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25
안정적이다. 배불뚝이 군단은 며칠간 버틸 식량에 안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만적은 조심히 작은 방에 있는 부인을 보았다.
“현욱이는 어때?”
그의 시선이 새근새근 자는 아이에게 향했다.
아이는 초췌해져 있었다. 그리고 작게 기침을 하고 있었다.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거 같아요. 정말로…. 포기하지 않으니 된 거 같아요.”
“후우. 다행이네. 근데 저번에 탈출 즈음에 연신 기침을 해서 진짜로 감염자가 될 줄 알았어. 지금처럼 안정되니 나아졌다면….”
박만적의 아이는 사실상 감염이 될락 말락 한 상황이다.
‘근데, 이렇게 오래 기침하는 상태로 있을 수 있나? 원래 기침한 뒤에 바로 변하던데.’
그의 아이는 운이 좋은 건지, 기침만 하고 변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한 상태다.
박만적은 머릿속으로 사건 초기에 들었던 인터넷 유언비어를 떠올렸다.
[우리 할아버지 한 달 째 기침 중인데, 정신수양이나 마음의 안정 이런 거로 원래 하시는 분임. 기침만 하고 변하지 않는데 병이 아닌가?]거기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지만, 외국 기관에서 감정을 잘 컨트롤 하는 거로 발병을 막을 수 있다고 그러지 않았는가.
‘그래, 그럴 수도 있어.’
박만적은 희망을 품고 아내를 끌어안았다.
“고생했어. 진짜, 우리 아이를 숨기면서….”
“아니에요. 당신 친구들이 당신을 믿어주고 아이를 보호해줬기 때문이에요.”
희망. 박만적에게는 지금, 아이만이 희망이었다. 멸망해가는 세계 속에서 오로지 아이가 희망이었다.
“내가 잘해줄게. 여기서 일단 버티는 거야.”
박만적이 그렇게 아내와 애틋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지?”
“야! 박만적! 감염자를 숨기고 있었냐!”
강민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니, 미친. 야밤에 왜 소리를 처지르고 난리야!”
박만적은 그러면서도 숨이 덜컥 차오르는 걸 느꼈다.
‘어째서지? 우리 아이는 철저하게 보호하게 숨겼는데?’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강민호가 그걸 알았다.
반사적으로 그는 유상인을 떠올렸다.
‘그놈이야. 그놈이!’
박만적은 다급하게 패거리를 소집했다. 곧, 배불뚝이 군단과 강민호 군단이 정면으로 대치했다.
다른 이들도 하나둘 바깥으로 나왔다.
주변 감염자를 처리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강민호는 모두의 앞에서 박만적을 추궁했다.
“기침하고 있는 감염자를 데리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서 말이다. 확인을 해보려고.”
“지랄 마. 꺼져.”
박만적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냥 사례만 들려도 의심받는데, 기침은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나 다름이 없었다.
강민호는 승기를 잡은 장군처럼 모두에게 말했다.
“여러분. 오늘 일어난 감염자 사태를 보세요. 우리의 목숨이 위협됩니다. 어서 확인해야 합니다.”
“웃기지 마. 내게 그럴 의무가 없어! 게다가 감염자가 있다면 진작 우리 쪽에서 물렸겠지. 아무것도 없잖아. 억측은 집어치워!”
박만적이 그러든 말든, 강민호는 의기양양하게 상대의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꿀릴 거 없으면 보여. 아니면, 내가 얻은 전리품으로 차를 주지. 어때? 좋은 조건 아니야? 정말로 기침하는 아이가 없다면 말이지.”
“…….웃기지 마.”
“왜, 뭐가 그리 무섭지? 여러분, 이 새끼, 이런 놈이에요!”
강민호가 사람들에게 외치는 이 순간이었다.
“그…럴 거 까지는 없지 않나?”
어느 한구석에서 강민호의 의지에 반하는 말이 나왔다.
강민호의 시선이 움직인다. 그곳에 한 중년 여성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위해서 열심히 싸웠지 않나? 일단, 믿어주는 것도….”
“이봐요! 그러다가 피난민센터가 무너졌어요!”
