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60
그는 자신의 신념이 부정당한 듯 설동을 향해 적의를 보내었다.
“말이 안 돼!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갔는데! 어째서 검사에서 멀쩡하냔 말이다!”
“…….”
설동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보다는 무려 8명이나 되는 군인의 숫자에 주목할 뿐이었다.
‘평소에는 둘, 이놈이 오면 8명이라?’
김기철은 혼자 흥분하며 갑자기 가방을 열더니, 주사기 3개를 꺼내들었다.
“감히 진화를 거부하려 들어? 이 미개한 놈이….”
“…….”
설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다. 기회를 노려야 한다.
군인들이 그를 제압하고 강제로 팔을 꺼내었다.
순식간에 팔에 연속으로 3개의 주사가 꽂혔다.
“후우……. 이런 미개한 몸이 진화하기를 기도하지.”
설동은 또다시 기다렸다. 김기철은 흔히 보는 사이코다. 이미 모든 걸 포기하고, 감염자가 인류의 길이라고 여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되면 어떨까?’
당연히 열 받아서 앞뒤 안 가리고 무언가 ‘무리’를 할 게 분명했다.
그걸 노리는 거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지금 흥분한 김기철을 보면 가능할 거 같았다.
하지만 또 이틀이 지나고, 김기철은 여전히 병사들과 같이 왔다.
다만,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말이 돼? 대체 어떤 몸이지? 해부한다! 준비 해!”
“…….”
위기의 순간이었다. 저들만 있으면 모를까. 군인이 버티고 있으면 그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제기랄. 죽은 척하고 인질을 잡아야 해.’
확률 낮은 방법이다. 실패할 확률도 높다.
군인들이 설동을 다시 제압할 때였다.
갑자기 군인의 무전기가 울렸다.
“소장님. 실종자 위원회가 지금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뭐라고?”
“지금 당장 CCTV랑 병력 배치도를 보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죠?”
“……허. 그놈들이!”
흥분한 김기철은 한숨을 쉬고 설동을 노려보았다.
“좋아. 나중에 보지. 일단, 마취시켜!”
김기철은 황급히 군인들과 떠나는 게 아닌가.
설동은 미소를 지었다. 흐릿해지는 의식. 하지만 그의 몸은 이물질을 그렇게 오래 내버려 두지 않는다.
6. 뒤집기
설동이 잡혀있는 동안 동료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실종자를 찾고 있어요.”
도하연은 여자 동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의 여론을 모아야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한둘로는 움직이지 않아.’
자기들이 항의하고 바꿔보려 해도 상대가 받아줄까?
도하연은 크고 넓게 생각했다.
하나가 아니면, 둘, 둘이 아니라면 넷. 상대가 응할 수밖에 없게 사람을 모으는 거다.
‘거기다가 이미 실종이 존재하고 그 여파도 알잖아.’
피해자는 도처에 산재한다. 기괴한 지하층의 존재를 이미 깨달은 만큼, 이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도하연 부터 여자동의 실종자 가족을 찾아 나선 거다.
“실종자가 계속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갑자기 멀쩡히 있는데?”
“그래도 김기철님이 잘 보듬어주고 있으신데….”
도하연이 처음 찾아갈 때,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미적지근했다.
김기철이라는 존재는 이 연구소 내에서 절대적인 인망을 지녔다.
실종자는 사실상 죽었다고 포기한 이들에게 도하연이 달콤한 과실을 들고 가봤자, 별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거다.
“미안합니다.”
“실종자를 찾는 모임이라니…. 너무…….”
눈치를 보고, 두려워했다. 아니, 이런 반응이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꺼져! 미쳤어?”
“너네가 요새 난리를 피운다면서? 정신 나간 것들이네.”
적대적인 반응도 많았다.
특히나 아직 화를 당하지 않은 김유진연은 그런 도하연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너네 패거리가 사라졌다며? 심지어 매점 주인도 죽이고 말이야. 남자 새끼들이 다 그렇지. 정신 안차려? 남자 뒤꽁무니나 따라다니지 말지. 한심해. 실종자 위원회? 여기는 영화 속 세상이 아니거든.”
