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23
박만적과 강민호가 그렇게 대치하는 게 아닌가.
유상인은 부모님을 모시고 뒤로 움직였다. 싸울 것 같지는 않다.
인원이나 무력이나 강민호 쪽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강민호 패거리는 이제 겨우 5명밖에 없다. 배불뚝이도 줄었지만, 아직 10명. 두 배나 차이가 난다.
강민호도 그걸 아는지, 뒤로 물러섰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이러면 이쪽도 더는 협력은 못 해주지.”
“이제 주거지도 구했는데 뭘? 더는 필요 없어. 이걸로 버틸 거다.”
박만적은 강민호를 비웃었지만, 유상인은 그 표정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파악했다.
‘캠핑카 때문일 거야.’
아무리 그래도 언제까지 버틸지 모른다. 정찰과 이동수단인 캠핑카의 가치는 지금 어지간한 식량보다 크다.
유상인은 박만적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강민호가 물러났지만, 아직 도화선은 끊기지 않았다.
언제든지 다시 불타오를 거다.
유상인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어떻게 됐어?”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경기도로 몽진한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어느 정도는 안정세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 윤정인은 다급해 보였다.
“선거도 다가오는데, 아직도 사태 처리가 되지 않았나? 대체 왜? 군대는 뭐하는데! 국방장관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어!”
그의 머릿속에는 정권을 바꾼 뒤 구상이 있었다.
‘우리가 10년, 20년 정권을 차지해야 하는데…. 어째서 이런…….’
이대로 가면 정부의 인기는 수직으로 하락할 것이다.
참모들은 대통령을 진정시켰다.
“지금, 우리 구역에 피난민들이 모여 들 정도로 안정세입니다.”
“특수부대가 서울에서 차례로 감염자와 전투를 벌이며 다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다 잘 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선거는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이 참모들의 발언에도 대통령은 심통난 표정이었다.
“그래, 언젠가는 되겠지! 그 느려 터진 속도로 말이야! 문제는 그다음이야. 이런 꼴이 났는데, 우리 정권이 유지가 될 거 같아? 제기랄!”
“하지만 각하. 전시나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쉽게 될까? 수십만 명, 아니 수백만 명이 넘을 인원이 죽었는데? 일단, 이 경기도부터 진정시켜. 다른 지역 부대를 빼 와서 빨리 처리하란 말이야. 국방장관 다시 불러! 성과를 보여야 해”
윤정인은 막무가내였다.
하지만 참모들은 알고 있다. 국방장관이 휘하 군부대들과 협의 하에 소수 정예작전으로 성과를 보고 있다는 걸 말이다.
“자꾸 왜 저러시나 몰라?”
“되게 급하신데? 그냥 좀 참지.”
“정권유지가 목표라지만 지금 상황에서 거기까지 여유가 있나. 잘 정리만 해도 훨씬 유리할 텐데. 야당은 아예 감감무소식이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참모들은 그렇게 판단했지만, 윤정인은 달랐다.
“제기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아직 이들은 경험하지 못했을 뿐이다. 윤정인의 머릿속에는 외교부 장관이 전한 소식이 떠올랐다.
[사실상 에너지 수입은 저번에 도착한 게 마지막입니다. 다른 나라도 더 이상 여력이 없고, 지금 정부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전기나 석유를 수입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자원도 없는 이 나라에서 에너지 수입이 끊긴다는 건, 크나큰 위협이었다.
이제 탱크와 헬기가 움직일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윤정인은 서두르는 것이다.
그는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빨리 정리해줬으면 합니다. 전기나 석유가 부족해요.”
하지만 박진군은 여전히 단호했다.
“걱정은 아시겠지만, 헬기 사용을 최소로 줄이고 기름을 아끼겠습니다. 지금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규모 작전은 기름도 많이 들고 불확실성이 너무 큽니다.”
“지금 나한테 항명하는 겁니까?”
윤정인의 말투가 날카로워진다.
박진군은 난감해 하면서도 일단은 수그렸다.
“그럴 리가요.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우리 좋게 가야죠?”
