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36
그때, 무거운 군홧발 소리와 함께 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김 소위는 술에 취한 채, 경례 포즈를 취했다.
“여 소령님! 어서 오십시오. 이제 형님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김 소위의 추태에 여 소령은 미간을 좁혔다.
“어차피 특별부대니까. 너희끼리 형 동생 하는 건, 상관없다. 근데 상관이자, 소대 책임자인 나에게는 예우를 갖춰. 알았나?”
“네이~”
여전히 술에 취한 채로 배시시 웃는 김 소위였다.
여 소령은 이 중위를 불렀다.
“술 좀 적당히 먹여. 내일 또 나가야 한다.”
“휴식 아니었습니까?”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명령이 내려왔어. 빨리 정리하고 오라고.”
“아니, 우리가 왜 갑니까? 서울 해방이 중요한데.”
“까라면 까는 거다. 알았나?”
여 소령이 그렇게 떠나고 이 중위는 머리를 긁었다.
한창 분위기가 좋을 참이었지만,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이 중위는 한숨을 쉬었다.
오종훈은 해장이 덜 된 머리를 부여잡으며 작전지역으로 가는 차를 탔다.
“너무 한 거 아니에요?”
그가 이 중위에게 따지듯 물어보았지만, 그 역시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해장할 것도 없는데 돌겠네.”
“뜬금없이 우리한테 오라고요? 대통령 주변이면 빵빵 하잖아요. 탱크도, 헬기도! 다 있던데….”
오종훈은 자기에게 주어진 탄약과 소총을 보았다.
참고로 이게 전부였다.
헬기로 인한 이동은 꿈도 꿀 수 없고, 두 발로 영토를 탈환하는 옛 전쟁.
그게 이들의 전투 방식이었다.
“막말로 탱크 한 대만 우리에게 줘도 동대문구는 진작 뚫렸어요. 감염자 중에 탱크를 부술 수 있는 것도 없고. 일반 총탄으로는 꿈쩍도 안 하잖아요. 그냥 미끼 던지고 제대로 쓸면 돼요. 소리도 워낙에 커서 숨은 감염자도 다 튀어나올 걸요?”
“나도 알아. 근데 기름도 아낀다고 대통령 주변 빼고는 보급이 안 된다더라? 김기철 연구소인가? 거기로 좀 보내주기는 했는데. 그것도 이제 끊는다고 하더라고.”
오종훈은 이 중위의 말에 기가 막힌 얼굴이었다.
“김기철 연구소가 바이러스 연구한다면서요? 거기 지원을 끊는다고요? 그러면 현재 바이러스 연구는 누가 해요?”
“몰라. 거기까지는. 아무튼, 그런 상황만 알아둬.”
오종훈은 가뜩이나 아픈 머리가 더 빠개질 거 같았다.
‘대체 청와대는 뭐 하고 있는지 거지?’
멀쩡히 잘 돌아가는 특별부대가 굳이 경기도까지 날아갈 이유가 없다.
‘설마, 가서 그냥 자기들 근처부터 정리하라고? 아니, 설마. 생각이 있으면 그런 명령은 내리지 않겠지. 자기 주변에 군사가 몇인데.’
오종훈은 속으로 투덜대면서도 이제 작전구역 바로 전에 도착했다.
“지금 우리가 어제 잡은 a포인트를 기점으로 동대문구까지 내려간다. 참고로 도로니까 차량을 치워야 할 거야.”
일반적인 생존자들과 다르게 이들이 하는 감염자 사냥 법은 조금 다르다.
가장 우선시하는 건, 도로에 차량이 지나갈 수 있게 정리하는 것.
일반적인 피난민이라면 무시하지만 ‘작전’을 위해서라면 차량이 움직여야 했다.
이제 이들은 a 포인트에서 감염자들 투성이인 도로를 보았다.
“기…….”
“그….”
감염자들은 정처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오종훈은 가장 선두로 나섰다.
“일단, 차량으로 끌어오죠.”
차량을 운전하는 건, 박찬종의 몫이다. 박찬종은 술이 덜 깬 머리를 매만졌다.
“아니, 머리가 너무 아픈데.”
김 소위가 바로 타박했다.
“빨리빨리 해. 지금, 여기에 머리가 아프지 않은 사람 있어? 그냥 하는 거지.”
박 하사는 차량을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부대는 빠르게 감염자들을 유인할 공간을 찾았다.
김 소위는 여전히 투덜거렸다.