“내 친구 아현이도 사라졌어. 상관 마.”
“상관 마? 어디서 반말이야! 또라이년이! 도하연, 너 미쳤어? 연예인이 그래도 돼? 남자에게 홀리면 그렇게 되나?”
“영화속 세상도 아닌데 왜 연예인을 따져? 말 반말을 누가 먼저 했는지 몰라? 말을 할 때는 생각을 하고 해.”
도하연은 차가운 얼굴로 상대를 째려보았다. 진연은 울컥했는지, 바로 달려들었다.
“시발, 내가 이딴 취급을 받아야 해? 너한테? 이 세상에서 연예인이라고 대접받고, 외모로 평가당하는 그딴 세상이 이제 무너졌는데? 난 당당하게 살았어! 너처럼 남자 놈한테 다리 벌리지도 않고! 아양 떨지 않고!”
“딱히 대접을 바라지 않았고, 그쪽이랑 관계도 없네. 이딴 취급 운운하기 전, 그 역겨운 말투부터 고쳐. 너 같은 애들이 하나 있지. 방구석이나 교실 구석에 기분 나쁘게 앉아서 온갖 망상으로 다른 사람을 욕하는 거. 기분 나쁘니까 그만해줄래?”
“뭐?”
“아, 그리고 자꾸 과대포장하지 말래? 다리를 벌리지 않는게 아니라 못 벌린 거겠지. 본인 주제 파악은 안 되나? 웃기다.”
도하연의 차가운 조롱에 진연은 결국 폭발했다.
“이 미친 흉자년이! 너 같은 흉자년 때문에 나 같은 피해자가 생기는 거야! 여자는….”
“김기철한테 신세 지는 주제에 뭘 당당한 척해? 너 같은 애들은 똑같지 뭐. 남자들이 해주면 뒤에서 구시렁대고. 고마워하지도 않고. 이 연구소도 결국, 대부분의 남자에 의해 지켜지잖아.”
진연은 격하게 흥분했다.
“내가 한남 새끼들한테 왜 고마워해야 하냐! 좆팔! 당연한 거야! 그렇게 남자가 좋으면 강간이나 당하라고! 그러고도 남자를 좋아하나 보자!”
“그럼 본인이 총 드시던가. 남자한테 그 누구보다도 의존하고 기생하면서, 남자를 욕해? 상식이라는 단어는 알아? 너희 같은 애들이 욕먹는 건, 그런 모순 때문이야. 진짜로 당당해지려면, 스스로 움직이고 행동해야지. 언제까지 남자들이 ‘당연히’ 그쪽을 지켜줄 거라 생각해? 현실 파악이 안 되는 건, 그쪽이었네.”
“좆팔! 개 같은….”
진연의 손이 도하연의 머리채를 붙잡을 때였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진연의 마지막 위세였다. 연예인 도하연이 아니라, 그냥 생존자 도하연은 그대로 박치기로 진연을 쓰러트렸다.
진연은 코피를 매만지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도하연을 올려다보았다.
“너…. 연예인이…. 나중에 후회….”
그 순간, 매섭게 발차기가 진연의 얼굴을 재차 날렸다.
도하연은 속이 후련해지며, 몸을 풀었다.
“그거 알아? 날 욕하는 애들 대부분은 여자인 거? 너 같은 애들이지. 그리고 자꾸 연예인이라 하는데, 난 그냥 도하연이야. 명심해.”
그녀는 복도에 쓰러진 진연을 비웃었다.
결정적인 방해자도 없어졌으니,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의 반응이 부정적이지는 않아.’
주하나의 말로는 실종자들은 몇 달 전부터 계속 나오고 있다.
그들이 모두 그녀를 거부할 리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도하연에게는 한 노모가 찾아왔다.
“저희 아이…. 를 찾을 수 있을까요?”
“같이 노력해보죠.”
