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52
“크악.”
“가각…!”
기괴한 소리를 내는 좀비도 비틀거리고 있었다.
“설동아!”
아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동이 고개를 들자, 빛나는 무언가가 비탈길 아래로 내려왔다.
휴대폰.
아현이 던진 거다. 설동은 그 휴대폰을 집었다.
“그냥 가! 나 상관 말고!”
“그래도…….”
“차라리 먼저 가서 군대를 불러! 그게 빨라. 난, 나대로 살 수 있으니까 먼저 가!”
설동은 그렇게 외치면서 빠르게 물러섰다. 그가 의협심으로 이러는 게 아니다.
‘고등학교 때가 생각나는군. 선생님 1명이랑 10명 이상의 애들이 족구를 했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싸우기에 차라리 혼자가 낫기 때문이다.
족구는 당연히 소수가 불리하다. 문제는 이 불리하다는 전제가 ‘비슷한 실력일 때’ 이야기지. 엉망진창으로 그냥 인원만 많다?
오히려 ‘구멍’이 캐치 되는 순간, 혼자인 쪽이 그 한쪽만 공격해서 손쉽게 이길 수 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보호하기 힘들어.’
즉, 오히려 너무 많은 게 독이 된다는 거다. 지금 이 상황이 그렇다.
민첩한 상대, 조준이 불가능 시야. 싸울 공간의 협소함.
거기다가 설동은 저들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었다.
“가각!”
거대한 혹 안쪽에서 에일리언같이 길쭉한 이빨이 나왔다.
설동의 팔이 깨물어 깊은 상처를 냈다.
“끄윽!”
“가가각!”
각다귀 같은 팔이 설동을 후려치자, 그는 멀리 날아갔다.
“가가가!”
승리의 포효 같은 함성. 이 감염자는 그대로 꿈틀거리며 설동에게 다가갔다.
팔이 뜯기고 온몸에 충격을 받아 움직이지 못할 터였다.
여유롭게 쓰러진 곳까지 타타탁, 소리를 내었다.
“가각!”
이제 불빛마저 낙엽에 가려진 어두운 공간. 각다귀 같은 손이 쓰러진 남자를 찾고 있었다.
“오냐.”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 좀비의 머리통에 도끼가 꽂혔다.
“가가?”
죽은 줄 알았던 설동이 어느새 그의 옆에서 도끼를 내려찍고 있었다.
‘죽었나?’
거대 좀비보다는 손맛이 크다. 설동이 도끼에 힘을 주었지만, 곧 좀비가 포효했다.
“쳇.”
좀비의 머리통에 반쯤 들어가다 말았다.
‘괴상한 좀비는 하나같이 몸이 단단한가.’
물론, 그 거대 좀비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까다로웠다.
그리고 각다귀 같은 손이 다시 설동을 날려버렸다.
“아악!”
그가 들었던 휴대폰의 불빛이 공중에서 원을 그리다가 이내 어둠에 잠겼다.
“크윽!”
설동이 일어서자, 어두컴컴한 시야 속에서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가가가.”
타타타탁.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는 곧, 사냥감을 향해 달려드는 맹수와도 같았다.
설동은 비틀거렸다. 부러진 뼈가 붙는데 작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이미 각다귀 같은 팔이 설동을 강타했다.
“읍!”
뼈마디가 부러지는 충격에 다시 땅에 떨어졌다.
설동이 어두운 눈에 적응도 못 하면서 몸을 굴렸다.
사악.
수풀을 헤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이 좀비가 다시금 다가왔다.
그리고 설동의 옆을 쳤다.
“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이 좀비가 다시 한 번, 허공에 팔을 휘둘렀다.
설동은 회복이 아직 더디기에 움직이지 않았다.
‘똑같아. 시야가 어두운 건.’
그렇다.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갑자기 밤중에 시야가 사라지면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설동의 머리에 서광이 비치었다. 그러면서 불빛을 내는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설동은 단숨에 뛰었다.
“가가가각!”
괴성을 내지르는 좀비를 피해 설동은 몸을 날렸다.
단숨에 낚아챈 휴대폰의 불빛을 껐다.
그리고 수풀들을 짓밟으며 상대와 마라톤을 시작했다.
달밤의 체조. 설동은 기묘하게 웃음이 났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알람을 조정했다.
30초 후로 말이다.
그러면서 20초 동안 나무를 피해 다니며 이 괴물과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19초.
설동이 시간을 확인한 순간 괴물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도끼와 휴대폰을 교차시키며 방어의 태세로 돌진했다.
“가아아아!”
흉측한 좀비가 그대로 팔을 휘둘렀고, 설동은 저 멀리 맞아 날아갔다.
‘지금!’
설동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휴대폰을 자기 자리에 놓고 굴렀다.
좀비가 다가오고, 그 자신의 도끼를 준비했다.
“~~~!”
경쾌한 알람 소리가 들리는 순간, 좀비의 손이 휴대폰으로 향했다.
파직! 휴대폰이 박살 고, 이 좀비는 깨달았다. 지금 자기가 헛짓을 했다는 것.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가 자기 옆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안 놓친다!”
설동의 분노가 담긴 도끼가 좀비의 머리통에 쏟아졌다.
“가각!”
좀비는 반항했다. 필사적으로 살기 위해 말이다.
몸을 손으로 관통하고 입으로 어깨를 물어뜯었다.
