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46
‘솔직히 그때 나한테 뭘 믿고 말을 건지는 모르겠지만.’
흉흉한 세상 속에서 위험한 외줄타기였다. 성민우는 그런 주하나를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주하나는 여기저기 얼굴을 팔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대략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주하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들어왔다.
“별거 이야기가 많은데. ‘폭탄’들이 몇 명씩 있다나 봐? 그런 사람들을 조심하래.”
“폭탄?”
“한 마디로 상종하면 안 될 애들. 징벌실에 간사람 중 많대. 탈출하면서 군인을 죽이고 간 사람부터, 자기 방으로 온 신입을 괴롭혀서 징벌실에 간 이영…. 뭐 시기였더라? 아무튼, 그 사람들만 조심하면 별문제는 없을 거래. 아! 자폐증인지, 소심한 건지 기분 나쁜 남자도 있다고 하고. 아무튼, 이 정도야.”
주하나는 만족스러운지 어깨를 으쓱했다. 성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 자기가 사교성은 좋다니까. 근데, 이제 수색대가 여기저기 퍼졌는데, 우리도 따라가야지…. 음. 희연이가?”
하지만 그때, 이들은 인파 속에서 희연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두 사람의 표정이 변한 그 순간, 이었다. 황급히 높은 바위로 올라갔다.
성민우의 시야에 홀로 군 천막 쪽으로 이동하는 희연이 보였다.
“저기 있다!”
두 사람은 헐레벌떡 희연 쪽으로 뛰어갔다. 접근 금지라고 정해진 선을 넘어 이들은 조심히 희연을 붙잡았다.
“희연아. 위험하니까. 붙어 있어야지.”
성민우가 빠르게 희연을 안고 물러섰다. 군부대 막사에 함부로 다가가면 위험할 것 같은 본능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하나와 같이 돌아가려는 찰나, 막사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김기철님. 제발 도와주십시오. 제발….”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주하나는 본능적으로 흥미가 동했는지, 그쪽으로 가까이 이동하고 있었다.
성민우가 그를 불렀지만, 주하나는 전진했다.
“하나야.”
“쉿.”
주하나는 귀를 가까이 대었다.
“김기철님 밖에 없습니다. 저희에게 제발 베풀어주세요. 고통스러워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김기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생이 많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을 책임지는 건, 접니다. ‘계획’이 실행해도 여러분들은 제가 책임지고 안전을 보장하죠.”
“감사합니다. 믿습니다. 김기철님만 따르겠습니다.”
소리는 한둘이 아니었다. 천막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하지만 주하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분위기가 되게 광신적이네.’
미친 듯이 김기철을 연호하고 그의 말에 기뻐하고 있었다.
“제가 여러분들을 보살피고 책임집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김기철님.”
심지어 흐느끼기까지 한다. 주하나는 별세계를 본 얼굴로 물러섰다.
“예수가 강림한 줄 알았네.”
이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과도하군요.”
김기철은 엑스레이로 찍은 사진을 보고 말했다.
그 앞에는 설동과 도하연이 있었다.
불려 온 이유? 너무나도 간단하지 않은가.
설동의 행위로 자살을 막았지만, 부상을 입었다.
‘대체 왜 홀로 보균자가 아닌지 알아내야 해.’
김기철은 다시 지적 호기심이 강하게 들었다. 징벌을 핑계로 벌을 내려야 한다.
설동은 당당했다.
“과하긴 했죠. 하지만 필요했습니다.”
설동은 전혀 흔들림 없이 말했다. 김기철도 명색이 박사고 구조 현장에서 자살자에 대해 거칠게라도 막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애당초 그는 설동의 신체를 조사하고 싶은 욕망이 거세다.
핑곗거리만 있으면 다라는 거다.
‘빨리 저 말도 안 되는 몸을…. 조사해야 해. 대체 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지…. 알아내야 해.’
단순하게 검사가 아니다. 해부나 생체실험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구실을 만들어야 한다.
“설동 씨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막는데, 과격할 수밖에 없죠. 저도 본 적 있어요. 베란다에 앉아있는 여학생을 소방대원이 거칠게 발로 차버리면서 집어넣더군요. 하지만! 규칙은 규칙.”
김기철은 신설동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엄격히 규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다만, 재량을 부여할 수 있죠. 징벌실이 아니라, 제 연구소에서 허드렛일 정도만 돕는 건 어떻습니까?”
김기철은 노리고 있었다. 허드렛일이 곧, 설동을 속박하고 신체를 조사하게 될 것이다.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이는 제안이다. 하지만 예상외의 반응이 나왔다.
“잠시만요.”
도하연이 끼어들었다.
“저도 현장에 같이 있었는데, 이 사람 조치가 아니었으면 정말로 위험했어요. 위급상황에서 구호 조치로 치부해도 되지 않나요?”
