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38
동현이 차에 시동을 거는 데 뒷좌석에서 창문이 열렸다.
도하연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를 했다. 그 한 마디가 어찌나 감미로운지, 김 소위도 일순간, 화를 멈출 정도였다.
“와씨…. 진짜 이쁘네.”
“저게 화장 안 한 거지?”
“대박이다. 근데 진짜 살아있었네.”
지나가는 차량의 뒤를 보며, 군인들은 저마다 한마디를 했다.
하지만 오종훈은 조하연을 보면서 한 인물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설동이 형이 도하연 구경하러 갔다가 감염자랑 만났다고 이야기했었지?’
제주도에서의 기억은 트라우마 이자, 정신적 각성제였다.
또한, 그리움이기도 했다.
죽었을 확률이 높은 사람을 떠올리며 오종훈은 한숨을 쉬었다.
기존 작전을 완료하고 청와대로 간다. 이게 최근 일정이었지만, 상항은 급변했다.
“바로 오라고요?”
여 소령 앞에서 이 중위는 반발했다.
“아니, 이제 동대문구에 진입하는데! 거기까지 넓히며 진짜 작전하기 편하다고요. 게다가 피난민들도 다시 모을 수도 있고….”
“대통령께서 직접 지시했다.”
“와….”
답이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군통수권자의 직접 명령이다.
이 중위는 도망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 참. 거, 무슨 상황이기에 우리를 불러.”
그를 비롯한 소대장들이 부하들에게 일제히 지침을 하달하고 당연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돌이킬 수가 없다. 까라면 까는 게 군대 상급자의 지시.
불평불만을 하면서도 이 중대 전체가 다음 날 정부가 있는 경기도로 헬기를 타고 움직였다.
소대는 헬기에서 대망의 청와대가 있는 청사를 보았다.
그야말로 요새 그 자체였다. 철책은 이중삼중에다가 곳곳에 보초병들이 있고, 탱크가 진입로 중앙에 두 대나 있었다.
굳이 탱크가 배치된 이유야 뻔했다. 정면에서 감염자들이 몰려와도 말 그대로 짓이기며 갈 수 있으니까.
또한, 헬기가 옥상에 배치되어 있었다.
김 소위는 10중 철책 바깥에 또 소대 이상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단순 경비치고 엄청난데? 하긴, 대통령이니 다른가.”
그래도 이들의 마음속에는 작은 기대감이 들고 있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대통령 주변이 지내기 편하기는 해요. 보급이나 이런 것도 최우선이고 시설도 좋을 게 아닙니까.”
오종훈은 그런 김 소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겠네요. 하지만 서울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좀…….”
이들은 헬기에서 내리고 숙소를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건, 민정수석 강성철의 명령이었다.
“지금 한시가 급하니, 이 일대 감염자들을 몰아내기 바라네. 인수인계할 부대와 협의해서 오늘부터 나가주면 된다네.”
오자마자 작전 이야기가 나오자 이 특별 중대는 멍한 얼굴이었다.
여 소령이 다급히 나왔다.
“하지만 어제까지 작전을 치룬 터라 피로합니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의 명입니다. 지금 휴식이 중요합니까? 나라가 중요하지. 그 정도는 참고해요. 고작 하루지 않습니까?”
“…….”
여 소령은 어떻게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대원들에게 다가갔다.
“상황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일단 당분간만 참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어쩌겠는가.
역시나 일단 오자마자 짐도 풀기 전에 이들은 작전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그 첫 현장에서 이들은 대번에 반발했다.
김 소위가 화를 냈다.
“이게 일반 군사작전이면 어떻게 합니까? 다 같이 몰려가서 총으로 시가전하고 돌진? 누구 좋으라고요? 위험하다니까요?”
지금 이들은 어디 전쟁 나가듯이 다수의 부대와 합류해서 주변을 청소하고 있었다.
즉, 소수정예 작전 전에 펼치던 걸 말이다.
이러면 위험성이 커진다.
