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69
벌써부터 실패일까? 유상인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이들이 차량은 갑자기 옆으로 회전하는 게 아닌가.
“개새끼야! 운전 좀 잘해!”
“술 때문이야!”
바로 옆에서 들리는 강민호의 괴성. 그렇다. 그가 가져온 술이 바로 위기 속의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아빠. 가요!”
트럭이 바퀴가 헛돌 때, 드디어 이들은 비탈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잡아! 시발! 저거 잡아!”
두근. 두근.
유상인의 마음속에 격한 고동이 느껴졌다. 그의 성향 상 이런 행위는 이단이요, 일탈이었다.
“내려가서 우측으로 꺾어요! 아빠.”
유상인이 다급하게 외치고, 그의 아버지 역시, 격하게 핸들을 돌렸다.
엉망으로 된 얼어붙은 비탈길.
롤러코스터에 탄 양 이들이 여기저기 튕겨 나갔다.
하지만 살 수 있다. 드디어 비탈길을 내려가고 이들은 맨날 가는 식료품 쪽으로 이동했다.
“아빠 저기에요! 저쪽이 접선지이에요!”
유상인이 다급하게 외쳤다. 차량이 멈추고 유상인이 내렸다.
“라서현!”
그가 외치자, 라서현이 지하에서 뛰쳐나왔다.
“미쳤어? 소리 지르지 마! 감염자가 온다고!”
“급해!”
곧이어, 부모님과 소녀가 내리고 라서현은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빨….”
쿠쿵!
하지만 곧 그들이 탔던 차량이 거세게 밀려났다.
강민호. 이 끈질긴 추격자는 기어이 이들을 끝까지 따라붙었다.
“제기랄…….”
설상가상이었다.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감염자들의 괴성이 들리고 있었다.
“절대로 가만 안 두겠어!”
강민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트럭을 모는 부하를 후려쳤다.
“개새끼야! 지금 도망가잖아.”
“대장…. 그런데 감염자들이!”
“병신아! 그냥 밀어! 차량으로 커버 가능하잖아.”
그야말로 광기였다.
강민호는 자기의 영역이 무너지고 있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체계도, 리더쉽도 없다. 그렇기에 이런 사태가 발생할 때, 엄히 처벌해야 한다.
‘시발, 어떻게 유상인 새끼가!’
더더군다나 도망치려는 놈이 바로 그 착하고 소심한 유상인 이었다는 게 더 충격 받았다.
유상인은 그럴 놈이 아니었다. 당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 흔한 소시민.
딱 그 정도였는데, 이런 놀라운 일을 벌였다.
‘저놈이 저럴 타입이 아니야.’
유상인이 타고 온 차량을 밀어버리고, 다시 이들의 트럭이 뒤로 빠졌다.
헤드라이트에 유상인의 차가 다시 도망치는 게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에 사람이 보인다.
‘주모자가 있어. 누구지? 우리 사람인가?’
라서현의 존재를 모르는 강민호는 일단, 유상인부터 잡으려 했다.
차량을 움직이며, 눈에 보이는 감염자 하나를 날렸다.
“가가! 저거 잡아! 일단 치어서 못 움직이게 해!”
다급히 도망치는 유상인을 따라잡자, 강민호는 급격히 흥분했다.
잡으면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그는 앞선 유상인을 노렸다.
“네 잘못이다! 유상인!”
뒤를 돌아본 유상인이 움찔거리고 있을 때였다.
이제 차량으로 유상인을 날려버리려는 그때였다.
차량이 급격하게 회전하면서, 트럭이 한 바퀴를 회전했다.
“으아악!”
돌이킬 수 없는 불행. 트럭이 폭주하며 미끄러졌다.
스키드마크와 굉음을 내며 감염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쿵!
트럭이 부딪치고 강민호는 간신히 일어섰다. 그리고 운전한 부하의 뒤통수를 날렸다.
“이 미친 새끼야. 무슨 짓….”
“어…. 왜…. 시발…. 내 잘못…….”
이미 부하는 정상 상태가 아니었다.
강민호는 트럭에서 황급히 뛰쳐나왔다.
그리고 사방에서 몰려드는 감염자를 보았다.
“살아야 해. 살아야 해!”
그는 무작정 유상인을 쫓아갔다. 절대로 그냥 보내줄 수 없다.
