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33
하지만 자기처럼 특수한 체질도 아니고, 살았다고 해도 이제 어디 가서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주하나 일행과 같이 뛰었다. 하지만 감염자와도 같다.
아니, 그보다 못하다. 감염자는 사람을 공격한다는 목적이라도 있지, 설동은 지금 아무것도 없었다.
“뛰어요! 오고 있어요!”
자기 트럭이지만, 도저히 그는 운전할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성민우가 운전대를 잡았다.
“구아아악!”
설동이 짐칸에 타려는데 감염자 하나가 근처로 왔다. 힘없이 도끼를 보던 설동은 달려드는 좀비를 일단은 피하고 올라탔다.
차량이 급격하게 출발하고 짐칸에서 쫓아오는 감염자랑 눈이 마주쳤다.
“…….”
설동은 다시 우울해지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 몇 명 남았어?”
신지석. 그는 이 구로구 일대에서 왕이었다.
수많은 약탈자를 대동하고 움직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무리는 왕은커녕, 생존도 담보하기 힘든 산적떼 수준이었다.
감염자들의 대규모 진격. 군부대도 철수한 지금, 새로운 정보 입수는 힘들다. 이들이 감염자 떼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
“결국, 다 버리고 왔어.”
그렇기에 대 탈주를 감행했다.
급한 대로 차량과 음식을 담은 차량을 가지고 도주했다.
‘그때의 경험이 있어서 다행이야.’
설동에게 당하고 차량에 음식을 저장해 둔 그였다.
하지만 문제는 전원 이동은 불가능했다.
즉, 일종의 ‘솎아내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필요 없는 자들에게 전투를 명하고 몰래 튈 준비를 했다.
“싸워! 여기가 우리 보금자리야!”
그러면서 이들은 주차장으로 뛰었다.
“대장! 어디 갑니까?”
“우리는요!”
아무것도 빠르고 싸우던 이들이 그들을 향해 분노를 내뱉었지만,
급한 대로 간부들과 같이 20명 정도만 우선으로 탈출했다.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마세요!”
뒤에서 늙은 중년 아줌마가 쫓아왔지만, 이들을 태운 마지막 차량은 그렇게 떠나버렸다.
신지석은 그 뒤로 정신없이 이동했다.
하지만 감염자 떼들은 곳곳에 있었다. 그나마 민준이 가진 소총으로 어느 정도 처리는 했지만, 사람이 하나씩 줄어들었다.
“도와줘요!”
감염자 떼에 묶인 자동차를 두고 이들은 도망쳤다.
아니, 일부러 하나씩 낙오되게 했다.
‘우리가 살아야 해. 살기 위해서는 희생자가 필요해.’
신지석은 이미 한 무리의 왕이 되기 충분한 냉정한 마음을 보였다.
감염자들에게 미끼를 던지고 자기들을 탈출한다.
목적지는 한군데였다.
“치료 센터가 있다고? 거기로 가자.”
당장 그들이 가야 할 안전한 곳은 군대도 있고, 사람들도 많은 치료 센터.
즉, 설동 일행과 목적지가 일치했다.
서울 종로구. 그곳에 치료센터가 존재했다. 하지만 종로구로 가는 데 크나큰 장애물이 존재했다.
‘종로구 쪽은 처리가 다 됐다고 들었는데. 나머지 구역은….’
치료 센터는 경복고 뒤쪽, 창의문로에 위치한다.
뒤로는 북악산이 있다.
당연히 마포구를 지나 서대문구로 가야 한다. 하지만 서대문구는 지금 감염자 소굴이었다. 쉽사리 뚫기 힘들었다.
도로로 가는 건, 그냥 고립돼서 죽으라는 거다. 주차 상태도 엉망이고, 차로 막힌 곳도 있었다.
즉,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한다는 것.
이들은 식량을 안전하게 확보할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소총을 든 군인을 중심으로 종로구 바깥에서 감염자들을 제압하며 나갔다. 화기는 소총 두 개에 권총과 수류탄이 다다.
그마저도 보급이 없기에 소총 하나는 총알을 다 써 그냥 휘둘렀다. 이러니 사상자가 발생하는 건, 필연이었다.
“으아아아!”
