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17
피부에 박히는 탄환, 하지만 이 거대 좀비는 포효를 내지르며 돌진하는 게 아닌가.
아무리 엽총이 일반 소총에 비해서 약하다고 해도 저렇게 멀쩡할까?
쿵!
곧이어 거대 좀비가 움직였다. 아니, 뛰었다.
거대 좀비.
이 서울로 가려는 무리는 기겁하고 엽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여러 발의 총성이 산을 울렸다. 하지만 총성은 곧 멈췄고, 사람들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모두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은 이길 수 있습니다. 지금 모든 국민이 힘을 모을 때입니다! 지금 정부는 대책 마련과 주변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대통령의 연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설동은 허무하게 뜨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동료의 연이은 죽음과 피난민 센터의 붕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후우…….”
급한 대로 탈출했지만 식량은 이미 수거해가서 없고, 손도끼와 차량하나뿐.
연료도 며칠밖에 버티지 못한다.
‘서울로 가야 해.’
목적은 확실하다. 하지만 가는데 장애물이 많다.
당장 도로는 차량으로 막혀 있는 곳이 다수였다.
즉, 설동은 걸어가든가 아니면 여기서 다른 생존자 무리에 합류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존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산에서 음식을 구하기도 어려울 거 같고.’
아마 특전사 프로그램 중 하나가 있을 거다. 산속에 버려두고 3박 4일을 버티게 하는 것.
식용식물 구분, 짐승 해체법 등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근데 설동은 그런 지식이 없었다.
특전사도 아닌데다가 배워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배고파…….”
허기가 진다.
설동의 특이체질은 무한동력이 아니다. 일단, 먹어야 한다.
손도끼로 사냥을 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요즘 산에 동식물을 찾기는 극히 힘들다.
불을 피울 도구도 없다. 설동은 고개를 들었다.
“저기가 노다지인데. 힘들겠지?”
차량이 바글바글한 도로를 보았다. 대부분 멈춰 있고, 감염자들이 가득했다.
‘저기로 갔다간 뒤지겠지.’
하지만 차량이 있다는 건, 식량도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다.
그림의 떡. 지금 이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설동은 도로 옆에 있는 산으로 직행했다.
고사리, 나물 등 그나마 눈으로 구분이 쉬운 것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깨달아야 했다. 평소 눈으로 보는 것들을 직접 찾으려고 하면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
“그냥 풀 쪼가리인가?”
설동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고사리나 나물 같은 걸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가 산 중턱까지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아니, 발견 못 했다.
존재는 하는데, 제대로 찾지를 못한 거다.
‘미치겠네.’
설동의 배에 아귀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하루가 지났다. 근데, 배는 왜 이리 고픈 걸까.
결국, 그날 설동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힘들게 눈을 뜬 설동이 일어섰다.
몸이 무겁다. 신설동은 지금 누가 납으로 된 쇠사슬을 동여맨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혼자네.”
항상 같이 있던, 동료들은 이제 없다. 그래서 였을까?
걷는 것도 힘겹다. 거기다가 식수의 부족이 컸다. 사람은 물 없이 3일을 버티지 못한다.
‘최악이군. 버텨야 하는데.’
하지만 이 주변에 식수를 구할 강은 한참 멀리 있다. 거기다가 감염자가 어디서 암약하는지 몰랐다.
설동은 광기가 서린 눈으로 감염자들이 가득한 도로를 보았다.
이판사판이었다. 배고프고 물이 고픈 그였다.
그쪽으로 몸이 이동했다.
차량으로 밀어버린다.
무모하기까지 한 감정이 그를 지배했다. 차량에 올라타려고 할 때였다.
“이봐요! 뭐하시는 분이죠?”
차에 시동을 걸 때였다.
4명의 남녀가 산 쪽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늙은 중년 남녀와 젊은 남녀.
구성만 보면 딱 가족에 가까웠다. 설동은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물도 없고 식량도 없고 뒤지러 갑니다.”