“도하연 씨. 그래서 이렇게 관대하게 해주는 겁니다.”
“반대로 사람을 구하면 플러스가 되죠? 그러면 서로 상충 시켜요. 폭력건과 사람을 구한 벌점을 말이죠. 그럼 되지 않아요?”
도하연이 바로 나서서 설동을 변호해주었다. 맞는 말이었다.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거면, 설동이 아현을 구한 행위도 점수에 포함되어야 한다.
“제 친구이고, 저렇게 하지 않았으면, 구하지 못했어요. 불필요하게 과도한 게 아니었다고요.”
“흠.”
김기철은 여기서 고민에 빠졌다.
‘억지로 데려가는 건, 가능해. 하지만 온 지 얼마 안 되는 이들이 의심할 가능성도 있어.’
확실히 어떻게든 데리고 가고 싶긴 하지만 그는 안전을 중요시한다.
다른 이에게 ‘이상함을 느끼게’ 하면서까지 억지로 데려가는 바보는 아니었다.
‘수단은 많으니까.’
그렇다. 구태여 지금 안 해도 된다.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뭐, 도하연씨도 그러니까. 이번에는 너그럽게 봐 드리죠. 다만, 제가 봐줬다는 건, 알려서 안 됩니다. 규칙에 대해 엄격해야 하니까요.”
“그러죠.”
김기철은 떠나는 두 사람을 보고 입맛을 다실뿐이었다.
서로 같이 가는 짧은 발걸음. 도하연은 은근히 설동 쪽을 쳐다보았다.
둘은 친하지 않고 서로 인사만 한 사이.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도하연은 여기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아현이를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떨렸거든요.”
연기자로서 연기하듯 떨리는 기색을 감추고 자연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설동은 도하연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별거 아니에요. 전에도 그런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자살해서.”
“그거 안 됐네요. 진짜 이런 사태 때문에 아는 사람이 죽어가고 힘들게 왔어요.”
“저도 제 친구들이 죽었어요. 원래 가족을 찾아 왔는데.”
순간, 우울한 얼굴빛이 설동에게서 보였다. 도하연은 반사적으로 그 손을 잡았다.
“걱정 말아요. 모두 잘될 테니까.”
“…….”
그리고 정적이 흘렀다. 도하연은 순간, 자신이 뭔 짓을 했는지 알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마 촬영감독이라면 아주 자연스럽다고 칭찬할 부끄러움.
황급히 손을 내렸다.
“아…. 오해하지는 마요. 그냥 힘내라고요. 제가 너무 기분이…. 그래서….”
횡설수설하던 도하연은 황급히 물러났다. 그리고 그녀는 자책했다.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지를 못했잖아. 멍청이!’
후회스럽고 다급하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었다.
‘애 아빠잖아. 애 아빠한테 뭔 짓을 한 거야.’
아직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하연이었다.
발작. 여성들만 모여 있는 한 호실은 지금 공포의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누구는 개 고생했는데. 편해? 누가 찔렀어?”
모두에게 악다구니를 쓰듯 소리치는 뚱뚱한 여성이 있었다.
이영선.
그녀는 징벌실을 갔다 온 여성 중 하나였다. 죄목은 다른 여자를 괴롭혔다는 것 때문이다.
그녀는 긴 시간 동안 징벌실에서 고통 받았다.
식음료 제한, 자유가 뺏긴 곳에서 그녀는 고통 받았다.
그리고 결국 기침을 하고 말았다.
감염자가 될 자이니, 총살을 걱정하는 그녀에게 이곳은 총살 대신 치료약을 건네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네. 다만 치료약이라는 거야. 먹지 않고 죽든가. 그래도 인류에게 도움이 되어 살 수 있는 걸 선택하든가. 자네의 선택이지.]이영선으로서는 단 하나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아니, 이런 기회라도 감지덕지하다. 이곳에서 신처럼 추앙받는 김기철이 아니던가.
“감사합니다. 김기철님.”
“나를 믿고 따르도록.”
“물론이죠.”
그녀는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김기철의 말에 약을 먹었다.
그리고 귀신같이 기침이 멎었다.
하지만 부작용은 정말로 존재했다. 때때로 급격하게 화를 낸다든가. 몸에 푸른 멍이 갑자기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등으로 말이다.
‘난 감염자가 아니야. 치료됐어. 치료약으로…….’
그녀는 정신을 어떻게든 차리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짜증으로 온갖 감정이 바뀌었다.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해? 내가 왜?’
이영선이 벌떡 일어났다. 평소 폭군 같던, 그녀의 돌발 행동에 다른 여성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뭘 봐? 뭘 보냐고?”
“아니에요…….”
“뭐가 아닌데?”
트집을 잡고 사람을 패기 시작했다. 무차별 폭력은 곧, 소란에 군인들이 달려와서야 진정되었다.
