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16
바로, 계엄령 당시, 사고로 인해 능력을 알게 된 군 간부가 장교 회의에서 처형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그 특이한 능력을 좋게 생각한 그가 적극적으로 장군에게 푸쉬해서 구제에 나선 거였다.
장군이 명령하니, 다른 이들도 별수가 없었다.
[폭탄에 당해도, 감염자에 물려도 멀쩡하다면 그를 이용해서 감염을 막을 백신을 만들 수 있지 않나?]장군의 말 한마디도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 죽이기보다 활용한다.
군 관계자들로서도 누군가에게 밀려서 하는 꺼림칙한 처형보다 이쪽을 바로 지지했다.
그 결과 얼마 안 있어 설동이 이송된다는 결론으로 도출된 것이다.
하지만 김반을 비롯한 이들에게는 당연히 안 될 처사였다.
설동은 병균이고, 무서운 감염자다.
괴물을 살린다? 서울이 함락될 수도 있었다. 김반은 잔뜩 흥분했다.
“여러분! 이게 말이나 됩니까? 우리의 터전이 지금······!”
흥분하던, 김반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두근.
이상할 정도로 감정이 고양되었다.
그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김반은 그리고 사람들 몰래 작은 기침을 했다.
콜록.
‘이게……. 이게 다 신설동 때문이야. 병균을 옮긴 거야.’
더 참기 힘들었다. 김반은 흥분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이게 감금됐다는 거네.”
신설동은 양팔이 묶인 구속복을 입고 있었다. 그가 딱히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굉장히 비참한 처사였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런 적의는 여러 번 느꼈었다.
‘그래도 쉽게 날 믿어준 꺽정이네가 대단한 거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아니었다. 그의 특이체질은 대부분 사람이 괴물로 취급한다. 그래서 어지간해서 능력을 남에게 보이기 꺼렸던 것.
아무튼, 격리센터는 우주복을 입고 다니는 이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다.
“캬아……. 구아아아!”
옆방에서는 감염자의 소리가 들렸다.
‘어제까지는 사람이었는데.’
하루도 안 돼서 감염자가 된다. 바이러스에 걸린 상태에서 감염자로 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건 알고 있다.
심지어 기침도 하지 않았는데 끌려와서 감염자가 된 예도 있다.
‘진짜 개 같은 바이러스야. 만든 새끼는 잘살고 있으려나.’
고시원도 이거보다 크다. 그야말로 갑갑한 공간 속에서 신설동은 이틀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계가 있다는 점이다.
벽 위로 시계가 시간을 표시해주고 있었다.
[A.M 1시]‘온종일 누워 있어서인가. 잠이 안 오네.’
이 상태로는 앉아있는 것도 힘들다. 설동은 어서 빨리 풀어지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우아아아!”
갑자기 바깥에서 비명이 들렸다.
설동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는 순간, 총성이 울렸다.
“비켜! 시발! 비키라고!”
“뭐, 뭐 하는 겁니까!”
“안 비켜? 나 무시하지? 나 무시해? 무시……. 으아아악!”
탕! 총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아수라장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동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예측할 수 없기에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어디 있어? 그 괴물?”
“신설동 찾아라! 신설동!”
그리고 그 목적이 명확히 들렸다. 지금 일종의 소요가 일어난 거다.
‘아니, 근데 난 격리돼있는데 죽이러 왔다고?’
설동의 머리가 냉철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근데 지키던 자들을 습격한다?
“감염자.”
그의 입에서 정답이 나왔다. 감정적으로 맛이 간 이들이 하나둘 생긴 거다.
“잠시 만요! 접근하면 쏩니다!”
“쏴 봐! 민간인을 쏠 거야? 개새야? 쏴 보라고?”
바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방어 군의 소리가 들렸다.
“돌아! 우회에서 찾아!”
곧,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격리구역을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결국, 그들의 발걸음은 기어이 설동을 찾아내었다.
