때 누구보다도 자세히 신설동을 보았다.
‘긁혔어. 감염자에게 긁혔어. 지금 감염자에게 넘어지면서 분명히 목을 긁혔어.’
김반은 자신의 눈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9. 무너지다
설동에게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한꺽정 일행을 만나기 전에 홀로 다닐 때의 기분.
하지만 그때보다 상황은 더 안 좋다.
“엄마…. 엄마….”
아이가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설동은 아이를 안아주었다. 감염자들은 몰려오고 있었다. 이제부터 그는 우는 아이를 안고 탈출해야 한다.
설동은 일단, 뛰었다. 어차피 주택 근처이고 아무데나 들어가면 된다.
더불어 그의 체질상 물려도 무시할 수 있다. 설동은 샷건을 꺼내들었다.
‘내 목적은 탈출이다. 모두 다 상대할 필요는 없어.’
설동은 다시 주변을 파악했다. 뛰는 감염자 서너 마리가 근처고, 아직 저 멀리에 걸어오고 있는 걷는 감염자들이 보인다.
‘무작정 도망치면 안 돼.’
상황을 판단하고 그것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설동은 지금이 우선 귀찮게 따라붙을 감염자를 처리한다고 했다.
“꼬마야. 귀 막아! 이제부터 따가울 테니까.”
하지만 아이는 울먹거리며 무슨 뜻인지 이해 못 한다.
설동은 아이의 두 손을 귀에 대주고 외쳤다.
“이 상태로 데리고 올 때까지 가만히 있어. 알았지?”
그리고 그는 달렸다. 이제 코앞까지 온 감염자. 그의 샷건이 제주도 이후 다시 총탄을 날렸다.
탕!
근거리에서의 파괴력에 감염자가 순식간에 뒤로 굴렀다.
다리와 팔에 이상이 생겼는지, 서지를 못한다.
설동은 다시 달려드는 감염자를 향해 연이어 샷건을 날렸다.
“쿠악!”
감염자 하나가 기어이 설동에게 덤벼들었지만, 그는 이미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탕!
달려오던 선발대가 쓰러지고, 설동은 다시 아이를 안고 뛰기 시작했다.
아이는 귀가 얼얼한지, 울음을 그쳤다.
“귀가 아파요….”
“괜찮아. 이제 안심이야.”
설동은 아이를 향해 환히 웃었다.
‘밤이니까 최소한 숨어서 시간을 보내야 해.’
일단 주의만 돌리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설동은 바로 근처 주택으로 향했다. 일부러 감염자가 보이는 집으로 말이다.
‘가둬놓은 게 아니라면 감염자가 있는 집은 문을 열어뒀지.’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아무 저항 없이 열리는 문.
아이를 뒤에 두고 설동은 단숨에 도끼를 들고 돌진했다.
두 마리의 감염자들이 덤벼들었다.
“기이….”
다치지 않으리라는 건, 사치였다. 어서 조용해져야 한다. 설동이 다가오는 감염자를 도끼로 찍는 순간, 다른 감염자가 그의 팔을 물었다.
일반적이라면 감염자의 목적이 성취되어야 하지만 설동은 예외였다.
“고맙다. 오래간만에 물렸다.”
단숨에 감염자의 머리통이 쪼개지고, 설동은 아이를 바로 데리고 들어왔다.
아이는 감염자를 보고 굳었지만, 설동이 강제로 안아서 방으로 들어가게 했다.
“여기서 일단 쉬고 있어.”
설동은 다급히 문을 닫고, 창문을 닫았다. 감염자들의 맹렬한 소리가 바깥에서 들리고 있었다.
‘일단 사체를 치우고.’
혼자 있으면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이 없지만, 지금은 아이가 있다.
아이가 충격을 받으면 자신도 위험해지므로 안정이 필수였다.
‘몇 시간이라도 좋아. 조용해질 때 나선다.’
그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아이 달래는 건, 자신 없는데.’
설동은 그러면서 무릎을 꿇고 아이랑 눈을 맞췄다.
“좋아. 꼬마…. 아니, 이름이 뭐지?”
“해, 해원이요.”
훌쩍거리는 아이에게 설동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해원아. 걱정하지 마. 이 형은 베테랑이거든. 이런 거 경험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되거든. 잠깐, 쉬고 있자.”
“정말요?”
해원의 호기심 어린 초롱초롱한 눈. 설동은 인자하게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야. 이 형만 믿어라.”
그리고 설동은 부엌으로 움직였다. 그는 냉장고를 열어 불빛으로 그 안의 음식들을 보았다.
‘이럴 때, 따뜻한 음식이라도 먹여야지.’
3월의 밤은 아직도 춥다. 설동은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고 조금 더 뒤져 과자를 가지고 왔다.
‘배고파…….’
신체가 재생되면 그는 필연적으로 식욕이 증가한다. 아이에게 과자와 뜨거운 물을 주고 그 역시, 열심히 과자를 입안에 욱여넣었다.
그렇게 한 시간. 아이는 졸린 지,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움직여야 했다. 근처에 우글거리는 감염자들을 생각하면, 동이 트면 더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설동은 커튼을 걷고 어둠 속에서 소리를 내는 수십 마리의 감염자를 보았다.
‘이럴 때, 애들이 다 있었다면….’
설동은 속에서 오만가지 감정이 생겨나고 있었다.
한꺽정, 윤주현, 빈성우. 이 세 사람만 곁에 있었어도 이런 위기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없다.
“…….”
설동은 울적해지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은 탈출해야 한다.
일단, 벽을 넘어서 감염자를 피해야 했다.
‘꺽정이라면 벽을 타고 손쉽게 우리를 인도하겠지.’
설동은 머릿속으로 탈출 시나리오를 생각했다.
그는 아이를 업고 살며시 문을 열었다. 길거리를 피해 벽 안쪽에서 그는 감염자를 최대한 피했다.
그리고 힘들게 벽을 타고 올라갔다.
시야를 확인했다.
벽 근처에 두세 마리가 보였다.
‘주현이가 있었으면, 이 세 마리를 처리하고 몰래 갈 수 있었는데.’
그는 아이의 손을 잡아 벽 위로 끌어올렸다. 감염자 하나가 서서히 다가온다.
‘성우라면 이럴 때, 바로 날 도와주고 감염자를 처리했겠지.’
고난이었다. 그동안 그 3명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새삼 느껴질 정도였다. 혼자서 다 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설동은 감염자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역시나 대형 마트에서처럼 뛰어내려 머리를 요격했다.
감염자가 쓰러지고 그가 내려왔다.
“기….”
주변 감염자들이 달려든다.
“후우.”
의지할 수 없는 친구들은 이제 없다. 설동은 홀로 감염자랑 싸웠다.
설동은 역시나 도끼를 단숨에 휘둘러 먼저 달려드는 감염자를 처리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도 쓰러트린 다음 아이를 등에 업었다.
‘작전구역 A까지 멀군.’
설동은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탈출기다.
설동은 아이와 함께 골목 사이사이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화살로 원거리 요격이 불가능하니, 강제로 접근해야 한다.
아이를 대동하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하기에 설동은 오고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 작업이 홀로 다니기에 너무나 버거웠다. 설동은 사태 이후, 처음으로 버거운 진땀을 흘릴 정도였다.
‘하지만 가야 해.’
자신은 약속했고, 목표까지 가야 한다.
‘이거 하나 못하면 서울까지는 어떻게 간다고?’
자기에게는 고생길만 남은 서울행이 예정되어 있다.
설동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작전구역 A로 골목을 통해 다니는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