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30
‘고문이었나?’
분명히 성민우도 장미연에 대한 무서운 소문을 듣기는 들었다. 여러모로 위험하다고 말이다.
“아니……. 그건…….”
“뭐? 지금, 반항 하냐? 깡 좋다?”
다른 간부가 그를 윽박질렀다.
“아, 아닙니다.”
성민우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거리고 있었다.
“히야, 무슨 개 같은 경우야. 얼마나 우리를 얕봤으면 말대답까지 하고?”
“······.”
거의 군대 시절 선임의 갈굼을 연상케 했다. 그가 혼나야 할 이유는 없다.
그냥 윗선 기분에 따라 다르다.
장미연이 그때, 책상을 두드리며 주의를 환기했다.
“너무 화내지 마. 아직 잘 모르잖아. 혹시 걱정하는 거야? 멀쩡하게 잠깐만 쓴다는 거지. 금방 돌려줄게.”
장미연은 유혹하고 있었다.
간부. 이 무리에서 간부란 절대 권력자였다. 수십에 달하는 무리를 통제하고 모든 약탈품을 먼저 가진다.
게다가 여차하면 마음대로 이성을 취할 수 있었다.
그 권한을 준다는 거다.
성민우는 살짝 끌렸다.
하지만 주하나를 바쳐야 한다.
“어때? 여자 하나랑 간부 지위랑 바꾸는 건데, 괜찮지 않아?”
누가 봐도 이득인 조건이다.
성민우는 생각했다.
‘근데, 이게 물질적으로 거래되는 건가? 아니, 이래도 되나?’
사실, 보통 세계였다면 택도 없을 이야기였다. 세상은 달라졌다.
저걸 말해도 모두가 문제시 삼지 않았다. 그냥 살기 위해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는 게 되었다.
성민우는 고민했다. 온갖 죄책감과 보상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떠올렸다.
그러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간부……. 확실한 거죠?”
“물론. 바치면 우리가 대장에게 말할게.”
장미연이 사악하게 웃었다.
“쿠아아아! 캬아아악!”
설동은 좀비들의 아우성치는 소리에 몸을 낮췄다.
그가 있는 곳은 강서구. 김포 국제공항과도 가까운 이곳에 설동은 버려졌다.
애당초 공항 자체가 불특정 다수가 왕래하기에 바이러스에 노출이 심하다.
곳곳에 감염자가 있었다. 설동은 이를 갈았다.
‘난 잘못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인 거 자체가 죄라면 죄겠지만, 애당초 자기를 죽이려던 게 그들이었다.
더불어 범죄를 저질러서 막은 거다.
필연적인 살인.
상대는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 이해할 필요가 없긴 하지. 나도.’
그렇다. 상대 사정이 알게 뭔가. 지금 내가 살아야 하는데.
설동은 알다시피 그렇게 침착하거나 시야가 넓지 않았다.
복수.
지금 해야 할 건, 그들에게 다시 복수하는 거다.
강서구 아래로 양천구. 그 아래로 가야지 놈들이 있는 곳을 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까지 갈 자동차도, 식량도 무기도 말이다.
‘구하면 돼.’
설동은 일단 방문을 두들기는 감염자 떼들을 보았다.
동시에 한꺽정을 떠올렸다.
파쿠르 하듯 옥상을 뛰어넘는 걸 말이다.
또한, 허순자의 판단력을 떠올렸다.
‘감염자들이 여기에 몰렸다는 건, 다른 데는 한산하단 거야. 건너갈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하고 움직이자.’
그들에게서 배운 장점을 하나씩 활용한다.
설동은 현재 무섭게 두들겨지는 방문을 뒤로하고, 창문을 열었다.
“캬악!”
“구아악!”
밑에서는 감염자들이 락스타를 환영하는 것처럼 팔을 벌리고 있었다.
정신을 놓는다면 저기로 몸을 던졌겠지만, 설동은 창문과 연결된 다른 곳을 보았다.
