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2
-응 가짜뉴스 아웃!
-또 기레기 가짜뉴스에 휘둘리네 쐈으면 벌써 사진이나 기사가 올라오겠지.
-이번에는 정권 넘겨주지 말자! 파이팅!
[제주도에서는 소요사태로 통제한다하고 다른 지역은 지금 격리한다고 구라침 이게 말이 되는 거임? 제주도 밤새 총성이 울리더라?]-정부에서 아니라고 하잖아! 븅신아!
-나 제주도에 사는데 진짜로 총성 계속 울리더라 전쟁나는 줄 알음 그냥 차량에 갈기던데?
-기레기를 믿냐? 너 알바지?
-부패정권 몰아내니 잔당들이 발악하네 안 속아~
하지만 인터넷은 이미 알바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경험하니까 진짜로 글 쓰는 애들을 구분할 수 있겠어.’
별별 소문이 다 퍼지지만, 이 제주도에서 그 참상을 겪은 설동이다.
손쉽게 진실을 가려내었다.
‘군대가 총격을 가했다? 그렇다면 그 도로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들을 잡는 건 그렇다 치지만 도로 위의 모든 사람이 변하지는 않았을 터다.
밤새 총격을 생각하면 그냥 밀어버렸다고 추측하는 게 옳다.
게다가 야밤에 여기저기 난리를 피우는데 정상인을 구별할 수 있을까?
‘그래, 구분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그냥 밀어버리는 게 간편하게 ‘그것’들을 제거할 수단이기는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극단적이야. 초기에 미리 진입하거나 막을 수도 있었는데. 엄청나게 무서워.”
설동은 바로 몸을 씻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격하다.
그렇다고 싸그리 공격을 한다? 일반적으로라면 할 수 없는 일.
‘사태는 심각하다.’
설동이 긴장된 얼굴로 세수를 마칠 때였다.
탕, 하는 소리, 군대를 다녀와 본 자라면 아는 총소리가 났다. 멀 리가 아니다. 바로 이 근처에서 말이다.
생존을 모티브로 삼는 영화나 소설에서는 군대는 항상 마지막에 온다.
고립된 상황에서 폐쇄적인 공포심과 두려움이 본질이다.
부족한 상황에서의 발버둥 치는 인간군상들 역시 볼거리다.
그런데 군대는?
초자연적인 힘을 지니지 않은 이상, 군대의 위력은 그 공포감을 퇴색시킨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현실로 돌아오면 주인공도 아닌 이들 처지에서는 군대가 근처에 있다는 건, 살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했다.
총성은 이곳의 사람들을 깨우는 데 충분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정 할아버지가 부리나케 튀어나왔다.
“뭐야! 방금 그 소리는?”
“군인이 온 거 같아요.”
정 할아버지가 반색했다.
“오! 드디어 왔구먼. 드디어!”
노구가 바깥으로 나가려 했지만, 설동이 팔을 뻗어 막았다.
“뭐하는 거야?”
“쉿.”
설동은 입에 손을 대고 커튼 너머를 보았다. 그들이 들어온 곳은 언덕 형태라서 아래를 훤히 볼 수 있었다.
그는 보았다.
‘저것들 미쳤나?’
군인이 총을 쏜다. 단순하게 그 사실만이라면 별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소리의 숫자였다.
탕탕거리는 울림이 고막을 거칠게 흔들었다. 첫소리를 듣고 나서도 계속.
‘그것’을 쏘는 게 아니다. 들리는 것만 수십……. 아니, 백발도 넘어갔다.
그것들이 다발로 나타났단 걸까?
‘적어도 어제부터 일어난 현상이야. 급작스럽게 불어났을 리가.’
군대라는 조직은 소위 말해서 상급자는 책임을 지고, 실행을 하급자가 하는 구조다.
이들이 총기 사용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저렇게 난사를 한다는 건, 두 가지 경우다.
“아저씨. 그놈들이 많아졌거나 아니면 무차별 사격이라는 거예요.”
“뭐야? 무차별 사격? 그럼 우리도 쏜다는 말이냐?”
“총소리를 들어보세요.”
“아니…….”
정 할아버지의 귀로 어마어마한 총성이 들리고 순식간에 사색이 들었다.
그것만 쏜다면 저렇게 천지가 진동할 정도로 쏘지 못한다.
커튼을 살짝 들추니, 아래에서는 화재가 일어나며 연기가 자욱했다.
비명이 여기저기 들리면서 사람들이 도시 뒤쪽으로 도망가는 게 보였다.
