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58
그렇다. 친구를 위해서 이 부끄러움은 드러내야 한다.
결국, 도하연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비난의 말을 기다렸다. 감정에 눈이 멀어 친구를 버린 여자라고.
하지만 설동은 그녀를 책망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싸운 걸로 아현이가 가출하기에는 무리가 커. 차라리 내가 올 때부터 있었던 실종자 건과 연관이 있는 거 같아.”
설동도 안다. 아현이 이제는 자살하지 않으리라는 걸 말이다.
“김기철 한테 간 이유는 바로 그거야. 우리야 아현의 상태를 알지만, 상대는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것 밖에 모르지. 그걸 탓하면서 실종 처리하기는 쉽거든.”
“설동아…….”
“안심해. 그런 싸움으로는 결코, 아현이가 사라지지 않아. 다른 무언가야.”
사람에게 안심이라는 단어를 효과적으로 부여하는 설동이었다.
도하연은 그것이 너무 고마웠다.
이들은 다시 일하러 갔고, 산책 중에 자연스레 모였다.
동현과 태희가 가장 먼저 도하연에게 달려왔다.
“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그게….”
도하연이 어찌 설명할지 몰라 난감해 하자, 설동이 나섰다.
“정상적인 건, 아닌 거 같아. 외부로 나간 흔적이 없어.”
“그러면 어디로?”
“그게 문제야. 외부가 아니라면 무조건 내부인데…. 그것도 말이 안 돼.”
동현과 설동은 머리를 짜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귀신같은 실종. 아현은 어디로 간 걸까? 이들이 답보상태에 빠질 때였다.
하나가 넌지시 끼어들었다.
“제가 여기저기서 사람들하고 대화를 많이 하거든요? 실종자에 대한 것도 들었는데, 귀신같이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처럼. CCTV에도 전혀 찍히지 않는데요.”
“…….”
역시 무언가 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태희가 조심히 이야기를 꺼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병원에서 저도 가끔 일하고 포인트를 얻는데, 간혹 ‘지하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동현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지하층? 그거라면 매점이 있잖아.”
“다른 지하를 말하는 거야. 사실, 매점 말고 다들 지하 이야기는 하지 않잖아. 이런 큰 건물에 지하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돼.”
“하지만 지하로 가는 길이 없지 않나?”
모두가 의문스러워할 때였다. 주하나가 무언가 생각난 듯, 희연을 불렀다.
“희연아! 너, 전에 매점 옆 출입금지구역을 가봤다고 했지?”
“응! 엘리베이터도 있어!”
희연의 대답이 들린 순간, 이곳의 어른들이 일제히 표정이 굳어졌다.
도하연의 표정이 달라졌다.
“지하 엘리베이터? 혹시 본사람 있어요?”
그들이 아는 한, 지하 엘리베이터의 존재는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지하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수상한 냄새가 술술 풍기고 있다.
설동은 도하연에게 말했다.
“하연아. 원래 서로 싸우면 카페 같은 곳에서 대화한다고 했지?”
“어? 응.”
“이따가 밤에 매점으로 와줘. 하나 씨 휴대폰으로 연락하지.”
설동은 그렇게 떠날 때였다. 도하연은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까 CCTV 위치를 기억해?”
“대강은…….”
“거기 매점 근처만 없던 거 알아? 병실이나 다른 곳은 있는데 왜일까? 그리고 만약에 뭔가 찾는다면 CCTV를 피해서 가는 게 좋다 생각해.”
설동의 표정이 변했다. 도하연의 꽤 좋은 어시스트가 아닌가.
“좋아, 정신 차리니 괜찮네. 지하가 수상하니 무조건 뚫는다.”
설동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지하에 가서 뭘 할 것인가.
“다른 사람들은 대기해요. 일단, 제가 한번 그 출입금지구역에 갈 테니까.”
“괜찮겠어?”
동현이 걱정하자, 설동은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이야. 어차피 매점은 한 명뿐이잖아. 그놈만 끌어내면 돼.”
“어떻게 끌어낼 건데?”
“우리 옆에 수많은 사람을 홀리신 분이 있잖아.”
설동은 도하연을 보며 히죽거렸다.
“군대에서나 여기에서나 PX가 개꿀이지.”
함용준. 이 사람 좋은 얼굴을 한 남자는 매점에서 홀로 흥얼거렸다.
시간은 열 시가 돼간다. 곧 폐점 시간.
그는 어서 빨리 끝나기를 기도했다.
“들어가서 쉬고…….”
“저기요.”
바로 그때, 그는 매력적인 여성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어, 도하연 씨…. 옷차림이 그냥….”
가슴이 깊게 팬 옷과 진한 화장, 거기에 풍만한 골반라인이 레깅스 패션에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와우….”
