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26
‘제기랄. 이러기는 싫은데.’
강민호는 구상열에게 접근했다.
“야! 태워줄 테니까 유상인 어디 있는지 말해!”
“골목 지나서 다음 집.”
구상열도 판단은 빨랐다. 바로 그의 타에 올라타고 이들은 뻗은 유상인을 구출했다.
그들은 유상인의 차 키를 가지고 SUV를 기동시켰다.
사람들은 일단 되는 대로 태웠다.
유상인의 부모도 차량에 태우고 이들은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2. 남자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살려줘요! 문 좀 열어주세요!”
감염자들이 서울의 한복판을 행진하고 있었다.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서울이다. 최후의 저지선 운운했지만 이미 감염자들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간 상태였다.
집을 잃고, 감염자들에게 도망치던 자들은 다른 집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는다.
“에라이 시발! 안 나오면 부숴버릴 거야!”
문을 두드리던 이들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
안 열어준다? 그러면 억지로라도 들어간다.
민폐지만 살기 위해 모든 하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이들은 그것에 충실했을 뿐이다. 거칠게 문을 두드리다가 창문으로 갔다.
“개새끼들아! 문 열라고! 창문 깨버린다?”
흥분한 중년 남성이 이 가정집의 창문으로 돌아갔다.
근처에 굴러다니는 돌을 주어 들고, 당장에 난입할 듯 소리 질렀다.
그리고 현관문이 열렸다.
이들은 황급히 들어갔다.
“조용히 하세요!”
신경질적인 인상의 여성이 그들을 안내했다. 중년은 아까까지와 다르게 바로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방금 전은 죄송해요. 감염자들 때문에.”
“됐고. 들어오세요.”
중년은 가족과 함께 집 안에 들어갔다. 다시 집은 고요해졌다.
이들의 비명이 들리기 전까지.
“시발새끼들아! 어디를 들어 올려 그래?”
“형부! 죽여 버려요! 시발새끼들!”
“아아악!”
비명이 끝나고 시체 4구가 바깥에 버려졌다.
그리고 그 4구는 모두 감염자로 되살아났다.
중랑구까지 가려면, 이러나 저러나 차가 필요하다.
신설동은 펑크 난 차량과 시체를 앞에 두고 한숨을 쉬었다.
약탈자들에 의해 멀쩡한 이동수단이 작살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타이어 교체라도 해야겠군.”
설동은 식량을 실은 SUV를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휴대전화도 없어진 지 오래다. 인터넷으로 지도를 보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 것치고는 이 거리가 꽤 조용한데? 감염자는?’
감염자들이 이렇게 활약하는 이상, 곳곳에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주변은 싸늘한 공기만이 가득했다.
설동은 한숨을 쉬었다.
정 아니면 널브러진 차들에서 차 키랑 같이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근처를 뒤지기 시작했지만,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잠긴 차 안에 시체가 있거나, 아예 오지도 못하고 죽은 게 다수였다.
혹시나 해 설동은 편의점을 찾았다. 그나마 흔하게 볼 수 있는 거지만, 이미 털린 지 오래였다.
‘무기가 필요해.’
설동은 자신의 손에서 너덜너덜해진 도끼를 바라보았다.
거대 좀비랑 싸울 때 도끼는 이미 효용 가치를 상실했다.
바꿔야 한다. 그는 철물점을 떠올랐다. 생필품이야 최우선으로 털릴 거다. 하지만 철물점은?
편의점이나 마트와 비교하면 비교적 멀쩡할 확률이 높다.
철물점. 이미 부러지기 일보 직전인 도끼를 가지고 그는 움직였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가는 길에 감염자들의 시체가 널려 있다는 걸.
아마도 군대가 직접적으로 교전을 한 곳 같았다.
그렇기에 감염자가 안 보인다.
‘그러면 사람은? 사람들이 돌아다녀야 하잖아? 감염자가 안 보이는데?’
설동은 이 사태 이후로 처음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공허한 도시. 마치 ‘나는 살아있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적막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업은 모래사장에서 유리 조각 찾기였다.
철물점은 고사하고, 그냥 마트도 찾기 힘들었다.
도로 양 사이드에는 건물들이 있었지만, 다 부서진 치킨 집과 그냥 디자인 상표 건물이 있었다.
“시발.”
할 수 없이 그는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욕만 느는 거 같아. 응?’
다시 차량이 있던 곳으로 돌아오던 참이었다. 설동의 눈앞에서 트럭이 보였다.
근데, 분명히 그가 출발할 때는 트럭이 보이지 않았다.
“······.”
설동의 걸음걸이가 다시 고양이처럼 날렵해졌다.
조심, 조심. 자기 차량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
설동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렀다. 사람이다.
사람이 지금, 그의 자동차에서 움직였다.
“야, 민청이랑 선우가 죽어버렸는데? 시발, 이 주인 새끼 어디 있어?”
소리가 들린다. 그 여파는 당연하게도 별로 좋지 않다.
“일단 트럭에 짐을 실어. 기다리고 있으면 주인이 올 거 같은데. 잡아서 족치자. 여자가 있으면 따먹고, 남자 새끼는 죽이자고.”
험악한 소리가 들린다.
설동은 이제 부서지기 직전의 도끼에 힘을 주었다.
저 식량은 자기가 서울로 가기 위해 마련한 거다. 그걸 감히 건든다?
저들이 이런 세계니까 약탈을 하듯, 설동도 죽이는데 자비는 없다.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다.
설동이 조심스럽게 인원수를 파악하려 할 때였다.