도하연은 첫 방문자의 손을 붙잡았다.
동현과 성민우는 평소와 같이 산을 순회 중이었다.
“아이고, 동현 씨. 체력이 아주 좋은 거 아닙니까?”
“형씨. 빨리 움직여야지. 더 많이 갈 수 있지.”
동현과 성민우가 이렇게 나서는 데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일전에 설동이 한 이야기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나랑 설동이 한판 붙을 뻔한 거 기억나나?”
“그거, 이상한 걸 봤다고…….”
“그러니까. 난, 당연히 거짓인 줄 알았는데 이영선을 생각해보면 거짓이 아닐 거야. 그렇다면 그 흔적들이 어딘가에는 있지 않겠어?”
“근데 처음 올라갈 때는 보급을 보자면서요?”
“겸사 겸사지.”
동현은 씨익 웃었다.
그렇다, 이들은 설동이 사라지고, 도하연부터 해서 각자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걸 확인했다.
“서류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건 힘들고 나대로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특전사 출신으로 오래 복무한 동현은 희연으로부터 들은 초코바 이야기에 눈이 번뜩이는 게 있었다.
“보통 보급이나 이런 게 들어오면 군부대는 당연히 체크하고 표시하거든? 만약 재포장이라든지, 그렇다면 그 목록이 과연 체크가 되어 있을까?”
“하지만 그 목록은 확실한 증거가 아니잖아요.”
“하, 이 형씨. 눈치가 없네. 그래서 미끼를 던지는 거잖아.”
“아, 그때 우리가 했던….”
성민우는 그들이 재포장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했던 행동을 떠올렸다.
“진짜로 그게 뿌려질까요?”
“되면 되는 거고. 날짜도 지금 표시 중이잖아. 그보다는 항상 우리에게 포인트를 주던 군인들 알지?”
“네.”
“그 사람들이 최소한 장부는 가지고 있을 거야. 그걸 어떻게든 알아야 해.”
동현은 군대에 관해서 빠삭하다. 남들보다 조금 길게 군 생활을 한 만큼 말이다.
“형씨가 잘 해줘야지.”
“제가요?”
성민우는 부담감에 몸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이들은 순찰 겸, 돌아다니다가 보급의 확인과 포인트를 부여하는 진지로 이동했다.
인원은 6명. 동현은 성민우에게 속삭인 다음, 먼저 뛰어 들어갔다.
“감염자요! 이상한 감염자가 돌아다니고 같아요.”
그가 뛰어들자, 군인들이 다급히 움직였다.
“바로 앞 비탈길에서요!”
“안내해요!”
6명중 5명이 일어섰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기괴한 감염자는 한통속인 이들도 최대한 숨겨야 하니까.
그렇게 남은 한 명의 뒤에서 이제 성민우가 접근했다.
‘한 방에 기절시키는 거다. 한 방에!’
그는 노트북을 만지던 군인을 단숨에 덮쳤다.
“우욱…!”
경동맥을 조르고, 7초. 의식이 끊긴 군인을 버려두고 성민우는 노트북을 뒤졌다.
[암호]“에이 씨발.”
하지만 보안유지를 위해 어지간한 자료는 암호가 걸려 있었다.
초조해진 성민우는 이 진지 내 잡기들을 보았다.
‘서류는?’
그렇다. 일반 서류라면 볼 수 있지 않은가.
성민우는 바로 도둑의 심정으로 집을 이 잡듯이 뒤졌다.
그리고 결국, 찾아내었다.
[식량 보급]-헬기의 기름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
-보급 상자의 수거 유지에 점점 어려움이 느껴짐
-정부 지원 식량은 이제 다 떨어져 나감 계획 전까지 새로운 식량 필요
-김기철 소장님이 보급이 계속 오는 척만 해달라고 명령을 내림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걸, 감안해 다음 보급일은 3일 뒤에 실시.
