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22
콰직!
이번에는 달랐다. 단단하던 두개골이 파이는 소리와 함께 거대 좀비는 극심한 충격을 받고 쓰러지고 말았다.
12. 생존 모색
힘겨운 전투가 끝이 나고, 설동과 허순자는 지쳐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동이 트고 이들은 자기들이 해야 할 걸 다시 인지했다.
“일단은 헤어지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허순자가 손을 내밀었다.
드디어 거대 좀비를 때려잡고 서울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허순자가 굳이 서울로 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손주를 위해 일단 다시 군부대랑 접촉할 생각이었다.
“감사했습니다. 할머니.”
설동은 SUV 차량으로 바꿔 탔다. 이제 이 두 사람은 완전히 반대로 움직였다.
드디어 자신의 부모와 유상인을 만날 수 있다. 오로지 그 일념만으로 설동의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그렇다고 진짜 길이 편할 리 없었다.
“그래, 그래. 감염자들이 없으면 안 되겠지.”
가득 메운 정도는 아니더라도 감염자들이 예사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을 피해 서울로 가야 했다.
서울 중랑구의 피난민 센터. 설동은 라디오를 틀며 액셀을 밟았다.
[정부는 감염자가 감정에 동요해 발현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바입니다.] [서울에 김기철 박사는 현재 좀비에 관해 연구 중이라고 전하면서, 몇 가지 대비책을 내놓았습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안심하라고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왜, 감염자랑 싸우는 소식이 없지?”
설동은 여기에서 중요한 걸 깨달았다. 어느 순간, 전투나 감염자를 몰아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왜일까?
두려운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빨리 가야 해.’
조급한 마음에 액셀의 소리가 커지고 자동차는 빨라졌다.
서울 피난민 센터의 소식도 듣고 싶었지만, 인터넷은 한적한 시골 장터 같았다.
하루에 수만 건의 글이 올라오는 사이트는 이제 1,000개도 안 올라오고 있었다.
모든 게시판이 죽은 듯이 고요하다.
그나마 올라온 것들도 가관이었다.
-나 곧, 뒤질 듯. 감기 콜록콜록.
-손이 감기 걸렸냐?
-서울도 무너짐 ㅅㄱ
-나 군인인데, 아침에 일어나니, 윗사람들 도주함
-야, 조심해라 구로구에 여자 납치하는 집단이 있대. 우리 누나 친구가 식량 구하다가 사라졌다는데?
-야, 이런 상황이면 시발, 그냥 범죄 졸라 하겠네. 부럽······.
-미친 새끼들 보소 ㅋㅋㅋ 어차피 끝났는데, 시발 나쁜 짓 하고 뒤져야지~
그야말로 아포칼립스. 절망적인 지옥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두 달.
두 달 만에 대한민국은 돌변했다.
설동은 어서 빨리 가족을 보고 싶었다.
‘식량은 충분해.’
차량도 훨씬 커지고, 안에 실은 것도 많다. 혼자서라면 3개월 이상은 그냥 버틸 거다. 더 아껴먹으면 5개월도 가능할 수준이다.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다.’
설동의 방침은 간단했다. 오로지 식사를 줄이면서 버티는 것.
설동은 감염자 하나를 차로 날려버리면서 도로를 질주했다.
부천에 붙어 있는 서울은 바로 구로구다. 설동은 드디어 서울의 공기를 맛볼 수 있었다.
주변에 감염자 시체와 사람의 사체가 섞여 있었다.
폭격을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 폐허가 된 곳도 많았다.
그래도 좋았다. 여기서 중랑구까지 달려야 하니까.
‘빨리. 빨리.’
조바심은 그를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었다. 구로구에서 중랑구까지 가려면 꽤 가야 한다.
‘도로는 막혀 있을 확률이 높아.’
감염자는 안 보이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처참하게 파괴된 도시를 구경삼아 갈 때였다. 갑자기 도로 전방에 웬 가림막이 있었다.
‘뭐야?’
살펴보기 위해 시선이 그쪽에 쏠릴 때였다.
