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4
“야,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죽고 싶지 않으면 다 불어라.”
“으…. 흐…. 살려주세요.”
“울지 말고 대답.”
설동은 다시 도끼를 코앞에서 내려찍었다. 그의 가슴은 요동치고 있었다.
빠른 판단력으로 처리했지만 설동은 처음으로 인간을 살해한 거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살아있는 인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후우. 지금 도로를 막은 거 맞아?”
“네. 네! 맞아요. 저희도 명령으로 도로를 막고 점점 앞으로 나가라 했어요.”
“야, 너 ‘그것’에 대해 아는 게 뭐야?”
“그거요?”
설동은 도끼를 피 얼룩이 진 상병의 목에 대었다.
“거짓말하지 말고.”
“가, 감염자요? 감염자가 뭔지 몰라요? 그냥 사람이 이상하게 변하는 거라고 죽이라고 했어요!”
상병이 울부짖듯이 말하자, 정 할아버지가 나섰다.
“변하는 걸, 어떻게 판단하는 건디?”
“모, 몰라요. 그냥 의심스러워하면 쏘라고 했어요! 갑자기 변한다는 것밖에 몰라요.”
“허허….”
정 할아버지는 혀를 찼다. 이번에는 정성윤이 다음으로 나섰다.
“그러면 봉쇄는 언제 푸는 건데? 그리고 도심가로 진격하고 나면 우리도 나갈 수 있나?”
희망을 바랐지만, 군인은 침을 꼴깍 삼켰다.
“모르겠어요. 지금 폭격준비도 하고 있다고 빨리 수색을 하라고 하셔서요.”
“폭격? 아니, 봉쇄로 나갈 수도 없는데 웬 폭격? 사람들은?”
군인인 오종훈의 목소리가 커졌다. 상병은 울기 시작했다.
“저도 몰라요. 진짜 그냥 갑자기 사람한테 총 쏘라고 강요하고…. 도심지에서 보이는 대로 죽이라고 했단 말이에요.”
“이런 개놈이!”
덕준이 상병의 얼굴을 후려쳤다.
“이 시발 놈아! 너 같은 새끼 때문에 왜 우리가….”
“덕준 씨. 진정해 봐요. 좋아. 아무튼, 네 말을 믿어주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걸 말해야지?”
설동은 눈빛을 빛냈다.
“타깃이 누구야. 높으신 분이야?”
“!”
군인의 두 눈동자가 커졌다. 불안해하는 빛이 보였다.
설동은 머리 굴릴 찬스를 주지 않았다. 그대로 도끼를 눈에 가까이 되었다.
“난 참을성이 그다지 좋지 않아. 눈 하나랑 비밀유지랑 교환해볼래?”
“아…….”
군인은 떨리는 얼굴로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승준.”
“지승준? 누군데?”
순간, 설동과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국무총리 지학선의 아들이요. 이 근처에 있다고 마지막 연락이 왔었어요!”
거대한 충격이 이곳을 지나갔다.
국방부장관 박진군은 지금, 전화기를 들고 표정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니, 감염체들을 그냥 소각한다면서요? 지금 언론 통제 하고 엠바고 걸고 그 지랄을 했는데, 수색까지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박 장관님. 제 부탁 좀 한 번 들어주십시오. 외동아들입니다.”
전화기 너머의 대상자는 바로 국무총리 지학선.
그는 민정수석과 같이 제주도에서 차라리 희생을 담보하고 군사작전을 건의한 장본인이었다.
‘시발. 마음 독하게 먹고 밀라면서? 자기들이 다 커버 쳐준다며?’
박진군은 외국에서 보도 중인 이상 독감 뉴스를 보고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전 세계적인 질병을 언론 통제로 막는 건, 불가능하다.
즉, 이 군사작전도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다면 군은 제주도에서 또다시 범죄의 역사를 쓰고 만다.