“여기도 확인해볼까? 어? 신설동의 이름이야!”
“이새끼야!”
두 사람 정도가 그의 격리구역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
신설동은 조심히 문 쪽만 쳐다보았다.
쿵! 쾅!
거칠게 문이 흔들렸다.
신설동 역시 긴장하면서, 들어올 자들을 지켜보았다.
이 문은 패스워드를 알아야 한다. 함부로 열지는 못할 거다.
철컥.
하지만 신설동의 바람과 달리, 허무할 정도로 쉽게 열렸다.
이를 악문 설동이 대항하고자 하는 눈길을 불태울 때였다.
갑자기 웬 사람 하나가 안쪽으로 내팽개쳐졌다.
그 뒤로 도끼를 든 초췌한 남자가 등장했다. 설동은 그 순간,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한꺽정!”
그렇다. 모든 걸 포기했던 한꺽정이 나타난 거다. 그는 재빨리 도끼로 구속복을 끊어버렸다.
“비밀번호는 어떻게 안 거야?”
“허순자 할머니가 알려줬어. 몰래 탈출시키라고. 그런데 이렇게 습격할 줄은 몰랐네.”
“··할머니가?”
인자한 노인의 얼굴이 떠오르자, 절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김반이 기다리고 있었다.
“콜록. 개새끼야!”
이미 악귀처럼 붉게 물든 얼굴은 덜덜 떨고 있었다.
거기에 10여 명이 있었다. 다들 기침을 하고 있었다.
미쳤다고 저기에 가줄 이유는 없다.
한꺽정은 뒤를 돌았다. 복도에 있는 큰 창문. 한꺽정이 열어버렸다.
“뛰자.”
“물론.”
두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내렸다. 2층에서 떨어진 두 사람은 구르다가 간신히 일으켰다.
“윽, 오랜만이어서 진짜 아프네.”
한꺽정은 오래간만에 호탕하게 웃었다.
“후우. 나 없는 사이에 완전 개판이 됐더구만?”
설동은 자신들이 타고 온 차량이 주차장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가자!”
“시이이이서어어얼도오오옹!”
그렇게 뛰려는데, 2층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김반.
이 분노의 화신은 한쪽 팔이 꺾인 채로 설동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왔다.
“너 때문이야. 내가……. 콜록! 콜록! 걸린 게! 아니……. 나, 걸린 거야? 지금……. 나?”
“한꺽정. 먼저 주차장에 가라. 저 새끼는 내가 무조건 처리한다.”
신설동은 원흉인 김반을 향해 달려들었다. 흥분한 김반은 곧, 감염자로 변했다.
“기에에에! 키아아악!”
설동을 형해 김반이 다가온다. 그리고 설동은 준비했던 하이 킥을 단숨에 머리통에 맞췄다.
“이걸로 몇 번째야? 진짜, 단골 고객이네.”
이제 그동안의 원한을 담아 설동은 쓰러진 그를 향해 단숨에 주먹을 날렸다.
“죽어! 개자식아!”
“캬아아악!”
김반이 설동의 팔을 물고, 할퀴었다. 하지만 설동은 그대로 팔꿈치로 미친 듯이 김반을 찍어버렸다.
피가 튀기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설동은 멈추지 않았다. 김반이 움직이지 않게 된 건, 그로부터 10분.
설동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주차장에서 설동의 봉고가 굉음을 내며 뛰어나왔다.
“운전석으로 가!”
한꺽정은 운전석에서 내렸다. 굳이 왜 내리는지, 설동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튼, 급했기에 설동은 운전석에 탔다.
“꺽정이, 너도 빨리 타.”
“가!”
한꺽정은 설동이 들고 다니는 도끼를 차 안에 던졌다.
‘왜?’
설동은 그가 던진 도끼에 살점과 피가 묻은 걸 발견했다.