펑!
갑자기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차량이 급격하게 회전했다.
엉망이 된 도로에 덧칠하듯 스키드 마크가 새겨지며 SUV는 그대로 건물 안에 처박혔다.
“크악······.”
설동은 에어백에 2차 충격을 받고 의자에 머리를 박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차량은 없었는데?’
이마에 한줄기의 피가 흘렀다. 하지만 곧, 치유되었다.
설동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이었다.
촤악!
가슴팍에 석궁이 박혔다.
“미친······.”
설동이 통증 속에 쓰러지고, 부산스러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됐다! 됐어! 이게 웬 떡이야!”
“그것 봐. 길목에 트랩을 설치하면 게임 끝이라니까?”
두 사람 정도 되는 인원이 황급히 뛰어왔다. 한쪽은 뚱보였고, 한쪽은 마른 남자였다.
그들은 쓰러져 있는 설동을 힐끗 보았다.
“이제 좀 배불리 먹을 수 있겠네.”
“우와. 박스가 몇 개야? 이 새끼. 어디 털고 왔냐?”
“뭐, 어때. 우리야 좋으니까. 이걸로 우리도 대장한테 신용 좀 얻겠네.”
약탈자.
설동의 머리에 든 생각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살기 위해 날 죽이려 했다. 그래. 이런 세상이지. 나도 살기 위해 죽인다.’
급격한 흥분 속에 설동이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식량에 팔려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박스 하나를 열어서 개처럼 통조림을 손으로 훑어 먹고 있었다.
설동은 허리춤에서 도끼를 꺼내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사정거리까지 들어온 순간이었다.
“뒤가 왜 이리 가려워······. 어?”
뚱보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가슴팍에 화살을 밀어낸 설동이 있었다.
다급히 석궁을 들었다. 그 순간, 설동의 도끼가 팔을 찍어버렸다.
“끄아아악!”
비명이 이 도시를 잠시 훑었다.
10분 뒤. 설동은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나왔다.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은 고요해진 도시를 둘러보았다.
설동은 감염자가 아닌 사람을 죽인 도끼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후회하면 안 되지.”
두 달 만에 슬럼가처럼 무법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상이다. 설동은 이 변화된 세상에서 목적지까지 가야 했다.
유상인은 정처 없이 이동하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서행하며 편하게 가는 캠핑카가 보였다.
바로 강민호 일당이 이끄는 캠핑카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캠핑카다.
‘하지만 큰 도움이 돼.’
강민호는 여유롭게 창문을 열고 웃었다.
“자! 빨리 가자고. 우리가 정찰한 곳은 안전해!”
강민호 패거리는 캠핑카를 구하고 이곳에서 이치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배불뚝이 군단이 수적으로 더 크지만, 생존에 관련한 물품과 이동수단을 갖춘 강민호 패거리가 꽤 유리한 위치였다.
유상인은 알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주도권을 놓고 맹수들이 다툰다는 걸 말이다.
‘이럴수록 내가 엄마랑 아빠를 지켜야 해.’
그 속에서 유상인은 자신의 두 부모를 지켜야 했다. 설동을 만날 때까지 말이다.
“휴대폰이 없어서….”
도주할 때, 휴대폰을 챙기지 못한 게 후회스러울 따름이었다.
아니, 여기 있는 대부분이 그랬다.
다들 생필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도주한 게 대부분이다.
“후우.”
그런 와중에 이들은 강민호의 말대로 산 아래 주택까지 이동 중이었다.
힘들고 괴롭다.
하지만 가야 한다. 감염자들은 시시각각 위협이니까.
“앞에 감염자다!”
누군가 소리 질렀다.
캠핑카가 가는 길에 감염자 세 마리가 있었다.
모두가 움찔거리고 있을 때, 캠핑카가 달렸다.
순식간에 감염자 세 마리를 로드 킬한 강민호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차만 있으면 감염자는 한방이야. 모두 날 따르라고!”