“총리님. 저희도 할 만큼 하지만 지금 위험지역이에요. 채증 한 거 보시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날뛰면 사람을 물어뜯는 거. 더 무서운 건, 물리면 다가 아니에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발병한다는 겁니다. 제주도로 피신한 감염자 무리가 사달을 냈단 말이에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빨라요.”
“알죠. 저희도 잘 알아요. 외교란 게 그러지 않습니까. 이건 어쩔 수 없어요. 대신 다른 지역은 미리 예방 중이지 않습니까. 대처가 잘 되고 있어요. 제주도는 제 아들만…. 진짜 하나뿐인 제 아들만 구해주시고 작전을 진행하죠. 위치도 확인됐잖아요?”
박진군은 한숨을 쉬었다.
“그 위치란 것도 범위가 넓어서 수색을 해야 하는 데, 연락이 끊겼습니다. 총리님. 위험지역이에요. 폭격으로 처리하는 게 지금 나아요.”
“절대 안 됩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진짜 내가 박 장관님에게 후하게 대접하리다. 부탁합니다.”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의전 서열 최상층의 부탁이다. 박진군은 할 수 없이 폭격 작전을 뒤로 미루었다.
‘아들내미가 개떡 같다더니….’
국무총리 자체는 흠결이 없지만, 가족이 문제였다. 최근 사춘기인지, 망나니 기질인지 모를 외동아들이 연신 사고를 쳐 무마하느라 힘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박진군은 빨리 망나니 아들이 발견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설동과 남은 인원들이 저 멀리 울타리 안에 있는 다른 게스트 하우스를 바라보았다.
이 근처에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라면 자그마한 뒷동산 같은 지형에 차례로 설치된 펜션과 게스트 하우스가 다다.
“저 중에 울타리 쪽은 우리랑 같은 게스트 하우스고, 그 위가 펜션이니까….”
“저 둘 중 한군데에 있다는 걸까요?”
카브레라가 위쪽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한국군인들 다 저래요? 다짜고짜 묶고…. 저희 쪽 갱단 보는 줄 알았어요.”
“제주도만 오면 폭력적으로 변하나 봐요.”
설동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들은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혼란스러웠던 그들이 안정을 찾은 건, 세 시간이 지나고서였다.
너무 상황이 다급하게 변하다 보니, 공포나 놀라움도 빠르게 지나가 버린 거다.
고요 속에서 이들은 바깥을 주시했다.
정성윤은 몽둥이 하나를 들고 창문에 대기했다.
“총리 아들이라…. 그놈 인터넷에서 막 개판 치고 다닌다고 그러지 않아요?”
“소문은 돌더라고요. 술 들어가면 그냥 개가 된다던데요?”
덕준이 심호흡을 하며 대답했다.
거실을 수호하는 이들의 귀에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었다.
정성윤은 난감해 했다.
“미안합니다. 아이가….”
“이해해요. 아이가 그 꼴을 당했는데 안 우는 게 이상하죠.”
설동은 바깥의 수류탄에 날아간 시체 파편을 바라보았다.
사실, 기분 나빠서라도 치우고 싶었지만, 함부로 나가기에는 꺼려졌다.
‘저격 같은 건, 없겠지?’
지형상 위에서 아래를 올려다보는 길이라 시야가 트였지만 군대가 자기들을 죽이려 한 사실에 섣불리 나가기 힘들었다.
“올 거예요.”
그때, 오종훈이 다가왔다.
“뭐가?”
“수색 팀을 보냈고, 그게 총리 아들이면 절대 한 번으로 올 게 아니에요. 더 중무장하고 찾아올 거라고요.”
거실 속 사람들은 순간 오싹해진 감정을 느꼈다.
과연 저들이 한 번으로 끝날까? 중요인물이라면 재차 보낼 게 분명했다.
3명이라 어떻게 처리했지만, 10명이라면? 답이 없었다.
설동은 머리를 매만졌다.
‘지프라도 털어서 중무장하는 수밖에 없어.’
