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65
“구상열씨를 따라갈게요.”
그렇다. 일종의 리더 같던 이를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따른다, 하나가 따르자 여러 사람이 따르고 강민호는 수세에 몰렸다.
상황이 유리해지자, 구상열은 그를 비웃었다.
“이런, 사람들은 나를 선택하네. 어찌할 거야? 산으로 가려면 가. 혼자서 말이지.”
“알겠다. 강으로 가지.”
강민호는 일단, 자존심을 굽혔다.
유상인은 하천을 따라 차량을 이동하기 시작했지만, 곧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수십 대의 차량이 도로를 어지럽게 수놓았기 때문이다.
“아빠, 엄마. 여기서부터 걸어가야 할 것 같아요.”
유상인은 그러면서 주변을 살폈다. 차들 사이로 감염자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차량이 하나둘 멈추고, 이들은 잠깐 관망을 했다.
꽤 시간이 흐른 시점. 대부분의 사람도 이제 감염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한다. 단지, 상황이 심각해져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는 게 문제일 뿐.
유상인은 길가에서 주운 쇠파이프를 들고 내렸다.
강가로 가자는 이유는 식수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감염자가 없는 곳에서 내려야 한다. 지금처럼, 어쩔 수 없이 내린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구상열은 선두에 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다.
유상인은 그 뒤로 강민호가 그를 노려보면서 가는 걸 보았다.
두근.
무언가 일어날 거 같다.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긴장감이 펼쳐졌다.
두 부모님과 함께 차에서 내린 유상인은 조심스레 강가로 움직이기로 했다.
“구아….”
“쉿!”
그때, 유상인의 귀에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후우. 후우.”
터벅. 터벅.
일반적인 발걸음보다 현저하게 느린 발소리.
유상인은 숨을 골랐다.
‘난, 설동이 처럼 강하지도 못하는데….’
그는 성격도 그렇고 싸움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감염자를 상대로 잘 싸울 수 있을까?’
어기적어기적 반파된 차량을 지나치는 감염자의 목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뒤의 부모님의 떠는 소리가 들렸다. 유상인은 부모님을 위하여 정신을 다듬었다.
“이앗!”
유상인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신이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자 둘이 일어나 감염자를 패기 시작했다.
“쓰러져! 쓰러져!”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서, 좀비 하나가 그대로 넉아웃 되었다.
“하아……. 하아…….”
“후우…….”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이곳을 지나간 후,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 아들, 훌륭하구나.”
“아니에요. 아직…….”
유상인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달달 떨리는 손을 붙잡았다.
그때, 인기척이 났다. 두 사람이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껌을 질겅질겅 씹는 여자가 있었다.
“이봐. 뒤처리는 확실히 해.”
여자는 뜬금없이 검을 꺼내 들었다. 진검.
그 손목이 움직이자, 감염자의 머리통이 잘렸다.
“…….”
가죽점퍼에 청바지를 입은 여성, 처음 본다. 즉, 여기 사람이 아니라는 것.
“누, 누구?”
“알 게 뭐야. 똑같은 약탈자인데. 꽤 다수 무리네. 그럼 이만.”
그러더니, 잔뜩 부푼 가방을 메고 떠나는 게 아닌가.
유상인은 황급히 그녀를 붙잡았다.
“왜? 뺏으려고?”
“아니, 고마워. 강 쪽으로 가는데, 너도 같이 갈래?”
“작업 걸어? 뜬금없네.”
여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 표정이었다. 유상인도 창피했지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튀어나온 게 이런 말인데 어쩌겠는가.
“아무튼, 난 이 근처에서 살고 있어. 감염자가 좀 있긴 해도 곳곳에 버리고 간 물품이 ‘아직은’ 많거든. 되게 떠는데. 처음이야, 감염자가?”
“싸운 건….”
“고생하겠다. 근데, 너랑 나랑 왜 이리 이야기를 나눠? 아무튼, 빠빠이~”
여성은 손을 흔들고 황급히 이곳을 떠나려 했다. 그러다가 다시 발을 멈췄다.
“그래도 곱상한 남자 만나서 기분이 좋은데, 한마디 해줄까? 강에서 너무 시간 끌지 마.”
여성은 그렇게 말하고 차 사이로 뛰어갔다. 유상인은 멍하니 그 광경을 볼 뿐.
꽤나 지체됐다. 다른 사람들은 물을 마시고, 쉬고 있을 거다.
뒤처지면 안 된다. 그는 황급히 강 쪽으로 두 사람과 같이 뛰었다.
뚝방을 타고, 펜스와 고속도로를 넘어 강으로 달려가는 그때였다.