“아니, 나머지 소대는 다 어디 갔대?”
가만히 있던, 민 중위가 고개를 돌렸다.
“우리랑 다르게 작전수행을 간다더만. 입 닫고 준비나 해.”
“…….네.”
이제 이들이 각자 포지션을 잡고 소총을 들었다.
일반 피난민들은 총을 구하기도 어렵고 소리 때문에 쓰기도 힘들다.
하지만 군사작전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월한 화력을 뿜어내는 소총 여러 개가 같은 목표를 노린다.
오종훈은 저격수처럼, 사정거리 안으로 감염자가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제 빵빵 소리와 함께 감염자들을 끌고 군용차량이 움직였다.
오종훈은 심호흡하며 총을 조준할 때였다.
‘감염자 하나가 빨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원래 감염자를 유도하기 위해 천천히 달린다지만, 한 감염자가 무지막지하게 뛰어대었다.
그리고 창문에 몸을 부딪치는 게 아닌가.
물론, 군용 차량을 생각하면, 저거 하나에 흔들릴 리는 없다. 단지 운전자가 거기에 영향을 받을 뿐.
험비가 감염자를 치려고 거칠게 핸들을 꺾었다.
“어?”
모두가 당황했다. 굳이 험비 차량을 저렇게 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중위가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박 하사! 침착해! 그냥 끌고 와! 우리가 처리할 테니까.”
하지만 한번 기울어진 차량은 도로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다 이만 엎어지고 말았다.
김 소위가 놀라서 일어났다.
“저 멍청이가!”
“감염자부터 처리해!”
특별 부대가 당황할 때였다. 그 누구보다 침착하게 오종훈의 소총이 총탄을 발사했다.
난폭하게 차량에 몸을 부딪치던 감염자의 머리통에 정확히 적중하며 일대는 조용해졌다.
“침착해요! 박 하사님은 차 안에 우선 있어요! 뒤에 감염자들부터 처리해야 하니까.”
그렇다. 차량이 전복된 건, 예상 밖이지만 어찌 됐든 기본 골자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산스럽게 차량을 도와주러 가는 게 위험한 거다.
‘침착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그랬잖아.’
오종훈은 그 누구보다도 상황판단을 빨리했다.
이제 다가오는 감염자들을 향해 소총이 다시 한 번, 발사되었다.
차량이 엎어진 건, 예상 밖이다. 하지만 오종훈은 침착했다.
‘그래 봤자, 작전대로야.’
그렇다. 쏘고, 쓰러트린다. 변한 건, 없다.
오종훈의 총성이 울리고 특별부대는 자기들이 해야 할 걸 바로 시작했다.
감염자들이 총성에 이끌려 본격적으로 몰려오기 시작한다.
일반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각개격파겠지만, 이들은 사정이 다르다.
“퍼져!”
감염자들이 차량을 지날 때, 이 중위가 소리쳤다.
이들은 2명씩을 짝을 이루어 적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달리는 감염자들을 향해 소총들이 불을 뿜었다.
조준 사격. 총알의 보유 상황을 고려해서 이들은 최대한 절제하며 총탄을 날렸다.
사격장의 속도보다 느리게. 이들의 절제된 총성이 이곳에 울려 퍼졌다.
감염자들은 그 소리에 계속 몰려든다.
“탄창 갈 테니까 부탁해요!”
김 소위와 오종훈이 교대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다.
‘침착해야 해. 감정. 감정.’
확실한 건, 아니지만 흥분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흥분한 사람이 모두 감염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다만 감염자는 모두 흥분한 사람이다. 결국,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전투현장은 그런 면에서 최악.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은 버티고 버텨내었다.
탄창을 갈아 끼우는 사이 감염자 하나가 이들이 머문 창문까지 달려왔다.
김 소위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 시불. 졸라 안 맞네.”
이렇게 근처까지 왔으면 오종훈이 나서야 한다. 김 소위는 계속 원거리에서 다른 감염자를 쏘고 근접하는 감염자에게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기엑!”
달려들다가 머리에 한 방 맞고 감염자가 쓰러졌다.
하지만 역시나 수는 많다.
‘이럴 때는 수류탄으로 날리는 게 낫긴 한데.’
문제는 차량이 옆으로 기울어져 있단 점이다. 함부로 날리기는 어렵다.
김 소위가 몰려드는 감염자를 보고 혀를 찼다.
“박찬종 저거 때문에! 원래 차량으로 밀어버리든, 수류탄을 터트리든 뭐든 할 텐데!”
