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41
윤정인은 이미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였다. 괴로워하는 강성철에게 다가갔다.
“할 수 있다네. 성철이. 버틸 수 있어. 자네는 할 수 있단 말일세.”
아무 의미도 없는 응원. 강성철은 괴로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온몸이 시뻘겋게 변하고 어지러운 듯 신음을 했다.
이기석은 머리를 감싸지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 중이었다.
그가 문 쪽에서 고개를 젓고 있을 때, 도 중령과 여 소령이 왔다.
“무슨 일이지?”
“강 수석 명에 따라 특별부대를 붙잡았습니다.”
도 중령이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강성철이 벌떡 일어났다.
“그 새끼…. 들! 죽여! 죽이란 말이야!”
상태가 이상한 강성철을 보고 여 소령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저분 왜 저러는 겁니까?”
“개자식아! 부대를 좆같이…. 커억! 콜록!”
그 순간, 도 중령과 여 소령이 뒤로 물러섰다.
“감염자입니다! 모두 물러서세요!”
“지금 처리하겠습니다.”
규정대로 한다. 이 두 군인이 무전기를 드는 순간이었다.
대통령 윤정인이 소리쳤다.
“이 새끼들아! 아직 아니야. 아니란 말이야!”
강성철도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나…. 열심히 하고 민정수석까지 왔다…. 여기서…. 콜록! 크윽! 절대로…. 아니야. 아니라고. 그러니까 돌아가….”
하지만 군인 두 사람은 단호했다.
“규정대로 할 뿐입니다.”
“개자식들아! 뭔 규정이야! 내가 누군지 몰라?”
여 소령은 분에 찬 얼굴로 강성철을 쏘아보았다.
“지금 감염자일 뿐입니다. 당신이 누구든 간에! 우리 부하를 그렇게 희생시켜놓고 자기는 감염자인데도 살려고? 웃기지 마!”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분노한 여 소령이 무전으로 부대원을 불렀다. 도 중령도 마찬가지다.
“감염자가 발생했다. 부대원 3명이 조를 짜서 올라오도록.”
“이놈들이!”
나라의 중추 책임자들이 소리쳤지만, 이제 군인들은 듣지 않았다.
도 중령은 눈에서 불꽃이 튀고 있었다.
“우리를 실컷 부려 먹고! 동료도 죽게 만들면서 자기들은 예외로? 장난치고 있나!”
분노한 이들 앞에서 윤정인과 나머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상 항명정도가 아니라 이건, 쿠데타였다.
그러는 사이, 강성철은 기묘한 변화를 하기 시작했다.
“커억…. 크윽….”
푸른 혈관과 메마른 신체가 감염자의 특징이지만, 갑자기 팔다리가 길어지고 있었다.
더불어 몸도 말이다.
“크……. 카아아악!”
강성철은 비명과 함께 윤정인의 목을 물어뜯었다.
한층 커진 강성철에게 정부 각료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우오오오!”
마치 곰처럼 거센 포효와 함께 유영선이 포착되었다.
그 힘은 아주 가볍게 유영선의 목을 몸통과 분리할 정도였다.
피바다가 뿌려지고 이곳은 다시 전쟁터로 변하고 있었다.
기존 감염자와는 다른 감염자. 달려온 군인들은 그것을 마주하고 나서 다들 할 말을 잃고 말았다.
9. 김기철 연구소
“아, 개 졸려.”
성민우가 해가 중천에 뜬 한낮에 기지개를 켰다.
원래 이들은 날이 밝는 즉시, 치료센터로 가려 했다.
하지만 새벽쯤에 들려온 총성에 일제히 경계하느라 희연을 제외하고 전원이 밤을 지새웠다.
설동은 눈을 비볐다.
“그래도 오늘 드디어 들어가네요. 가죠.”
눈에 다크써클을 훈장으로 하나씩 달고 이들은 철책으로 다시 다가갔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표식을 건네주고, 군인들은 잠시 그들을 쳐다보았다.
마치 검사하는 의사처럼 말이다.
“들어오십시오.”
철책이 열리고 이들은 가운데서 반쯤 머리가 벗겨진 연구원을 볼 수 있었다.
“제가 바로 이 연구소 소장인 김기철입니다.”
50대의 남자는 입가 가득 미소를 띠었다.
이마에 주름살이 진하고, 입술이 얇았다.
