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67
그는 근처에 굴러다니는 돌덩이를 들었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쓰러진 부하를 후려쳤다.
“끄억!”
“야, 대장 말이 우습냐? 내가 네 여자 한번 먹겠다는 게 그렇게 불쾌해? 뭣하면 네 여자 친구랑 같이 밖에 던져줄까?”
“아, 아닙니다.”
피가 흐르는 머리를 매만진 남자, 하지만 곧 그는 기침했다.
강민호는 다급히 돌멩이로 머리통을 날렸다.
“에라이! 여기서 감염자가…!”
삽시간에 머리통이 터진 남자가 쓰러졌다.
강민호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당장 나와! 이 새끼들아! 모두 나오라고!”
그가 말하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다급히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기침 소리가 들렸어! 우리 모두 좀비 밥이 되고 싶지는 않지?”
17명 정도의 인원이 황급히 섰다. 강민호는 절대 권력을 쥐고 있었다.
이미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이 무리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침 소리 나와.”
“잠시 만요!”
한 커플이 다급히 나섰다. 강민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감염자로 피난민 센터가 무너졌어. 알지? 확인이 필요해. 하루 동안 격리다.”
“네….”
여성을 보고 혀를 날름거린 강민호는 바로 자신의 본거지로 인도했다.
유상인은 알고 있다. 지금, 강민호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으흑…. 내, 내 아내가….”
아내를 빼앗긴 남자는 천막 안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강민호 패거리는 7명. 그들은 이곳의 얼마 없는 여자를 마음대로 했다.
강민호도 바보는 아닌지라, 미래를 위해 땔감을 부지런히 모으게 했다.
전문 나무꾼도 아니고 정말로 나무를 쓰러트리는 행위는 위험하기 짝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
당장 한 명이 하다가 깔려서 죽은 뒤로는 더더욱.
‘언제까지…….’
하루에 한 번씩 모은 땔감들을 바치는 게 일이었다.
유상인은 땔감을 가지고 강민호가 있는 가장 큰 천막에 바쳤다.
그리고 보았다. 작은 천막에 개목걸이를 차고 슬프게 우는 여고생을 보았다.
이미 희롱의 대상도 아니다. 얼굴에는 크나큰 흉터가 있으며, 머리는 밀렸다.
“…….”
“어머나 뭘 보는 거야?”
유상인의 귀로 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자, 거기에는 한껏 기분이 좋아보이는 유지아가 있었다.
“땔감 가지고 왔는데요.”
“아니잖아. 그 애완견 보는 거 아니야?”
유지아는 실실 웃으면서, 여고생에게 다가가자, 이 불쌍한 여고생은 경기를 일으켰다.
“아하하. 무서워하기는…. 여고생이라니까 남자들이 헐레벌떡 달려들던 때가 그립지? 너도 그래? 여고생이니까 마음에 들어?”
“…….”
뭔가 시험당하는 눈치다. 유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저런 꼴을 당하면 시선이 안 가는 게 이상한 거니까요.”
“그래? 내 작품이야. 솔직히 재미있거든. 어떻게 저렇게 만드는지 가르쳐 줄까?”
기겁하는 여고생의 목줄을 잡은 유지아는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여고생은 유상인 때문인지, 반응하지 않았다.
유지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우리 애완견이 교육이 좀 덜됐네.”
“아…. 아….”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여고생의 목줄을 잡은 유지아는 나뭇가지 하나를 주었다.
그리고 바로 이제는 뜰 수 없는 한쪽 눈을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
모욕적인 행동과 고통.
“아아악!”
“이거 끝나고 목욕시켜줄게. 아직 사람이 되고 싶어?”
“아아아아! 아아아!”
다급한 목소리가 애처로워 보였다. 유상인은 이를 악물었다.
“그만하세요.”
“…….지금 날 막는 거야?”
유지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유상인을 곰곰이 뜯어보았다.
“음, 여기 남자들 중에 드문 타입이네. 곱상한 게 피부도 좋아.”
“아니, 사람 괴롭히지 말고요.”
유상인의 볼을 유지아가 쓰다듬었다. 그리고 꽤 길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곱상한 남자가 꽤 드물거든. 좋아. 봐줄게.”
