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24
이들에게 두 대의 차가 더 생긴 거다.
박만적이 놀라서 다가갔다.
“어디서 구한 거지?”
“우리가 노력한 전리품이다. 그러면, 우리랑 같이 움직일 사람 있나? 이 차량을 선물로 줄 수도 있는데.”
강민호의 의기양양한 태도로 활짝 웃었다. 그 얼굴에는 승리자의 미소가 가득했다.
유상인은 그걸 보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저러면 균형이 또 무너졌네.’
이동수단.
이거 하나로 어지간한 식량을 압도한다. 다른 이들이 입을 벌리고 쳐다볼 때였다.
박만적이 나섰다.
강민호와 시선을 교환한 그는 SUV 차량 하나를 가리켰다.
“내놔.”
“미쳤네?”
상황이 반대로 되었다. 도화선이 타오르며 이곳은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1. 이기적인 마음
사실, 배불뚝이 군단이라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게 아니었다.
“역시 차량이 문제야.”
대장 박만적은 오른팔 구상열과 함께 다음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놈들이 차를 가지고 있어서 여러 가지로 제약이 없단 말이야? 우리보다 유리 해.”
“뺏을까요?”
구상열은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박만적은 아무렇게나 뻗친 머리를 매만졌다.
“그렇지만, 대놓고 뺏는 건, 그렇긴 하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 시선도 있고.”
“음식은 우리 마음대로였잖아요.”
“그거야 우리가 얻어냈으니까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무법자처럼 행동하면 안 돼. 결국, 반발을 부를 거다.”
박만적은 젊은 혈기를 진정시켰다.
“주택가를 뒤져서 차 키라도 발견하면 해봐야지. 일단은 참아보자.”
분명히 이들은 그런 마인드였다. 그런데 도중에 감염자가 나타나고 혼비백산했다.
“갑자기 왜 나타나는데?”
“이런 시불!”
“저거 다섯 마리나 돼요!”
그냥 감염자도 아니고 뛰는 감염자다. 그들이 조직적이어도 감히 저 다섯 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재주는 없다.
위기의 순간, 구세주처럼, 차량이 도착했다. 그것도 배불뚝이 패거리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에 의해서 말이다.
강민호. 그가 차량을 대동한 채, 나타났다.
“이거 난리가 났구만. 역시 차량이 있다는 건, 편해.”
캠핑카가 아니다. 승용차와 SUV 차량이 추가로 있었다.
박만적은 경악했다.
“어디서 저걸….”
“크하하하. 어때? 나를 따르는 사람한테 건네줄 수도 있는데?”
이곳에서 세력구도가 일격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배불뚝이 군단은 본능적으로 강렬한 적대감이 타올랐다.
밀리면 끝이다.
오로지 이 마음가짐으로 그들은 드디어 전면에 나섰다.
“한 대 정도는 줘보실까?”
“뭐라고?”
강민호의 표정이 이전과 달라졌다. 긴장하는 게 아니라 비웃는 태도였다.
“혹시, 이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백수였어? 아니면 그럴 리는 없겠지만, 기둥서방이었어? 공짜로 얻어 처먹으려고 그러네? 여기는 부모님이나 너 같은 놈에게 돈 갖다 바칠 정신 나간 여자는 없다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강민호 패거리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 얻어낸 것.
“지금 상황에서 금보다 더한 건데. 장난 하냐?”
강민호의 말대로 차량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걸 달라? 당연히 무리였다.
하지만 배불뚝이 군단은 현재 급해졌다. 많은 수의 피난민을 컨트롤 하면, 왕이 될 수 있다.
이건, 피난민 센터에서도 마찬가지고 지금까지도 그래 왔다.
피난민들에게 유용할수록 말 그대로 왕처럼 살 수 있었다.
박만적은 눈을 이글거렸다.
‘적어도 다시 안정되기 전까지는….’
하지만 알다시피 사태는 이미 시간이 지나도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안정적인 세력을 구축해서 먹고 사는 걸 해결하면?
‘진짜 왕이지 뭐.’
그렇다. 이 권력. 군대도, 경찰도 없는 곳에서 힘센 놈이 왕이다.
그리고 그 힘센 놈보다 좋은 것이 밑의 사람들에게 지지받는 존재다.
