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64
‘하나씩 건드려 주지.’
왕국에서 왕은 절대적인 존재다. 강민호는 혀를 날름거렸다.
8. 악몽
유상인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배불뚝이 군단에 의해 죽을 뻔한 걸 말이다.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그의 의지는 없었다.
그저 혼미한 채로 탈출했을 뿐. 그 뒤로는 어디로 가지를 못했다.
이미 여러곳에 감염자들이 있는데, 생존자 무리를 벗어나기는 너무나도 말이다.
그리고 강민호는 점점 악해졌다. 거기에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결국, 동조자 같은 거잖아.’
유약한 그는 쉽게 자신의 행동이 용서되지 않았다.
딱히 나쁜 짓은 하지 않았음에도 유상인은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뒤치다꺼리를 하고, 궂은일을 한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에게 시체처리 같은 건, 정말 괴로웠다.
유상인 같은 스타일이면 더더욱 후폭풍이 심했다.
하지만 버텨야 했다. 유약한 그를 지탱하고 있는 건, 가족뿐.
그는 한숨을 쉬며 땔감들을 등에 지었다.
‘언제부터였지? 사실, 강민호가 탈출 후에 바로 주도권을 쥔 게 아니었을 텐데….’
분명히 그전까지는 일종의 분업체재였다. 강민호가 다시 권력을 잡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때….”
유상인은 땔감을 지고 일어섰다.
배불뚝이 군단의 리더가 죽고 나고, 이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일단 도망쳐!”
감염자 때문에 다급히 도망치기만 했다.
차량 세 대에 20명이 넘게 타고, 도로를 누볐다.
도중에 살려달라고 도로에서 손을 흔드는 자들이 보였다.
“쳇. 미쳤냐. 자칫하다가 이 차도 뺏길걸?”
“그나저나 우리 이제 어디로 가지? 급하게 나오느라….”
“몰라! 일단 달려! 어딘가에 또 숨을 데가 있겠지.”
그 난리 통에 그래도 대부분은 태웠다. 배불뚝이 군단이야 원래 일사불란하고, 강민호 일행도 차량 한 대에 몰아 탔기 때문이다.
즉, 한 3대 중 한 대가 비어서 나머지가 그 차에 10명 가까이 몰아 탔다.
하지만 무작정 가는 길은 험난했다.
대부분은 도로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살려줘!”
“감염자….”
절망의 세레나데는 강민호 조차도 아무 말도 못 하게 했다.
그런데 어디로?
이들이 무작정 달렸다. 동이 트고, 이들이 차량을 멈췄을 때는 하천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식수가 급한 이들은 내려서 무작정 달렸다.
“물….”
강민호는 다급히 한강에 목을 들이밀었다.
“시발. 진짜, 이게 이렇게까지 커지다니.”
패거리들이 한강에서 목을 축일 때였다.
강민호는 햇빛이 비치는 수면 아래로 무언가를 보았다.
헤엄치듯, 움직이고 있다.
‘물고기?’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물고기라기에 너무 크고, 사람이라기에는 너무 빨랐다.
“인어?”
강민호가 무심코 그런 말을 내뱉을 때였다.
“끄아아악!”
뒤쪽에서 갑자기 여성의 비명이 났다. 그리고 뒤를 돌자, 수많은 감염자가 거리로 쏟아지는 걸 보았다.
“시발! 차에 타!”
그는 황급히 봉고차에 탄 다음에 어떻게든 감염자가 없을 만한 곳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그런 강민호를 따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움직였다.
적어도 강민호는 행동력이 있다. 모두 그렇게 생각하니까 말이다.
군대와 감염자와의 싸움이 일어나 텅 빈 도시. 그곳에서 이들은 멈춰 섰다.
반파된 잔해에 앉은 강민호는 일단, 사람들과 같이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드디어 의견이 갈렸다.
특히나 배불뚝이 군단의 이인자자, 지금은 일인자가 된 구상열은 치료센터를 주장했다.
“치료센터라고 있던데. 그쪽으로 가자.”
하지만 치료센터로 가는 길이 너무 멀다. 이들은 일단 하나로 뭉쳐서 식량부터 찾으려 했다.
“마트는 무조건 찾아봐. 빌딩이 남아 있으면 지하에 무조건 식당이 있으니 그쪽으로 찾아보고.”
구상열은 능숙하게 지휘를 해내었다. 일사불란한 건, 배불뚝이 군단이다.
하지만 당연히 거슬렸다.
‘마음에 안 들어, 내가 완장을 차야 하는데.’
