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18
봉고에 가득 짐을 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수의 비중을 높였다.
물 없는 갈증으로 미칠 뻔한 걸 생각하면 당연한 처사였다.
이제 그는 다시 차를 몰고, 호의적인 가족이 있는 텐트로 이동했다.
마침 텐트도 식사 중이었다.
“어? 케이크이네요. 생일인가요?”
설동이 다가가지만, 가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깼나?’
설동은 다급히 자기가 얻은 전리품을 들고 왔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얻어먹으러 온 게 아닙니다. 은혜를 갚으러 온 거니까요.”
설동은 바로 라면 박스와 식수 등을 이들에게 선물해주었다.
소녀가 반응했다.
“이게 뭐죠?”
“저쪽 도로에 차량을 털었어요. 사실, 엄청 많은데 반도 안 가지고 온 거에요. 이 봉고가 좀 작잖아요.”
설동은 쾌활하게 웃었다. 식량이 순식간에 확보되자 자식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하지만 전오성은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대가를 바란 게 아닙니다. 가지고 가세요.”
“하지만 식량이 없다고…….”
“많아요. 저 아이가 비관적으로 말해서 그래요.”
전오성은 황급히 설동을 밀어내었다.
그 호인 같던 사람이 시니컬하게 변했다. 대체 왜일까?
설동은 강제로 밀려나면서 결국, 근처에서 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휴대용 버너와 물까지 있으니 그의 저녁은 수월했다.
‘라면은 역시 식수가 너무 많이 들어. 진짜, 생라면으로 먹을까?’
밤이 깊어졌다. 이제 다시 살아갈 동력을 얻은 그는 서울로 갈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설동은 조명하나 없는 칠흑 속에서 눈을 감았다. 차를 벗 삼아 자려는 찰나였다.
“꺄아아악! 사, 살려줘!”
갑자기 일가족 쪽에서 비명이 들리는 게 아닌가.
설동은 부리나케 달려갔다.
‘감염자인가?’
불길한 바람이 그의 뺨을 훑었다.
텐트에 도착하자, 한 텐트가 거칠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뭐야!”
설동은 감염자라고 생각하고 손도끼를 들고 돌진했다.
텐트를 거칠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신설동은 모든 걸 멈추고 경악했다.
눈앞에서 전오성의 등이 보였다.
그 안으로 목이 졸린 채 축 늘어진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바닥에는 죽은 듯이 늘어져 있는 소년도 보였다.
“이……. 이봐요?”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 감염자랑 최전선에서 싸운 설동조차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
전오성은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너 때문이야. 개자식아.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줬어······. 원래 오늘 다 같이 죽기로 했는데……. 식량을 가져와? 간신히 설득했단 말이다!”
“자살……. 왜 자살을!”
“이 좆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 건데! 이 시발놈아!”
전오성이 달려들었다. 설동은 바로 피하고 전오성은 땅바닥에 처박혔다.
“후욱. 후욱. 이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 자식들이 치욕을 당하기 싫어. 그거 알아? 우리는 서울에서 도망쳐 왔어. 거기도 끝이야. 생존자 무리 중에는 포악하게 여자를 요구하고 노예를 부리는 곳도 있더라? 근데 우리는 그러기 싫어. 근데 군대도 아니고 지킬 무기도 없어. 고통 받으며 살고 싶어? 그래서 죽으려 했던 거다!”
설동은 이들에게 자신이 한 말을 떠올렸다.
[물도 없고 식량도 없고 뒤지러 갑니다.]이들은 자신이 홧김에 내뱉은 말을 같은 자살 동조자로 오해한 거다.
“그래도 죽인다니…….”
“뭘 안다고 떠들어! 살고 싶어. 하지만 이 지옥 속에서 살 수 있을 거 같아? 고통뿐이야. 난 편해지는 길을 택한 거야. 근데……. 너 때문에 자식들이 희망을 품었어! 내 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어.”
울부짖듯이 전오성이 달려들었다.
식량이 부족해도 자신에게 기꺼이 나누어준 이유. 호인처럼 보인 태도.
모두가 죽기 전이기에 가능한 태도였다.
신설동은 씁쓸했다.
그리고 전오성의 입가에서 기침이 나왔다.
“콜록. 콜록. 나……. 좀비……. 너 때문에……. 내 자식들이! 아아아악!”
너무나도 격앙된 행동 때문이었을까? 유달리 좀비로 변하는 게 빨랐다.