감염자 하나에 물린 사람이 비참하게 신지석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 살려…. 저도…. 치료 센터에….”
“어쩔 수 없다.”
신지석은 민준에게 눈짓을 하고 바로 들고 있던 각목으로 남자를 가혹하게 구타했다
“감염자가 된 자에게 예외는 없다. 모두 규칙 엄수해.”
신지석은 씩씩대면서, 건물에 일단 진을 쳤다.
그렇게 몇 시간의 휴식할 때였다. 정찰을 하던 한 군인이 외쳤다.
“트럭이 지나가요! 어떻게 하죠?”
“뭐라고?”
신지석이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다른 생존자 무리라면 협력을 할 수도 있다.
‘아니, 여차하면 미끼로도 가능해.’
신지석이 황급히 고개를 들자, 파란색 트럭 하나가 달려오고 있었다.
근데 낯이 익었다.
“어…. 저 차량은?”
신지석은 잘 알고 있다. 자기가 아끼던 간부가 타고 다니던 걸 말이다.
그리고 그 간부는 죽었다.
‘저걸 누가 타고 있단 거야.’
단 한 대뿐이다.
“잡아! 저거 잡아! 일단 잡아! 누군지 확인해!”
신지석은 무리에게 명령했다.
곧, 거친 스키드 마크 소리가 도로를 질주하며 멈췄다.
“내려.”
설동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기의 희망이 무너진 지금, 총을 들이대며 내리라는 이 군인을 보고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싸워야 하나?’
쳐다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개머리판의 타격이었다.
설동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 새끼들 어디로 도망쳤나 했더니!”
신지석이 무리와 함께 나왔다. 삭막한 도시에 시체가 널린 곳.
이곳이 지옥이었다. 그리고 설동의 눈에 익숙한 자가 보였다.
“어라? 이거, 설동 씨가 아니신가? 그 위세는 어디 가시고?”
자기를 비웃는 신지석이 보였다. 신지석은 설동을 보자마자 다른 동료들로 눈을 돌렸다.
“뭐야, 이거 도망자들 아니야?”
주하나와 성민우를 보고 신지석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신경은 이들보다 다른 이들이었다.
원래 있던 놈들은? 활 쓰는 애랑 얼굴 잘생긴 놈…. 아, 그리고 원숭이같이 졸라 건물 잘 타는 놈도 있지? 다 어디 갔어?”
“…….”
멍한 얼굴에 유일하게 감정이 드러났을 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죽은 자기 친구들의 이야기에 설동의 재만 남은 감정에 작은 불꽃을 일렁이게 했다.
신지석은 박수를 쳤다.
“아, 죽었구나? 걔들 진짜 실력 좋았는데 말이야. 어쩌겠어. 태어나는 건, 순서 있어도 죽는 건, 순서가 없잖아? 이놈들 묶어!”
그렇게 이들은 제압당해 바닥에 무릎이 꿇려졌다.
설동은 그 작은 불씨에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다.
‘나, 잡혔나? 안 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으면 안 되잖아.’
목적은 없다. 하지만 안 된다. 동료들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렇다. 자기를 위해서 죽은 한꺽정의 말이 생각났다.
‘아직은 아니야.’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빡!
개머리판이 설동의 머리를 강타했다.
“이 새끼. 졸라 주제도 모르네.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다리에 구멍 좀 내줘?”
군복을 입은 남자, 민준이 그를 비웃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그 자리에서 패버렸어야 했다.
‘충격이 심해.’
주먹을 반사적으로 쥐었지만 그뿐이었다.
“어라? 이 새끼. 지금 싸우자는 거야? 열받냐? 열받냐고!”
총구로 설동의 턱을 툭툭 건드렸다. 그러더니, 설동의 가슴팍을 군화로 까버렸다.
“크헉!”
설동이 쓰러지자 개머리판이 다시 한 번 날아왔다.
“난! 말이지! 너같이 좆도 없으면 깝치는 새끼가! 제일 싫어. 장상병 그 새끼처럼 말이야.”
설동의 머리에서 피범벅이 되고 있다.
동시에 주희연이 울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너도 우리 무리에서 먹고살았으면서 도망을 쳐?”
민준이 우는 희연에게 윽박지르자, 신지석이 말렸다.