“…….”
유상인은 황급히 떠났다.
‘이곳은 미쳤다. 미친 곳이다.’
그렇게 치를 떨며 도망갔다.
[주유소를 털어와. 저번에 구해온 연료가 떨어져간다.]어느 날, 강민호는 명령을 내렸다. 미래를 대비해 연료를 부지런히 모으라고 말이다.
유상인은 거기에 자원했다.
당연하지만 어디까지나 식량 배급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연료를 구하면서 식량도 구해야 한다.
패거리만 내버려 두고 6명 정도의 인원들이 여기에 동원되었다.
‘이 사람들 중에는 구상열 패거리도 있지?’
그는 자원한 이들의 면면을 보았다.
하나같이 독재자에게 시달려 힘들어 하고 있는 얼굴이다.
하지만 감시자와 배신자가 어딘가에 있다.
‘강민호는 그렇게 엄포를 놓았다고 했지?’
서로를 의심케 해서 본인의 안전을 도모한다.
이들은 강민호 패거리가 운전하는 차량에 탄 채로 도심가로 나왔다.
유상인은 들고 있는 쇠파이프를 손에 쥐었다.
“조심해요.”
어디서나 감염자가 존재한다. 유상인은 쇠파이프 하나를 든 채, 동료들과 같이 차량에서 내렸다.
뚱뚱한 남자가 말했다.
“상인 씨가 식료품부터 살펴주세요. 저희가 저장된 탱크를 열 수 있으니까….”
팀을 두 분류로 나누었다.
주유소 근처에 세운 만큼, 두 사람만 투입하고 나머지가 전부 식료품을 구하는 거다.
“소리를 내면 안 되니까 조용히 가죠.”
“네.”
유상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곳곳에서 감염자의 시체가 보였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이들은 무시했다.
생각 외로 일 자체는 쉬웠다. 이 도시가 꽤나 황폐한 편이니까.
영준이라 불린 이와 유상인은 함께였다.
“영준 씨. 같이 가죠.”
4명은 나누어져 수색한다. 가던 중 영준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옷이 필요해요. 우리는 없는 게 너무 많네요.”
“알고 있어요. 그러면 일단, 옷가지가 무거우니까 그거부터 가죠.”
유상인은 살금살금 벽을 짚고 걸어갔다.
감염자라는 존재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다행인 건, 식료품에 비해 옷은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
‘최우선 순위가 식료품이니, 그나마 옷은 구하기가 쉬워.’
이들은 근처 옷가게 하나 찾았다. 삽시간에 두꺼운 겨울옷을 구해서 다시 차량 쪽으로 이동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할 뿐.
땀범벅이 될 정도로 바쁘게 움직인 두 사람은 옷 가게 안쪽에서 쉬었다.
영준은 담배 피우는 시늉을 했다.
“군대는 이제 어떻게 됐을까요?”
“그러게요. 대한민국 정부 소식도 안 들리고.”
이때가 바로, 담배를 피우기 제일 좋건만. 그러지도 못한다.
이들은 다시 옷을 몇 차례 나르다가, 식료품 쪽으로 달려갔다.
편의점, 가정집.
아무 데나 상관없다. 그냥 음식이 있으면 가져온다.
편의점이나 마트는 털린 곳이 많다. 하지만 의외로 가정집이 상대적으로 구하기가 쉽다.
전기가 끊긴 곳도 있지만, 안 끊긴 곳이 혼재한다.
유상인은 밖에서 문을 두들겼다.
소리가 나면, 감염자가 있는 것으로 아예 무시한다.
“되도록 피하죠.”
영준과 유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다고 위험을 담보하겠는가.
그렇게 돌다리도 두들기는 신중함으로 이들은 한 가정집에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물이 있네요.”
이들은 정수기와 물통을 발견했다.
“…….”
유상인은 물통에 물을 담았다. 그리고 차량 쪽으로 다시 뛰어가서 100여개에 달하는 물통을 가져왔다.
수십 명이 먹을 분량이다. 수돗물이라도 일단 넣어서 이들을 차량에 실었다.