“너……. 죽……. 구……. 구아아악! 사람…….”
아직까지 사람의 의식이 남아 있었다. 설동은 도끼로 그의 머리를 노렸다.
콰직!
핏줄기가 튀고 전오성은 쓰러졌다.
이제 고요한 텐트. 가족 중 살아남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 이런 세상이 돼가는 구나.”
설동은 허무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아직 몰랐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총격이 연이어 울리고, 곧 야수의 포효가 이곳을 울렸다.
어스름한 밤. 신설동은 난데없는 산행을 하고 있었다.
“후욱. 후욱. 제길!”
사실, 설동이 지금 쫓기는 데는 별 이유가 없었다.
감염자가 사람을 쫓는 게 그리 특이한 가. 그냥 본능이었다.
포식자가 사냥감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단지, 그 대상이 상상 초월이었을 뿐이다.
“허억. 시발, 저 미친놈은 뭔데?”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소리. 멈추기에는 뒤쪽에서 들리는 곰 같은 발소리가 그를 자극했다.
산기슭을 헤치고 도로로 내려가는 설동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식량을 바리바리 실은 차? 이미 부서졌다.
차를 부술 감염자가 존재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그의 착각이 부른 대참사였다.
“쿠아아아!”
그것은 순식간이었다.
어두운 풀숲을 헤치고 등장한 이 거대 좀비에게 설동은 본능적인 위협을 느꼈다.
2m 20짜리 좀비.
설동의 머릿속에서 예전에 본 인터넷 댓글이 기억났다.
물론, 신경 쓸게 아닌 헛소리라 생각했다.
근데 지금 나타났다.
사실, 설동은 총격 소리를 듣고 움직였을 때 이미 사태는 끝났었다.
도망치는 여성의 몸이 말 그대로 오체분시 되었다.
[왜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이게 바로 여성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리고 이 거대 좀비는 설동을 노려보았다.
사자가 눈앞에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특이체질의 설동이라도 당황했다. 손도끼고 뭐고 저 거대 좀비의 앞에서 도망치는 걸 택했다.
거대 좀비가 달린다.
설동이 뛰었다.
당연히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 거대 좀비가 그대로 떠나려는 차에 몸통박치기를 하며 차가 엎어지고 말았다.
차 문짝을 부수는 감염자를 보았는가. 다수의 감염자가 그러면 이해라도 하지, 거대 좀비는 덩치에 걸맞은 무식한 힘으로 문짝을 우그러트리더니 기어이 옆으로 벌렸다.
‘무식한 놈.’
다마스가 아무리 작은 봉고라지만, 저건 상식 외였다. 사람을 오체분시 시키는 게 당연할 정도였다.
설동은 그대로 박스 하나를 던지고 탈출했다.
하지만 이 거대 좀비도 그대로 설동을 쫓아 추격했다.
좀비의 체력은 신기할 정도로 질겼다. 기어이 잡혔다.
“끄아아악!”
곰과도 같다. 이 감염자 그대로 바닥에 설동을 내팽개치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설동의 물어뜯은 다음 설동의 허리를 그대로 90도로 구부려 버렸다.
격통. 설동은 버티다가 그만 정신을 잃었다. 설동의 살점을 입에 물고 이 거대 좀비는 그렇게 떠났다.
“서울로 가는 수밖에 없겠지.”
허순자는 기관단총‘VECTOR’를 어깨에 기댄 체로 뒤쪽의 인원에게 말했다.
박준길, 이필준, 신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뒤에는 20명 정도 되는 생존자들이 있었다.
김반의 폭주로 A구역 마저 무너진 뒤로 이들은 돌고 돌아 서울로 가고 있었다.
“식량은?”
“해봤자, 오늘 안에 떨어져요.”
박준길이 쩔뚝거렸다. 총상의 여파로 인해 이 만능 요원은 목발에 의지했다.
봉고, 밴 등 10대 이상의 차량이 산 아래에 주차되어 있었다.
이들도 도로로 가려다가 차량으로 막힌 도로를 보고 포기한 거였다.
거기다가 감염자들이 우글거린다.
이들의 무장도 빈약하다.
이필준은 덜덜 떨었다.
“아니, 군대가 우리한테 총질을 할 줄 이야. 미쳤어요.”
허순자는 한숨을 쉬었다.
“당연하지. 감염자랑 뒤섞였으니까 그놈들도 정신을 못 차린 거지. 휴대폰 누구 가지고 있는 사람 있나?”