오종훈은 무전으로 이 중위를 찾았다.
“이 중위님. 일단, 뒤로 물러서서 수류탄을 투척할 공간을 만드는 게 어떻습니까?”
“박 하사가 위험하긴 하겠지. 좋아, 지금 위치로 두 집정도 물러나.”
이들은 재빨리 집에서 탈출했다. 간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이들은 다들 베테랑이었다.
다음 집으로 이동하면서, 감염자들을 손쉽게 유도했다.
오종훈이 다시 나서서 총탄을 쏴댔다.
감염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소수 교전.
총을 가진 이들이 절대적인 유리한 포지션이다.
곳곳에서 총성이 울리고 감염자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오종훈과 김 소위는 주변이 조용해지자 창문 너머를 살폈다.
김 소위가 다급히 달려왔다.
“야야! 너까지 그러지 마. 차라리 총구를 먼저 내보내. 물리면 어쩌려고?”
“괜찮아요. 가도 다른 총성에 먼저 갈 테니까요.”
밖을 둘러보니, 다른 감염자들이 이동 중인 게 보였다.
‘여기서 부담을 줄여야 해.’
오종훈은 가려는 감염자를 향해 총탄을 발사했다.
“기에엑!”
맞추지는 못했지만,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김 소위가 질렸다는 얼굴로 오종훈을 보았다.
“우리 종훈이가 너무 성실하구만?”
김 소위 역시 다시 전투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감염자는 여전히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한계점을 넘어가는 숫자가 도달할 때, 수류탄이 곳곳에서 터졌다.
“야! 박찬종!”
김 소위의 분노가 차에서 기어 나온 박찬종을 향했다.
박찬종은 몸을 덜덜 떨었다.
“죄송합니다.”
“장난 하냐? 그깟 감염자 한 마리에 웬 오버를 떨어? 아니, 이 군용차량이 얼마나 튼튼한데. 그냥 우리 쪽으로 달려오기만 해도 됐잖아!”
김 소위가 분노를 터트리려는 순간, 민 중위가 제지했다.
“그만. 지금, 우리 작전 중이잖아. 그건 나중에 해도 돼.”
“아니, 그래도 여차하면 모두가 위험할 뻔했습니다.”
“거기까지만 해라. 규칙 몰라?”
민 중위의 표정이 험악해지자, 김 소위가 그제야 물러섰다.
오종훈은 한숨을 쉬었다.
‘논공행상은 끝난 뒤에. 김 소위는 너무 급해서 탈이야.’
이건 기본적으로 모든 상황에 적용된다. 당장 실수가 일어나도 그걸 탓하고 욕하기 전에 수습이 먼저고, 혼내는 건 그다음이다.
‘게다가 감염자는 감정에 따라 위험해진다고 그러니.’
박찬종은 실수가 많은 타입이다. 하지만 이건 감염자가 상대란 것도 고려해야 했다.
‘원래 우리 소대만 20명이 넘었는데.’
감염자랑 싸우면서 스스로 감염자가 되거나 탈영하거나, 그런 식으로 줄어든 게 현재 7명 정도였다.
‘버티기만 해도 잘하는 거야.’
박찬종은 최소한 도망치거나 변하지 않는다.
감염자랑 정면에서 싸우는 용기가 지금 이 부대에는 필요했다.
이 중위는 이제 다음 명령을 내렸다.
“건물 안을 소탕해야 하니까 두 명씩 조를 짜서 움직인다. 그리고 찬종이는 괘념치 말고 돌아다니며 그냥 경적만 울려.”
이들도 최대한의 안전을 위해서 소리로 상대를 유도한다.
일반적인 피난민들보다 훨씬 빠르다.
역시나 총의 유무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오종훈은 기관단총과 권총을 상비한 채, 김 소위와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계단이네요.”
오종훈은 건물 계단 앞에서 멈췄다. 김 소위가 혀를 찼다.
“진짜, 여기서 위험한 상황 많이 나오지.”
이들은 계단 쪽을 향해 준비한 동전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일부러 여러 개를 동시에 던져 신경질적인 소리를 냈다.
“기에에엑!”
아니나 다를까. 감염자 하나가 그대로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
김 소위는 박수를 크게 쳤다.
“그래! 이거지! 어딜 습격하려고!”
감염자들이 폭포처럼 내려와 대원을 습격한 게 한두 번인가. 이들도 이 정도는 예상하였다.
군홧발 소리를 거세게 내며, 이들은 감염자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