그야말로 실적을 내보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살려면 뭉쳐야 하고, 뭉쳐서 도움이 될 만한 걸 찾아야 한다.
강민호는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생존자들은 일단은 그의 인도대로 가고 있었다.
유상인은 눈치를 보았다. 자기 친구 설동이 거시적인 일은 못 봐도 미시적인 눈치는 빠른 편이지 않은가.
[야야, 사회생활을 하려면 눈치가 있어야 해.]설동은 항상 앞장서고 임기응변에 능했다. 유상인은 그러지는 않는다.
대신 분위기나 돌아가는 모양을 판단할 뿐이었다.
강민호가 말한 곳에 도착하고 이제 그들이 앞장서기 시작했다.
“우리가 모범을 보이죠. 주택 하나하나 갑니다.”
마치 선심 쓰듯 이들은 몽둥이를 챙겼다. 하지만 변변찮은 무기도 없는 유상인과 피난민들은 그거라도 고마워했다.
하지만 문제는 강민호 일행도 오합지졸이라는 거다.
“가, 감염자다!”
“물러나! 야! 도망치라니까?”
강민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고 이들은 다급히 주택에서 도주했다.
“기이이익!”
감염자가 뛰어오고 피난민들이 일제히 경악할 때였다.
“물러나!”
배불뚝이 군단이 이때, 움직였다. 그들은 길에서 주운 돌멩이를 내던지고 감염자를 유인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리더 박만적은 아예 감염자를 힘으로 밀어내기까지 했다.
“거 참. 제대로 하지도 못할 거면서! 우리에게 맡겨!”
이들은 강민호 일당이 하지 못하는 뛰어난 전투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10여 명이 감염자를 유인해내며 처리하기 시작했다.
질기게 살아남은 박만적은 숨을 헐떡이는 강민호를 보았다.
“우리가 더 잘하지 않겠어?”
“…….”
강민호는 분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 그 능력이나 보이시지?”
박만적은 무리를 이끌고 빠르게 주택을 털기 시작했다.
무작정 들어간 이들과는 다르다.
“문을 두들겨! 열지 말고!”
그들은 감염자를 소리로 유인해내며, 하나씩 처리했다.
유상인은 이 모든 과정을 보았다.
‘행동력은 강민호가 더 좋고, 더 조직적인 건 박만적 쪽이네.’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와도 같다.
하지만 유상인의 눈에는 지금, 서로 경쟁하는 거에 가까웠다.
‘분명히 저 두 사람이 마찰을 일으킬 거야.’
결코, 서로 좋아서 지금 서로 역할을 나눈 게 아니었다.
강민호는 전투력이 없으니까. 박만적은 강민호처럼 먼저 행동하지 않으니까.
어쩌다 보니 아귀가 맞은 거다.
유상인은 강민호를 지켜보았다. 표정이 좋지 않다.
‘기껏 우위를 잡은 상황에서 점수를 뺏긴 셈이야.’
그리고 이 마찰은 바로 일어났다.
얼마 후, 주택을 턴 배불뚝이 군단이 파닌민들에게 음식을 배급할 때, 두 집단이 다시 시비가 붙었다.
강민호가 배급하는 배불뚝이 군단에게 다가갔다.
“아니, 댁들이 뭔데 보급을 해? 그리고 자기네들은 많이 챙겼구만.”
라면과 과자박스가 배불뚝이 군단 뒤쪽에 잔뜩 있었다.
박만적은 피식 웃었다.
“우리가 잡았으니까.”
“뭐? 여기까지 오게 한 게 누군데?”
강민호가 화를 냈지만, 박만적은 비웃을 뿐이었다.
“근데 어쩌라고? 우리 없었으면 식량도 못 구했을 놈들 아닌가?”
“이게….”
“이게 뭐? 어쩔 건데?”
수적으로 우위인 박만적이 앞으로 나서자, 강민호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좋다. 그러면 사용료를 내놔.”
“뭔 사용료?”
“여기까지 오게 하고 인도한 값. 가이드 비는 내셔야지?”
“미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