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49
“아니, 왜 여기로 오는데요? 고립됐잖아요. 창문으로 가려 해도 감염자들이······.”
“닥쳐.”
동현은 짜증이 난 목소리로 이영선을 침묵시켰다.
“지금 다른 쪽도 감염자 때문에 막혀서 여기로 들어온 거요.”
“언니…….”
희연이 하나의 품에 안겨 애달프게 쳐다보았다. 밖은 감염자, 안은 식량도 뭣도 없는 고립된 상황.
절망적이다.
모두가 그렇게 침묵하고 있을 때였다.
탕! 갑자기 저 멀리서 총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감염자들이 거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실패하지 않는다. 설동의 눈앞에서 엄진욱이었던 감염자가 쓰러졌다.
‘총은 고맙군.’
그의 주변에는 감염자 10여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설동의 전신은 찢긴 상처로 가득했지만, 빠르게 회복이 되고 있었다.
당연히 사태가 커지니 설동도 이미 달려온 상태였다.
상황은 심각했다. 아군은 고립. 자신의 주변에는 감염자가 가득하다.
‘아니, 해야 할 건, 하나야.’
지금 자신이 해야 할 걸 확실히 하고 있었다.
감염자를 향해 연이어 총성을 울렸다.
“캬아아악!”
감염자 두 마리가 다리와 몸통에 맞고 주춤거린다.
상가에 몰린 감염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됐어. 이대로 유도하는 거야.’
동시에 상가 창문이 하나둘 깨지고 감염자들이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설동은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그때 기분이네.’
허순자와 한꺽정과의 수색. 아련한 기억 속에 그는 뛰었다.
그렇다. 기행종과 더불어 경보 수준의 감염자 사이에서 100m 달리기 좀비가 튀어나온다.
그놈을 제일 먼저 요격해야 했다.
‘저놈이다.’
4마리 정도의 감염자들이 일제히 선두로 치고 나왔다.
탕!
설동의 총이 뛰는 감염자의 몸통을 맞췄다.
감염자가 억지로 뛰었지만,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지금 상황에서 이거면 돼.’
그의 목적은 처리가 아닌, 아군의 고립을 푸는 것. 이 감염자들을 자기가 수색에 성공한 곳으로 유도했다.
‘그래. 오라고. 너희랑 숨바꼭질도 한두 번이 아니야.’
이전에는 어설퍼서 공격당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설동은 소총을 등에 멘 채 이제 예전에 했던 그 방식을 사용했다.
이미 열어둔 현관과 창문을 이용한 탈출로 상가로부터 이 감염자들을 유도했다.
시야에 보이거나 소리를 내며 감염자들은 그 대상을 일단은 따라온다.
설동은 시야가 보이는 거리에서 감염자들을 끊임없이 유도했다.
‘안 와?’
탕!
오지 않는다면 다시 총으로 유도한다.
감염자들이 점점 몰려들며 자기들끼리 엉켰다.
설동은 그대로 안쪽의 주택가에서 벽을 타고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
그가 배운 지식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 옥상으로 올라가서 살피자, 상가 쪽에서 사람들이 뛰고 있는 게 보였다.
설동은 자기가 들고 있는 휴대폰의 알람을 조정했다. 20초 후 울리도록 말이다. 지상으로 내려가 휴대폰을 말라비틀어진 화분에 던졌다.
그리고 뛰었다.
그가 뛰는 사이, 뒤에서 시끄러운 알람이 울렸다.
“캬아아아!”
감염자들이 그 소리에 이끌리며 움직인다. 설동은 추적을 뿌리치고, 상가를 탈출하려는 이들 쪽으로 움직였다.
“살 거야. 살 거야.”
두근두근. 두근. 두근.
이영선의 심장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 감염자가 쫓아오고 있었다.
사실, 고립됐을 때 약을 먹고 빠져나오려 했다.
근데, 총성에 감염자들이 물러나면서 약을 쓸 틈도 없이 동현이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저것들은 죽어야 하는데.’
이영선은 여전히 자기 목적을 잊지 않았다. 은인인 김기철이 내린 명령을 이수해야 하지 않는가.
