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47
이영선은 온종일 멍하게 있었다. 김기철로부터 받은 명령만이 생각날 뿐이다.
‘난……. 멀쩡해. 감염자가 아니야. 김기철님이 나를 도와주셨어. 그분은 내게 새로운 인생을 주셨어.’
그녀는 기침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때로 정신이 이상해진다.
‘신설동······. 이 남자를 비롯한 이들을 내쫓게 괴, 괴롭히라는 거지?’
김기철에게 받은 명령은 ‘솎아내기’다. 과 포화된 이 연구소를 위해서 일부러 내쫓으라는 거다.
[이번에 수색을 넘어서, 활동반경을 넓히기 위해 좀비들이 있는 지역으로 갈 거야. 자네에게는 적당한 포인트를 알려주지. 그곳에서 앞서 말한 녀석들을 끌고 가도록.] [위험하지 않나요?] [우리가 만든 회피용 약이 있지. 알잖나. 우리가 감염자를 치료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단 걸. 이 약은 감염자의 시체를 해부하면서 알아낸 거야. 이들은 인간이 내는 특수한 냄새에 반응하는 거야. 그걸 지워주는 걸세. 먹고 빠져나와. 나를 못 믿나?]‘믿고말고요. 김기철님.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영선은 어서 빨리 작업이 시작되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몸이 근질거렸다.
‘간지러워. 간지러워.’
벅벅 자신의 팔을 손톱으로 긁었다.
피부가 벗겨지고 피가 흐르는데도 말이다. 이영선은 홀로 남아있는 방안을 보았다.
룸메이트들은 이영선을 무서워하기에 일과시간이 끝나도 보통 잘 안 들어온다.
그녀는 어서 빨리 일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피……. 닦아야 해. 내 몸에서 피가 왜 나지?’
이영선은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라서 화장실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때처럼 멍청한 짓은 하지 말자.”
도하연은 끈으로 묶인 손목을 매만졌다. 그녀의 옆에서 치료를 받은 아현이 있었다.
오늘 연구소는 중대 발표를 했다. 이 연구소와 북악산 근처에서만 맴돌던 활동반경을 넓히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대다수가 투입된다.
아현도 투입된다. 다만, 감염자들이 활동하기 시작했으니 장비가 지급되는 건 당연했다.
“10인 1조로 붙으세요. 총은 조당 두 개씩 지급합니다.”
마치 과제 할 때 짝을 맞추듯, 10명씩 조를 짜야 한다.
도하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상한 기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피해?’
사람들이 하나둘 자신의 주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
마치 왕따라도 된 것 같은 감각. 도하연이 그 원인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하연씨. 아이고, 사람들이 생존이 걸리다 보니까 거절하네요.”
웬 껄떡대는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
그녀는 도하연을 위아래로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나쁜 사람들이네요. 어때요. 저랑 같이?”
“······.”
그렇다. 다른 때면 몰라도 도하연은 지금 자살희망자 아현을 데리고 위험지역에 가고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은연중에 거부하고 있는 거다. 혹시나 모를 위험.
모두가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이 둘은 거부당하고 있었다.
“…….”
도하연으로서는 골치가 아팠다. 쉬고 싶어도 김기철은 이전처럼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가기에 이 껄떡대는 남자는 좀 별로였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아현을 위해서라면 남자 하나가 있는 게 낫다. 어차피 아무도 안 올 거라면 손 벌리는 데라도 가야 하지 않는가.
“좋아요. 근데 일행은 누가 있죠?”
“없어요. 아, 이거 우리 셋이서 다녀야겠는데요?”
남자는 음흉하게 웃었다. 거기서부터 느낌이 싸한 상태였다.
그때였다.
“어머나, 그 유명한 도하연씨. 아직 조를 안 정했어요?”
그때, 이영선이 뺨을 흔들며 다가왔다.
“아……. 이분하고 같이하려고요.”
도하연이 껄떡대는 남자를 가리켰다. 하지만 남자의 시선은 어딘지 모르게 짜증 나 보였다.
이영선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위험한데 남자 하나로 되겠어? 우리 일행 중에 커플이 있는데, 힘 좋아. 기왕 하는 거 같이 가죠.”
“어, 그럴까요? 그쪽은 어때요?”
껄떡대는 남자는 순간, 당황했다. 예상외의 인원이 붙는 거다.
“아니에요. 잠시만 생각해볼게요.”
“…….”
도하연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이, 이영선은 주하나와 접촉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설동도 근처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멤버가 모이고 있었다. 다만 도하연은 이영선이 신설동을 살짝 째려보는 걸 모르고 있었다.
“떼놔야 하는데.”
“네?”