강민호와 구상열이 만나는 장면을 보았다.
“응?”
사이가 안 좋은 두 사람이 서로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유상인은 의아해했지만,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민호가 구상열을 유도하고 있었다.
이 하천은 넓다. 다리 밑, 갈대 등. 몸을 숨기기도 괜찮다.
사실, 수심도 얕아서 비라도 오지 않는 이상, 빠질 일조차도 없다.
유상인도 그걸 알기에 둘이 몰래 싸우러 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부모님을 먼저 내려 보내고 지켜보았다. 몰래 따라가서 말이다. 10분 가까이 걸어가던 강민호가 순간, 어느 쪽을 가리켰다.
하천의 흐르는 물, 멀리 있던 유상인은 그 의미를 몰랐다.
하지만 지금 강민호가 뭘 할지는 확실하게 알았다.
등 뒤에서 칼을 들고 몰래 접근하고 있었다.
찔렀다.
그리고 또 찔렀다. 구상열이 움직이지 않게 되자, 강민호는 그것을 갈대에 숨겼다.
“…..”
유상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라고? 감염자에 당했다고? 우리 대장이?”
구상열을 따르던 패거리가 반발했다. 둘이 사라지더니, 대뜸 혼자만 왔다.
그리고 자기가 명령을 시작하는 게 아닌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저 파괴의 연기만 휘날리는 도시를 뒤로 두고, 이들은 다시 심각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난, 봤어! 인어같이 생긴 감염자를 말이야.”
“시발 놈이 꿈을 꾸나! 여기 수심이 몇인데?”
“아니, 그래도 허리 이상은 잠기잖아! 저번에 있던 대에서 이상한 걸 발견했다고!”
강민호가 그렇게 소리치는 순간이었다.
“으아아악!”
갑자기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뒤를 돌린 순간, 그 자태에 얼어붙었다.
좀비.
동화에 나오는 인어처럼, 지느러미를 팔딱이는 좀비가 거기에 있었다.
흉측하게 부패한 얼굴에서 구더기가 보였고,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음후. 후우,. 후우.”
“사, 살려줘!”
불쌍하게도 몸을 씻던 노인을 붙잡은 채, 그대로 물속으로 사라졌다.
“아…….”
“어…….”
모두가 일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로 강민호가 본, 인어와 비슷하지만 다른 흉악한 얼굴.
모두가 당황하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강민호로서도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이용했다.
“이 개새끼가 내 말을 안 믿어?”
빡!
그대로 강민호의 주먹이 상대 패거리 하나의 얼굴에 꽂혔다.
“전쟁 통에 너 같은 새끼가 있으면 다 뒤졌어! 강? 시발, 애미뒤진 새끼야. 저거 보고 그런 말이 나와? 니 좋아하는 구상열도 저거에 갔어! 근데도 나한테 대들어? 개새끼야! 지금 누가 대장인지도 모르고!”
쓰러진 구상열 파의 일원을 두들겨 팬 강민호는 자기 패거리들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움직였다.
“모두에게 전해, 산으로 갈 거다! 근처에 산 아무 데나 일단 들어가서 피신하고 봐.”
그는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구상열 패거리를 경멸스럽게 쳐다보았다.
“너흰 강에서 놀던가. 날 따르든가 알아서 선택해라. 버러지들.”
핏빛으로 물드는 강. 이제 강민호가 모든 걸 주도하기 시작했다.
“휴대폰도 어차피 못 쓰니까 다 내놔.”
강민호가 리더가 되고 나서 제일 처음 요구한 건, 휴대폰 사용 금지였다.
“왜 그러냐고? 어차피 이제 산에서 지낼 텐데. 멋대로 휴대폰으로 지랄하다가 감염자가 오면 어떻게 해? 규율을 정한다. 휴대폰은 내가 맡고,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그, 그래도…. 가족이랑….”
다른 이들이 우물쭈물하자, 강민호가 소리쳤다.
“이 새끼야! 지금 그게 중요해? 니 좃대로 할 거야? 그럼 나가!”
강민호는 안전을 핑계로 휴대폰들을 일제히 걷었다.
이유는 단 하나.
‘혹시라도 다른 무리랑 만나면 안 되니까.’
그는 필요할 때만 꺼내준다고 말해주고, 휴대폰들은 봉인했다.
“이제 세상은 달라졌어! 약한 놈들은 먹히고 강한 놈들만 살아남는다. 너희도 전부 잡아먹힐 거야! 악독해져야 한다! 식량을 위해서 뭐든지 해야 한다. 알겠어?”
그의 패거리들이 뭉쳐 다니며 모두에게 엄포를 놓았다.