강민호가 그걸 선점했으니 눈에 불이 튀기는 것도 당연했다.
이들은 조급했다. 박만적은 무작정 한 대를 달라했다.
“우리가 잘 싸운다고. 차량만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될 텐데?”
“미안한데 우리는 너희랑 같이 갈 생각이 없거든.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강민호가 낄낄거리자, 박만적은 패거리들과 눈을 맞췄다.
“그래? 우리에게도 차량은 필요한 거다. 그게 아니라면….”
“아니라면? 설마 뺏게? 이 새끼들 강도 아니야?”
강민호가 어이없어하며 피난민들을 향해 외쳤다.
“여러분, 보세요. 저게 사람 새낍니까? 강도 그 자체죠! 이딴 놈들하고 왜 우리가 같이 있어야 합니까. 저희는 떠납니다. 따를 사람만 오세요.”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박만적은 구상열과 눈빛을 맞추고 앞으로 나아갔다.
강민호는 거들먹거렸다.
“설마 진짜로 때리려고? 모두의 앞에서? 그럴 배짱은 있나?”
강민호는 허세를 부렸다. 만약 그가 제대로 조심성이 있다면 차에 타고 말았을 거다.
그리고 그 방심은 단숨에 박만적에게 패대기쳐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강민호가 신음하고 패거리들이 뛰쳐나왔다.
“뭐하는 짓이야?”
“도둑놈들인가!”
곧, 배불뚝이 패거리와 강민호 패거리가 모두 붙어 싸움박질을 시작했다.
유상인은 지금 일어난 사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굳이 도발할 거까지는 없었어.’
강민호는 헛바람이 자주 허파에 차는 타입. 조금만 유리해져도 그야말로 왕 된 것처럼 행동한다.
배불뚝이 군단에게 차량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대화에서 유추한 그는 이 싸움이 또 다른 감염자로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걸 파악했다.
‘말려야 해. 그런데 내가 어떡해?’
유상인은 형제인 설동보다 행동력이 부족하다. 성격도 말이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이 난투극을 다른 이들과 지켜보았다.
그리고 역시나 수적 우위에 있는 배불뚝이 군단이 강민호 패거리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유상인은 마음속의 떨림을 진정시켰다.
‘이러니까 맨날…….’
유약한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가. 지금 이건 위기다.
온갖 생각 속에서 유상인은 한창 주먹을 휘두르는 박만적을 보았다.
‘저 사람 부인하고 아이가….’
그의 유일한 약점. 바로 병에 걸렸을지 모르는 아이.
유상인은 떨리는 마음으로 이 패싸움의 현장에 나섰다.
‘박만적은 분명 아이와 부인을 데리고 왔어.’
몸은 마치 맹수를 앞에 두는 것처럼 떨린다.
하지만 해야 했다. 감염자를 피하기 위해선 말이다.
“그만두세요!”
그의 외침이 퍼졌다. 하지만 대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 그런데, 박만적만은 거기에 반응했다.
“뭐?”
그가 몸을 돌리자, 유상인은 침을 꼴깍 삼켰다.
“싸, 싸우면 감염자가 될 확률도 높고…. 어차피 이 근방에도 차량을 조사하면 되잖아요.”
“…….”
박만적이 그 말에 잠시 입을 다물자, 구상열이 나섰다.
“야! 뭔데 끼어들어. 빠져!”
“상열아. 기다려 봐. 일리는 있다.”
박만적이 말하자, 구상열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일단 패싸움, 아니 일방적 구타를 멈추게 했다.
“너무 조급할 필요는 없어. 후우.”
박만적은 유상인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유상인의 눈빛이 자기 패거리가 아닌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는 걸, 보고 고개를 돌렸다.
잠깐 사이 일어난 이 패싸움은 결국, 유상인이 종료시키는데 성공했다.
“다행이다.”
유상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는 떨리는 몸으로 부모에게 돌아왔다.
“아빠, 엄마! 이제 괜찮을 거예요.”
신이문은 돌아온 아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아이고, 상인아. 너무 위험하잖니. 그래도 잘했다. 잘했어.”
모친 역시 상인을 감싸며 일단 황급히 안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위험한 싸움은 피했다.
감염자도 일단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 유상인을 강민호가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얼굴이 부어오른 채로 어안이 벙벙했다.