강민호는 스스로 이 말을 하고 움찔거렸다. 엄밀히 말하면 그의 행동이 결정타였으니까.
박만적은 기회를 잡았다.
“여러분! 저희가 얼마나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까. 그런데 고작 의심 하나로 멋대로 한다고요? 억지를 부리고 해줄 의무도 없습니다. 감염자가 나타나면 이미 우리가 감염자가 되겠지요.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주변에 감염자를 처리했죠?”
박만적은 실적이 있었다. 분명히 깡패처럼 행동했지만, 적어도 사람들에게 강하고 통솔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람들은 그걸 알기에 섣불리 추궁하지 못했다.
“그냥 이쯤에서 서로 화해해.”
“아니, 왜 자꾸 싸우나. 그만하지.”
여기저기서 말이 나온다. 강민호는 당황했다.
“아니, 감염자가 있다니까.”
“그럼 진작 재들 말처럼 기미가 보였겠지. 지금 조용하잖아.”
강민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었다. 이 척박한 피난 상황에서 유능한 요원을 그냥 넘겨주려는 거다.
한 마디로 박만적이 보여준 능력 덕에 사람들이 쉽게 선동되지 않은 것.
박만적은 웃었다.
“애송이. 맞은 게 그렇게 원한이었어? 하하, 오늘은 그냥 넘어가 주지.”
“야! 기다려!”
강민호가 외쳤지만, 박만적은 무시하고 들어가 버렸다.
유상인은 가슴이 편치 않았다. 차를 받는 조건으로 교환했지만, 어젯밤 사건부터가 그가 원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엄마랑 아빠가….’
그는 옆에서 곤히 자는 수척한 두 사람을 보았다.
자기가 부모를 지켜야 한다.
‘차를 얻고 이곳을 떠나는 거야. 두 집단에 같이 있을 필요가 없어.’
지속적인 두 집단의 갈등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탈출해서 연락 수단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설동이는 죽지 않을 놈이니까.’
그의 형제가 가진 체질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무조건 오게 돼 있다.
그때까지 버티고 버틸 뿐.
유상인은 보급 받은 식량을 먹고 바깥으로 나왔다.
‘식량은 하루 치 뿐. 빨리 뭔가를 해야 해.’
강민호가 준 차 키가 손에서 움직였다. 그 역시, 운전면허가 있는 몸.
차량을 이동시키려 할 때였다.
“유상인. 네놈이지?”
그의 귀로 공포영화의 살인마보다 무서운 음성이 들렸다.
“…….”
유상인이 몸을 돌리자, 거기에는 흥분한 얼굴을 한 박만적이 보였다.
구상열과 다른 이들이 그를 포위했다.
“네가 강민호에게 꼰질렀지? 그 차는 뭐야? 꼰지르고 선물로 받았나?”
“…….”
유상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분노에 찬 이들에게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박만적은 목덜미를 잡히고 끌려가는 유상인을 보고 웃었다.
“어쩌겠어? 꼰지르고 혼나야지. 많이 좆같았다.”
그러다가 이들은 강민호 패거리와 마주쳤다.
두 집단은 잠시 정적을 이루었지만, 박만적은 거침없이 다시 발걸음을 이었다.
강민호는 유상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슬쩍 웃었다.
‘고. 마. 워? 지금 나한테 고맙다고 하는 거야?’
유상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패거리가 다시 헤어지고, 유상인은 이제 집안에 감금되어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너 같은 새끼가 제일 짜증나. 안 그래?”
박만적이 몽둥이 같은 발길질이 이어졌다.
유상인은 허약한 몸은 그 공세를 버텨내지 못한다. 여기저기 엉망으로 터지며 기절하기 직전까지 몰렸다.
‘엄마, 아빠….’
머릿속에 가족 생각뿐이었다. 죽을 수 없다.
유상인은 어거지로 버티며 숨을 헐떡였다.
구상열은 냉정하게 그를 보았다.
“이거 그냥 죽일까요? 좆같은데.”
“감염자가 되면 어쩌려고?”
