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45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도하연도 화들짝 놀라한다. 그때, 주하나가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혹시, 선보러 나왔나요?”
서로 어색하며 물러섰다. 일단, 처음 통성명을 한 건, 이게 처음이다.
동현은 때를 놓치지 않았다.
“형씨는 제주도에서 우리처럼 왔다며? 어디에서 나온 거야?”
그 순간, 도하연의 시선이 강렬해졌다. 설동의 입이 열리려는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곳 전체에 경보가 울렸다.
[긴급 인원점검을 실시합니다. 다시 말합니다. 긴급 인원점검을 실시할 테니, 모두 자기 방으로 돌아 가 주시기 바랍니다.]갑자기 울리는 확성기의 소리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또다시 실종자가 발생한 거였다.
‘실종자라……. 굳이 여기를 나가야할 이유가 있나?’
다시 숙소로 돌아온 그는 이전에 본 괴상한 걸 떠올렸다.
‘절대로 헛것이 아니야. 뭔가 있어.’
그가 걱정하는 건, 틀림없이 본 괴상한 존재, 그리고 갑자기 실종자가 나타나 났다는 거다.
분명히 괴이한 상황이다. 아무리 그래도 감염자가 없고, 규칙이 좀 많긴 해도 살만한 곳이다.
‘의료시설이 존재하는 엄청난 이점이 있는데?’ 피난민들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공간은 없었다.
심지어 보급도 주기적으로 온다. 감염자들이 단체로 몰려와도 군 병력도 있으니 문제가 없다. 근데 도망칠 이유가 있을까?
감염자가 없으니 습격당한 것도 아니다. 그럼 대체 왜 사라진 걸까?
설동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더 깊게 들어가지는 못했다.
눈앞에서 얼굴에 별 스티커를 붙인 희연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오빠! 오빠! 반짝! 반짝!”
아마도 프로그램에서 본 율동을 하고 있으리라.
하나가 웃으면서 말했다.
“저거, 스마일 프로그램에서 배운 거예요.”
“아이들은 또 따로 받아요?”
“아마도요? 아이들은 또 따로 교육하나 봐요.”
희연은 신나하며 말했다.
“고양이가 뒹굴거나 강아지들도 보여줘요!”
“그거 보고 싶네.”
귀여운 고양이가 달려드는 상상에 설동은 피식 웃었다.
희연은 배운 걸 설명해주었다.
“소장님을 잘 따르래요. 소장님이 희망이고요.”
“우리도 그래.”
“소장님은 이곳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분이래요. 여기 사람들은 다 은총을 받는 거래요.”
설동은 사이비 같은 느낌에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점심시간이 그렇게 지나고 이들은 다시 수색 작업에 투입되었다.
여기에 남녀노소가 없었다.
희연도 하나가 담당하며 산을 오른다. 아직 아이이기에 희연이 지치면 하나나 성민우가 움직인다.
이들의 복장은 간단하다. 팔목까지 내려오는 겉옷. 그리고 손에 몽둥이나 낫 같은 걸 들게 한다.
수풀을 자르고 길을 내거나 감염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
등고선 부근에는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천막이 있는 거로 보아하니, 아예 숙식을 이곳에서 해결하는 것 같았다.
“들었는데, 교대로 하루에 한 번씩 왔다 간대요.”
성민우가 옆에서 말했다.
대략 수백 명에 달하는 이들이 일제히 산을 올라 흩어진다.
‘산행이라 운동대신으로 좋군. 분명히 산에서 난 그놈들을 봤어.’
그의 시선이 괴상한 그것을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응?”
그때 설동은 보았다. 다들 웃으면서 올라오는 가운데, 단 한 명만이 ‘그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말이다.
‘신영주가 저런 표정을 지었지.’
그의 뇌리에 슬픔에 빠져 방황하다가 자살한 신영주가 떠올랐다.
그런 우울한 표정이 한 해골같이 마른 여성에게 보였다.
‘저 사람도 TV에서 본 얼굴인데. 잘 기억이 안 나네.’
