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37
“기….”
보이면 사살. 총이라는 무기가 있는 이들의 속도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단숨에 건물 하나를 완전히 점령한 이들은 다른 이들을 다음 건물로 이동했다.
그때였다. 유민재가 다급히 무전을 쳤다.
[여기는 설린 상가 지하층입니다. 생존자를 발견했습니다! 우선 구출을….]생존자란 소리에 김 소위와 오종훈이 순간, 서로를 보았다.
이 중위의 다급한 무전이 나왔다.
[잠깐 기다려! 확인해야 해.] [말도 하고 멀쩡한 사람이에요. 지금 도와달라고 해요.] [유 하사! 기다리라니까?]무전기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났다. 오종훈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들도 뛰었다.
유민재가 수색하던 곳을 향해 이들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지금까지 고립된 사람은 위험해.’
도움을 청하려면 일차적으로 감염자가 정리된 아까 모습을 드러냈을 거다.
근데 수색 중에 나타났다?
‘무언가 숨기고 있거나…. 위험한 사람들이야.’
이들이 4층짜리 상가 건물에 진입할 때였다.
탕!
총성이 울렸다.
유민재 하사는 지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자기 목을 겨눈 권총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뒤에는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개자식들아!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우리…. 자식이 걸렸잖아!”
사내는 울분을 토하며 대치하고 있는 민 소위를 겨누었다.
그건 순간이었다. 유민재가 지하 창고를 수색하던 중, 중년의 사내를 발견했다.
사내는 애달프게 자신을 향해 손을 뻗으며 도와 달라 했고, 유민재는 순진하게 그걸 믿었다.
그 결과가 지금, 이거였다.
민 중위가 권총을 겨누었지만, 함부로 맞출 수가 없었다.
“총 내려. 우리가 구호해줄 수 있다.”
“닥쳐!”
중년은 숨을 헐떡였다.
“다 필요 없어. 치료제를 내놔! 시발, 너희가 한 게 뭔데? 이 지경이 되도록 대체 뭐했는데!”
오종훈을 비롯한 부대원들이 모조리 지하로 달려왔다.
그리고 대치중인 상황에 일제히 총을 꺼내 들었다.
김 소위가 열 받은 표정으로 나왔다.
“당장, 그 총 치워! 절집을 만들어버린다? 우리 부대원 가지고 뭐하는 짓이야?”
“너희 때문이야! 너희는 왜 안 변해? 너희는 왜 안 변하냐고! 치료제가 있잖아. 치료제가…. 내놔!”
남자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순간, 부대원들의 시선이 더욱 험악해졌다.
치료제가 있으면 진작 죽지 않을 부대원이 몇인가.
오종훈도 이를 악물었지만 이런 대치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때, 남자의 뒤에서 철그럭 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발생했다.
부대원들은 그게 뭔지 알고 있다. 바로 감염자. 이 사내의 자식일 게 뻔했다.
“치료제를 갖고 와! 윗놈들만 처먹고 버티는 거지? 우리 같은 서민에게도 주란 말이야!”
김 소위가 열 받아 했다.
“야! 그런 건….”
“기다려!”
그때, 이 중위가 그의 입을 막았다.
“치료제를 어떻게 주면 되나? 교환하면 돼?”
“역시 있군. 그래, 더러운 놈들. 우리한테는 없다더니.”
모두의 시선이 이 중위에게 향했다. 치료제 같은 건, 없다.
그런데 이 중위는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중위는 박 하사의 귀에 속삭였다.
“영어로 된 거 약 아무거나 갖고 와.”
“네…. 네….”
이 중위는 영리하게 처신했다.
“그러면 우리가 먼저 치료제 던질 테니, 그다음 풀어줘. 이 정도 거래면 되나?”
“후욱…. 후욱….”
중년 사내는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는 성립되었다.
얼마 뒤, 박찬종이 동그란 약을 가지고 왔고, 이 중위가 그걸 바닥에 굴렸다.
중년은 약을 잡고 유민재를 더욱 잡았다.
“니, 니들 날 쏠 거잖아. 못 믿어.”
“안 쏜다.”