“아니야. 도하연씨. 인원수를 보려고. 몇 명이지?”
일단 신설동 무리와 동현과 태희, 이영선과 도하연과 아현을 더하면 9명이다.
딱 한 명이 부족하다.
“그 남자 부르죠.”
도하연은 아까 생각해보겠다는 남자를 찾아가 다시 데리고 왔다.
“엄진욱입니다…….”
남자가 많은 사실에 엄기준은 아쉬워했다. 사실, 자기가 나서서 아현을 도와주면 도하연에게 어떻게 어필이 될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근데 이렇게 많으니, 그 기회가 없어졌다.
도하연도 바보는 아니기에 그 감정을 눈치 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조를 구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무엇보다 여차하면 자살할 수도 있는 아현을 도와줄 설동도 있었다.
‘애아빠…. 인데, 엄마가 누구지?’
사실, 궁금하다. 호기심이라고 해도 좋았다. 도하연은 설동에 대해 이리저리 관심이 많아진 상태였다.
궁금한 상태에서 설동이 희연과 함께 다가왔다.
“또 만나네요.”
“뭘요, 몇 번이고 고마운데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아현이는….”
도하연은 자기에게 붙은 아현을 보았다.
공포심에 깃든 눈초리로 설동을 보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180이 넘는 단련된 남자가 전력으로 달려와서 자기를 날려버렸으니까.
도하연은 머리를 매만졌다.
“아무튼, 오늘 잘 부탁해요.”
“네. 그러죠.”
도하연도 왠지 모르게 기쁜 감정이 들었다.
‘오늘은 확실하게 물어봐야지.’
그때, 설동의 눈이 움직였다. 아현을 중점적으로 쳐다보는 게 아닌가.
‘…….관심인가, 아니면 그냥 그 일 때문에?’
저 시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엄진욱이 나섰다.
“저기 이봐. 친한 척하지 마. 도하연씨. 연예인이었다고 껄떡대려고.”
“별걱정을 다하네. 너보다는 훨씬 전에 이야기를 해봤으니 신경 쓰지 마.”
살벌하게 쳐다보는 설동의 눈에 엄진욱은 침을 꼴깍 삼켰다.
아무튼, 아는 이들은 하나둘 모이고 있었다.
기묘하게도 이들은 서로 함께 싸우고 제주도를 나섰지만, 서로 모른다.
“역시, 언니랑 오빠도 어서 와야죠. 든든하게.”
두 사람의 합류에 기뻐하는 도하연은 설동이 아현을 노려보고 있단 걸 깨달았다.
‘대체 왜?’
자살할 거로 생각하고 신경을 쓰는 걸까?
도하연은 설동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왜 자꾸 아현이를 봐요? 관심 있어요?”
“신경 쓸 수밖에 없으니까요.”
여러 의미가 담긴 대답. 도하연은 묘한 감정에 짜증이 섞이는 걸, 느꼈다.
“그건 아는데, 그걸 고려해도…. 아이도 있잖아요. 애 아빠이신데….”
도하연은 설동의 옆에서 바짓자락을 붙잡고 있는 희연을 바라보았다.
싱글벙글한 미소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꼬마였다.
“일단은 사람도 많으니까. 자기 자식한테 우선 신경 써주세요. 아현이는 제가 아예 손목까지 같이 묶었으니까…….”
“······자식?”
“네. 아이 아버지 아니에요?”
도하연이 이 말을 하자마자, 설동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솟아났다.
“25살인데요.”
“네? 그, 그러면……. 저 아이는…. 음.”
도하연은 순간, 머릿속에 혼란이 왔다. 그렇기에 가감 없이 마음속 의문을 표출했다.
“근데 2……. 5살이요?”
“이거 나 놀리는 거죠?”
설동은 여자 친구가 배신한 이후로 가장 격렬한 분노를 느꼈다.
12. 기묘한 것
“아, 죄송해요. 이걸 착각했네요.”
도하연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설동 앞에서 사과했다.
뜬금없이 25살에 10살짜리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설동은 보급 받은 생수를 들이켰다. 주하나는 희연의 손을 잡았다.
“설동 씨가 자주 놀아줘서 그런가 봐요. 근데 대번에 아이 아버지라고 불리니까…. 하하.”
“늙어 보인다는 건 처음 들었어.”
“그쪽이 포인트예요?”
주하나가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10명의 인원이 조를 짰다.
총을 지금 받은 사람은 둘. 동현과 진욱이었다.
설동은 자신이 애용하는 도끼를 허리춤에 매단 채 이동했다.
‘이제 날붙이로서는 효과가 거의 없는 수준이군.’
