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43
설동이 시선을 돌리자, 매의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소대장이 보였다.
“크험. 규칙을 생각합시다. 이번에는 신입이라 넘어가지만, 다음에는 징벌을 받을 수 있어요.”
설동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저 근육남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단 걸 말이다.
결코,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북악산에 올라가면서 그건 현실이 됐다.
2명 정도의 다른 사람과 함께 설동을 몰래 끌고 가서 집단으로 패기 시작한 거다.
“시발! 어딜 덤벼? 개좆같네!”
설동도 대항은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근육남의 싸움 실력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무지막지한 힘이 달랐다. 설동은 단숨에 패대기쳐졌다.
‘이거, 1:1로 싸워도 모르겠는데…….’
본디 설동은 전문적으로 운동을 한 편이라 남들보다 더 힘이 세고 빠른 편에 속한다.
근데 이 남자의 몸놀림은 보통이 아니었다. 전문적으로 격투기를 수련한데다가 고릴라 수준이었다.
설동은 그야말로 바닥으로 여러 차례 매쳐졌다.
근육 남은 쓰러진 그를 비웃었다.
“형씨, 응? 여기서 잘 지내려면 조용히 지내라고. 깝치면 죽을 때까지 박살 내줄 테니까.”
얼굴은 피하고 온몸을 두들겨 패버렸다.
‘주먹 한 번, 더럽게 무겁네. 진짜 강한 놈이다.’
설동은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동현아. 그만둬. 그러다가 진짜 못 내려오면 난리 나.”
동료가 말리자, 그제야 폭력을 멈췄다. 동현은 씩 웃었다.
“형씨, 해지기 전까지는 내려와. 너무 상심 말고······. 알았지?”
그 넓은 등짝을 내세우며 그는 내려갔다. 쳐다보는 설동의 시선이 불타올랐다.
“그래, 어디 해보자 이거지? ‘
설동은 바로 복수를 다짐했다.
“나 참. 그 신입. 눈치가 없고 자존심은 센 거 같아. 어떻게 3:1을 그대로 도망도 안치고.”
동현은 몸을 풀면서 패거리들과 같이 방으로 들어왔다.
벌써 여기 온지, 이주가 훌쩍 넘었다.
이들도 어느 정도 여기 시스템에 익숙해졌다.
그와 같이 온 윤철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진짜. 탈출할 때 무서웠어요. 근데 이렇게 지원받는 곳에 오다니 좋네요.”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차로 오는데 기름 떨어질까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모두 잘 왔으니 다행이야. 그나저나 탄약 상자 그거 졸라 무겁네. 그래도 주변 감염자 소탕 작전은 편해지겠네.”
“근데 왜 TV를 안 보여주는 거예요? 휴대폰 말고 되는 게 없네.”
윤철은 투덜대며 나오지 않는 방 안 tv를 켜보았다. 동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상황이 안 좋은가 보지. 우리는 일이나 잘하면 돼.”
“이야, 형님. 저 지금, 담배 하나 쌔비고 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해라. 요새 갑자기 사라지거나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소문이 흉흉해.”
동현은 그렇게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목적은 자신의 여자 친구다.
[태희야, 오늘 밤에 만나는 거 콜?]그는 다른 건물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었다.
밀회. 그걸 위해서 동현은 밤에도 자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동현이 일어섰다.
“근데, 윤철이가 왜 이렇게 안 오지?”
30분이 지나고 윤철이 오지 않자, 동현은 다른 동료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그리고 또 20분. 그 동료가 오지 않고 있었다.
“아니, 시발. 뭐야. 공포영화야?”
보다 못한 동현이 일어섰다.
“또 어디서 지들끼리 노가리 까나.”
의아해하면서 매점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하지만 매점은 한적했다.
“뭐야? 이것들?”
혹시나 화장실에 갈까 싶어, 매점 옆 화장실을 찾으려는 순간이었다. 화장실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리고 거기에 쓰러진 윤철이 보였다.
“!”
동현이 놀란 얼굴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까 나간 동료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다들 얼굴이 부어 있었고, 여기저기 맞았다.
“누구…….”
허리를 숙이고 동현이 두 사람을 만질 때였다.
화장실 안쪽의 문이 열리고 설동이 그곳에서 귀신같이 튀어나왔다.
“너…….”
뭐라 반응하기도 전, 설동의 무릎이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크헉!”
제아무리 단련한 동현도 이런 기습, 그것도 막강한 플라잉 니킥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머리에 별이 반짝이고 시야가 좁아진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근성을 발휘해 버티려 했지만, 설동의 팔꿈치가 머리통을 갈기자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커억……. 큭!”
“이야, 정신 줄 안 놓네? 역시 장난 아니네.”
설동의 비아냥거림이 들려왔다. 습격 이유? 너무 뻔 하지 않은가.
보복이다. 동현은 기가 막혔다.
‘그렇다 쳐도 그렇게 맞고 몇 시간 만에 보복을 하러 와? 뭐 이런 미친놈이 있냐?’
“이 새끼……. 기습을…….”
동현이 자존심을 부여잡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설동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발목을 점검하며 웃었다.
“먼저 다수를 끌고 왔으니, 쌤쌤이잖아. 형씨.”
설동은 유유자적하게 얼굴을 발로 까버리고 떠나갔다.
다음 날 아침 설동은 아침 체조를 하러 나오면서 하품을 했다.
“으아~ 나도 모르겠다.”
성격상 절대로 자신을 얕보거나 하는 걸 싫어한다.
바로 대항해서 박살을 냈지만, 규칙에 따라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나오네.”
체조를 하는데, 얼굴이 퉁퉁 부은 동현패거리가 보였다.