“가가…….”
하지만 이 남자의 도끼질이 다시 한 번 머리통을 강타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후하!”
마치 결과를 아는 듯 한 웃음. 곧, 이 현장에서는 묵직한 타격음 만이 들렸다.
“얘가 갑자기 왜 울어?”
하나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잘 참던 주희연이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성민우가 황급히 아이의 입을 막았다.
“그놈이 쫓아올 수 있어! 뚝.”
“아아아앙!”
희연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다급했다. 지금 아직 군대랑 만나기도 전인데,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는 건, 좀비를 향해 친절히 안내해주는 신호나 다름이 없었다.
당황한 동현이 짜증을 냈다.
“거, 조용히 좀 시켜요!”
그는 긴장감에 이 추운 날씨에도 땀을 잔뜩 흘리고 있었다.
주하나가 달래보려 했지만, 희연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도하연은 그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잘 참던 아이가 왜 저렇게 울까?
“혹시……. 부르는 거 아니에요?”
“네?”
그녀가 말하자, 모두가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야밤에 길을 잃으면 위험해요. 그래서 희연이가 울면서 위치를 알려주는 게 아닐까요?”
“그, 그래도……. 죽었을 수도 있는데.”
동현이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하나가 다시 움직이려 하자, 소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희연아!”
“싫어. 안 갈래!”
다시 울기 시작한 상황.
동현은 태희와 함께 일어섰다.
“일단 군대에 알리러 간다. 너무 위험해.”
“아이고…….”
성민우는 고민하다가 희연을 안아주며, 눌러앉았다.
“아, 몰라. 그 형씨가 잘 빠져나왔을지도. 그 좀비도 밤눈 어두운 거 같더만. 첫 공격하고 나서 날 잡지 못했어.”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하연과 아현도 선택을 해야 했다.
도하연은 오매불망 낭군을 기다리는 아현을 바라보았다.
“남을 거지?”
“······.”
대답은 없지만, 남는다. 도하연도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이 3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탁. 탁. 탁.
이상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성민우가 총을 내세우고 앞으로 향했다.
만약 그 괴물이라면 쏴버린다.
모두가 긴장하며 어둠 속의 발소리에 집중했다.
터벅. 터벅. 점점 발소리가 커지고, 주하나의 휴대폰이 불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불빛 끝에서 보았다. 괴물이 아닌 사람의 형체를 말이다.
희연의 얼굴이 밝아졌다.
“오빠!”
“설동아!”
옷 여기저기에 피가 묻은 설동이 그들에게 나타났다.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짓고, 주희연에게 다가갔다.
“고마워. 덕분에 어디 있는지 알았어.”
“잠깐만요. 물린 건…….”
성민우가 총을 겨눈 채 다가오자 설동은 웃통을 벗어 던졌다.
“내 몸에 상처가 있나?”
“그럼 그 피는….”
도하연이 기겁한 얼굴을 보이자, 설동은 피식 웃었다.
“잡았어.”
모두가 경악했다.
2. 2차 계획
“잡았다고요?”
군인들과 함께 다급히 온 동현은 황당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지친 태희를 보초 쪽에 쉬게 하고 군인들과 미친 듯이 뛰어왔다. 하지만 잡았다? 이 추운 날씨에 상의를 벗어젖힌 설동이 몸을 풀었다.
“좀 걷다 보면 시체도 있어요. 확인은……무리고 내일 해야겠군. 아무튼, 이제 좀 안심이네.”
“세상에.”
분명히 믿을 수 없었다. 그 기괴한 모습은 봐도 봐도 사람이 죽일 거 같지 않은 외형.
하지만 지금 설동은 살아왔다.
동현으로서는 이 남자가 대체 뭐 하는 남자인지 궁금했다.
“진짜 배짱 좋네. 그놈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멀쩡한 건지….”
“감염자에게도 밤 산행은 그렇게 좋지 못하더군.”
설동은 가볍게 웃으면서 다시 이동했다. 다시 이곳은 고요해졌다.
“하루 동안 격리 조치 시행 중입니다.”
김기철은 보고를 마친 검사원에게 물러가라고 손짓했다.
그는 다시 들어온 이들의 검사 표를 들고 있었다.
이미 감염된 마당에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 진행 상황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아직은 아니야. 적어도 내 계획이 더 되려면.’
김기철은 차분하게 차트 표를 보았다. 다행히도 크게 바뀐 건, 없었다.
“감염자랑 접촉했는데도 여전히 비감염이라….”
그의 눈에는 오로지 신설동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체 이 남자는 왜 감염되지 않는 걸까? ㅇ이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제는 수상할 지경이군. ‘축복’받지 않은 신체야.”
이쯤 되자, 김기철의 마음에서 신설동의 존재가치가 급격하게 올랐다.
‘빨리 조사해보고 싶어. 무슨 저주를 받은 거지? 이런 체질은 본 적도 없어.’
솔직히 이 정도로 감염자들과 가까이에 있었는데 감염이 안 된다?
이제는 수상하다.
하지만 김기철은 서두르지 않는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수년을 기다린 그다. 그는 차트를 뒤엎고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나, 너무 볼품없지 않나?”
아현은 지금 거울 앞에서 한창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너무 안 먹어 마른 몸에 생기가 돌아왔다.
“다시 살아볼 거야.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