이 작업만으로도 꼬박 반나절이 지나갔다.
지친 유상인은 영준과 같이 바닥에 앉았다.
“우리 언제까지 이럴까요?”
영준은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으아, 일하기 싫다. 진짜 너무하네. 저 새끼들은 여자 데리고 놀고. 남의 여자 뺏고…. 미친놈들.”
“뭔가 잘못된 거 같아요. 그렇다고 딴 데로 갈 수도 없고.”
유상인은 정말 상대가 운이 좋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저 엉망인 산에서 정말 감염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운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선택 자체는 옳았다.
하지만 그들만의 제도를 만들어 다른 이들을 착취한다.
유상인이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다.
영준은 옛 생각이 났다.
“형씨, 난, 아직도 이해 안간 힘들어죽겠는데, 그 노부부에게 밥을 줬잖아. 왜 그런 거야? 그렇다고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먹다가 그냥 죽었잖아.”
“쓸모없다고요?”
“아니, 허례허식 관두고 냉정하게 판단하자고. 그 사람들은 아무 도움이 안 돼. 댁만 힘들지.”
영준은 이런 세상에서 정론을 말했다. 유상인 만 더 일하고 남들과 똑같이 먹는 셈이다.
유상인은 긍정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죠.”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바보 같다고. 솔직히. 착한 것도 정도가 있지.”
“하지만 전, 사람이 되고 싶어요.”
“뭐? 누구는 사람이 아니야?”
영준이 흥분하며 멱살을 잡았다. 유상인은 허무하게 웃었다.
“저는 이런 세상에서도 사람 같고 싶어요. 남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서로 다 같이 돕는 그런 사람이요. 하지만 만약 제가 비정해진다면, 사람이 사람처럼 사는 게 아닐 거예요.”
“허. 어이가 없군.”
“알겠으면 놔주세요.”
유상인은 손을 풀려 했지만, 이상하게 영준은 놓아주지 않았다.
“영준 씨?”
“시발, 사람인 척…. 그래, 넌 사람이다. 난 쓰레기고 감염자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사람, 감염자, 사람, 감염자….”
영준의 모습이 이상하다. 감정이 복받친 듯 갑자기 몸을 떠는 게 아닌가.
‘감염자!’
그렇다. 갑자기 감정이 요동쳤는지, 삽시간에 좀비로 변하는 게 아닌가.
“어…. 윽!”
“너…. 시발……. 날…. 무시…. 해?”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유상인을 덮치고 있었다.
‘제기랄, 잡힌 상태에서….’
하필 운도 안 좋게 멱살을 잡힌 상태에서 영준은 감염자로 변하고 있었다.
유상인은 곧, 푸르스름하게 혈관이 올라오는 걸 보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좀비는 그럴수록 유상인을 벽에 몰아붙여, 그 이빨을 드러내었다.
“윽…. 억…….”
유상인은 여기서 죽을 수 없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설동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감염자가 그에게 이를 들이밀었다.
‘설동아!’
애탄 외침을 끝으로 유상인은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좀비가 쓰러졌다.
“커억…. 컥.”
유상인이 몸을 일으키자, 감염자의 뒤로 무언가 있었다.
“이야, 또 보네? 미남?”
“당신은?”
유상인의 두 눈 뒤로 허리까지 날리는 머리카락이 보였다.
청바지에 두꺼운 패딩, 그리고 검을 든 여성.
일전에 본 검을 들고 다니는 여성이었다.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아있었구나?”
“당신도.”
유상인은 막힌 목을 풀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여성은 그런 허약한 모습에 웃었다.
“사람답고 싶니 하더니만 아주 약하네. 그러다가 당해.”
“……들었어?”
“물론, 나도 여기서 노략질 중이었거든. 근데 사람들이 있는 거야. 알다시피 여자 혼자는 무지 위험하잖아.”
유상인은 상대가 들고 있는 진검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들어보니 당신 이름도 모르네. 난, 라서현.”
“유상인.”
“유상인? 그래…. 그래서 이제 돌아갈 거야?”
“한 명이 감염자가 됐으니 다른 사람과 만나야해.”
라서현은 유상인을 보고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