당연히 홧김에 내뱉은 말이다.
굶주림과 짜증으로 신경질적인 그를 보며 이 가족은 환하게 웃었다.
“좀비한테요? 우리에게 물과 식량이 있습니다. 어차피 죽을 거면 배불리 먹어야죠.”
“······네?”
설동은 멍하니 있었다. 굶주림에 지친 뇌가 활기를 되찾았다.
설동이 이들에게 한걸음에 달려갔다. 이런 세상에서 아무 조건 없는 호의는 드물다.
의심하려 해도 배고픈 게 너무나도 앞섰다.
정말로 그들을 따라가자, 캠핑한 듯 텐트와 여러 식량들이 보였다.
“자, 어서 드시죠.”
중년 부부가 따뜻하게 손을 내밀었다.
라면과 밥.
설동은 이틀 동안의 굶주림을 이들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진짜 맛있네.’
간단하지만 지금 설동에는 천국의 음식, 5성 레스토랑 정식보다 더한 음식이었다.
거기에 김치까지.
나트륨 범벅이지만 굶주렸는데, 지금 그딴 게 중요한가? 중요한 건 허기를 해소하는 거다!
밥을 한 사발 말아먹은 설동은 온몸에 체증이 내려간 기분이었다.
그리고 문득 이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했다.
텐트와 취사도구를 보면, 여기서 며칠 동안 살았던 게 분명했다.
산속에 텐트를 친다?
‘생존주의자인가?’
그런 사람들이 간혹 있기는 했다. 설동은 밥도 얻어먹고 편한 마음에 물어보았다.
“여기에서 사신 거예요?”
“당분간이요. 곧 떠날 예정이거든요.”
자신을 정오성이라고 밝힌 남자는 인자한 얼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설동은 너무 자세히 묻는 건, 실례라고 생각하고 그 이상 묻지 않았다.
남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려면 자기 이야기를 먼저 꺼내 드는 게 낫다.
“전, 인천 피난민 센터에 있다가 탈출했어요. 무너졌거든요. 감염자로 변하는 사람들 때문에요.”
16세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한마디 툭 던졌다.
“어차피 세상은 끝이에요. 미국도 자기 나라에 핵폭탄 쏴대고 난리 났어요.”
얼굴에 음울함이 가득하다. 소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
“아저씨도 어차피 죽을 거라면서요? 솔직히 우리 식량도 이제 없어요. 그런데 죽기 전에 먹기 좋게 가야 하지 않겠어요? 고마워하세요.”
“그래, 고맙다.”
설동은 신경질적인 소녀를 보고 웃었다. 전오성은 바로 딸아이에게 가라고 손짓했다.
“그렇게 나쁘게 굴 거 없잖아. 어찌 보면 동지인데. 좀비에게 물어 뜯겨 죽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 안 그렇소?”
“그렇죠.”
하지만 설동은 목적이 있었다.
서울 피난민 센터에 있는 유상인과 부모를 떠올렸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남자아이가 나타났다.
“서울도 끝이에요. 군대는 도망가고 감염자 때문에 곧 무너져요.”
“성찬아! 자꾸 그러지 마. 조용! 식사하시는데 자꾸 그러지 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오성이 아들에게 호통 쳤다. 설동은 그러면서 부러웠다.
부모와 자식. 저렇게 만나서 대화하는 게 부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살아야 한다.
아무튼, 설동은 남이 준 호의는 잊지 않는다.
전오성은 검은색 차량에 올라타며 말했다.
“전, 한 바퀴 둘러볼 건데.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할 거죠?”
“도와줬으니 저도 도와드려야죠. 필요한 게 있나요?”
“글쎄요? 괜찮아요. 그냥 동지 하나 만난 셈이니까요.”
설동은 저 호쾌한 남자의 모습에 감동을 했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니 이기적인 인간들은 모두 다 과장된 것처럼 말이다.