그녀는 자기 뒤로 처져 있는 아현과 도하연을 보았다.
아현쪽은 자살희망자. 체력이 달려 움직임도 굼뜨다.
‘그래……. 내가 도와주지.’
그녀는 일부러 도와주는 척 아현과 도하연을 앞세웠다. 그리고 아현쪽의 다리를 걸었다.
“아앗!”
아현이 쓰러지고 덩달아 손목이 묶인 도하연도 넘어졌다.
도망치는 중이니 다리를 건 것 자체를 신경 쓸 수 없었다.
이영선은 매섭게 웃었다.
“어서 빨리 도망쳐요. 감염자가 와요!”
놀리듯 말하고 황급히 뛰었다.
하나하나 제거한다. 이영선은 그렇게 미소 지었다.
“아현아…. 일어나!”
뒤에서 도하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아현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영선은 그걸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됐어. 일단 하나 처리했어. 그다음은….’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그녀의 곁을 지나 바람같이 설동이 지나쳤다.
“어?”
놀라는 것도 잠시, 달려드는 감염자들을 향해 도끼가 움직였다.
아현은 이미 삶의 의지를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도하연은 달랐다. 바로 뒤에 오는 좀비를 피하고자, 아현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여기서 끝날 거야?”
“버리고 가…….”
“대체 왜? 우린 아직 살 수 있어. 여기서 네가 죽으면 난? 난 어떻게 하라고? 너만 슬픈 줄 알아? 나도 다 죽었어. 매니저도 죽었고, 가족도….”
도하연은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 아현만큼, 그녀도 자기 주위의 사람을 다 잃었다.
자기 친구인 아현마저 죽는다면 도하연은 혼자였다.
아현의 눈에 살짝 생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감염자들은 이제 그녀들에게 마수를 뻗치려 하고 있었다.
“아….”
아현의 몸이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감염자가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올 때였다.
파직!
날카로운 쇠붙이가 감염자의 머리를 강타했다.
“일어서!”
신설동. 아현의 자살을 막은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죽인 감염자를 다른 감염자에게 던지고 바로 도끼로 찍어버렸다.
“후우.”
도하연 곁으로 다가온 설동은 아현을 쳐다보았다.
짝!
그리고 뺨을 날려버렸다. 도하연이 깜짝 놀랐다.
“자, 잠깐만요! 대체 뭘…….”
“댁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 애당초 밥도 안 먹고, 민폐만 끼치다가 끝까지 동반 자살하게?”
아현의 생기 없는 눈에 조금씩 생기가 돌아왔다.
그리고 외쳤다.
“그러면……. 혼자 죽을 때 내버려 두던가! 대체······. 대체······. 왜…….”
울먹거리는 아현은 설동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렇다. 애당초 자살했으면 이런 일도 안 생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폐가 옹호되는 것도 아니다.
답이 없는 문제. 도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알 게 뭐야. 그렇다고 자살하는 것도 민폐인데, 그나마 살아서 민폐 끼치는 게 네 친구한테 더 낫잖아?”
“그딴 것도 대답이라고….”
아현이 부들거리는 순간, 설동이 그녀를 업었다.
“난, 말이지. 죽거나 자살하는 사람을 봤다. 아무 인연도, 면식도 없는 사람이 말이지. 하지만 그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커. 널 위하는 친구도 있고, 살아가는데 충분한 아지트도 있다.”
“지랄 마. 당신 개 같아.”
아현이 욕을 하자, 설동은 피식 웃었다.
“살 마음이 충분하네.”
“뭐라고요?”
“날 미워하거나 싫어할 감정이 있으면 충분하지. 정말로 죽을 사람은 그런 마음도 안 품거든.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살린다. 오케이?”
설동의 무지막지한 태도에 아현은 할 말을 잃었다.
도하연은 의외라는 눈동자로 설동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 생각 외로…….’
“괜찮네.”
그리고 웃었다.
이제 감염자를 피해 이들이 다시 달렸다. 북악산 방향으로 도주하려고 주택을 지날 때였다.