이 중위가 침착하게 답했지만, 중년은 거칠게 고개를 돌렸다.
“못 믿어. 못 믿는다고.”
“오케이. 그러면 물러나 주지.”
이 중위는 부대원들에게 손짓했다. 다수의 위압적인 부대원들이 물러가고 나자, 중년은 유민재를 풀어주었다.
“꺼져! 총은 내가 가져간다!”
유민재가 허겁지겁 계단을 올라가고 민 소위가 기관단총을 꺼내 들었다.
“준비해.”
그리고 얼마 후, 찢어지는 분노의 소리가 들렸다.
“개자식들이! 시발 놈들아! 아니잖아!”
분노의 소리가 들리고 계단에서 쿵쿵거리며 한 사내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계단에 발을 딛고 올라오는 순간, 군인들에게 벌집이 되었다.
계단에 쓰러지자마자, 오종훈이 머리를 다시 한 번, 갈겼다.
“하아…. 진짜 힘드네.”
정신적으로 이들은 매우 지쳤다.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쳐서 모두 터벅터벅 밖을 나설 때였다.
오종훈은 뒤에서 무언가 빠르게 움직이는 걸 눈치 챘다.
‘잠깐만? 묶여 있던 게 아니었어?’
오종훈이 달려오는 게 누군지 알고 있다. 아마 묶어놓거나 막아놨을 감염자.
‘설마, 약을 주사하면서 풀었나? 자기도 물릴 텐데?’
순간, 오종훈의 시선이 시체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목덜미에 선명하게 물린 자국을 볼 수 있었다.
“제기랄!”
오종훈이 다시 바깥으로 빠르게 도망치며 총을 꺼내 들려 할 때, 어느새 감염자는 번개같이 뒤에서 그를 덮쳤다.
“욱!”
다급히 감염자를 밀어내었지만, 이들의 힘은 상상외로 막강하다.
“종훈아!”
이 중위가 다급히 총을 들었지만, 쏠 수가 없다.
“개머리판으로 조져!”
도와주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갑자기 지하에서 괴성이 들렸다.
이번에는 여성 감염자가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게 아닌가.
김 소위가 총구를 변경했다.
“아니, 자식이 둘이야?”
모두가 당황하는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차량 한 대가 굉음을 내며 달리고 있었다. 그 차량은 순식간에 달려오는 여성 감염자를 날려버렸다.
이 틈에 민 중위와 이 중위가 오종훈을 구해내었다.
“누구야?”
그리고 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차량을 주목했다.
거기서 거구의 사내가 내렸다.
“아이고. 군인 형씨들. 고생하네. 다친 데 없지?”
우악스러운 외모에 근육 덩어리의 몸. 바로 동현이 이곳에 내렸다.
7. 소모품
윤정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감염자로 인해 들끓고 있는 와중에 그는 너무나도 초조해 하고 있었다.
“대체 군대는 뭐하는 겁니까! 경기도 정도는 지금쯤 제압했어야죠!”
그는 눈앞에 국방부 장관을 다그쳤다.
“박 장관! 내가 빨리 모아서 몰아내라고 했을 텐데요? 대체 왜 지지부진한지, 이유를 설명해 보세요!”
“소수로 나누어서 차례로 처리 중입니다. 잘 되고 있습니다.”
“내가 빨리 처리하라고 명령을 하달했을 텐데요?”
“죄송합니다.”
“지금 항명입니까?”
윤정인의 손이 거칠게 탁자를 두들겼다. 박진군은 예상했다는 듯 눈을 감았다.
“하지만 정말로 대규모 작전은 아군병력을 소모할 뿐입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감염자들 처리한다는 특수부대는 언제 옵니까? 내가 바로 오라고 했습니다.”
“아직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만 처리하고 바로 오라고 했습니다.”
“당장 불러들이란 말입니다! 지금 대통령의 말을 몇 번이나 어기는 거요!”
윤정인은 연신 책상을 두들겼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박진군에게 삿대질을 했다.