함용준의 시선이 움직였다.
성욕을 풀기 어려운 이곳에서 저렇게만 다녀도 사람을 미치게 한다.
거기다가 본판이 워낙 예쁘니, 저런 화장을 한 모습 자체가 경국지색이리라.
“아…. 잠깐, 사려다가 화장실을 갔는데…. 이상이 있는 거 같아서요.”
“확인 좀 가능할까요?”
“어떤 거죠?”
물어보려 했지만 이미 몸은 움직였다.
도하연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몰라서요. 용준 씨는 아실까요?”
“하하, 물론이죠. 제가 이걸 관리하는데요. 어디 보자, 여자화장실이라니…. 신고하지는 마세요.”
농담을 던지면서 그는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신설동의 하이 킥에 고꾸라졌다.
“야, 지금부터 묻는 말에 대답만 해라.”
“워억…. 커 컥……. 뭐, 뭐….”
빡!
함용준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 설동이 자신을 두 팔을 제압한 상태였다.
“뭐……. 무슨? 대체 왜, 왜, 왜, 이래요?”
“야, 네가 관련 돼있지? 아현이의 실종.”
“어디서 헛소리…. 끄윽!”
그 순간, 손가락 하나가 경쾌하게 부러졌다. 함용준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도하연이 가져온 천에 의해 입을 봉쇄당했다.
“지금부터 왼쪽 손가락을 죄다 부러트린다. 질문은 그다음에 한다.”
“읍! 읍! 읍!”
날벼락. 함용준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하지만 지옥 같은 고통이 곧 찾아왔고, 그는 울면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소장님의 지시였어요!”
이미 손가락이 엉망이 된 함용준은 쉽게 털어놓았다.
“왜?”
“저도, 잘 몰라요! ‘일단 하나씩’이라고 말했어요! 믿어주세요! 저도 진짜…….”
설동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준비한 몽둥이로 함용준의 머리통을 날렸다. 아니, 한방 더. 사실상 죽으라고 휘두른 거였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함용준. 그는 당황한 도하연을 보았다.
“봤지? 죄책감 느낄 필요 없다고?”
“……대체이게.”
“아무리 친구와 싸웠어도 그거 때문에 자살할까? 이미 생존 의지가 저번 때부터 있고, 고백까지 들었는데? 그러니까 자의적인 실종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 거기에 희연이 말해준대로 출입금지구역에만 존재하는 엘리베이터. 충분하잖아. 거기다가 출입금지구역 바로 옆에 측근을 배치하는 게 당연하지.”
설동은 기절한 함용준을 화장실에 처넣었다.
“외부로는 나간 흔적이 없네? 그렇다면 내부. 하지만 내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 만약에 내부로 사라진다면 어디로 갔을까? 이 매점 옆의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 그런데 여기를 가려면 무조건 매점을 지나야 해. 함용준. 이 자식이 혐의에 올릴 수밖에 없잖아. 하나한테 이야기를 듣는 순간, 판단되더라고.”
“그러면 나한테 물어본 건….”
“싸운 다음에 주로 어디로 가는지를 알아야 했거든. 그런 와중에 서로 싸우면 카페에 가서 대화한다는 거에 확신했지. 무조건 매점에서 뭔가 벌어졌다고 말이야. 싸운 이후, 매점에 간 이유가 아침에 일찍 차라도 사서 이야기하려는 게 아닐까? 어젯밤 싸움에 대해서?”
설동의 놀라운 추론이었다. 도하연의 두 눈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 그러면…….”
“너 때문이 아니야. 저놈들 때문이지.”
설동은 이제 문을 열었다. 판도라의 상자.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
바로 이곳을 향해 움직였다.
5. 진실
설동은 금지된 구역에 발을 들이려 하고 있었다.
“하연아, 돌아가.”
“그래도 같이….”
“아니, 위험해. 무엇보다 우리 둘 다 들어갔다고 소식이 끊기면 위험하잖아. ‘한 번에 하나씩.’ 이 말뜻은 우리를 하나씩 잡겠다는 거 아니야? 최소한 다 알려줘야지.”
“좋아. 그럼…….”
도하연은 발걸음을 돌리려다 신설동을 쳐다보았다.
“꼭 살아 돌아와야 해.”
“그래.”
설동은 그렇게 도하연을 보냈다.
마냥 좋게만 보인 치료센터. 그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설동은 두꺼운 철문으로 된 문을 밀어보았다.
끼익.
땅이 끌리며 문이 열리고 있었다.
‘잠금장치도 안 해 놔?’
설동은 의아해하며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깨끗하게 관리된 대리석 복도가 보였다.
그 주위로 흰 벽이 점점 아래를 향했다.