이들이 책임자에게 항의했지만, 이들도 마땅히 답이 없었다.
아니, 애당초 박진군이 잘리기 전까지 특별부대랑 비슷하게 행동했다.
규모가 살짝 더 클 뿐.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그냥 최대한 빨리 화력으로 밀라는 거였다.
사방으로 700명 가까이 되는 군인들이 바글거렸다.
특별 부대의 표정에 긴장감이 서린 것도 당연했다.
여차하면 누가 자기를 쏠지도 모르니까.
오종훈도 속으로 욕을 했다.
‘진짜 미쳤어. 누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다수의 총격 앞에 감염자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일단은 물량으로 민다.
감염자들은 오기도 전에 추풍낙엽처럼 도로에 뻗기 시작했다.
빨리 달리는 감염자든, 느리게 걷는 감염자든 말이다.
‘이게 정상이기는 한데.’
초기 군대가 감염자를 상대로 자신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 무기의 화력은 인간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하물며 맨몸? 이거의 반의반이 쏴도 오지도 못할 수준이었다.
철책을 전진시키고 차량 위에서 총성이 난잡하게 울렸다.
무자비한 군대의 화력을 새삼 느낄 정도였다.
이들이 투입된 작전 구역에 바글바글한 감염자들이 이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사격 중지!]그리고 군부대도 바보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마자 바로 중지시키고 부대 정돈에 나섰다.
오종훈은 그거에 안심했다.
‘그래, 같은 걸 계속 당하는 바보가 어디 있어?’
[모두 주변 확인해. 각 부대장이 소대장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상태를 보게 해!]그렇다. 특별부대의 걱정과 달리, 최소한 현장에서 싸우는 이들도 감각은 있었다.
눈알들이 사방 곳곳에서 굴러가며 살폈다.
무전기에서 ‘이상 무’라는 대답이 나오자 부대는 뒤로 빠졌다.
[지금부터 1시간 정도 휴식에 들어간다! 그다음은 가택 수색이니, 준비하도록.]휴식 명령에 부대는 안도했다. 아직 해가 지기 전. 가택 수색까지 마치면 드디어 휴식이다.
모두가 그렇게 30분 정도 휴식을 취했을 때였다. 무전기가 다시 울렸다.
[현재 시간부로 전 부대는 가택 수색에 나선다. 오늘까지 작전 포인트 구역을 다 수색해야 하니 최대한 빨리…….]오종훈은 기겁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저걸 오늘 안에 어떻게 해?”
이 중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더 침착했다.
“불가능한 건데….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겠지. 일단 일어서.”
투덜대며 일어나는 오종훈이었지만,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목소리가 다르지 않았어요? 대대장님이랑?”
이 중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간, 더 인자한 느낌이었는데.”
바로 그때였다.
무전기가 다시 울렸다.
[아아, 다시 전합니다. 모든 부대는 조금 더 휴식을 취하도록 하세요. 반복합니다. 모든 부대는….]별안간 나온 상반된 무전. 모두가 일순간, 경직되었다.
“뭐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다시 무전이 울렸다.
[대통령 말이 장난인 줄 아나? 당장 일어서서 수색해!]작전본부 쪽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군인들은 혼란에 빠졌다.
민정수석 강성철.
그는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였다.
그가 여러 가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정부는 돌아가고 있었다.
‘검찰 관리부터, 선거까지…. 내가 그렇게 열심히 했다. 그런데….’
다만 지금은 스트레스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눈앞에 김 대령은 강성철과 마주했다. 무전기는 강성철이 손에 있다.
지금 이 상황은 간단하다.
휴식을 강제로 명하는 김 대령과 강성철이 맞붙은 거다.
“지금, 대통령 말이 우스워? 지금 뭐하는 거야?”
강성철은 민정수석인 자신에게 반항한 김 대령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서 빨리 이 주변을 안정시켜야 한다. 대통령의 명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대령 새끼가 내 명령을….’
이건 권위의 문제였다. 민정수석인 자신이 하달한 내용을 지키지 않은 김 대령.