“야야! 그래도 애잖아. 쓸데는 많아. 알지? 권한은 나한테 있다.”
그는 주하나를 보며 웃었다.
“어때? 살길은 하나뿐인데. 알지?”
“지랄하고 있네.”
주하나는 침을 내뱉었다.
신지석은 웃었다.
“뭐, 좋아. 아무튼, 좋은 ‘미끼’를 얻어서 좋네. 우리는 종로구로 가야 하는데 감염자 때문에 힘들단 말이야. 너희가 그 미끼를 해주면 좋겠어.”
“아이까지?”
성민우가 말했다. 신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쩌라고 나이가 어리든 말든 이 세상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아. 너희는 약자고, 당연히 우리가 필요한대로 쓰고 버려지면 돼. 나이는 상관없어.”
그저 울 수밖에 없는 희연의 뒤에서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이 들어왔다.
장미연, 이 여성은 황급히 달려왔다.
“어머나! 이거 아주 좋은 애들이 잡혔네? 안녕?”
주하나에게 윙크를 하는 미연에게 신지석이 고개를 저었다.
“미끼로 쓴다.”
“뭐라고? 나 좀 즐기면 안 돼? 복수하고 싶은데?”
장미연은 그러다가 화들짝 놀랐다. 차분한 인상에서 악귀같이 변한 신지석 때문이다.
“그럴 시간 없다. 알잖아. 우리는 안전한 곳을 찾아가야 해. 지금 그게 중요해. 생존이 무조건 우선이다.”
“아, 알았어.”
장미연은 어쩔 수 없다며 주하나를 보고 혀를 날름거렸다.
“일단, 작전회의를 할 테니까. 민준아. 감시해라.”
“예압. 아프냐?”
소총을 든 민준이 피투성이의 설동을 보고 웃었다.
피범벅이지만, 당연히 재생한 상태다.
물론,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이들이 그걸 알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그대로 건물 지하로 끌려갔다.
장미연은 다급했다.
‘그 건방진 암캐를 쉽게 죽일 수가 없지.’
이런 세상에서 그녀는 자기 본성에 대해 자각하고 있었다.
‘그래, 괴롭히는 게 좋아. 난, 지금까지 약자였는데. 이제는 달라.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박 부장 애인에서부터 지금 간부까지, 그녀는 점점 변화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주하나가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을 떠올렸다.
‘그년은 날 혐오하고 있어. 내가 다른 고문한 녀석들보다 잘 대해줬는데! 감히 날? 이번에는 아주 질기게 괴롭혀주지. 죽기 직전까지 말이야.’
손쉽게 미끼로 쓰임 당해 죽기 전에 자기가 가지고 논다.
그는 민준에게 다가갔다.
“민준아. 나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아. 안 돼요. 지석이 형이 엄격한 거 아시면서! 거기다가 저번에도 그러다가 그놈들이 뛰쳐나갔잖아요.”
“어차피 회의하느라 한두 시간 못 나와.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잖아. 응? 한 번만. 그리고 주하나 괜찮지 않아? 너도 즐기게 해줄게. 우리 둘만 알면 아무 문제없잖아.”
장미연에게 저번 사태의 교훈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자기 앞에 놓인 쾌락을 우선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점점 자기 위주로, 자기만 생각하게 변하고 있는 거다. 민준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면, 대신 이걸 해줘요.”
귓속말로 장미연에게 무언가 속삭였다. 장미연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내가 먼저야. 알았지?”
“물론이죠!”
민준은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장미연은 당당하게 포로들이 붙잡힌 지하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을 노려보는 주하나가 보였다.
“애들 앞에서 놀기에는 그렇지? 따라 나와.”
“미친년.”
주하나가 살벌하게 욕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민준에게 붙잡혔다.
“이 개자식들아! 하나 건들지 말라고!”
성민우가 분노해 일어섰다. 하지만 민준의 군홧발에 다시 쓰러졌다.
설동은 마음속 잿불이 더 커지기를 기다렸다. 아직은 무기력한 몸이다.
“으흑…. 하나야…. 이 새끼들아! 하나를 놔주라고!”
그는 울고 있는 성민우를 보았다. 이 남자는 왜 울고 있을까?
‘자기 여자 친구가 당해서…. 소중한 사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