하지만 강민호도 바보가 아닌 게 지금 배고파서 돌을 지경이었다.
‘지금은 차량이 문제가 아니고, 식량이야.’
살기 위해 달렸다. 아니꼬워도 지금은 식량을 구하는 게 우선.
하지만 열심히 하기에는 체질에 알맞지 않다.
그런 그에게 유상인이 보였다. 묵묵하게 부모님과 같이 수색에 나서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저런 성실한 타입들에게 붙으면 이런 수색에서 유리하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야, 유상인. 이제 어떻게 할 거냐? 그러게 빨리 나갔어야지.”
“하룻밤 새 일어난 일이었어.”
“네 부모도 위험했다고. 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말이지.”
강민호는 잔해들을 헤치고 간판을 살펴보았다.
“세상이 달라졌다고. 여기서 경찰이 와? 아무도 오지 않아. 그놈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건, 예측해야 해. 삭막할수록 본성이 드러나거든.”
“…그래. 하지만 난 그런 건, 싫어.”
“캬하하하. 아주 착해빠졌군. 확실히 하나 말해줘? 그렇게 살다가는 죽을 거야. 뭐, 지금 식량을 못 구하면 우리 다 죽지만.”
강민호는 그러면서, ‘마트’라고 부서진 간판을 보고 미소 지었다.
“뭐, 그래도 너 같은 바보가 있어야지. 사람 사는 그림이 나오지. 그 구모시기 씨나 불러줘. 마트 하나 찾았다.”
“그래.”
유상인은 부모와 함께 이동했다. 어디를 가도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다시 혼자 있던, 강민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슨 도쿄 대공습 수준이 아닌 이상, 폭격을 가해도 멀쩡한 건물은 분명히 존재한다.
가정집 같은 것도 말이다.
‘진짜 여자만 있는 곳이면 딱 좋겠는데….’
그는 자기 패거리 몇몇을 데리고 이동했다. 이들은 마트를 찾지 않았다. 주택 집을 먼저 찾았다.
“근데, 식량이 있으면 사람이 있지 않아? 형”
동생이 의문을 가졌지만, 강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그게 편해.”
“뭐?”
동생이 민호를 올려다보았지만 뭔가 섬뜩한 모습에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이들은 주택 집을 뒤졌다.
“야, 일부러 두들겨. 감염자라면 소리에 반응하니까. 없는 집들에 침입하자.”
“아, 그래서 필요한 게 있으면 그냥 꺼내오자. 이거군요.”
“뭐, 그것도 있고.”
강민호는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었다.
누구보다도 빨리 사람들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강민호는 집들을 털면서, 음식이나 옷가지들을 점검해두었다.
식량은 한두 개 정도 그야말로 개미허리 수준의 빈약함이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기어이 어느 가정집에서 사람이 있는 걸 발견했다.
“뭐하슈?”
창문을 깨고 그는 울고 있는 모자의 앞으로 다가갔다.
폭격 속에서 살아서 숨어 있다. 이런 집안은 식량을 집안에 축적한 게 많을 터다.
“지금 내가 배가 졸라 고프거든? 먹을 것 좀 줄래? 아줌씨?”
강민호는 여자의 몸을 훑었다.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지금 같은 때에 음식 투정은 사치다.
그들이 간단한 백반을 차리자, 그는 뻔뻔하게 식탁에서 아주 잘 먹었다. 불과 1분도 안 되는 식사시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식량들 다 꺼내 봐.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자. 응? 거짓말하면 아들하고 같이 큰일이 날 거야.”
곧이어 쌀 80kg과 김치, 달걀 등의 물품들이 보였다.
‘이 정도면 나름 괜찮네. 물은 정수기에서 나올 수 있을 만큼 가져가면 되고’
나쁘지 않다. 일단, 굶주림은 멀리 보냈으니, 당장의 욕구가 우선이었다.
그는 아이 엄마에게 음흉한 얼굴로 다가갔다.
“왜, 왜 오시는 거죠?”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낀, 아이 엄마가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강민호는 단숨에 밀어붙였다.
“아줌마. 벗어.”
“네? 네?”
아이 엄마의 눈이 빠르게 떨렸다.
강민호는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를 가리켰다.
“아들이랑 뒤지고 싶어? 남편은 이미 죽었어. 오지도 않는다고. 나랑 내기할래?”
“…….”
아들을 걸고 협박하자, 이 여성은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 고통 따위는 알 바 아니다.
“아, 어찌할 거냐고!”
탕! 쇠파이프가 바닥을 치자,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결국, 아이의 엄마는 방 한쪽으로 그를 유도했다.
