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48
이영선은 거세게 압박했다.
“아니, 고작 3명…. 아이까지 해서 4명이 아니에요?”
수적으로 밀릴 때였다. 지켜보고 있던 도하연과 태희가 앞으로 나왔다.
“그럼 전, 이 사람 의견에 따를게요. 저도 감염자랑 많이 부딪쳐봐서 대강 알거든요.”
도하연이 손을 들어 설동 쪽으로 갔다.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던 동현과 태희가 움직였다.
“이 친구가 뭔가 아네. 이영선 씨죠? 제가 감염자랑 자주 싸웠는데, 이 친구 의견이 옳아요.”
특히나 거대하고 관록이 있어 보이는 동현이 설동을 보며 씨익 웃었다.
“참 내. 덕분에 이렇게 될 줄이야.”
엄진욱은 투덜거렸다. 도하연과 태희 동현 커플의 참전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설동 무리는 그 의견에 힘입어 바로 밀어붙였다.
숫자로 밀리자, 할 수 없이 바로 근처 빈집에 일단 거점을 꾸렸다.
“여기서 하나하나 조심히 소수로 운용하면서 집을 확인하면서 가는 게 좋아요.”
설동은 도끼를 든 채, 창문 너머를 살폈다.
거기에 동현이 가세했다.
“모두 동전이나 던질 걸 준비하고 소리를 우선시 내면서 감염자를 확인한다. 집 근처를 수색하고 그 다음 문을 두들기는 거지. 일부러 유도하는 게 차라리 대응하기 더 쉬워.”
“역시, 잘 아네.”
설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현도 피식 웃었다.
“나야말로. 난 그냥 예전 직업 특성이었다지만, 댁은 군인이 아니잖아? 무대포일 줄 알았는데.”
“강제로 배운 거라서.”
“하긴, 이 정도 되면 억지로 머리에 새겨지기는 하지.”
동현과 설동은 같은 걸 보고 있었다.
여기서 만약 탈출한다면 어떻게 나가는 게 좋은가.
도로 근처라서 돌담이나 벽 같은 건밖에 없다.
그냥 문 바로 앞이 도로다.
두 사람은 자세히 어떻게 할지, 구경하고 있었다. 만약 탈출한다면? 또한, 북악산으로 도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설동 씨. 일어나시죠.”
그렇게 있는데, 이영선이 그를 불렀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를 빨리 갈 기회를 잃었습니다. 댁이 말한 그 안전한 수색을 해줬으면 하는데요.”
“그거야 뭐.”
설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히려 혼자가 감염자들하고 싸울 때 편하다. 그의 체질을 벗 삼아 마음껏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벽과 도망칠 집이 있는지 확인하고, 천천히 하나씩 근처를 탐색했다.
성민우도 참전했다.
특히나 성민우는 의욕 만만이었다.
“저도 할게요. 나름대로 수색은 해봐서 주의 점은 잘 아니까요. 저도 할 수 있어요.”
“상관없기는 한데…….”
설동은 머릿속에서 불안한 기운을 느꼈다.
[저도 할 수 있어요.]순간, 빈성우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설동은 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때, 동현이 어깨를 붙잡았다.
“3명이 함께 이 구역을 나누자고. 이 정도면 빨리 수색이 가능할 거야.”
그러면서 잠금장치로 총을 봉인했다. 그도 알고 있는 거다.
“알지? 감염자가 바글바글한 곳에서 총은 최후의 수단이란 거.”
“당연하지. 그러면 서로 나눠서 해볼까?”
세 사람이 이제 흩어졌다.
동현은 외곽으로 성민우는 여차하면 합류할 수 있게 거점이랑 가까운 곳으로.
설동은 도끼를 꺼내 들면서 예전 기분을 느꼈다.
‘생각 없이 총 쏘다가는 교회 때처럼 될 게 뻔한데. 저 양반도 잘 아네.’
정말 믿음직스러운 아군이 아닌가. 설동은 조심스레 주택가와 상점가의 우측으로 돌았다.
도는 이유는 간단하다. 좌측 돌면 바로 북악산이니까. 도주하기 쉬운 거다.
그리고 이제 문을 하나하나 열기 시작했다.
그가 주택 하나에 진입하자, 고요한 적막감이 들렸다.
설동은 동전을 하나 꺼내 들었다.
한꺽정이 한 것처럼 동전을 굴렸다.
동전이 굴러가는 소리가 방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통.
가볍게 소리를 내며 멈추는 그때였다.
쾅! 쾅! 감염자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설동은 도끼를 앞세우고 두드리는 문을 열었다.