무전기로 신호를 보냈지만, 응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군대의 지원을 받기 힘들구만? 즉, 우리는 훤히 감염자들이 우글거리는 도로 말고 산으로 돌아가는 게 정답이라는 거지.”
“제기랄. 이게 뭐야. 대체 왜 피난민센터가…….”
이필준은 달달 떨었다. 위태하던 피난민 센터가 한 번에 무너지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일어났다.
거기에 설동이 연루되어 있다.
이들은 이제 하루면 사라질 식량과 함께 급한 대로 가지고 온 군용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는 일단 이곳에 묵지.”
아직 해가 창천에 떠 있었다.
사람들이 의문을 표했지만, 허순자는 노련했다.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는 지형을 살폈다.
“사람들의 발길이 건너편에서 왔군. 신발 자국들이 여러 개 보여. 보폭을 보니 뛰었어. 뭣 때문에 산에서 굳이 뛸까? 그리고 일정하지 않고 엉망으로 걸어대는 발자국들도 보여. 근데, 뛰는 보폭에 비해 폭은 좁아. 아무래도 감염자겠어. 정찰이 필요해.”
“아…….”
사람들은 허순자의 침착함과 노련함에 감탄했다. 최근에 찍힌 발자국으로 상황을 대강 유추한 거다.
괜히 더 갈 수 있는데 정찰을 하려는 게 아니다.
박준길이 쩔뚝거리며 다가왔다.
“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멀쩡했으면…….”
“어쩌겠누. 푹 쉬어서 하루빨리 낫는 게 도움이 되는 겨. 그냥 들어가 있어.”
허순자는 기관단총 하나 들고, 천천히 수풀을 헤쳤다.
시야를 방해하자, 정글 도를 꺼내든 허순자는 지나가기 쉽게 나뭇가지들을 잘랐다.
날씨가 춥다. 땔감으로라도 쓸 나무도 구해야 한다.
이런 잔 나뭇가지는 그냥 불쏘시개 급도 안 된다.
그녀는 살금살금 주변을 헤치고 다녔다.
살아야한다. 손주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포기할 줄 알았다.
‘기다려라. 이 할미는 살아서 돌아갈 테니!’
군대가 있으면 거기로 가지만, 연락이 안 되니 일단은 서울까지 가야 한다.
그녀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사방을 훑을 때였다.
“음?”
이 노련한 베태랑의 시선에 의문스러운 것이 보였다. 매우 큰 발자국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보다 약간 작은 발자국을 발견했다.
‘추적?’
다분히 쫓아가고 달리는 구도. 문제는 일반 감염자같이 느릿한 발자국이 아니라 크게 보폭이 찍혀 있었다.
“이 정도로 발자국이 깊게 패려면 덩치가 커야 하는데?”
허순자는 의아해하면서 발자국을 따라갔다.
그리고 도중에 한쪽 차 문이 으그러진 차 한 대가 보였다.
‘······. 발자국이 여기서 한차례 끊겼어. 그리고 다시 뛰었어. 차량으로 도주하는 게 실패했다는 거야.’
스키드 마크가 있는걸 보면 다급하게 액셀을 밟았다는 걸 유추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감염자에게 잡혔다?
‘말이 되나? 차량을 이길 감염자가 있다고?’
비정상적인 크기의 자국. 허순자는 불안해졌다.
하지만 이 발자국을 따라 확인해야 하는 게 그녀의 임무.
단숨에 발자국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 외투를 걸쳤지만, 보기 쉬운 투블럭의 머리.
“신설동!”
기절한 신설동이 그녀의 눈앞에 보였다.
이필준은 겁을 먹었다. 식량이 이제 오늘로 끝난다.
걸어서 서울까지 며칠이나 걸릴까? 그런 마당에 지금 허순자가 논란의 인물을 데리고 왔다.
“이제 난 좀 쉬어야겠어.”
나이가 나이인지라 수색 한 번 하면 하루 이상은 쉬어야 하는 허순자가 신설동을 데리고 왔다.
비틀거리는 설동은 몸을 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달랐다.
“아니……. 저거 감염된 놈 아니야?”
“맞아. 김반이 저걸 죽이려다가…….”
이미 괴물로 공인 된 남자, 설동이었다. 그가 이 무리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적대적으로 변했다.
“이 자식! 피난민 센터가 너 때문에 무너졌어!”
한 생존자가 설동에게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