저 남자는 호인이었다. 아무런 연식도 없는 자신에게 음식을 주었다.
자기네 식량도 별로 없는데 말이다.
‘받은 건, 갚아야지.’
든든해지자, 머릿속에 활기가 가득했다. 설동이 양아치도 아니고 도와준 자에 대한 보답은 잊지 않는다.
‘식량을 구해 와야겠어.’
굶주림이 해결되자, 머릿속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기의 차를 타고 아까 감염자들이 가득한 곳으로 향했다.
당연하지만, 감염자들이 곳곳에서 움찔거리고 있었다.
굶주렸을 때는 조급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래, 내가 인천에서 식량을 구하러 다닐 때 감염자들을 유도했잖아?’
아수라장을 뚫고 살아온 경험은 귀성길 차량처럼 꽉 막힌 이 난관을 해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차량으로 뚫고 갈 생각만 아니라면 반대로 유도할 공간은 많았다.
설동은 일부러 경적을 울렸다.
“키야.”
“구아아악!”
감염자들이 하나둘씩 설동을 쫓아오기 시작했다. 곧, 대부분 감염자가 설동을 따라 움직였다.
설동은 일부러 천천히 차량을 뒤로 뺐다. 그렇게 감염자들의 행진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자! 오란 말이다! 이쪽으로 와!”
천천히 감염자들이 놓치지 않을 만큼, 서행하며 뒤로 무작정 이동했다.
뒤로 가기에 눈앞에서 감염자들의 추악한 몰골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때는 걷는 게 대다수였는데, 이제는 뛰네.”
흉측한 외모와는 달리, 지치지도 않는 강철 체력에 물리면 끝인 전염력을 지닌 자들.
설동은 그러다가 전력으로 뛰는 감염자들을 보았다.
뛰는 감염자가 하나둘 다른 감염자를 제치며 달려왔다.
‘저것들은 성가신데. 한두 마리는 미리 처리하는 게 나을지도.’
그는 단숨에 차량을 뒤로 후진 시켜 달려오는 이들과 정면으로 충돌시켰다.
아무리 봉고가 작아도 사람 하나는 가볍게 날린다.
감염자가 날아가고 설동에게 짓밟혔다.
그야말로 거지꼴인 감염자의 옷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뛰는 놈들 중에 유달리 옷이 헤진 것들이 많네.’
설동은 거기서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더 헤지고 더 남루한 옷을 입은 자들이 빠르다는 걸 말이다.
‘더 오래된 감염자가 빨라지는 건가?’
감염자가 된 기간이 늘어날수록 빨라진다? 하지만 여기에 모순이 있었다.
그가 겪은 피난민센터에서 바로 변한 자들이 빨리 달리는 걸 말이다.
‘그러면 단순하게 오래 가서 그런 게 아니라면? 바이러스가 더 강해졌다면?’
설동은 여기서 한 가지 경악스러운 사실을 떠올렸다.
‘만약 감염자들이 아직 완전히 감염자의 힘을 쓰는 게 아니라면? 바이러스가 점점 강해지거나 변종으로 발전한다면?’
근거 없는 추측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
설동은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씨름하듯 끌고 왔기에 이제 다시 돌아가야 할 때였다.
설동은 바로 액셀을 밟았다.
“여기서 잘살아 봐!”
설동은 그렇게 비웃으며 달려드는 감염자 하나를 그대로 치어버리고 진격했다.
차량으로 30분. 도보로는 수 시간이 걸린다.
설동이 이제 몇 마리밖에 없는 차량의 무덤에 도착했다.
“구아아악!”
달려드는 감염자 한 마리에 도끼를 선물해준 그는 이제 차량을 뒤지기 시작했다.
피난민 행렬답게 짐이 많았다. 컵라면 박스, 통조림 박스, 다 썩은 도시락까지.
설동은 대충 필요한 것만 차량에 실기 시작했다.
‘이제 이걸 나눠야겠어.’
호의는 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