빨간 모자를 쓴 군인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설마…….’
설동은 긴장됐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체조가 끝나고 식사 시간이 돼서야 동현이 다가왔다.
“형씨, 밤 9시에 건물 뒤쪽에서 보자. 그냥 1:1로 남자답게 뜨고 끝내자. 오케이?”
“마음대로.”
설동과 동현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생각보다는 남자답네.’
설동은 흥분해서 패거리 전체로 보복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1:1로 싸우자고 제안을 해오지 않았는가.
바라던 바였다. 깔끔하게 끝내고, 여기서 생활하는 게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 이래야지. 사내자식끼리 싸우는 거면…….’
동현이란 남자에 대해 의문의 호감도가 생겨났다.
그날 밤, 작업을 마치고 희연과 놀아주던 설동은 시간이 되자 건물 뒤로 움직였다.
거기에는 트레이닝복 차림의 동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뒤끝 없이 깔끔하게 끝내자고.”
“그래.”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며 서서히 접근했다.
두 맹수가 서로를 노려보다가 달려들었다.
설동도 운동을 배우고 격투기도 해본 몸이지만, 동현은 그 수준보다 더했다.
스텝 밟는 것부터 해서 수비만 하는 설동을 농락하며 킥을 날렸다.
빡!
육중한 파괴력이 설동의 몸에 느껴지고 있었다.
‘막은 손이 울려. 이 새끼도 뭘 하긴 했어.’
제대로 배운 선수 같다. 그의 왼 주먹이 설동의 뺨을 스쳤을 때, 설동의 카운터 어퍼가 날아갔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피하는 동현은 오히려 오른손 잽으로 설동의 코를 정통으로 맞췄다.
“······.”
설동은 흐르는 코피를 닦았다.
역시 만만치 않은 타입이다. 전체적으로 동현의 공격이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기술 수준이 더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킥을 잘 다뤘다.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문제는 저 힘.’
동현에게 팔목을 붙잡히자마자 엎어치기가 매섭게 이루어졌다.
설동이 다급히 몸을 굴리자, 그 위로 서늘한 기운이 지나갔다. 아슬아슬하게 발차기가 지나간 거다.
‘하지만 때리고 맞는 걸 반복하면 내가 유리해.’
설동에게는 크나큰 장점이 있었다. 체질로 인한 상처나 고통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점.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동현도 데미지가 누적됐는지 지쳐 보였다.
물론, 설동도 체력은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서로 대치중이었다.
빡!
설동의 주먹이 동현의 얼굴에 정통으로 들어갔다.
동현은 씨익 웃었다.
“이야, 잘하는데?”
그러자 아까보다 더 위력적인 킥이 설동의 허리를 강타했다.
설동은 접근하면서 몸통박치기로 아예 동현을 밀어버리고는 하이 킥을 날렸다.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하이 킥에 동현이 태클을 걸려 할 때였다.
설동의 무릎이 다가오는 동현의 얼굴을 강타했다.
“크윽……. 싸워볼 만하네.”
하지만 동현은 탱크 같았다. 피격당해도 그대로 다가와 설동의 복부를 갈겼다.
그야말로 다운될 거 같은 엄청난 타격. 설동은 뒤로 황급히 물러섰다.
“곰새끼도 아니고…….”
“휘유…….”
치열한 싸움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을 때였다.
위이이잉!
갑자기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황급히 싸움을 멈췄다.
동현은 재빨리 뛰었다.
“서로 입 맞추자고 그냥 노가리 깠다고 해. 들키면!”
“그래.”
이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일단 서로의 건물로 들어갔다.
설동이 안에 들어가자, 군인들이 갑자기 인원 확인을 하고 있었다.
점호도 아니고 대체 무슨 일일까?
설동이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자, 성민우가 황급히 말했다.
“어디 갔었어요? 지금 실종자가 있어서 발칵 뒤집혔어요.”
“실종자?”
설동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자기들의 싸움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소장이 몸소 조회를 나오며 모든 이들에게 말했다.
“어제 저녁 이후로 이민성 씨가 실종되었습니다. 우리는 CCTV에서 알리바이를 추적했고, 그중 한 사람의 용의자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소장의 탐욕스러운 시선이 설동을 향했다.
“설동씨. 어제 무엇을 했죠? 갑자기 뒤쪽으로 사라지던데…….”
마이크에 들리는 신설동을 향한 의구심.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설동은 싸웠다는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거대로 죄니까.
소장은 밝게 웃었다.
“조사를 해보면 나오겠죠. 신설동씨. 그러면 저희를 따라서…….”
“잠깐만요!”
바로 그때, 동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저 남자의 행적을 보증할 수 있습니다.”
의외의 상황. 소장은 순간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10. 이상한 곳
의외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현은 설동을 도와주었다.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장은 입맛을 다셨다.
그의 탐욕적인 시선은 설동의 신체로 향했다.
보균 되지 않은 몸. 김기철은 아쉬움에 재차 동현에게 갔다.
“행적이라니?”
“저랑 사소한 다툼이 있었거든요. 안 그래? 형씨.”
동현이 눈빛을 보내자 설동도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여기 처음 와서 잘 몰랐거든요. 사소한 말다툼을 했죠.”
격투를 말 그대로 말다툼으로 낮췄다. 서로 피해가 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김기철은 저 말을 제대로 알아낼 방도가 없기에 물러나야 했다.
“규칙 위반이라서 벌점이 부과됩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김기철은 그렇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설동은 동현을 쳐다보았다.
동현은 엄지를 들어주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닌가.
설동도 가볍게 웃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엄청 싸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