한꺽정의 팔 부분에 피가 진하게 있었다.
“꺽정아…….”
“너무 오랜만이어서 녹슬었네. 주차장에도 몇 놈 있더라. 설동아. 너만이라도 살아라. 그리고 난 감염자가 되기 싫어. 알지?”
“이 새끼야!”
설동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슬픔, 그리고 분노가 가득했다. 왜 한꺽정이 이렇게 죽어야 하는가.
“하아……. 하아…….”
감염자를 죽일 때도 떨리지 않던 손이 떨렸다. 설동은 도끼를 들었다.
“빨리……. 빨리……. 나 감염자가……. 너, 지금 내 말 무시해? 열 받게 하잖아! 크아아악!”
격앙된 한꺽정의 얼굴에 설동은 더 지체할 수 없었다.
“아아악! 죽여 버릴······!”
파악!
덤벼들던, 한꺽정의 머리에 도끼가 정통으로 박혔다.
그리고 한 번 더. 확실하게 한꺽정을 보내준 설동이었다.
“시발. 시발.”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울 수 없었다.
“감염자들이 풀려났어!”
“살려줘요! 살려……. 아악!”
이미 이곳은 아비규환이었다. 설동은 봉고차를 몰고 이 현장을 탈출했다.
10. 절망적인 상황
서울과 경기도는 대통령이 있고 수도인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저항이 거셌다.
수많은 피난민 센터가 이를 방증하고 곳곳에서 군사작전도 계속되고 있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만큼, 다른 지역은 절망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서울을 향해 움직인다.
“저기가?”
경상도 사투리의 한 무리가 엽총을 등에 멨다.
그들은 서울 근교에 있는 산을 넘고 있었다. 얼굴은 며칠 동안 씻지 못했는지, 땟국이 가득했다.
“맞다. 저기다. 인자 서울에 다 왔다.”
뒤에서 엽총으로 경계하고 있는 이가 다가왔다.
이들은 경상도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자들이었다.
이미 이들의 고향은 무너진 지 오래였다. 군부대는 도주하고, 사람들은 약탈과 함께 사라졌다.
마지막 희망이 서울이다.
이제 산 하나만 넘어가면 서울이다.
“내 말 했지 않나. 도로에 그 아들이 가득하다고. 요새 말로 좀비라카던데.”
이들은 서울로 오는 도로 상태를 정말 완벽히 보았다. 차량과 감염자들이 가득한 그곳을 말이다.
차라리 산이 감염자들에게 덜 위험한 수준이었다.
가슴 속에 안심이 가득했다.
[현재 47개국에서 사실상 망명 발생.] [핵 사용에 관하여 미국 정부는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감염자로 변하기 전 격앙된 감정을 컨트롤 하는 게 급선무라고 독일 연구진의 발표가 잇따라…….]휴대폰의 소식도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하루에 10건 이상 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서울로 가서 군대에 몸을 의탁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쉿!”
바로 그때, 앞서가던 이가 모두에게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뭔가가 있다.
바스락. 바스락.
고요해진 곳에서 작은 소리는 천둥과도 같다. 엽총을 든 이들이 일제히 소리가 난 쪽으로 총구를 향했다.
일반 동식물일까? 아니다. 소리가 점점 곰처럼 육중하게 들리고 있었다.
“셋 하면 쏘는 기다.”
40대 남성이 젊은이들 앞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커지고, 곰. 아니 그 이상의 존재가 나무 사이로 형체를 드러냈다.
“어?”
“워…….”
그리고 엽총들은 일제히 위치를 위로 올렸다. 일반 감염자와 비교를 달리하는 괴물이 서 있었다.
“뭐……. 뭐꼬? 저게 좀비가?”
“크다.”
단순하게 감염자 하나가 나타났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40대는 마음을 굳게 먹고 바로 총을 발사했다.
엽총의 탄환이 여기저기 박혔다.
“쿠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