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35
그리고 자신은 이렇게 비참하게 버림받는다.
“개자식들아! 너희도 똑같아! 왜 깨끗한 척이야! 시바아아알!”
그는 소리치면서 트럭에서 떨어졌다. 몸을 굴러 일어섰다.
사방에서 감염자가 무섭게 몰려오고 있었다. 신지석은 울면서, 포효했다.
“저 사람들은요?”
주하나가 빌딩에서 공포에 떠는 이들을 보았다.
설동은 고개를 저었다. 가담자도 아니고, 그냥 일원들이다.
하지만 같이 갈 수는 없다.
애당초 무리를 엉망으로 만든 자기들을 어떻게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자.”
설동은 소총을 들고, 성민우에게 말했다. 트럭의 짐들과 같이 이들은 감염자들이 여기저기 뭉쳐 있는 곳을 빠져나갔다.
미끼로 던진 이들 덕분에 감염자들은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 틈을 타 이들은 돌진했다.
도로에 있다면? 한두 마리는 트럭이 처리해준다.
쿵!
육중한 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 트럭은 멈추지 않고, 치료 센터를 향해 나아갔다.
감염자 소굴을 지나자, 상당히 한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설동은 저 멀리 시야 끝으로 철책 같은 게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북악산을 등에 지고 설치된 철책.
보나 마나 치료센터라는 이야기다.
‘왔어. 일단은.’
어쩌다 보니 여기로 왔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 아니, 죽을 수도 없다.
최후까지 살아서 생존해야 한다.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었다.
아무튼, 치료센터가 보이자, 마음이 편해졌다.
피난민 센터처럼 생존 욕구가 보장되는 곳. 어지간한 바보들만 없다면 안심할 수 있으리라.
설동은 신지석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떻게든 통신을 하려 했지만, 연락되지 않는다.
기약 없는 연락. 그나마 인터넷을 볼 수 있지만, 이제 게시판에 글은 한정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대전에서 살아있는 사람! 식량 5일 치 남았는데 밖은 감염자들밖에 없네요.
-아빠가 식량 구하러 나간 뒤에 3일 동안 안 돌아온다. 우리 망한 거 맞음?
-저기요, 우리 대화 좀 해요. 떠들썩했는데 아무도 글을 올리지 않네요.
그야말로 절망이었다. 소식은커녕 신세 한탄에 이쪽까지 우울할 지경이었다.
이제 철책이 가까워지고, 철책 너머에 군인들이 보였다.
주변에는 버려진 차량과 감염자, 그리고 사람 사체가 보였다.
설동은 거기로 전진했다.
군인들이 철책 너머에서 소리쳤다.
“멈춰! 차량을 정지해라.”
“우리는 여기에 몸을 의탁하러 왔습니다. 사람들을 받아준다면서요?”
“하루 있다가 와라. 무조건 들이는 게 아니다.”
의외의 이야기가 나왔다. 군인들은 자신들을 무조건 들이지 않았다.
설동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려진 가옥들과 시체. 결코, 좋은 환경은 아니다.
“감염자가 없어 보이는 곳에서 쉬어야죠.”
성민우가 말했다
일단은 하루 정도 있다가 다시 오라는 뜻은 감염을 경계한다는 거다.
철책 너머에서 갑자기 철판으로 된 목걸이가 던져졌다.
“뭐야, 이건?”
“식별 표다. 하루 지나고 멀쩡하면 그걸 가지고 다시 오도록.”
군인이 그렇게 말하고 가버렸다. 설동은 어이가 없었다.
“어차피 들어가면 다 검사하는 거 아닌가?”
“자기들 안전을 위해서 우리 쪽에서 수고하라는 거겠죠.”
주하나가 희연을 안아주었다. 지친 소녀는 언니의 품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결국, 이들은 버려진 주택 하나에 진을 쳤다.
“현관문이 부서졌는데, 임시로 짐으로 막죠.”
성민우가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기가 끊기지는 않았다는 점.
성민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물도 부실하게 나오고 전기는 깜빡거리는데…. 이 정도면 그래도 낫지.”
이들은 식료품들을 꺼내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이제 봄이 찾아오는 날씨지만, 아직도 밤은 춥다. 바람이 보일러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보이며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설동은 창문이 깨지고, 부서진 방안을 둘러보다가 이부자리 몇 개가 널브러진 걸 발견했다.