설동은 자연히 시선이 쏠렸다. 그때 허순자와 같이 본 그 광경은 최악이었다.
그때 당시, 설동은 이미 신영주의 상태를 눈치 챘다. 하지만 무시했다.
누군지도 모르고 상관도 없었으니까. 구태여 관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때의 충격은 그에게도 결코 그런 이를 가만두게 해서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죽게 놔둘 이유가 없었다. 그가 희연을 구하고 사람들을 보호하면서 온 것과 마찬가지다.
그 수척한 여자 옆에 도하연이 있다.
‘아는 사이인가 동료인가.’
일단 보고 있는 가운데 성민우가 다가왔다.
“설동씨. 어디 보세요? 오? 저 여자 수척한데 이쁜……. 음? 어디서 봤는데?”
“일단 가죠.”
설동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싫다.”
도하연은 산을 오르면서 자신의 친구인 아현을 주시했다.
[아니,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근데, 굳이 내보내야 하나요?]도하연은 김기철과 면담을 했을 때를 떠올렸다.
[도하연 씨. 저는 충분한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솔직히 마음의 문제입니다. 육체적으로 아무 외상이 없어요. 이주 넘게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만들고, 기운을 차리게 특식까지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거절하고 있어요. 이 이상 특혜는 곤란합니다. 마음의 문제를 산이라도 보면서 해결하세요.]“놀고 있네.”
도하연은 자기 친구이자, 동료 연예인인 아현을 잘 안다.
자기랑 같이 유명해진 이후, 연예계에서 가장 화려하게 놀았던 장본인이다.
즉, 이런 세상에 적응을 제일 못하는 타입이기도 했다.
옛 연인과 그 시절을 추억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
그나마 도하연이 억지로 먹여서 그나마 살아있는 거지, 안 그랬으면 굶어 죽었을 거다.
‘거기다가 아현이가 혼자 있으면 너무 위해.’
친구가 점점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은연중에 깨달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곳은 산이다. 산은 사라질 공간이 너무 많았다.
‘아현아. 내가 꼭 보호해줄게.’
실의에 빠진 친구가 감정적으로 무슨 짓을 저지를 줄 모르기에 도하연의 두 눈이 경비체제를 가동했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주목하려고 하는 도중에 의아한 시선을 느꼈다.
바로 설동. 워낙 눈매가 강렬해서 쉽게 기억한다.
은연중에 감정이 이상해지고 있다. 도하연은 그걸 부정했다. 자기가 생각하는 그 사람일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선이 아현을 주시하는 게 아닌가?
도하연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아현이한테? 관심 가지는 거야? 애아빠면서!’
불쾌한 감정이 솟아올랐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현이한테 집중하자. 아현이한테.’
무시하고 아현에게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제 산에 오르면서 점점 사방으로 흩어졌다.
도하연은 일부러 아현의 손을 잡고 바글바글한 곳으로 움직였다.
사람이 많아야만 혹시라도 아현이 딴마음을 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여름이네……. 산이라서 아직은 추운데 곧 더워질 거 같아.”
늦봄의 날씨. 북악산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삭막한 걸 제외하면 피어나는 꽃과 잎사귀에 마음이 좋아질 수준이었다.
‘감성?’
도아현은 그러다가 문득 이 산 자체가 지나치게 감성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 환자가 오면 자살하기 딱 좋을 정도로 말이다.
‘사람, 사람 사이로 가야 해.’
괜한 걱정이 더 될 때, 아현의 손이 자신의 손을 억지로 놓는 게 느껴졌다.
“아현아…….”
“아니야. 그냥 예뻐서.”
아현은 초췌한 손으로 형태가 꽃잎을 만졌다.
“······.”
그러더니 마치 구경이라도 온 것처럼 여기저기 활발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다행인가?’
전화위복.
위험한 곳이라 생각했지만, 적응하고 아현의 말이 점점 많아졌다.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수색에 걸맞게 바깥쪽에 수상한 걸 알리기까지 했다.