탱크와 장갑차들이 도로를 틀어막은 상태였다.
한창 전투 중인 곳이 보였다.
‘뭐야? 그것들도 없잖아?’
군대의 우월한 화력에 그것들은 이미 쓰러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군대는 멈추지 않았다. 화염방사기로 건물들을 태우거나 주변을 불태우는 게 아닌가.
그것만이 아니었다. 도망치는 ‘사람’에게 총을 쏘고 있었다.
“재들 왜 저래?”
정 할아버지가 당황하는 사이 군인인 오종훈이 달려왔다.
“지금 어떻게 됐죠?”
“군대가 열심히 청소 중이다.”
설동은 이를 악물었다. 과격하고 무지막지한 방법.
“군대가 민간인이고 뭐고 쓸고 있어.”
“어, 어떻게요? 언론이 난리 날 텐데요?”
“그 언론이 저 속에 있으면 누가 사진을 올릴까? 도망치고 말지. 적어도 몇 시간 후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올라오지 않아.”
설동은 커튼을 닫았다. 과격한 방식이 말해주는 건, 하나였다.
자기들도 결코 안심하지 못한다.
“모두 모여 보죠!”
설동은 부스스한 다른 이들을 흔들며 비상회의를 모집했다.
“우선 필요한 건, 식량입니다.”
오종훈은 간신히 대답했다. 다들 총소리의 향연을 들으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정성윤씨. 여기 혹시 주인이 음식을 어디에 둔지 기억해요? 최소한 쌀이나 김치만 있어도 되는데.”
그나마 여기서 어른인 정성은 시선에 움찔했다?
“저, 저도 냉장고밖에 몰라요. 고기 약간이랑 쌀 밖에….”
“보통 신선식품만 아니면 창고에 적재해놓지. 여기가 창고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보통 우리는 지하에 놔.”
“아! 주인아저씨가 미치기 전에 지하 점검을 한다 했는데…….”
정성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먼. 이봐. 도와줄 거지?”
정 할아버지가 설동을 보았다. 그렇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여기에 있다.
그나마 찾기는 쉬울 거다.
“그러면 바깥에 있겠네요. 오케이. 조금 있다가 창고를 뒤지는 거로 하죠? 그러면….”
설동은 말을 멈추었다.
그렇다. 식량 말고 가장 중요한 것.
가장, 정성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석준일씨가 변한 거…. 뭐죠?”
“좀비 같은 거죠.”
덕준은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곧, 좀비를 물어보는 이들에게 덕준은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했다.
“죽어도 움직이고,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머리가 약점이에요. 아니면 핵이 따로 있던가.”
“그게 석준일씨 라고요?”
정성윤이 눈을 깜빡거렸다.
좀비의 역사에 대해들은 이들은 하나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석준일 씨는 물리지 않았잖아요?”
“어제도 들은 거 같은데. 이봐요. 그래서 좀비 같은 거라고 하잖아요.”
설동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면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행동양식을 설명했다.
“우선 제가 발견한 바로는 기침 증세와 극도의 흥분 상태를 동반해요.”
“어? 그거 신종 독감 증세 아니었어요?”
“네. 근데 알고 보니 좀비…. 같은 거로 변하는 전조 증상 같아요. 모두 똑같았어요.”
설동의 말에 주변은 침묵했다.
아마 여기서 설동보다 그들을 자세히 본 이는 없을 거다.
‘제기랄. 최악의 날이야.’
이제 취업 활동이나 해야 하는데, 제주도로 오게 되면서 모든 게 꼬였다.
덕준은 몸을 떨었다.
“무섭다고요. 이게 뭐예요. 어…. 어…. 대체….”
“덕준 씨!”
설동이 소리를 들렸다. 패닉에 빠지는 전조증상. 강제로 몸을 흔들어 덕준을 원래 세계로 되돌렸다.
“제기랄…. 어흑…. 어흑….”
덕준이 몸을 떠는 가운데, 이곳은 침울했다.
가장 중요한 것. 여기서 어떻게 나갈 것인가.
설동은 휴대폰을 꺼내들어 기사들을 확인했다.
[격리에 항의하는 ‘감염자’들을 정부 강제 집행] [윤정인 대통령, 사태가 시급하니 진정하라고 담화문 발표. 더불어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발 미세 먼지와는 일절 연관이 없다고 말해….] [서울 곳곳에서 감염자들을 격리 수용하는 시설이 세워지다.]“총을 쐈다는 기사가 하나 없네.”
다른 건, 몰라도 어젯밤 도로에서 쏴댄 건 분명히 알려질 만하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되게 무섭네. 언론통제인가? 엠바고인가?’