윤정인은 박진군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줄 것에 흡족해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누가 캠핑카를 구했는데!”
강민호는 주택 하나를 잡고 패거리와 같이 숙식을 하고 있었다.
기껏 차로 우위를 점했다지만, 배불뚝이 군단은 무력으로 자신을 과시했다.
“미친놈들. 물에 빠진 거 구해줬더니 보따리를 아예 강탈한 거잖아?”
분하지만, 무력에서 밀리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패거리 중 유일한 여자인 성지아는 그런 강민호를 말렸다.
“진정해. 일단, 상대가 너무 세.”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지?”
무언가가 필요하다. 저 배불뚝이 군단의 위세를 팍 줄이게 할 걸 말이다.
“일단은 우리가 더 유능하단 걸 보여줘야지.”
자신들은 차량을 가진 집단이다. 그 이점을 충분히 살려야 했다.
다음 날, 이들은 캠핑카를 타고 무작정 움직였다.
목표는 역시나 식량, 또는 정찰.
배불뚝이 군단이 무력에서 앞선다면, 이들은 더 멀리, 너 넓게 움직일 수 있다.
“그 새끼들 소리를 먼저 내면서 감염자를 잡았지?”
“우리도 그렇게 하자!”
강민호 패거리들은 바로 배불뚝이 군단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차량을 빵빵거리며 감염자를 미리 캐치했다.
“기….”
“그….”
감염자들이 창문을 깨고 달려 나오고 느긋하게 걸어 나오고 있다.
“좋다. 우리도 할 수 있단 걸 보여줘야지?”
강민호가 차량을 운전하며 감염자를 앞뒤로 밟았다.
육중한 캠핑카는 봉고와는 비교도 안 되는 파괴력을 내고 있었다.
감염자들을 손쉽게 뭉개버리면서 주변을 정리했다.
성지아는 창문 너머로 감염자를 알렸다.
“걷는 감염자 같은데? 걸려서 못 나온다.”
“그 정도는 처리할 수 있지!”
강민호는 몽둥이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문에 걸려서 우워워 대는 상대를 향해 강민호는 매섭게 방망이를 날렸다.
“죽어! 죽어!”
머리를 노리는 게 아니라 무자비하게 아무 데나 날리는 공격.
하지만 감염자의 신체는 손쉽게 뜯겼다.
“가자!”
이들은 이제 빈 건물로 들어갔다. 물론, 들어 아기 전에 배불뚝이 군단처럼 또 문을 두드리는 걸, 잊지 않았다.
이들은 조심히 들어가다가 코를 찌르는 악취에 미간을 좁혔다.
“아니, 이 냄새는 뭐야.”
“야! 민호야! 여기 봐봐.”
동료가 그를 부른다. 강민호가 황급히 달려가자 문고리에 이상한 줄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안을 보자마자 헛구역질이 나왔다. 목을 맨 시체가 바동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살? 근데 왜 감염자가 된 거야?”
“몰라. 일단 죽여!”
후환이 두렵기에 단숨에 강민호는 처리했다. 모두가 그리고 그 방에 감히 접근하지 못할 때였다.
강민호는 이 집에 들어오기 전, 주차된 차량을 떠올렸다.
“자살하고 차량이 있다는 건?”
그의 머릿속에 번개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체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패거리들이 당황했다.
“야, 혹시 감염되면 어쩌려고?”
“위험하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강민호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차 키도 말이다.
“식량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게 있으면 사람들이 우리를 다르게 볼 거야.”
강민호는 바로 바깥으로 달렸다. 그리고 주차도니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
“뭐야? 왜 안 돼?”
하지만 차량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당황한 그에게 한 패거리가 말했다.
“그거 아니야? 차량이 오랫동안 가만히 있으면 시동이 안 걸리는 거?”
“모두?”
“아니 차량마다 다르겠지….”
“그럼 더 찾자.”
강민호는 행동력으로 승부한다. 예정보다 더, 그리고 많이.
여러 군데의 집을 뒤져서 이들은 결국, 두 대의 차량을 가져올 수 있었다.