쇠창살. 옆쪽 창문에 쇠창살이 있었다.
보통은 도둑을 막는 용도지만, 이럴 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설동은 손을 뻗었다. 저걸 잡고 다른 옆쪽으로 이동한다.
“후우.”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 설동은 몸을 날렸다.
타악.
안심의 소리가 들렸다. 쇠창살을 잡는 데 성공했다.
“우어어!”
밑에서 감염자들이 우르르 몰렸다.
동시에 아까 있던 방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설동은 쇠창살을 잡고 벽 쪽에 앉았다.
확인해야 한다. 자기가 가야할 곳을.
트럭이 자기를 버리고 갈 때의 방향은 여기서 오른쪽.
그 방향으로 달려야 했다.
좀만 벗어나면 어차피 지하철역과 도로가 그의 행선지를 밝혀준다.
무기.
지금 머릿속에는 뭔가 들 만한 게 필요했다.
칼도 좋고, 몽둥이도 좋다. 아무튼, 공격할게 필요했다.
설동이 단숨에 벽 아래로 내려가 달리기 시작했다.
감염자들은 집 쪽으로 몰려서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설동은 무작정 뛰다가 옥상이 있는 가정집으로 침투했다.
기다리는 감염자가 팔을 벌렸지만, 설동은 살점 대신 박치기를 선사했다.
그대로 박치기로 가슴팍을 밀치고 설동이 옥상으로 움직였다.
조밀하게 건물들끼리 붙어 있는 우리나라 건물 특성상 그의 파쿠르 실력을 향상할 기회였다.
설동은 무작정 뛰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었다. 아래로 감염자들이 느릿하게 추격하고 있었다.
떨어지면 지옥.
설동은 가까운 곳은 구르고, 먼 곳은 난간에 간신히 매달리며 이곳을 움직였다.
“좋은 거 있네.”
그중 한 옥상에서 쇠지레를 발견한 설동은 이 집을 마지막으로 지상으로 내려갔다.
집안에도 감염자가 있었지만, 설동은 속칭 빠루로 면상을 날려 버리며 탈출했다.
‘뛰어! 뛰어!’
복수한다.
그 일념만으로 설동은 다시 감염자 소굴을 벗어나고 있었다.
황혼의 해가 이제 점점 지고 있었다.
“아이고……. 내 새끼…….”
김만복은 간소하게 차려진 장례식장에서 울고 있었다.
장례식장이라 해봐야 그냥 조촐하게 식구들과 지인들이 모여서 대충 꾸민 공간이다.
여기서 죽은 자들을 추모하고 있었다.
“이 할애비가 네 복수를 했다. 그놈은 죽었어. 그러니……. 이제…….”
슬픔은 이 장례식장을 가두고 있었다.
그 사건 이후 벌써 하루가 지났다. 원래 3일을 해야 하지만 상황 상 하루 만에 바로 발인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장례지도사도 없고, 시체도 없다.
김만복은 울면서, 아들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았다.
“갑시다. 우리를 위해 희생한 거요.”
청년들이 형식상 사진을 드는 김만복의 뒤로 갔다.
슬픔의 장례식이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노인의 슬픈 얼굴 위로 무언가가 날라 왔다.
거친 쇠와 약한 노인의 머리가 부딪치고 이내 노인은 쓰러지고 말았다.
“뭐야!”
“만복 할아버지!”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 청년들이 놀라서 쓰러진 노인을 보았다.
머리가 깊게 패고 피가 흘렀다. 그리고 쇠지레 하나가 놓여 있었다.
청년들이 시선을 돌리자, 그곳 애는 칼 한 자루를 들고 있는 악귀가 있었다.
“저······. 저거?”
“그 살인마 새끼잖아!”
청년들이 일어서려 했지만, 상황이 그때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한정된 공간도 아니고 혼자 무기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장례식이기에 그들은 무기도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
“죽을 줄 알아라.”
피 묻은 옷을 펄럭이며, 설동이 달려들었다.