“이쪽으로!”
이영선과 동현이 가장 처음 자리를 잡은 거점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냥 북악산으로 가지.”
설동은 감염자들이 사방에서 배회하는 걸 보고 중얼거렸다.
동현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 이영선 씨가 버리고 갈 수 없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 좋구만.”
의외의 의리. 설동은 훈훈한 마음씨에 웃었다. 그렇지만, 식량이나 식수가 필요하다.
밤에 감염자들을 따돌리고 다시 복귀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식량이 필요했다.
수색할 때 가져온 물과 간식은 이미 소진된 상태다.
설동이 집안을 둘러보자, 어느새 아현이 과자 한 봉지를 들고 나왔다.
“방에 버려져 있어서. 댁도 반말이니까 나도 반말해도 되지?”
“······와우.”
아현의 이런 태도에 설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시에 다른 이들도 크게 경악했다.
“어……. 저 목소리……. 영화배우 아현씨 아니에요?”
주하나가 매우 놀랐다. 죽은 눈에 초췌한 몰골에서야 눈치를 채기 힘들었지만, 이렇게 생기를 찾고 본래의 목소리와 행동을 보여주자 드디어 깨달았다.
“아, 그 아현이었어? 그 ‘밀라’에 나온?”
설동도 어렴풋이 기억에 날 듯 말 듯 한 얼굴에 확신이 들었다. 상큼한 외모와 조연으로 엄청나게 뜬 여배우였다.
감염자들이 배회하고 있는 바깥에 비해, 이곳은 갑자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자살하려는 여성이 의지를 찾아서일까?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설동은 바로 계획을 말했다.
“감염자들은 밤에 행동반경이 줄어들어. 내가 경험한 사실이다. 밤에 탈출해서 부대로 돌아가는 게 나아. 이영선 씨. 무전기 가지고 있나?”
“제가 연락할게요.”
이영선은 무전기에 대고 본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불안했다.
기어이 다 살았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조급한 마음에 그녀는 밖을 내다보았다. 그들이 있는 주택 너머에는 도로, 그리고 북악산이 보였다.
‘안 돼. 김기철 님이…. 김기철 님의 계획이 어그러져! 무조건 여기서 이것들을 죽인다.’
마음이 심란한 이때였다. 무전기가 울렸다.
[이영선 씨. 상황이 이런데 꼭 규칙을 지킬 필요는 없어요.]김기철의 목소리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어떻게든 탈출하라는 거로 들렸지만 이영선에게는 아니었다.
‘김기철 님이…. 기어이 연구소를 위해서….’
설동도 상관없이 죽이라는 뜻으로 그녀는 받아들였다.
의지가 생기니, 머리가 회전한다.
바깥에는 감염자들이 수십 마리가 배회하고 있는 상황. 이걸 이용해야 했다.
그녀는 바로 박사가 준 액체형 알약을 꺼내 들었다.
자신의 목에 걸린 순금 목걸이를 매만지던 그녀는 큰 결심을 했다.
한 시간 뒤, 다들 피로해서 조용히 쉴 때, 그녀는 행동을 계시했다.
그리고 현관 앞으로 갔다.
거실에 앉아있던 설동이 재빨리 일어섰다.
“왜요. 뭐, 잊은 게 있어요?”
“아뇨. 할 거 하려고요.”
이영선은 씩 웃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아악!~ 여기야! 여기야! 우리가 여기 있다!”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이영선은 갑자기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무슨 짓이야!”
설동이 놀라서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영선은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하하하! 여기서 뒤져! 뒤지라고! 난, 멀쩡해. 감염자들이 내 냄새를 못 맡게 하는 약이 있거든!”
“미친년인가. 감염자는 냄새를 못 맡아!”
설동은 현관문 앞에서 당황했다. 이걸 누가 예상할까? 미친 여자가 난데없이 소리 지르며, 문을 연다.
이영선은 그러거나 말거나 이상한 액체가 들은 투명한 알약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감염자들 사이로 달렸다.
“캬아아아!”
“키이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