도하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좀 나아지는 건가?’
그래도 활동적으로 나와서 다행일까? 도하연이 사람들이랑 나무를 옆에 두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 있었다.
바로 그게 방심이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쪽으로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무 뒤로 사라졌다.
“아현아!”
놀란 도하연이 달려갔지만, 이미 그 자리에서 아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하연은 황급히 사라진 방향으로 달렸다. 자신의 방심을 유도한 거다.
아현의 죽음이 눈에 어른거리고 무작정 사라진 방향으로 뛰었다.
경사가 있고, 나무들이 가득한 곳.
그 위에서 아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아래는 낭떠러지나 다름없는 계곡이다. 사람이 떨어지면 무사하지 못하다.
“안 돼!”
도하연이 절규하다시피 하며 달려가지만, 늦는다.
아현의 발걸음이 하나둘 앞으로 향할 때였다.
갑자기 그 옆에서 바람 같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남자?’
남자라는 걸 확인한 순간, 안도의 숨이 들었다.
구하려는 거다.
그렇게 믿고 있을 때였다.
빡! 그야말로 성인 남자가 온 몸을 던져 날린 킥에 아현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아…….”
아현은 낙엽 사이로 뻗었고, 남자는 손을 탁탁 털었다.
“뭐, 뭐하는…….”
달려온 도하연이 이 의문의 남자, 설동을 쳐다보았다.
“이래야지 당분간 못 나올 거 아닌가요? 계속 자살하기 좋은 곳에 나오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
도하연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설동은 그렇게 아현을 붙들어 매고 움직였다.
11. 실종자
주하나는 성민우 등에 업힌 희연과 손을 마주 잡았다.
“그래도 이런 수색에도 군인이 있으니 다행이네. 여기 그럭저럭 괜찮지?”
“응. 안전해.”
희연이 즐겁게 웃자, 성민우와 주하나의 표정이 밝아졌다.
피난민 센터를 경험하지 않았기에 이들은 이걸 오히려 체계적이라 여겼다.
“하루에 할 게 다 정해져 있어서 편한 거 같아.”
“그래? 난 군대 같아서 영…. 안전하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풍경을 구경하면서 움직였다. 산행이라고 말해도 딱히 무리는 없을 거다.
하지만 이때, 희연이 칭얼거렸다.
“나도 내려줘.”
“위험한데….”
성민우는 머리를 긁었지만, 귀여운 처제의 애교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희연이를 내려주고 부모의 마음으로 뒤를 따라다닐 뿐이었다.
“근데, 하나야. 희연이랑 나이 차이가 엄청나게 크네. 부모님이 늘그막에 엄청나게 힘쓰신…. 거지?”
“늦둥이지. 늦둥이. 얼마나 귀여운데.”
하나는 행복한 미소로 희연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희연은 늦봄의 정취를 느끼면서 여기저기 빨빨거렸다.
그리고 그 덕에 사람들의 관심도 받았다.
“어머나,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안녕하세요.”
여기저기 서로 얼굴을 트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하나는 그걸 유심히 보다가 성민우를 툭 쳤다.
“이참에 사람들하고 친해져 볼까?”
“뭐? 왜?”
“우리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잖아. 서로 이야기하면서 좋은 걸 얻을지 누가 알아?”
“음.”
성민우는 망설였다. 사람들하고 바로바로 말을 걸기가 부담스러운 거였다.
“난, 이런 게 익숙하지 않아서….”
“하여간. 자기는 진짜! 내가 하지 뭐. 안면 틀고 인사 하는 게 득이면 득이지 나쁠 것도 없단 거야.”
얼굴에 여유를 가득 품고 주하나는 희연을 따라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어머, 안녕하세요! 제 동생이 폐를 끼치지 않았나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간다. 성민우는 그 친화성을 부러워했다.
‘하긴, 그러다가 나항 만났지만.’
애당초 주하나와 성민우가 서로 만난 건, 수색 중이던 성민우를 마찬가지로 돌아다니던 주하나가 만나면서부터였다.
정말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