“저 미친놈이 왜 그냥 가? 사람 말을 저리 잘 듣는 거였어?”
그러다가 유상인을 보았다.
‘…….뭐지? 고작 저 순둥이 말 하나에 깡패 새끼가 간다고?’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강민호는 유상인과 마찰이 있고 난 뒤, 박만적이 조용해졌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했다.
“혹시?”
지아가 그의 뺨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며 물었다.
“왜? 무슨 일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무언가 있다. 지금, 강민호의 행동력이 빛을 발할 때다.
저녁이 되고 모두가 빈 주택에 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강민호는 일부러 유상인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움직였다.
그것도 맞은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말이다.
강민호는 지아의 손에 들린 선물을 보았다.
“그건 왜? 우리가 애써 모은 식량인데.”
“뭐 알아볼 거라며? 선물이라도 주면 더 호의적이지 않을까?”
“그렇긴 하지. 나도 뭔가를 줘야하나? 경우에 따라서 출혈을 크게 내야겠네.”
“나도 네가 잘돼야 한자리하는 거 아니야? 나도 사람 좀 부려보고 싶다.”
지아의 흑심에 강민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방문한 집.
유상인이 어벙한 얼굴로 나오자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박만적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나? 약점이라든지 말이야.”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유상인이 머뭇거리는 걸, 강민호가 캐치했다.
그는 지아에게서 식료품들을 건네주었다.
“우리 인연이 보통 인연이야? 피난민센터부터 같이 잘해온 사이잖아. 좀 도와줘. 그 자식들 깡패야. 깡패! 살다 살다 전리품을 멋대로 빼앗으려 드는 게 어디 있어?”
“…….”
하지만 유상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일까.
유상인은 한숨을 쉬었다.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야. 넌 알고 있어. 저 깡패 새끼가 네 말을 쉽게 들을 이유가 없잖아? 말해.”
조금은 고압적으로 태도를 바꾸려 하자, 유상인은 굳게 다문 입으로 고개를 저었다.
“야! 너무 하네. 지금 우리가 다 잘되라고 하는 건데. 와…. 참!”
어르고 달래려고 해도 유상인은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 약점은 치명적이고, 강민호의 성격상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위험하니까요. 여기서 일단은 서로 힘을 합쳐야 해요.”
유상인이 그렇게 답하자, 강민호는 머리를 굴렸다. 알아내야 한다. 저 배불뚝이 군단을 와해시킬 한방이 말이다.
그리고 강민호의 이 집착은 결국, 크나큰 결심을 낳았다.
“차를 줄게.”
그 순간, 옆쪽의 지아가 경악했다.
“민호야. 차라니. 그건….”
“어디라도 갈 수 있고, 감염자로부터 안전한 공간이기도 하지. 어때? 네 가족이랑 같이 어디든 가면 되잖아.”
순간, 유상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강민호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진짜 이거 아무나 안 주는 거다? 우리가 고생해서 얻은 거야. 지금, 그걸 너한테 준다고. 알려만 주면, 바로 줄게. 응? 가족을 지키는 거야.”
“가족….”
유상인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나오자, 거세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강민호는 씨익 웃었다.
“우리는 차 정도야 다시 가져올 수 있으니까. 어때, 이 정도면 폭탄세일이지? 네 가족을 지켜야 하잖아. 들어보니, 감염자들이 네 쪽 부모를 공격하려다 이 사달이 난 거라며? 차만 있으면 보호할 수 있어.”
그야말로 악마의 유혹이었다.
유상인은 가족을 떠올리며, 한참 고민했다. 하지만 오늘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기만의 이동수단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좋아요. 알겠어요.”
드디어 허락이 떨어졌다. 강민호는 지아에게 말했다.
“차 키 가지고 와.”
“민호야. 아무리 그래도….”
“빨리!”
강민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자 지아는 고개를 내저으며 움직였다.
“자아. 말해줘. 그놈에게서 뭘 본 거야. 어떤 약점이 있는데.”
유상인은 가족을 위해 공존을 버렸다. 그리고 5분 후, 강민호는 껄껄 웃으며 나왔다.
“걸렸어. 그 개자식! 이제 뒤질 준비해라. 가족을 철두철미하게 숨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크흐흐.”
강민호는 행동력이 좋은 남자. 이제 배불뚝이 군단을 무너트릴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