“당신 이 상황에서 해임되고 싶어? 무슨 짓이야?”
“지금까지 보고서는 뭐로 본 겁니까? 지속전투는 위험합니다. 수많은 군대가 그래서 무너졌습니다.”
김 대령은 전혀 물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강성철은 그 행동 자체에 분노했다.
타당성이나 그런 걸 따지는 게 아니다. ‘자신에게 반항’했다는 사실이 눈을 뒤집히게 만든 거다.
절차적 정당성도 보고서도 다 필요 없다. 자기의 권위에 대항했다?
이걸 따지는 게 우선인 거다.
‘지금 나한테 대령 놈이 저런다고?’
강성철은 이런 항명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가 대학 운동권에서 놀 때는 절대적인 상명하복이었으니까.
“아까도 지속전투를 했는데도 아무도 변하지 않았잖아! 그걸 핑계라고 대나?”
“그러니까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죠. 수많은 전투에서 감염자로 변한 군인이 아군을 공격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치는 김 대령이 맞다. 원래, 이 정도까지 가면 강성철이 물러나야 한다.
‘이대로 그냥 물러나면 내 권위가….’
하지만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강성철은 곱게 물러나지 않았다.
“베테랑들이라며? 이번에 들여온 부대도 그렇고. 근데 이것밖에 못 해? 대통령이 빨리 처리하라고 했잖아?”
“위험요소를 최대한 제거하는 선에서 막겠습니다.”
김 대령이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강성철은 무전기를 다시 들었다.
“어서 움직여! 오늘까지 집들을 다 수색하는 거다!”
무시하고 진행하려 했지만, 군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 자식들!”
“현실적으로 불가능 합니다”
김 대령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강성철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성철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자기 명령을 들어야 하는 이들이 듣지 않는다.
김 대령은 옆에서 조심히 입을 열었다.
“지금처럼 명령에 혼선이 있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당장 움직이게 해! 저것들이 날 무시해?”
강성철은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팠다.
김 대령이 다급히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짝!
하지만 강성철은 그런 김 대령의 뺨을 쳤다.
“후우…. 후우….”
아무 말도 없는 숨소리만 들리고 있다.
김 대령은 냉정하게 그를 보았다.
“감정의 고조가 감염자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강성철은 그를 다시 한 번, 노려보다가 숨을 몰아쉬며 떠나갔다.
성질 급한 김 소위는 짐을 내려놓을 공간을 보고 경악했다.
“아니 숙소가 이게 뭔데?”
창고. 그들에게 주어진 곳은 창고를 개조한 공간.
박 하사도 혀를 내둘렀다.
“최소한 원래 숙소는 화장실도 있었는데….”
그들 소대는 힘든 근무를 마치고 저녁에 들어왔다.
하지만 배정받은 숙소는 창고. 정말로 짐도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들 소대가 열 받아 하는 것도 당연했다. 김 소위는 가방을 거칠게 던졌다.
“아니, 짐이라도 치워주던가. 이게 뭐하는 짓이야.”
심지어 짐도 대강 치워져 있었다.
박 하사도 민 중위도, 유 하사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중위는 여 소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령님. 이거 대우가 너무한데요? 다른 부대는 어떻게 하는데요? 네? 주거 공간이 다 찼다고요? 아니, 말이 돼요? 빈집이나 건물은 많을 거 아니에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청와대의 지시라고 할 뿐이었다.
이 중위는 한숨을 내쉬며 모두에게 선언했다.
“우리 소대…. 아니, 중대는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해서 작전한다나 뭐라나. 근데 그럼 대우도 좋아야 하지 않아?”
“그러게 말입니다.”
오종훈도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이런 대우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진짜 개 같은데, 짐이나 마저 치우죠. 여기 보일러는 되나?”
이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베테랑 부대라더니. 제대로 하는 게 없지 않습니까?”
강성철은 개인 독대에서 분노를 터트렸다. 군인들이 자신을 모욕했다고 생각한 그는 작전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