“나가세요. 나가! 오늘부로 해임입니다. 그리고 그 부대도 당장 오라고 전하세요. 군사작전도 내가 다 지휘할 겁니다. 지금 장난하나. 대통령 말이 우스워?”
박진군은 고개를 떨구었다.
오종훈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 사람들을 경계했다.
“잠시 만요. 거기 그대로 서 있어요!”
오종훈은 동현을 막았다.
동현은 피식 웃었다.
“아니, 사람을 구해줬는데 왜 이래?”
“아무래도 규칙이라서.”
“알긴 알아. 귀찮지.”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부대원들이 모두 모이고 이들은 동현의 차량을 주시했다.
이 중위가 다가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제주도에서부터 개고생하며 가고 있다.”
이 중위는 차량 너머의 사람들을 보았다.
대략 4명 정도가 있다.
이 중위는 반대편을 가리켰다.
“종로구 쪽으로 가는 게 안전할 겁니다. 저희가 그쪽은 처리한 상태입니다.”
“그렇군요. 어차피 연구소로 가려고 해서….”
이때, 오종훈은 자기가 들은 소식을 떠올렸다.
‘거기 보급이….’
이제는 끊겼다고 들었다. 오종훈이 입을 열려는 순간, 이 중위가 막았다.
“네. 최소한 다른 데보다는 안전할 겁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여기부터는 안전하게 가도 되는 거요? 지금까지 감염자들이랑 신나게 술래잡기했는데?”
동현은 피식 웃으며 차량에 탔다.
하지만 그때였다.
“잠만! 저 여자 뭔데?”
그가 총을 앞세워 차량을 멈추었다. 모두 놀라워하는 가운데, 김 소위는 제일 뒷좌석을 가리켰다.
“지금 누워 있는 여자 뭐야? 왜 저래? 감염자가 아니야?”
김 소위의 말에 오종훈을 비롯한 이들이 뒷좌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종훈은 어디선가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도하연이네?”
무심코 내민 한 마디. 순간, 부대원들의 시선이 움직였다. 누운 여자를 무릎으로 받치고 있는 도하연에게로 말이다.
“진짜네?”
“와! 실물이야.”
이들은 순간, 목적을 잊고 도하연을 보고 기뻐했다.
하지만 곧, 그 옆에 누운 여자에 주목했다.
김 소위도 도하연을 보다가 다시 죽은 듯 누워 있는 여성을 노려보았다.
“만약 감염자면 절대로 보낼 수 없어! 확인을 하겠어.”
그러자 동현이 한숨을 쉬었다.
“감염자가 아니라 지금, 지인이 죽어서 충격 받은 거요. 거 참. 일이지만, 인정머리 없네.”
차 뒷문이 열리고 김 소위는 조아현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봐요.”
“…….”
하지만 대답이 없다. 도하연은 친구를 어루만져주었다.
“대답할 기력도 없어요.”
“그걸로 확인이 안 돼요.”
김 소위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동현의 옆자리에 있던 태희가 나섰다.
“감염자면 우리가 데리고 다니겠어요? 바로 옆자리인데?”
“알 수 없죠. 이봐요! 빨리 확인하죠.”
김 소위는 다시 조아현을 향해 윽박질렀다.
“일어나….”
“거, 그만하지?”
동현이 우악스럽게 김 소위의 팔을 잡았다. 김 소위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곧 고통이 엄습했다.
“윽….”
“아니, 문까지 열어두고 상태를 확인시켰으면 됐지. 작작해. 지금 사람이 죽어서 충격 받았는데. 기침도 하지 않잖아.”
엄청난 힘에 김 소위가 고통스러워할 때, 이 중위가 나섰다.
“그만하죠. 그래도 감염된 상태는 아닌 것 같으니.”
동현은 그제야 김 소위의 팔을 놓았다. 김 소위는 열 받아서 달려들려다가 민 중위에게 제지당했다.
“참아.”
“아니, 장난하나. 저게 지금….”
동현은 김 소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싸우자고? 후회할 텐데?”
“뭐?”
“형씨. 지금 싸움 말리려고 주변 사람들이 막는 거 안 보여?”
동현은 그를 무시하며, 다시 차를 탔다.
“수고하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