급한 대로 이걸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주하나가 반색했다.
“고마워요.”
“하루 정도 버틸 건데, 이 정도야 뭘요. 드디어 목적지까지 왔네요.”
설동은 이제 이불을 몸에 두른 채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힘든 얼굴로 비상식량을 먹어치웠다.
‘그래도 연구소까지 가기만 하면 안전할 거야.’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굉장히 피곤할 수밖에 없는 고단함을 경험했다.
‘자고 싶다.’
그저 휴식. 지금은 휴식만이 필요하다. 설동은 눈을 감았다.
꿈 없이 긴 수면을 취했다. 정말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이럴 때, 뭔가 일어나는 게 아닐까.
불안했지만 너무 피곤했기에 잠에 푹 빠져들었다.
야밤. 이미 잠에 깊게 든 치료 센터의 철책이 열렸다.
그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래 빠져나갔다.
“군인들은?”
“죽였어. 어쩔 수 없어! 우리도 이판사판이라고! 콜록! 콜록!”
이들은 기침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미 감염자로 변할 수 있는 보균자들이었다.
경계를 서는 보초 둘을 죽이고 필사의 탈출을 하고 있었다.
“제기랄……. 제기랄……. 저긴 미친 곳이야. 이 진실을 알려야 하는데.”
“여기로 오지 말았어야 했어. 알리긴 뭘 알려, 우리가 그전에 죽게 생겼는데! 이제 도망가자! 그거 감정만 잘 컨트롤하면 된다며? 진정해!”
이들은 울먹거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하지만 이들이 탈출하고 30초도 되지 않아, 비상경고 등이 울리면서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으아! 눈치 챘어!”
“1분의 여유도 안 줘? 미쳤네. 콜록.”
보균자들은 저마다 경악할 때였다. 철책을 박차고 차 한 대가 대지를 밟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곧 죽을 걸 알고 있는지, 쫓아오는 차량을 보며 분노를 토했다.
“시발 놈들! 난 알고 있어! 니들이 뭔 짓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
보균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헤드라이트를 바라보았다.
이미 무장한 군인이 총을 들고 자신들을 노리고 있었다.
“제발……. 콜록.”
기침이 끝나는 동시에 총성이 울렸다.
보균자들은 얼마 가지도 못하고 연이은 총성에 쓰러지고 있었다.
6. 대한민국은 지금
감염자를 눈앞에 두고 맞서 싸우는 자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도망치는 게 전부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이들이 존재한다.
“오 하사! 이쪽 좀 지원해줘!”
“네!”
오종훈. 설동과 제주도를 기점으로 헤어진 이 군인은 바쁘게 활동 중이었다.
“나오세요! 예상시간 초과에요!”
오종훈은 총을 갈기고 있는 흥분한 동료를 강제로 바닥에 패대기쳤다.
과격하지만, 여기서는 허용이 된다. 상급자라도 말이다.
패대기 당한 박 중위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어…. 후욱! 기분이 되게 이상해졌는데…. 허억…. 허억….”
“안정을 취해야 해요.”
오종훈은 다급히 박 중위의 뒤를 이어 상대를 조준했다.
‘수칙을 떠올리자.’
총성과 감염자들을 상대로 이들은 전투 중이었다.
‘흥분하지 말 것. 짧은 교전 후, 교대. 탄환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조준 사격.’
머릿속으로 천천히 이 특별 부대의 수칙을 되 내였다.
오종훈의 눈이 감염자의 머리로 향했다.
[감염자는 머리를 맞추는 게 제일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리를 맞춰야 한다.]일반인들과 다르게 총기를 지닌 이들의 규칙은 간단하다.
감염자를 무력화하는 게 제1차 목표다.
특히나 다리를 맞추는 순간, 위험성이 격감한다.
총탄의 파괴력은 감염자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기어오게 하니까.
오종훈은 전문 저격수보다는 못해도 사격에 자신이 있다.
‘머리야.’
제주도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감염자들과 싸운다.
그의 총구에서 총탄이 발사되고, 감염자의 머리를 정확히 관통했다.
‘다음.’
감염자가 빠르게 뛰어온다. 다시 신중하게 머리를 겨누기 힘들 정도가 되자, 오종훈은 이번에 다리를 노렸다.
탕!
또다시 터지는 총성. 달려오던 감염자가 고꾸라지고 그대로 바닥에서부터 몸부림쳤다.