“쿠아아아!”
거기에 말라빠진 작은 아기 시체를 등에 업은 여성 감염자가 튀어나왔다.
설동은 도끼로 단숨에 머리통을 날렸다.
한방. 단 한방에 머리가 박살 난 감염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역시, 공격에 치중하면 이렇게 되네.’
설동은 팔 쪽에 긁힌 자국을 보았다. 금세 재생하는 피부로 아주 문제없다.
‘그래, 이걸 이용하는 거야.’
자기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어느 정도 다쳐도 한 방에 제압하는 게 이득이다.
‘지금 세계는 그래야 해.’
설동은 안으로 들어갔다. 쓰레기 썩은 냄새가 가득한 방안에 지저분한 휴지와 피에 묻은 살점이 보였다.
설동은 거기에 쪽지 하나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감염자들이 이 주변에 가득한지, 벌써 한 달 째입니다. 식량은 떨어지고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제발, 누가 도와주실 분이 안 계시는가요? 신이시여…….] [배가 너무 고파요. 제발······. 좀비들을 사라지게 해주세요.] [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 우리 아이가 울지 않는다. 이제 다행이다. 그동안 너무 시끄러웠다. 아이도 잠든 모양이다.] [.…….맛있다. 맛있다. 간신히 배를 채웠다. 이제 좀 살 거 같다. 근데……. 지금 식량이 이방에 남았나?] [나……. 대체……. 뭘……. 지금……. 뭘 한 걸까? 아이가 울지 않는다. 아니야. 왜 울지 않…….. 아가. 왜 안 우냐고. 짜증난다. 재수 없어. 왜 아이의 얼굴이……. 이렇지? 나. 나……. 이거 쓰고 있는데 단어가……. 단어……. 어……. ㄴ럼;ㅤㅣㅇ러미;ㅇ;ㄴ머ㅤㅏㅇ]엉망으로 된 마지막 글귀를 끝으로 더 이상의 쪽지는 없었다. 더불어 설동은 반사적으로 이 여자 감염자가 등에 맨 아기를 보았다.
“······미쳐서 감염자가 되는 건가. 감염자가 되가니까 미친 걸까.”
엄청난 작태에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다시 수색을 계시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4마리 정도의 감염자를 처리하고 설동이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올 때였다.
탕!
그의 뇌리를 스치는 강렬한 총성이 들렸다.
“아니, 조금만 더 앞으로 갑시다. 아깝잖아요.”
설동인 한창 수색에 들어가고 있을 무렵. 이영선은 모두를 설득하고 있었다.
북악산 바로 뒤가 아닌, 조금 앞으로 가서 편하게 가자는 거였다.
“너무 뒤에요! 여기서 이러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어차피 우리는 8명인데 좀 앞으로 간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잖아요.”
이영선은 억지를 부렸다. 아니, 이 상황에서는 억지가 낫다.
그래야지 ‘그래 좀만 앞으로 가자.’ 정도의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목적은 설동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버리는 거다.
도하연과 태희가 완강히 거부했지만, 이영선은 아줌마 특유의 우격다짐으로 기어이 그들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됐어. 이제 처리하면 돼.’
감염자가 달려들면, 자기는 약을 쓰고 탈출한다. 설동만 찾아서 다시 데리고 가면 된다.
[알겠죠? 설동을 제외하고 나머지들을 처리하는 겁니다.]왜 굳이 신설동을 제외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지만, 그녀는 김기철을 위해서 무조건 마음먹었다.
“··이영선씨?”
도하연이 여전히 멍한 아현과 함께 이영선의 어깨를 흔들었다.
탁.
그때, 이영선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 분노를 담은 시선을 보내었다.
도하연은 깜짝 놀라 하며 물러섰다.
“아니, 갑자기 말씀이 없어지셔서요. 그렇다 쳐도 갑자기 뿌리칠 건 없잖아요.”
“아……. 네. 제가 좀 민감해져서요. 죄송해요.”
이영선은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몸을 돌렸다.
‘개 같은 년, 왜 내 몸에 손을 대. 어차피 버림받을 년들이…….’
자기는 김기철에게 선택받았다. 위험한 임무를 맡기는 것도 그 신용 덕분이라고 이영선은 판단했다.
이들은 결국, 100m 정도 더 걸어 한 상점을 수색했다.
[총을 쏘게 하세요. 감염자들이 몰려올 겁니다.]김기철은 철두철미한 인간이었다. 감염자들이 잠재된 곳에서 총을 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뻔 할 뻔 자였다.