“환영합니다. 고생하셨겠지만, 하루 정도는 소독실에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쉴 수 없어?”
희연이 옆에서 하나의 옆에 달라붙었다. 김기철은 그런 아이에게 다가가 웃어보였다.
“쉴 수야 있단다. 과자도 있어. 잠깐 검사하는 거야.”
김기철은 아이를 다루는 데 능숙했다. 설동은 김기철과 이 철책 너머의 연구실을 보았다.
마치 3개의 큰 건물로 나누어지고, 그 외곽에 병원 같은 곳이 있다.
‘저기로 가야 하나.’
그리고 자신들이 가야 할 방향이 병원 쪽으로 보였다.
“으아아악! 아니야! 아니라고!”
그런데 갑자기 웬 가족이 병원에서 달려 나왔다.
“잡아!”
그 뒤쪽으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이들을 붙잡았다
“난, 좀비가 아니라고! 아니야! 콜록! 콜록!”
연이은 기침 소리가 가족의 입에서 나왔다.
“따라와!”
군인들은 아이 노인 할 거 없이 가족들을 붙잡았다.
“아니에요. 우리 아이는 감염자가…….”
아이엄마가 애걸하든 말든 군인들은 몇몇 가족을 강제로 분리했다.
김기철은 설동의 앞에서 씨익 웃었다.
“안타깝지만 이곳은 현재 서울에서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냉혹해도 감염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빨리 처리해야죠.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냥 나가시면 됩니다.”
“······.”
누가 여기에 반론할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기철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너무 큰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 주세요. 미세먼지와도 같은 바이러스는 잠복해 있다가 격정적인 반응에 가장 큰 반응을 보이니까요. 물론, 사람마다 달라서 수십 번 화내도 멀쩡하거나 바이러스가 발현하지 않는 예도 있지만요. 여러분들도 그러길 바라죠.”
이제 새로운 피난민 센터에 온 상황이다. 군인들에 안내에 따라 신설동은 검사를 받으러 이동했다.
김기철. 이 연구소의 소장은 칙칙한 갈색의 벽지로 장식된 자기 방에서 새로 들어온 자들의 검사 결과를 보고 있었다.
“역시, 바이러스는 일단 대부분의 사람에게 들어가 있어. 하지만 생각보다 변이율이 높지 않지.”
그가 보고서를 보고 말했다. 감염자 사태를 겪은 이들이라면 뭔 개소리냐고 할 발언이었다.
하지만 근거가 확실하다.
‘국방부와 미국 연구센터의 자료 표본을 봐도 그래. 5% 정도가 감정적으로 동요해서 발현했고, 오히려 화를 내고 사람을 죽여도 멀쩡한 게 많아. 하지만 그 5%가 전 세계 기준이라면?’
이 미세먼지같이 침투하는 바이러스는 막는 게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잠재적으로 보균자였다. 그중 5%만이 감정적으로 발현한다.
‘수치상 작아 보이지만, 보통 전염병의 전염 율이 1퍼센트 미만인 걸 생각하면 정말 높지. 막는 게 불가능 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 5%가 무지막지한 숫자일뿐더러, 물리면 같이 감염자가 되는 속도가 빠르기에 이 지경이 된 거다.
군대가 무너진 것도 마찬가지다. 9천 명이 보균자면 적어도 450명 이상이 감정적으로 발현한다는 이야기니까.
공포는 전염된다. 감염자가 다른 감염자를 만들기 때문에 저 5퍼센트 수치는 수 배 이상 높여야 한다.
“부질없는 저항은 쓸데없단 말이야. 상황을 받아들여야 해. 굳이 싸울 필요는 없지.”
그는 즐겁게 흥얼거리면서, 화면을 돌렸다. 거기에 비명이 났다.
김기철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사무실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 몸에…….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아아악!] [니들은 미쳤어!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난 죽기 싫단 말이야!]김기철은 그 장면을 보면서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세상은 원래 이런 곳이니까. 이제 우리는 변화된 현실에 적응해야 해.’
그러면서 오늘 들어온 이들의 검사 키트를 보았다. 김기철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가 다시 흥미로워했다.
“이건 대체 뭐지? 보균자가 아니야?”
김기철은 흥미로운 눈빛이었다. 그의 떨리는 두 손에는 설동의 검사 결과도 있었다.