기사에는 여전히 격리조치가 시행된다는 것뿐, 다른 소리가 없었다.
즉 언제 나갈지 모른다는 거다.
그 사실이 전해지고 이들은 재빨리 부엌으로 달렸다.
“인원이 몇 명이지? 9명? 세 끼 먹으면 딱 끝이군.”
이들은 절망적인 식량 비축상황에 한숨을 쉬었다.
“고추장에 과자. 먹을 수 있는 건 모두 모아보죠.”
오종훈이 말하고 모두 찬장과 가방을 뒤졌다. 하지만 세제나 봉지 말고는 나온 게 없었다.
종합해서 하루치의 쌀과 김치 세 포기, 고추장과 각종 장. 계란 한판과 고기 한 근이 다였다.
이걸로 일주일 이상을 버틴다? 결코, 무리였다.
“정 할아버지. 그러면 뒤 좀 봐주실래요?”
“그래, 되게 겁이 없구나.”
정 할아버지는 도끼를 들고 나가는 설동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들의 희망이 담긴 지하실. 설동과 정할아버지가 움직이자, 거기에 무언가 있었다.
“그 아저씨가 미쳤다니까 어떻게 미쳤는지 알겠네요.”
진한 핏자국과 함께 자물쇠로 잠긴 문이 보였다.
거기서 무언가가 소리를 내고 있었다.
피가 묻은 채, 지하실로 누군가가 도망쳤다. 미쳐버린 주인아저씨에 의해서 말이다.
그리고 공격당한 이는 똑같이 변한다. 설동은 도끼를 들고 자물쇠 앞에 섰다.
“이거 사람의 힘으로 끊는 게 가능해요?”
“가능하지, 이눔아! 쇠사슬을 치는 게 아니라 자물쇠를 망가트린다는 생각으로 치는 거다.”
정 할아버지의 도움 아래에 설동은 목표물을 향해 가차 없이 도끼를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설동은 거세게 흔들리는 자물쇠를 보았다. 요새처럼 멀쩡하다.
“이거 부서지긴 해도요?”
“이눔아! 어서 하라니까? 내가 소싯적에 다 해봤어!”
설동은 그렇게 나무꾼이 된 심정으로 수차례 자물쇠를 요격했다.
얼마나 시간이 됐을까? 드디어 자물쇠가 깨지기 시작했다.
설동은 땀을 뻘뻘 흘리며, 군대 삽질의 추억을 떠올렸다.
“진짜 개 같네!”
설동이 힘차게 도끼를 휘두르자, 드디어 자물쇠가 부서졌다.
“그러면….”
설동이 정 할아버지를 쳐다보자 그가 황급히 물러났다.
쿵! 쿵! 쿵!
지하실의 문에서 점점 소음이 거세지고 있었다.
설동은 극히 조심스러웠다.
물리면 감염될지도 모른다.
도끼를 든 그는 문을 슬쩍 열었다. 그 순간, 메마른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침착해!’
깜짝 놀랐지만 그것뿐이다. 저들의 행태가 설동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선 손을 뻗는다.’
입력된 대로 메마른 팔이 자신을 향해 올 때 그는 일부러 몸을 상대가 나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발 하나를 내밀고 말이다. 그것이 자신을 따라 이동하지만, 다리가 걸리는 걸 상관 하지 않는다.
“기이익!”
삽시간에 바닥에 쓰러진 좀비에게 설동은 도끼를 사용했다.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설동의 도끼에는 피가 묻어나왔다.
“…..”
단 한방이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안심되지 않는다.
설동의 도끼가 머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또다시 내려찍었다. 완전히 두개골이 갈라지자 설동의 마음이 안정되었다.
설동은 시체에서 흐르는 피를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쌀 포대가 10포대 이상 보였다. 거기에 기름통 3개가 있었다.
‘거기에 장작과 조미료…. 이 정도면 괜찮아.’
다행히도 9명이 넉 달 이상은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식량이 존재했다.
‘그때까지 봉쇄가 풀리겠지?’
희망사항이었다. 정말로 넉 달은 바라지도 않는다.
설동이 바깥에 나와 정 할아버지를 보았다.
“사람 좀 나오라고 해요. 집안으로 옮기게.”
“잡았나?”
“네. 시체는 치워야겠지만요.”
정 할아버지가 움직이고, 설동은 몸을 풀며 바깥으로 나왔다.
죽은 시체를 만지는 정도는 아무 일도 없다. 이건 시체를 버리면서 획득한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