제일 먼저 용감한 청년 하나가 주먹을 날렸다.
설동은 한차례 멈췄다가 다시 달려들어 칼로 복부를 찔렀다.
“끄악!”
무자비한 찌르기에 청년이 쓰러졌다.
그는 눈을 돌렸다. 도망치는 자들이 보인다. 설동은 하나씩 추적하기 시작했다.
중요하지 않다. 지금, 아예 저 멀리 도망치는 자들까지 잡을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설동은 이제 헉헉거리며, 건물 구석에 몰린 청년에게 다가갔다.
이미 그의 몸에는 자기 피가 아닌 피들이 엉겨 있었다.
“살려줘요…. 나, 나도……. 명령 때문에.”
“그거 안 됐네. 나도 명령 때문에.”
“누, 누구요?”
“내 마음.”
피가 묻어 거친 칼날이 목을 관통했다.
‘도끼.’
설동은 자신의 전용 무기(?)인 도끼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빌딩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걸 발견했다.
‘확실한 건, 세력이 있다는 거지.’
설동은 허순자처럼, 정보를 종합했다.
이들은 본거지가 따로 있다. 일종의 분점 형태다.
즉, 도망쳤다는 이들도 결국에는 다시 본대를 끌고 온다는 점이다.
‘도망쳐야 해.’
설동은 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트럭을 찾았다. 그리고 저들이 가지고 있는 식량을 다시 탈취해 실었다.
여기가 어떻게 되든 알 거 없다. 오로지 중랑구로 갈 생각뿐이었다.
트럭에 시동을 걸고 설동은 이 피바람이 난 곳을 빠져나왔다.
추격이 오기 전에 도망만 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비를 켜고 우회를 시작하고 빠르게 용산 위로 우회했다. 1시간이면 이제 중랑구로 갈 수 있다.
‘이 빌어먹을 곳에서 탈출하는 거다.’
감염자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지만, 트럭을 이길 수는 없다.
깊은 한숨을 쉬고 설동은 운전을 계속했다.
배가 고프지만, 뭐가 대수겠는가. 어서 가족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얼마나 또 가족에게 다가갔을까. 설동은 저 멀리서 구름 같은 것이 있는 걸 발견했다.
‘구름? 말도 안 되는데. 지상에 무슨……. 차라리 먼지겠지.’
설동의 차는 계속해서 달렸다. 저 구름 같은 것을 식별할 때까지.
“…….”
그리고 그 구름, 아니 정확히는 다수의 군중에 의해 일어나는 먼지 덩어리가 식별되었다. 순간, 설동은 급격하게 차를 돌렸다.
기름이 부족해서? 아니다. 설동은 저 멀리서 엄청난 감염자 떼가 몰려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시발.”
이 우회로마저 감염자들에게 잠식당하면 얼마나 돌아야 하는가.
하지만 일단은 도망쳐야 했다.
설동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4. 이상 상황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성민우는 초조함과 죄책감에 말라가고 있었다.
사실상의 간부 예약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간부만 되면 하나도 희연이도 모두 잘 보호해줄 수 있어.’
그는 수색이나 일도 빼먹었다. 사람들이 욕하려 해도 당장 간부들이 보호해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가를 받음에도 성민우는 오직 한 여자에게만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 하나야.”
초췌한 얼굴로 계단에서 내려오는 여성, 주하나는 쓰레기가 있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시발놈. 날 팔아?”
“그……. 내…. 내가. 권력을 얻으면….”
“지랄. 그 미친 변태 년이 그러더라. 어차피 줄 생각도 없는데 말 한마디에 넙죽 바친다고. 개쓰레기 새끼.”
신랄한 말투에 성민우는 충격을 받았다.
“아니야. 간부들도 날 보호해주고 있어. 그냥 널 놀리려고 그런 거야.”
“그래. 날 놀리려고 별 개 짓거리도 다하더라. 넌 내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모르지?”
주하나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