설동은 오종훈이 들고 있는 K-2 소총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잡은 군인의 무기는 당연히 현역인 오종훈이 들었다.
“너, 사격은 잘해?”
“특등사수였어요. 사람은…. 모르겠지만요.”
오종훈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다시 침묵 속에서 정 할아버지가 손이 묶인 군인을 화장실에서 데리고 나왔다.
“좀 참아봐! 이눔아! 네놈들 부대 계획이 뭔데? 또 올 거냐?”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수색하고 쏘라는 거 밖에요. 중위님이 저희만 따로 불러서 타깃을 데리고 오라는 말밖에 안 했어요.”
군인은 울상이었다. 그때였다.
덕준이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다.
“개새끼들아. 너희 때문에 우리가 이 지경이 됐는데!”
군인이 턱을 맞고 쓰러지고, 설동은 다급히 그를 말렸다.
“흥분하지 마세요. 너무 흥분하면 위험하다고요.”
“시발, 넌 뭔데 자꾸 자기가 대장이라도 된 듯이 행동하고 있어!”
덕준은 씩씩거리며, 설동에게 살기를 보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급격한 흥분 증세네요?”
덕준은 설동의 두 눈이 차갑게 바뀌자, 제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해요. 제가 잠시 미쳤나 봐요. 흥분증세라뇨? 하하…. 솔직히 말해서 진짜 정신을 놔버리고 싶었어요.”
“네.”
설동은 몸을 돌렸다. 하지만 덕준은 분위기가 이상해진 걸 깨달았다.
자기를 보는 표정이 다들 공포에 질렸다.
“저기요. 저, 진짜 아니에요. 계속 흥분한다면서요? 그래서 전 멀쩡해요. 이제 흥분 안 하잖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설동이 다가왔다. 그의 손에 노끈이 들려 있었다.
“미안한데. 안전을 위해서 몇 시간만 묶여 있어 봐요. 그럼 넘어갈게요.”
“넘어가다뇨?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당황한 덕준의 뒤에서 정 할아버지가 발을 올렸다.
“악!”
덕준의 엉덩이에 꽂힌 정할아버지의 분노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됐어? 이눔아! 그냥 몇 시간 누워 있으라고! 그거 하나도 못해?”
“아니….”
카브레라와 정성윤, 오종훈도 다 같이 다가왔다. 결국, 덕준은 손발이 묶인 채, 군인과 같이 방 안에 넣어졌다.
설동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한데. 누구라도 똑같아요. 저도 의심되면 똑같이 할 테니까. 너무 화내지 마요.”
“…….”
덕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침묵이 이어질 때였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설동은 거실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전화기를 보았다.
“전화? 여기에 전화도 있었어?”
“게스트 하우스끼리 연결된 거겠지. 멍청이들아. 같은 게스트 하우스면 서로 바로 연락하게 내선 연결 정도는 한다고.”
“할아버지 쪽은 없었잖아요.”
“그건, 코앞이어서 그런 거고! 여기는 조금 더 올라가야 하잖아!”
정 할아버지가 짜증 난 듯이 외쳤다. 아무튼, 설동은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거기…. 살아있어요?”
불안해 떠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동은 어이가 없었다.
“살아있으니 전화를 받았겠죠. 위쪽 게스트 하우스죠?”
“네. 그, 그쪽은 어때요?”
“그냥 숨죽이고만 있죠.”
“이, 이쪽도 마찬가지요. 괴물…. 들은 거기 없나요?”
상대편은 ‘그것’이 괴물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일단 주변은 처리했어요.”
“진짜요? 그것들…. 물리면…. 좀비같이 변하지 않아요?”
“변하죠. 그러니까 물리기 전에 죽여야 하죠.”
“근데 이쪽은 물리지 않았는데 변했어요.”
전화기 너머는 몹시 힘이 없었다. 설동은 그 심정이 이해되었다.
‘지치고 힘들겠지. 근데 왜 전화했지?’