“후우.”
오종훈은 심호흡하며 감정을 골랐다.
주변에 16 명의 대원 중 8명이 뒤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들이 있는 곳은 주택 창문. 일부러 공간을 보내놓고 감염자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이 작전은 오종훈이 제주도에서 겪은 걸 바탕으로 제안한 거였다.
‘무작정 막기보다는 일부러 유도하는 게 더 편해.’
상대의 공격 루트가 예측되는 것만큼, 군사작전에서 좋은 게 없다.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감염자로 갑자기 변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좋았어! 마지막이야!”
이제 네 마리도 남지 않은 감염자들이 달려온다. 이들은 그래도 다른 감염자를 방패 삼아 창문까지 진격한 상황.
“기에에엑!”
창문으로 뛰어들었지만, 그곳에 군인들은 이미 3보 이상 떨어진 상태였다.
“죽어!”
곧이어 총성이 울리고 이곳은 다시 고요해졌다.
“모두 잘했어! 이번 작전도 성공이야.”
이 중위는 자기 부대원들을 향해 캔 맥주를 높이 들었다.
8명이 하나의 방을 쓰는 임시 숙소에서 이들은 조촐하게 파티를 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사기진작은 중요하다. 괜히 전쟁에서 배불리 먹이고 전투를 시키는 게 아니다.
힘든 훈련 뒤에는 회식과 포상이 있어야 한다.
이 특별 부대는 성북, 종로에 이어 동대문구를 침투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 중이었다.
오종훈은 캔 맥주를 마시면서 자신의 견장을 보았다.
하사. 그의 계급은 예전의 일병이 아니었다.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제주도 이후, 이 소위를 따라서 특별부대에 편성된 지 두 달이 넘었다.
특별 부대이기에 계급은 바뀌었고, 하사가 되었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군대에 있는 게 훨씬 낫지.’
오종훈에게는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무력하게 당하는 걸 보자면, 총기가 있는 자신은 다행이었다.
그런 와중에 오종훈의 눈에 자기처럼 나이 어린 하사가 보였다.
“아…. 오늘도 무사히 넘겼어.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유민재. 그보다 한 살 어린 하사로서 강제로 이곳에 들어오게 된 이였다.
‘민재는 그래도 열심히 싸우네. 보기보다.’
겁이 많기는 해도 감염자를 향해 제대로 총을 쏠 줄 안다.
투덜대는 게 많아서 그렇지. 소중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평소의 태도는 유약하고 겁쟁이. 싫어하는 사람은 당연히 존재한다.
소위 마크를 단,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가 소리쳤다. “야! 유민재! 자꾸 징징댈 거야? 기껏 회식 분위기 좋은데.”
김 소위가 유민재를 타박했다.
그러자, 이 중위가 말렸다.
“회식 자리에서 소리 지르지 마. 성공했으면 됐지.”
“아니, 중위님. 이 부대는 진짜 중요한 부대에요! 지금 대한민국 군대 중에 제대로 활동하는 게 몇이나 돼요? 우리는 성북구를 제대로 청소했어요! 나약해선 안 됩니다.”
그때, 조용히 냉동식품을 먹던, 민 중위가 눈을 빛냈다.
“김 소위. 나랑 같이 작전에 투입될 때, 감염자 보고 무서워서 도망치려 하지 않았어?”
“아! 민 중위님. 이러시기 있습니까?”
김 소위가 얼굴이 벌게지며 고개를 저었다. 민망한 그는 다음 타겟을 찾았다.
“박찬종! 너는 왜 그리 실수가 잦아?”
“죄송합니다.”
한숨을 가득 쉬는 박찬종 하사가 한숨을 쉬었다.
이 중위는 냉동 치킨 하나를 입에 물었다.
“자자, 쓸데없이 일벌이지 말고. 아무튼, 모두 다 수고했어. 덕분에 작전도 순조롭다. 우리가 서울을 해방하는 거야!”
이 중위가 손을 올리자, 다른 이들도 손을 올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들은 훌륭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 기쁨을 즐기는 건, 권리였다.
오종훈은 맥주를 다시 입 안에 넣었다. 냉장고에 있던 시원함이 목 전체를 적셨다.
“캬아!”
절로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황홀한 기분이었다.
따끈하게 데워진 냉동식품들을 집어먹으며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술기운에 몸을 맡길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