박만적이 묻자, 구상열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변하는 도중에 죽이면 돼요. 이런 꼰지르는 놈은 크게 혼내줘야 우리가 편하죠.”
이들이 낄낄 거리고 이제 주먹과 발이 아닌 몽둥이를 들고 다가왔다.
“자아, 네 값싼 입을 원망해라.”
이들이 유상인에게 최후를 보여주려고 할 때였다.
“형님!”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박만적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 피투성이로 깨진 부하 하나가 엎어지듯 달려왔다.
“얼굴이 왜 그래?”
부하는 울먹이면서, 고개를 들었다.
“가, 강민호 새끼들이 쳐들어왔습니다!”
“뭐?”
박만적의 표정이 새파래졌다.
“이거 보여? 이거 보이냐고!”
강민호의 고성이 이곳을 울렸다. 그의 두 손에는 다섯 살 배기 아이가 있었다.
“콜록. 콜록.”
그리고 기침을 하고 있었다.
강민호는 유상인을 벌하러 패거리들이 간 사이에 아예 습격을 감행한 거다.
결국, 눈앞에서 증거물을 확보했다.
사람들은 기침하는 아이를 보고 경기를 일으켰다.
“지, 진짜였어!”
“진행 중이었구나!”
“저걸 숨겨? 미친 거 아니야?”
여론이 다시 거세게 요동쳤다. 강민호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이 우리를 말아먹으려고! 여러분, 저 새끼를 끌어내야 합니다.”
여론은 순식간에 기울었다. 강민호는 뒤에서 붙잡힌 박만적의 부인을 노려보았다.
“자기 자식이니 감싸는 건, 그렇다 치지만 이렇게 밝혀졌으니 처벌을 가해야지?”
강민호가 아이를 발로 차버렸다.
“콜록……. 우…….”
아이가 불안해 떨며 울고 있었다. 강민호가 쇠파이프를 손에 쥐었다.
“시발, 나도 이러는 게 싫지만!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야!”
그리고 이제 박만적 패거리가 다급히 뛰어왔다.
“무슨 짓이야!”
“감염자잖아!”
강민호의 쇠파이프가 아이를 후려쳤다.
박만적의 두 눈에 불꽃이 튀겼다.
“이 개자식이!”
그는 날아서 강민호를 몸통박치기로 날렸다. 단숨에 아이를 감쌌다.
“내 아이야. 우리 아이라고! 건들면 죽여 버릴 거다. 개새끼야!”
격정적인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아이는 울면서 연속 기침을 했다.
박만적은 그런 아이를 달래려 했다.
“착하지? 괜찮아. 아빠가 왔어.”
애틋하다면 애틋하지만, 문제는 지금 상황이 그런 부성애를 보일수록 주변인들에게 공포를 안겨준다는 점이다.
“죽여!”
“저 아이를 죽여!”
사방에서 쏟아지는 피난민들의 외침. 박만적 패거리들은 당황했다.
“아니야! 우리 아이는 괜찮았다고.”
박만적은 필사적으로 아이를 옹호했다. 그럴수록 불만은 커져가고 패거리들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였다.
“캬악!”
박만적의 귀로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들렸다.
“아….”
그것은 순식간이었다. 아이가 박만적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걸 말이다.
“여보!”
박만적의 아내가 달려가고 아이는 엄마에게 달려들었다.
“제기랄!”
구상열이 엄마를 문 아이를 후려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만적이 일어섰다. 전신에 메마르고 푸른 혈관이 돋은 채로 말이다.
“키아아악!”
“도망쳐!”
강민호 패거리는 허겁지겁 차량에 올라탔다. 단 하나, SUV만 제외하고 말이다.
“시발, 엿같네.”
강민호는 차량을 이용해서 박만적으로 밀어버렸다. 이윽고, 다른 두 감염자도 빠르게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패닉이었다.
그의 귀로 곳곳에서 비명과 기침이 소리가 들렸다.
“여기도 오래 못 있겠네.”
강민호는 패거리를 모으다가 덩그러니 있는 SUV를 보았다.
“유상인 어디 있어?”
그는 유상인을 찾아야 했다. 차량 한 대 한 대가 지금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