“이번에 들어온 놈들도 다들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고, 발현은 안 한 상태…….인데. 신설동? 이놈은 어째서 보균자가 아닌가.”
그의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왜 보균자가 아니지? 왜 멀쩡한 거야?”
지금까지 여기 들어온 사람 중에 보균자가 아닌 이가 없었다.
그런데, 신설동만이 보균 자체가 되어 있지 않았다.
“······흥미로워. 정말 흥미로워.”
김기철의 입가에서 즐거운 미소가 나타났다.
통제.
군대에서나 어느 집단에서도 어느 정도 사고방식을 제한한다.
그게 조직을 위해서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에서든, 대부분 조직은 통제를 하고 있다.
이 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설동 무리는 검사를 안전하게 통과한 뒤 정식으로 우측 건물에 배정받았다.
설동은 하품을 했다.
“규칙이야 뭐, 피난민센터면 다 있으니까.”
이 공간은 남녀 모두 혼거 수용하는 곳이었다.
안내자는 그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혹시 가족관계를 알 수 있나요?”
방진복 같은 두꺼운 옷을 입은 여성이 차트를 들고 대답을 기다린다.
물론, 가족력을 말하라는 게 아니라 현재 구성상 가족이 누구인지 말하는 거다.
“저랑 이 아이가 자매예요.”
하나가 희연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네. 원래는 가족끼리 분류하는 게 원칙이지만 알다시피 저희는 수용인원을 초과한 상태입니다. 같은 일행이시니까. 그냥 방 하나를 배정하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우리가 거부권이······. 없죠?”
주하나가 성민우와 설동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렇다. 그냥 주는 대로 가야지, 뭘 따지겠는가.
희연은 바로 설동에 깡충 거리며 뛰었다.
“우와! 오빠랑 같이 논다!”
하지만 이 안내원은 제지했다.
“너무 뛰지 마세요. 그리고 너무 감정적으로 동요하면 감염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네에~”
희연은 대답을 했지만, 전혀 따르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이니까 어쩔 수 없다. 그대로 이들은 3인실을 배정받았다.
4명에 3인실. 불합리하지만 인원이 적다는 걸 고려하면 역시나 감지덕지다.
방은 단출했다. 침대 하나와 2층 침대가 놓여 있었다.
부엌과 화장실등, 기초적인 건 다 있었다.
그리고 현관문에는 지켜야 할 것들이 가득했다.
[규칙]-아침 체조에 모두 참석한다.
-아침 교육 스마일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식사 후, 과도한 운동은 금지.
-타인과 싸움 금지
-지정구역을 벗어나기 금지, 지하 매점은 통금시간 엄금
-주류 금지
-일과 부여 후, 감정적 행동 자제
-일주일에 한 번, 간이 검사 키트 제출
-언성을 높이는 것도 금지
-포인트 획득은 검열관에게 확인받고 부터 가능하다.
-뛰어다니는 것도 일할 때 빼고는 금지
-규칙을 어길 시, 징벌실, 더 안 되면 추방
성민우가 혀를 내둘렀다.
“이야, 뛰지도 말고 화내도 안 되고 술도 금지야? 제재가 엄격하네.”
“이해는 하지만, 다른 데보다 더 엄격한 걸.”
물론, 몇 가지들은 어디서나 지켜야 할 규칙이다.
단지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기본적인 것도 제한하니까 문제였다.
‘뭐, 잘 따라야겠지.’
어찌 됐든 잘만 주의하면 문제 되지 않는 규칙이다.
까놓고 서로 싸우거나 마찰만 안 일어나게 주의하면 된다.
설동은 시간을 보았다. 오전 10시. 스마일인지 뭔지 하는 프로그램이 한창 하고 있을 때였다.
설동은 주희연과 같이 이 근처를 탐색하고 있었다.
딱히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리를 알아둬야 했다.
거기다가 지금, 주희연이 심심해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두 사람이 같이 있게 해주는 게 낫겠지.’
설동이 바보도 아니고, 눈치는 있다. 가끔은 둘만 있게 해줘야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성우랑 주현이…….’
머릿속에는 죽은 동료가 떠올랐다. 그들도 연인이었고 그들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후우.”
“오빠! 왜요?”
희연은 설동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동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여기 구경이나 가자.”
거기다가 다들 프로그램을 받으러 가서 이곳은 한산했다.
이 건물들의 형식은 일반 빌딩과 같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