두 명 정도까지는 어떻게 든 된다. 하지만 설동의 눈에서는 무려 5~6명의 남자가 보였다.
절로 속에서 욕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5~6명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당해내지 못한다.
“······.”
하려면 기습뿐.
설동이 조심히 트럭을 가림막 삼아 이동할 때였다.
갑자기 트럭 뒤쪽에서 사람 하나가 일어났다.
“시발, 빨리빨리 일하고 기다리든지 해. 너무 늦으면 대장이 의심한다.”
“···.”
바로 옆에서 일어선 남자. 이건 예상 밖이었다. 설동과 남자가 눈이 마주치기 1초.
설동의 손이 움직였다.
쩌억! 번개같이 머리통에 도끼가 꽂혔다.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남자가 뻗었다.
하지만 남자 몇몇이 물건을 가지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설동과 이들이 서로 마주쳤다.
“저…….. 저······. 야! 저 새끼다! 민욱이 형이 당했어!”
“개자식이! 우리 식구를!”
5명의 남자가 우르르 달리기 시작했다. 설동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잡아!”
뛰고 있는 좌우로 각목과 돌덩이가 튀었다.
그러다가 설동의 무릎 뒤쪽에 돌을 얻어맞았다.
“읍!”
순간적인 주춤. 상대가 근접했다.
설동은 고개를 들자마자, 정면에서 오는 털보한테 도끼를 날렸다.
촤악.
그대로 얼굴에 도끼가 꽂히고 약탈자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사이 설동은 뛰었다. 일부러 주택가를 찾아 골목을 들어갔다.
하지만 지리를 모르기에 무작정 아무 골목이나 들어갔다.
“포위해! 저기 안쪽인 거 같아.”
멀리서 소리가 들린다. 설동은 소리가 두 개로 나뉘었다는 걸 파악했다.
하지만 그가 갈 골목은 도망치기 모호하게 벽으로 막혀 있었다.
돌아가거나 옆길은 상대가 노린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설동은 결사 항전의 자세로 싸우려고 했다.
“저기요. 아저씨……..”
바로 그때였다.
옆집 창문이 열리더니, 자그마한 소녀가 손짓하는 게 아닌가.
“······.”
설동은 다른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불렀다는 이유 하나로 몸을 그곳으로 던졌다.
“어디 있어? 시발!”
“아니, 홍길동이야? 어디로 사라진 겨!”
창밖으로 약탈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범해 보이는 가정집. 하지만 감염자 세계의 여파가 보였다. 거실과 탁자에는 씻지 못한 식기들이 가득했다.
“일단, 고맙군.”
설동은 자기를 구해준 소녀를 쳐다보았다. 나이는 10살도 안 되어 보였다.
소녀는 헤헤 웃었다.
“구해줬으니 보답해줘요.”
“뭘?”
대뜸 도와달라고 하는 소녀였다.
“우, 우리 언니가 식량을 구하러 간다고 하고 아직 안 돌아왔어요. 그래서
“포기해.”
설동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못 도와줄 건 없다.
하지만 이런 세상이다. 자기도 빨리 중랑구로 가야하고,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도와준 답례로 식량 정도는…….”
실망한 아이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거기다가 식량도 다 털리지 않았는가.
식량도 보답으로 주겠다는 말도 도중에 끊었다.
‘이런 세상이야.’
이미 현실과는 달랐다.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변했다.
설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감염자는 없어 보이는데 왜 여기에 있어?”
“그……. 언니가 식량 구하러 간다고 해서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래요. 그리고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해서요. 저 잘했죠?”
“······아.”
그렇다. 전투 이후, 군대가 물러난 지역이다. 감염자들은 없지만, 통제할 것들이 사라졌으니 무법천지가 된 거다.
약탈자들이 그래서 존재하는 것.
감염자가 거의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 식량은 내가 찾으면 바로 갖다 주지.”
“…….네.”
소녀는 포니테일의 머리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미안한 감정도 든다. 설동은 원래 감정적이고, 감성적으로 행동하는 때도 많았다.
성격도 다혈질에 속한다. 본래의 자신이었으면 소녀에게 식량이라도 기꺼이 나누어 주었을 거다.
‘근데 이런 세계에서 그러다간 위험하잖아.’
이기적이고, 비겁하게 가야지 중랑구까지 갈 수 있다.
그렇게 소리가 잦아들자, 설동은 소녀의 집을 떠났다.
하지만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설동은 이를 악물고 현관문을 나섰다.
‘잊어. 잊으라고.’
찝찝함을 뒤로 하고 자신의 차량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가보았다.
‘트럭이 아직 있어.’
아직도 트럭이 있다. 약탈자들이 아직도 자신을 찾는 거다.
“후우.”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의 행동이 변했다.
불법을 태연하게 저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설동은 일단, 하나하나 돌아다니는 걸 보면 습격할 요량으로 트럭이 보이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엉망으로 다 털리고 문짝도 부서졌다.
보통 이미 털린 곳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오히려 역으로 이용할 수 있으리라.
‘몇 시간이고 기다려주마.’
저들이 방심할 때까지. 설동은 사냥꾼의 눈으로 기다렸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났을 까?
“야야! 대박이다! 대박. 여자를 잡았어!”
그의 귀에 무언가 소름 끼치는 발언이 들렸다. 설동이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머리가 그 꼬마를 붙잡고 오는 게 아닌가.
“놔줘요. 언니······. 언니를 찾아야 해요!”
설동의 두 눈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