“짐 수색부터 들어간다. 우리는 공동체다. 숨기고 있는 게 있으면 뒤질 거야.”
강민호는 여기서 위용을 보여줘야 했다. 그러면서 휴대폰을 숨긴 이들을 찾았다.
“죄, 죄송해요.”
“죄송? 규율을 어겼어. 용서 없다.”
강민호는 마침 본보기가 필요했다. 여자애 한 명이 휴대폰을 숨긴 거다.
‘다른 세력하고 연락하면 큰일이지.’
여대생. 강민호는 혀를 날름거렸지만, 현재 아직 기강이 안 잡힌 이 무리에서 책잡힐 행동은 안 된다.
아쉽지만 내뱉은 말을 지켜야 했다.
“야, 이년 박살 내.”
“오, 오빠! 죄송해요. 그게 아니라…. 부모님한테….”
“꺼져! 변명하지 마라.”
얼마 뒤, 잔인한 폭행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다. 강민호는 이렇게 주변을 휘어잡기 시작했다.
하나둘, 그렇게 복종을 하는 것에 강민호는 만족스러워했다.
‘이제 난, 달라졌어. 이런 세상에 어울리게 사는 거야.’
강민호는 이제 새롭게 왕이 돼야 한다.
그런 와중에 강민호는 보았다. 유상인이 휴대폰으로 무언가 이야기하는 걸 말이다.
“유상인.”
기강이 중요할 때다, 나름 쓸모 있는 노예라 생각한 유상인도 예외가 없다.
하지만 유상인은 거부했다.
“조금 있다 반납할게. 지금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게 중요해서.”
“뭐? 누가 네 사정을 알 거 같아?”
보기 드문 반항, 유상인 성격을 생각해도 의아한 상황. 강민호의 얼굴에 분노가 나타났다.
“내놔! 난, 여기 대장이야! 말을 안 들으면 너라도….”
“봤어.”
유상인 이 입을 여는 순간, 거짓말처럼 강민호의 몸이 굳었다.
그게 어떤 말인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위험하다. 강민호의 모든 게 말해주고 있었다.
“뭐, 뭐, 뭐를?”
“구상열과의 일. 난, 늦게 가면서 다 봤어.”
“…….”
강민호가 물러났다. 하필 위험한 걸 들었다. 이게 폭로된다면 그의 위치는 흔들릴 거다.
“상황은 달라졌어. 그놈들 패거리도 내게 충성한다고.”
“…….”
“말하면 죽는다. 이것만큼은 절대 거짓말 안 해. 후우. 폰은 쓰고 반납해라. 봐주는 건 여기까지야.”
강민호는 그러면서 물러갔다.
9. 그들의 왕국
“아빠, 엄마. 오늘도 식량을 받아왔어요.”
유상인은 2등으로 받아온 식량을 자신의 부모에게 건넸다.
이미 몸과 마음이 쇠한 듯 주름이 부쩍 늘어가는 두 사람이었다.
유상인은 그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이미 나이가 50대 후반이라지만, 이렇게 살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 때문에 네가 고생하는구나.”
모친, 김유정은 유상인의 터진 손가락을 매만졌다. 그들도 알고 있다. 아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이 무리에서 유상인의 위치는 좀 기묘했다. 다른 이들처럼 막 부려지기는 하는데, 그 이상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 휴대폰 건 때문인지, 전면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이들에 비해서는 편하게 놔두는 편이다.
소위 말하는 패거리를 앞세워 모두를 핍박할 때도 그나마 유상인은 거기에서 벗어나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유상인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산속에서 대체 언제까지 있어야 할까. 계곡이라 부르는 곳도 사실, 그냥 흐르는 물줄기 정도였다.
방어 전략도 없다. 솔직히 말해서 강민호 패거리가 살아남은 이유는 그냥 운이 좋아서였다.
‘감염자도 오지 않고. 산이라서 좋은 건가.’
유상인은 천막 주위로 긴 줄을 쳐놓고 있었다. 군대에서 배운 대로 하나마나한 방비라도 해놓는 게 좋기 때문이었다.
“아악! 잘못했어요! 으아악!”
바깥에서 갑자기 비명이 난다. 유상인이 천막을 들추자, 거기서는 웬 남자 하나가 두들겨 맞고 있었다.
“갑자기…. 왜?”
“뭐긴 뭐야. 본보기지.”
그의 옆에서 얼굴에 멍이 든 30대 남자가 나왔다.
두들겨 맞는 남자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시발, 처음에 좀 잘 대해주다가 지금 반항하는 애들, 본보기로 계속 가혹하게 때리고 있어. 그놈 패거리 세상이야. 넌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