김기철은 잠옷 차림으로 끌려온 그녀를 맞이했다.
“저런. 이영선 씨. 감염자라도 될 것같이 구네요?”
“시발! 놔! 놓으라고! 후욱! 후욱! 허억!”
“오! 저희는 실험 투약자를 함부로 하기 싫습니다. 그래서 그때 맞았던 약보다 더 좋은 성능의 약을 만들었는데, 한번 맞으시죠.”
김기철은 씨익 웃더니,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소독도 안 한 채, 붙잡힌 그녀의 팔에 주삿바늘을 꽂았다.
“으윽!”
“한결 나아질 겁니다.”
김기철은 사악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영선은 다시 잠에 빠졌다.
태희는 언제나처럼 도하연의 방에 들렀다. 이유는 단 하나 아현 때문이다.
언제나처럼 억지로 밥을 먹이고 상태를 확인하는 그녀였다.
‘수액 주사부터 영양제까지 가져오기는 했는데….’
사실, 병원이 같은 부지 내에 있기에 이런 건 손쉬웠다.
하지만 그녀는 아현에게 약을 주사하지 않았다.
일단, 밥을 먹일 뿐.
‘이거 주사기 재사용한 거야.’
간호사로서 재사용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아는 그녀였다.
아니, 그녀이기에 주사기의 재사용을 알아본 거다.
‘라벨도 나가 있고, 아예 다 뜯었어.’
병원에서 추가 감염사태를 막기 위해 보통 재사용은 금지한다.
하물며 바이러스라는 질병이 돌아다니는 이 시점에서 어떤 건지 알고 사용한단 말인가.
‘그 사람들은 알고 나한테 줬겠지?’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을 떠올리는 태희였다. 물론, 재사용도 불가피하면 하기는 한다.
‘그래, 힘든 상황이면 어쩔 수 없기는 한데….’
이해는 가는 행동. 다만, 꺼림칙했다. 누군가의 체액이 묻은 주사기를 함부로 쓰기 그랬다.
‘문제없으니까 준거겠지? 아니야. 그래도…. 당장은 쓰지 말아야 해.’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 태희는 주사기 사용을 포기했다.
“사람들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는데. 가끔 정신 이상자들이 생긴데요.”
주하나는 포인트로 산 음료수를 마시면서 자기가 들은 정보를 이야기해 주었다.
“정신 이상자?”
“네. 감염자 때문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져서 남들을 공격하거나 그런 사람들이 예전에 종종 있었데요. 최근에도 사람들을 공격해서 징벌실 갔던 사람들이 풀려나자마자, 바로 군인들을 죽이고 탈출하려 했데요.”
“감염자화의 전조가 아닐까?”
설동은 간단하게 생각했다.
애당초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지는 건, 보통 감염자가 되려는 징조였다.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는 이들. 확실히 수천 명이 있는 곳인데, 변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주하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사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모든 사람이 멀쩡한 것도 이상하긴 하죠. 생각해보니, 여기는 격리센터도 없네요?”
쾅! 쾅!
바로 그때였다.
그들이 있는 방의 문이 거칠게 요동쳤다.
“누구세요?”
성민우가 나가서 불러보는 순간이었다. 거친 여성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야이 육시랄 개새끼들아! 너네만 살아? 조용히 좀 하자!”
“······우리가 시끄러웠나?”
설동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현관문으로 나섰다.
문을 여는 순간에도 쿵쾅거리고 있었다.
거기에는 살집이 두툼한 여성 하나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쪽을 노려보았다.
“아, 조용히 할게요. 하하. 죄송해요.”
성민우가 빠르게 사과하며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 여자의 입은 연신 화를 내고 있었다.
“시발. 시발. 유세 질하나. 남자 두 놈이 여자랑 한 방에 어휴, 시발…….”
“거 입이 험하네. 아줌마.”
성민우가 보다 못해 한마디를 했다. 그러자, 여성이 몸을 돌렸다.
“개새끼야! 아줌마? 아줌마? 내가 아줌마야? 이 시부랄 새끼들아!”
“아니, 갑자기 왜 그래요?”
성민우도 슬슬 화가 나는지,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아니, 그전에 설동이 먼저였다. 이제 조금 있으면 설동의 주먹이 이 여성의 면상에 꽂히리라.
삐익!
그때, 군인들이 휘슬을 불며 달려왔다.
“누가 소리를 질러?”
“아니에요.”
갑자기 이 여성이 목소리를 바꾸었다. 상냥하게 군인을 향해 말하더니, 위층으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잠깐만. 옆방도 아니고 위층에서 왔다고? 층간소음도 아니고…….”
설동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영선씨. 당신이 할 일은 간단합니다. 지금 이 연구실에는 많은 사람이 있어요. 우리가 보급을 받는다지만, 현재 과포화 상태입니다. 줄이는 게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