아이가 우는데도 어미로서 지키기 위한 길을 택하고 말았다.
유상인은 보았다. 무리 앞으로 쌀과 김치통을 들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구상열을 비롯한 사람들은 이런 강민호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하지만 유상인은 한 가지 의문을 지녔다.
쇠파이프야 그냥 굴러다니는 걸 주었겠지만, 저기에 왜 피가 묻어 있는가.
게다가 뜬금없이 집밖에 물건들을 쌓아두고 어디서 구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그걸 따지겠는가. 지금은 식량이 있는 게 중요했다.
일단, 이 무리에서는 구한 식량을 모두 공동 배분했다.
구상열은 모두에게 말했다.
“우리는 같은 팀입니다! 아시겠죠. 살아도 같이 살아야 서로 도움이 됩니다!”
구상열은 그렇게 말하면서 무리를 이끌었다.
강민호는 유상인에게 다가왔다.
“유상인. 저 새끼가 리더가 되고 싶다는구먼.”
“누가 하든 상관없어요. 버틸 수만 있다면.”
유상인은 설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친구는 죽지 않는다.
‘그래, 설동이라면 우리를 찾고 있을 거야. 흔적을 남겨야 해.’
서울로 오고 있을 텐데, 이러면 또 못 만나지 않는가.
강민호는 씨익 웃었다.
“뭐, 좋아. 난, 내가 리더 하고 싶거든? 근데 지금 이 현장 자체는 놈들이 주도하니, 우리가 어떻게 감히 싸우겠어. 당분간은 모으고, 주거지를 찾는 데 집중할 거야. 하지만 그게 끝나면……. 본격적인 전쟁이야. 이제 나도 좀 살아가는 방식을 확실히 했거든. 날 도와주면 식량을 우선시해주지.”
“대체 뭘 하려고요?”
“아직은 아무것도. 하지만 너도 이득이 있을 거야. 그것만 알아둬.”
강민호는 그렇게 말하고 다음 날부터 훨씬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저 뺀질거리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도 앞장을 섰다.
식량을 구해오고, 식수를 구해온다.
감염자를 발견하면 앞장서서 처리했다. 사람들의 호감이 쌓이는 것도 당연했다.
다들 쓰레기나 잔해만 뒤적이고 있을 때 그는 어디선가 계속 식량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하나둘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사람 수도 어느덧 30명이 넘었다. 이들이 이동하고 움직이면서, 이제는 대강의 의견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구상열과 강민호는 서로를 노려보며 대립하고 있었다.
구상열은 하천이 아닌, 큰 강으로 가기를 주장했다.
“강으로 가야 해.”
“산으로 가자. 거기가 사람도 없고 숨기도 좋아. 우리가 지금 수거해서 천막도 있잖아. 산으로 가야 해.”
반대로 강민호는 산으로 가기를 주장했다.
그리고 이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서로를 노려보고 있을 뿐.
“강민호. 또 그때 처럼, 개판을 만들 거냐?”
“개판? 감염자를 숨기던, 니네 대장이 잘못이지, 누구를 탓해?”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이제 우리도 이판사판이야.”
배불뚝이 군단이 일어섰다. 동시에 강민호 패거리도 일어섰다.
서로를 노려보는 이곳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지켜보는 이들이 숨을 죽였다.
이 두 집단이 다시 대립하면서 꽤 잘 유지되던 이들의 생활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이냐, 산이냐 어딜 놀러 가는 게 아니다. 목숨이 걸린 중요한 분기점이다.
강민호와 구상열. 이 한 집단의 두 왕은 눈에 불꽃이 튀겼다.
“산이라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식수는? 게다가 언제 어디서 감염자가 올지 모르잖아!”
구상열은 강민호 패거리를 노려보았다.
“게다가 내 지시에 잘 따르다 이제 와서 다른 데 가자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거지? 이제 좀 편해졌다는 거냐?”
“사태가 두 달이나 지났다. 근데, 사방이 뚫린 강으로 간다? 당장 식수는 구할 수 있겠지. 하지만 사방이 뚫렸어. 산이 더 안전해.”
강민호는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도 꽤나 생기고, 슬슬 주도권을 가져와야 했다.
언제까지 전쟁 중 난민처럼 거지같이 잔해 사이에 숨을 건가.
운 좋게 텐트와 천막을 수거한 이후로 이들은 움직여야 했다.
거기서 강민호가 의견을 내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사람들은 눈치를 보았다. 과연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가.
하지만 여기서는 조금 더 리더십이 있는 게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