-앞으로의 보급 품목: 쌀, 과자류 전반, 식수, 야채
-앞으로의 보급 품목: 쌀, 과자류 전반, 식수, 야채
-앞으로의 보급 품목: (적당히 적도록)
“이건…….”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성민우는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성민우의 두 눈에는 이상하게 수북한 보따리가 보였다.
“뭐야, 저거?”
이상하기 그지없는 보따리에 성민우가 바로 그것을 열어보았다.
“뭐야, 웬 귀중품이야?”
안에는 휴대폰부토 목걸이 등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뭔가. 심지어 하나하나 봉투에 쌓여 있다.
“…….”
성민우는 여기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통째로 들고 갈 수는 없는 일.
‘그래도 뭔가 중요한 거 같아.’
본능이 말해준다.
‘나도 활약하고 싶어.’
자연스러운 욕구와 함께 그는 보따리 안에 몇몇 물건을 다급히 자기 몸에 숨겼다.
도하연과 주하나, 희연, 태희는 이제 발걸음을 더 넓혔다.
여자 동을 넘어서 이제 여기저기서 사람을 모으기 시작한 거였다.
그리고 오늘 10명 정도의 실종자 가족을 대동하고 이들은 회의에 들어갔다.
유족들의 눈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정말로…. 실종이 이상한 건가요?”
“네. 섣불리 말하기는 그렇지만, 제 동료는 조사 중에 행방불명됐어요. 결코, 본인이 원하지 않아서요.”
도하연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는 거짓도 없고, 진심이 가득했다. 절박하기에 도하연의 손을 잡은 이들이다.
“이런다고 내 새끼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죽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코 의도치 않다는 점은 확실해요. 그 원한을 풀기 위해 진실을 밝히자는 거고요.”
“하지만 증거가 확실해야 하잖아요. 김기철 님은….”
아직도 이들의 머릿속에는 김기철이라는 존재가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우상이라는 거지.’
도하연은 그걸 깨기 위해 태희를 데리고 왔다.
“우선 주사기부터 말씀드릴게요. 병원에서는 재사용을 엄격히 금하고 있어요. 감염의 원인 때문에요. 하지만 이들은 주사기에서부터 모든 걸 재사용해요. 감염자의 위험에도 불구하고요.”
태희는 이전에 받은 주사기와 약들을 꺼냈다.
“저는 간호사이기도 해서 약의 종류도 알고 있는데, 태반이 감기약이나 해열제 정도에요. 아시겠어요? 병원이지만, 뭔가 부족해요. 이곳은….”
“하,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효과가 있다고 하던데…….”
“마약, 스테로이드. 이런 종류를 버젓이 건네주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처방받은 약을 저한테 가져오시면 제가 뭔지 알려드릴게요.”
태희는 이럴 때, 매우 믿음직스러웠다. 도하연은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
“언니가 최고라니까?”
주하나도 놀란 얼굴이었다.
“간호사라니…. 진짜 도움이 되네요.”
이들이 왁자지껄할 때였다. 성민우와 동현이 음료수를 하나씩 들고 왔다.
그리고 이들은 문을 닫고 주변을 경계했다.
모두의 이목이 쏠린 채로, 성민우는 휴대폰 하나를 꺼내 들었다.
“혹시, 유족이 이 물건의 주인이신 분?”
아무 대답이 없다. 성민우는 다음에 반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 반지를….”
“저거!”
그때, 한 유족이 일어섰다.
“여기 없는디, 우리 옆 동 형씨 가족이 자랑하던 거여!”
실마리가 점점 풀리고 있다. 도하연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한 분씩 불러볼까요?”
설동을 구하기 위해 이들은 그렇게 거대한 군체가 되어 움직였다.
설동이 마취제를 맞기 전까지, 도하연은 실종된 자들의 지인을 찾아다녔다.
이미 지하 매점에 무언가 있다는 걸 확인한 후, 이 체재에 대한 불만을 축적 시켰다.
“CCTV를 확인했는데, 바깥에 나간 흔적이 없어요. 그러면 내부일 수도 있는데, 그런 데가 딱 하나 있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