게다가 상점가는 감염자가 있을 확률이 높다. 그 기대를 하고 이곳으로 인도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저 멀리 조용히 걷는 감염자를 발견했다.
엄진욱은 바로 소총을 들었다.
“조, 좋아. 여러분. 쏘, 쏩니다!”
그리고 탕, 하는 소리와 함께 감염자가 쓰러졌다.
“맞췄어! 한 방이야!”
엄진욱은 기뻐했지만, 이게 뭘 불러올지는 예상 못 했다. 어차피 설동과 동현 무리를 제외하면 제대로 싸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변이 일어났다.
“갸아아아! 구와아아!”
“크아악!”
사방에서 감염자들이 울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사색이 된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이미 진상을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이영선도 순간, 움찔거리며 두려움을 표출했다.
“아…. 감염자들이!”
소리가 들린다.
“양쪽에서 들려요!”
도하연이 바로 소리쳤다. 동시에 이들은 움직였다.
엄진욱이 계단으로 가려다 감염자 세 마리가 달려오는 걸 보고 경악했다
이곳은 1층. 반사적으로 창문 쪽으로 가려 했다.
“아현아. 움직여!”
거기는 마침 도하연이 아현을 밀며 애쓰고 있었다.
그 순간, 엄진욱의 눈에는 불꽃이 튀겼다.
“비켜! 비켜!”
생존을 위해 환심이고 뭐고 다 버렸다.
아현과 도하연을 밀치고 자기가 창문 아래로 뛰었다.
“살았다! 살았어!”
엄진욱이 기뻐하면서, 뛰려 할 때였다.
“가아아아악!”
그의 시선에는 사방에서 몰려오는 감염자가 보였다. 사거리를 가득 메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가 갈 모든 방향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설동의 경고가 생각났다.
“아······.”
후회했지만, 어쩌겠는가. 엄진욱은 운을 기대하며 뛰었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튀어나온 감염자에 의해 물리고 말았다.
“쿠아아악!”
얼마 후, 새로운 감염자가 탄생했다.
동현은 그 누구보다도 빨랐다.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가던 그는 갑자기 움직이는 이영선 무리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시발, 뭐하는 짓이야?”
당연히 정찰이고 뭐고 태희가 걱정되어 왔다.
‘일단, 신설동인지, 신이문인지 하는 형씨는 놔두고.’
그는 그나마 태희쪽과 가깝게 안쪽을 수색하던 성민우까지 동원해서 그들을 쫓아갔다.
하지만 그들이 가까이 갔을 때는 이미 엄진욱은 총알을 발사하고 도주했다.
“시발! 대체 뭔 개짓인데!”
연인을 걱정하며 그 누구보다도 먼저 동현은 달려들었다.
소총의 잠금장치가 풀리고 다가오는 감염자의 다리를 맞췄다.
남은 총알 8발. 탄창이 두 개 정도 더 있지만, 그걸 갈아 낄 시간이 없었다.
감염자가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아현아!”
도하연은 아현을 감싸며, 다시 밖으로 탈출하려 했다. 하지만 바깥에서도 감염자들이 몰려오는 걸 보자, 바로 몸을 돌렸다.
그나마 감염자가 적은 방향으로 도망치는 게 차라리 낫다.
“희연아!”
주하나가 희연을 안고 동현과 함께 왼쪽으로 빠져나갔다.
“모두 날 따라와요! 총소리 조심하고!”
동현의 총이 불이 뿜었다. 살기 위한 몸부림. 상가를 나가려 했지만, 곧 감염자들이 정문에 달라붙었다.
“위로 올라가!”
동현은 그나마 침착했다. 역시니 경험 많게도 당장 회피할 곳을 찾은 거다.
그러면서도 자기 뒤에 처진 이들을 챙겼다. 동현은 그런 남자였다.
특히나 아이인 희연을 가장 먼저 챙겼다.
“하나 씨라고 했죠. 앞에 서요! 그쪽 사람도 앞으로 가요. 내가 뒤를 맡을 테니까.”
“구아아아!”
몰려드는 감염자들을 보고 이들은 상가 2층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이들은 황급히 문을 막았다.
“후우……. 후우…….”
그때, 성민우가 눈치 빠르게 의자를 들고 왔다.
“막아야 해요!”
이들은 테이블과 의자로 입구를 막기 시작했다.
“갸아아악!”
감염자들이 곧, 파도처럼 복도로 밀려들었다. 당장 상가 문이 깨질 걱정은 없지만, 고립된 게 문제다.
이영선은 짜증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