설동은 카메라가 없는지, 확인했다.
고개를 돌리며 앞으로 나아가자, 드디어 본적도 없는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엘리베이터는 높은 확률로 카메라가 있을 거다.
‘그리고 계단이 없을 리가 없지.’
설동은 벽 끝까지 가면서, 손으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사실, 딱히 의미가 없었다. 설동이 정말로 정밀하게 뭘 찾는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장면을 재현하는 것뿐.
“응?”
그러다가 유일하게 ‘텅’소리로 공간이 비어있는 곳을 찾아내었다.
설동은 그 주변을 손으로 만졌다.
그러자, 놀랍게도 작은 사각형 하나가 안으로 움푹 눌리더니 벽이 갈라지는 게 아닌가.
“게임도 아니고….”
전등이 가득한 이곳과 다르게 어둡고 조명도 불그스름한 공간을 맞이했다.
으스스하다.
귀신, 아니 괴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공간.
설동은 잠시 망설였다.
‘아니 해야지.’
그렇다. 그는 가야 한다. 대체 이들이 숨기는 게 뭔지 말이다.
조심스럽게 어두침침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고, 문이 닫혔다.
쿵! 쿵! 쿵!
어디선가 자꾸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설동은 계단을 내려가자, 우중충한 공간들 사이에 여러 방이 있었다.
창문도 없는 방. 하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 쿵쿵대는 소리가 들린다.
‘감염자?’
예상으로는 감염자다. 사람인 아현이 이쪽으로 들어왔다면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람을 왜 잡아두는 걸까?
설동은 이 원초적인 의문을 떠올렸다. 만약 아현이 여기에 있다면 실종된 이들을 죄다 이곳에 있다는 소리도 된다.
그리고 이영선을 떠올렸다. 분명히 무언가를 마시고 자기는 걸리지 않을 거라고 도망갔다.
‘감염자로 변하는 약?’
상황상, 김기철이 배후임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설동은 사람의 기척을 찾아 방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역시 그놈들이…….’
치료센터. 감염자로 변하는 약.
아귀가 딱 맞아떨어진다. 적어도 치료를 하려는 곳이니, 그 바이러스를 어떻게 보유는 하고 있을지 모른다. 추출하던지, 아니면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말이다.
‘그렇다면 왜 스마일 프로그램 같을 걸 보여주고 감정의 동요를 막으려 하지? 인체실험으로 하나씩 빼간다고 생각하면 그쪽은 아귀가 풀리지만….’
설동은 이 우중충한 방들을 지나다가 문득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사님은 언제쯤 실행할 거지?”
“미개인들을 데리고 언제까지 놀아줄 생각이야.”
한 방에서 말소리가 늘렸다.
‘연구원인가? 실행? 그건 또 뭔데?’
설동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말소리는 두 명. 말이나 태도로 보아하니, 연구원이다.
허리춤에 벨트로 단단하게 고정된 도끼를 매만졌다.
큼지막한 문고리가 보였다. 설동은 그 문고리를 잡고 잡아당겼다.
문이 열리고 환한 조명 아래에 컴퓨터들이 보였다.
거기서 당황한 연구진들을 보았다.
“어? 누, 누구?”
설동의 도끼가 춤을 췄다. 이가 거의 다 빠진 도끼지만, 그 날은 아직도 강력하다. 단숨에 머리통에 도끼가 꽂혔다.
“히익!”
남은 하나가 도망가려 하는 순간, 설동이 도끼를 던졌다.
바로 자기 앞에 꽂힌 도끼에 이 네모난 얼굴의 연구원은 사색이 되었다.
“뭐, 뭡니까.”
“내가 왜 너 하나만 남긴 줄 알아?”
“……도망 못 가게 하려고요?”
“50점짜리 답이군. 한 명이 죽어야 네가 경각심을 가지지. 어차피 다리 하나 잘라도 지혈만 잘하면 살 수 있잖아. 야, 입 하나 남기 전에 묻는 말에 모조리 대답해라.”
설동은 여기서 간략하게 답변을 추려내야 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증거.
“실종된 사람들의 위치, 너희는 뭐하는 건데?”
“그, 그건….”
설동은 망설이는 연구원을 보자마자 다리를 찍었다.
“끄아아악!”
뼈가 있기에 도끼질 한방으로 잘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협박용.
“미안한데, 난 예전부터 그다지 참을성이 좋지 않거든. 명확한 증거를 내놔. 자료를 달라고.”
“으….”
연구원은 다리를 감싸 쥐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수작 부리지 마라. 기어가서 찾아와!”
설동이 귓가에 대고 협박하자, 연구원은 엉엉 울면서 컴퓨터 책상을 뒤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