신이문. 이 신설동의 아버지는 지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부인, 김유정은 몸이 약해진 상태. 간신히 자리 잡은 주택에서도 골골대고 있었다.
같이 들어와 있는 사람들에게는 눈엣가시.
“아저씨. 그 아줌마. 좀비로 변하는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인가! 내 부인한테! 몸이 허약해진 거야!”
“…….그래도 위험하잖아요.”
다른 이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신이문은 긴장했다.
“방 옮겨주면 안 돼요?”
같은 방이던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보인다. 하지만 저 요구는 자세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거다.
“지금, 이 좁은 곳에서 어떻게 갑니까? 다른 방도 사람이 있는데.”
그렇다. 그냥 배정받은 곳이다. 바꾼다는 건,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은 계속해서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아니, 감염자가 될 거 같잖아. 누구 망칠 일 있어?”
“젊은이가 말이 심하네. 내 아내는 감염자가 아니네.”
“지랄.”
비속어가 터지고 신이문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지금 나한테 욕을 한 건가!”
“한다면 어쩔 건데요?”
비아냥거리는 상대에게 신이문이 달려들 때였다.
방문이 열리고 유상인이 들어왔다. 머리는 어느새 꽁지머리 수준으로 자란 상태다.
“무슨 일 있어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면 느낀 그가 묻자, 신이문은 이내 헛기침을 했다.
“아니다. 별거 아니야.”
적당히 물러서지만, 그들에게 적대적인 사내는 아니었다.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감염자가 될 것 같으니 나가라고.”
“엄마는 감염자가 아니야.”
유상인이 소리쳤다. 사내는 피식 웃었다.
“생긴 건, 계집애네? 꼴에 남자라고 나서는 거 봐. 크하하하!”
“시비 걸지 말….”
유상인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사내의 주먹이 움직였다.
유상인이 쓰러지고 신이문이 달려들었다.
“이 자식!”
삽시간에 이곳은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유상인 암만 유약하다지만, 신이문과 합세하니 상대를 제압할 수는 있었다.
김유정이 말리면서 이들의 싸움은 끝이 났다.
“개자식들! 감염자……!”
쓰러진 사내는 그렇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올 게 왔다.
“콜록.”
이 소리에 방 안의 사람들이 모두 일어섰다.
“콜록! 콜록! 시발! 너희 때문에 내가…. 콜록! 미친…….”
“도망쳐!”
누군가 외치자마자 이들은 다급히 탈출했다.
사내가 그들을 쫓으려 몸을 일으켰다.
신이문 가족도 마찬가지다. 김유정을 보호하면서 앞으로 나갔다.
옆방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이들은 곧 분노한 감염자를 맞닥뜨렸다.
“키에에엑!”
“크아아악!”
사람이 물리고, 또 감염자가 된다. 아수라장이 일어나고 배불뚝이 군단도 황급히 나타났다.
“갑자기 뭐야!”
그들의 눈앞에서 감염자 네 마리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천하의 배불뚝이 군단도 네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힘들어했다.
박만적 옆에서 부하, 구상열이 외쳤다.
“일단, 물러나! 만적이 형. 한꺼번에 상대할 수 없어요!”
감염자는 달리고 도망치는 이들을 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에는 신이문 가족이 있었다.
김유정이 쇠약한 관계로 빨리 도망치지 못한 거다.
“기에에엑!”
감염자는 그들을 쫓고 있었다.
유상인은 아버지에게 엄마를 맡겼다.
“제가 시간을 끌게요.”
“안 된다. 상인아!”
유상인은 부모를 보호하기 위하여 앞으로 나섰다.
달려오는 감염자가 주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상인의 심장이 두근거릴 때였다.
갑자기 경적이 울리고 굉음이 들렸다.
유상인이 뒤를 돌자, 차 한 대가 맹렬하게 자기 쪽으로 오는 게 아닌가.
‘저건…….’
유상인은 몸을 날리고 차량은 감염자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그리고 또 한 대의 승용차가 진입해 감염자를 밀어버렸다.
마지막으로 캠핑카가 위풍당당하게 이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강민호 패거리가 내렸다.
배불뚝이 군단도 남은 사람들도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