고난을 함께 하면서, 그의 도끼도 힘을 다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함께 가야 하는 운명. 설동은 도끼를 애정 어리게 어루만졌다.
한참을 이동하면서, 이영선은 설동을 불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김기철님이 말한 대로….’
하지만 숨겨야 했다.
북악산 아래쪽의 평탄한 길로 이동했다.
앞에는 동현이, 뒤쪽에는 진욱이 총을 들고 경계를 하고 있었다.
이영선은 방향을 정하고 있었다.
“더 가야 해요. 저희가 맡은 쪽은 평창동을 쪽이니까 감염자들을 조심해야죠.”
이영선은 굉장히 온화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연구소를 위해, 이 불순분자들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설동은 어떻게든 살려야 하는데. 인원을 따로 빼버릴까?’
다른 이들이야 모르지만, 이들이 가고 있는 곳은 감염자들이 주기적으로 배회하는 곳.
낮에 보면 적막감에 조용한 곳이지만, 사실 감염자들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소리하나 나면 바로바로 반응해서 일어설 정도였다.
이영선이 앞으로 향하면서, 이제 평창동 주택가로 도착했다.
“무전을 더 안쪽에 가서 치죠.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
“잠깐만요.”
그때, 설동이 앞에 나섰다.
“그냥 바로 건물 하나 잡아서 바로 무전 때리죠?”
“아무것도 없는데요?”
“감염자들은 소리에 반응해요. 그냥 아무것도 없어 보여도 곳곳에서 숨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이런 시가지에서 많이 쫓겨봤거든요.”
설동은 허순자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총소리 하나에 감염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끔찍한 광경, 이들은 그걸 헤치고 나왔다.
다른 이들은 모른다.
최전선에서 감염자들과 사투를 벌인 자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곳에서 몇 명이나 감염자랑 싸웠을까? 오히려 안전해서 싸우는 경우가 드물 거 같은데.’
즉, 적막감 넘치는 이 주택가는 결코 감염자가 없는 게 아니다.
소리에 반응하기 위해 모두 가만히 있는 것뿐.
반응할 거센소리가 나오면 그대로 이곳은 좀비 지옥이 될 거다.
설동은 허순자와 다니면서 수색 방법이나 대처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위험하게 보내다니, 뭔 일이 있나?’
고민을 거듭했지만, 일단, 주택가에 들어서기 전에 안전한 거점 하나를 만드는 안건을 제대로 상정(?)시키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이영선은 반대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감염자가 있다면 바로 우리에게 달려들었겠죠. 여러분들도 감염자를 봤잖아요.”
“···.”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잠시 딴 짓을 하는 동현을 제외하고 여기서 사람들은 잠깐 고민했다. 사실, 감염자가 존재하는 위험지역에 있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포인트까지 수색을 빨리 끝내려면 이영선의 말이 옳다.
설동은 정반대다. 목숨이 위험하니까 천천히 가자는 것.
그때, 엄진욱이 이영선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개 같은 곳에서 빨리 나가야지. 수색 빨리하고 갑시다. 감염자도 눈에 안 보이고, 미쳤다고 여기서 시간을 끌면 언제 감염자한테 당할지 몰라요.”
“맞아요. 지금, 우리는 위험지역이라고요. 언제 좀비가 올지 몰라요. 후딱 해치우죠.”
두 사람이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설동은 단호했다.
“안 돼요. 무조건 중간 거점이라도 만들고 안전을 도모해야 해요.”
직접 경험한 그의 감각이 진군을 거부하는 거다.
오히려 이영선이 이끌려는 포인트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했다.
“지금 우리는 사거리 길목인데, 어차피 돌아가려면 산 쪽밖에 없잖아요. 가려는 포인트는 더 안쪽. 근데 우리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감염자들이 몰려오면 위험해요. 일단, 여기 거점을 잡고 수색하죠.”
“그러면 오늘 안에 포인트까지 갈 수 있어요? 아니, 그냥 15분만 더 가면 되는데.”
이영선이 따지듯 물었다.
설동은 고개를 저었다.
“날이 저무는 걸 계산하고 돌아갈 때를 생각하면 못 갈 겁니다.”
“여러분, 말이 됩니까? 15분 거리를 하지 못하자고……. 내일 또 가야 해요.”
이영선이 사람들에게 애원했다.
그렇다. 누가 여기를 다시 오고 싶을까? 몇몇을 제외하고는 안전하게 보급이 되는 연구소에 있던 사람들이다.
감염자란 건, 그냥 쫓길 때나 봤다. 즉, 제대로 싸워본 자가 여기에 극히 드물었다.
설동의 말은 당연히 이들에게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었다.
주하나와 성민우가 설동 쪽에 붙었지만, 그래도 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