그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가장 중요한 건, 저들이 왜 전화를 했냐는 점이다.
“근데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거죠?”
“거기…. 혹시 전화기를 가진 사람이 있나요?”
“전화기요? 당연히 가지고 있죠.”
“그, 그럼 군부대에 전화 좀 해주세요. 여기에 총리 아들이 있다고요. 지원을 부탁해요.”
설동의 두 눈에 번쩍 뜨였다. 그렇다. 정말로 총리 아들이 이곳에 있는 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가 안전하게 갈 방법을…….’
하지만 설동도 천재는 아니기에 극히 짧은 시간에 답을 행하기는 너무 어려웠다.
‘의심.’
설동은 간신히 답을 해내야 했다.
“총리 아들이 있어서 군대가 와줄 거라고요? 그걸 어떻게 믿죠? 거기다 군대에 알리는 거라면 본인들이 해도 되잖아요.”
“짐 지키는 사람이 방에서 변해버렸어요. 믿어 주세요. 저희는 식량도 없어서….”
통화는 애절했다.
‘자기네 정보를 술술 분다. 적어도 거짓말을 하는 타입은 아니야.’
설동은 이럴 때 필요한 게 대면이라는 걸 깨달았다.
“변한 사람이 몇 명이죠?”
“네?”
“변한 사람이 몇 명이냐고요?”
“하, 한 명이요.”
설동의 머릿속에 광명이 비췄다. 군대의 위협으로부터 탈출할 절호의 기회가 잡혔다.
“그럼 제가 휴대폰을 들고 가죠. 총리 아들하고 같이 나오세요.”
“네?”
“교환조건이죠. 통화는 하게 해줍니다. 직접 보고, 우리까지 안전을 보장해야 해요. 그걸 귀로 듣기 전까지는 연락은 안 돼요. 1시간 내로 가죠.”
설동은 그렇게 전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보았다.
“이렇게 돼서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기회가 열렸어요. 총리 아들이 직접 우리 휴대폰으로 말해준다면 습격을 벗어날 수 있겠죠? 몇 명 같이 가죠.”
그러자 오종훈과 정성윤이 움직였다. 정 할아버지도 움직였다.
“설마, 도망치지는 않겠지?”
“할아버지 의심이 많으시네요.”
“그러면 당연하지. 네놈들이 언제 배신하고 차를 몰고 갈지 알아! 내 차라고!”
정 할아버지는 투덜대면서 차키를 가지고 움직였다.
카브레라가 가만히 있다가 바깥에 있는 군용 지프를 가리켰다.
“저것도 있지 않아요?”
“일단은 비상용으로 놔두죠. 잘 부탁해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요.”
설동은 이제 새로운 곳을 향해 움직였다.
덕준은 자기 취급에 분노하고 있었다.
“시발! 사람을 괴물 취급해? 이게 할 짓이야?”
급격한 흥분.
설동의 말대로 덕준은 과격해지고 있었다.
양팔과 다리가 묶인 상태로 거친 욕설이 나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난 아니야. 절대로.”
그러면서 다시 화를 참는 모습은 조울증을 연상케 했다.
그때, 정 상병이 그를 넌지시 쳐다보았다.
“뭘 봐? 개자식아!”
다시 흥분한 덕준에게 정 상병은 넌지시 제안했다.
“절 도와주실래요? 탈출만 시켜주면 군에게 말해서 안전을 보장할게요.”
“뭐라고? 무슨 소리야?”
“저 사람들 보면 몰라요? 그냥 여차하면 죽이잖아요! 당신도 지금 그 목록에 오른 거예요. 얼마 안 가 의심받고 죽겠죠. 그러기 전에 저 좀 도와주세요!”
덕준의 두 눈동자가 커지고 있었다.
8. 불상사
차로는 5분도 걸리지 않고, 걸어가면 10분 이상 올라가야 하는 구간.
주변에 나무와 수풀들이 음산함을 자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