“유상인! 너 혼자 살려고?”
그는 뛰면서 일부러 소리를 질렀다. 죽음의 기운이 속삭이는 거 같다. 아직 추운 밤을 뚫고 강민호는 자신의 운을 시험했다.
감염자들을 피하고 유상인을 잡는다. 그 목적으로 그는 힘차게 달렸다.
하지만 곧, 유상인은 건물 안에서 사라지고 그는 멍하니 다가오는 좀비들을 보았다.
“안 죽어! 난 살 거야! 왕이야. 행운의 사나이라고!”
강민호는 건물 안쪽으로 대피했다.
필사의 회피. 유상인은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 걸 느꼈다.
“어때? 이 지하 공간은?”
라서현은 헉헉대는 유상인을 쳐다보았다. 그야말로 신출귀몰이었다. 쓰레기를 위층에서 버리는 공간.
백화점에서 흔히 보는 쓰레기 배출구. 1층이기에 지하까지 이동하는 데 생각보다는 안전했다.
쓰레기 더미로 이루어진 쿠션들이 흔들렸다.
“통로는 내가 마지막에 닫았으니 안심해.”
라서현은 웃으면서, 얼이 빠진 유상인과 부모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상인이 부모님이세요?”
“그, 그렇다만 누구요?”
부모의 처지에서 이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난데없는 탈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저 검집을 어루만지는 여성의 등장은 확실히 놀라웠다.
“그냥, 이 사람이랑 운 좋게 만난 사이죠.”
“우연히 만났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라서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떠는 여고생을 힐끗 쳐다보았다.
“세상에….”
사람 몰골이 아니다. 대체 어느 정도로 학대를 받은 걸까.
“아니, 이 정도였어? 온몸의 흉터…에다가 멍까지 들고….”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어두운 밤거리에서 전등이 켜진 이곳에 오니까 확연히 드러났다.
그야말로 사람이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앙상하고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빠졌으며, 한쪽 눈은 부어올랐다.
온몸에 가해진 학대의 상처는 말할 것도 없었다.
유상인은 침통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원래 트럭이 다니는 창고였는지, 셔터가 내려지고 온갖 물품들이 버려져 있었다.
“내, 주요 거점 1호야. 의약품도 아마, 있으니까 급한 대로….”
“어디 있어?”
이 두 사람은 최우선으로 여고생의 치료를 우선시했다.
황급히 의약품 상자를 꺼내 들었지만, 이들이 전문적인 지식이 있겠는가.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응급조치만 취했을 뿐이었다.
“따뜻한 수프야. 차라리 지금, 이게 위장에 더 좋아.”
라서현은 밥통에서 데운 스프를 조그마한 그릇에 담아 여고생에게 주었다.
응급조치 후에는 일단, 잘 먹어야 한다. 이건 상식 중의 상식.
아픈 병자에게 좋은 약보다는 좋은 음식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부모님의 짬밥은 어디 안 가서 이 두 사람은 이 창고에 널린 음식 재료들을 조합해서 포타주부터 고기볶음을 만들었다.
“이야, 요리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요리 잘하시네요.”
라서현은 김유정이 만든 음식에 만족했다.
“화장실은 지하 창고 왼쪽 끝에 있어, 아직은 물도 잘 내려가요.”
“옷까지도 있으니 추우면 입으세요. 음, 특히 너.”
라서현은 여고생을 보고 바로 여기저기서 옷을 구해 건네주었다.
난로를 빼면 난방이 안 되는 지하다. 당연히 추울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이동해야 하지만, 당분간은 즐겨요.”
라서현은 밝은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했다. 우울하고 어두운 나머지 사람들과는 이질적이다.
“당분간? 나중에 뭔 일이 일어나?”
유상인은 묻자, 라서현은 피식 웃었다.
“전기가 곧 끊길 거야. 언제까지 유지될 거 같아?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죽는 거지. 그전에 따뜻한 곳이나 비상전력이라도 찾아내야지.”
“여기에 그런 곳이 있어?”
“나도 몰라. 그저 먹고 살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온 거지. 말이 그렇다는 거야.”
라서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난로 옆에 침낭을 폈다.
“알아서 구해서 자. 되게 피곤하네.”
천연덕스럽게 검집을 품에 안고 자고 있었다. 유상인 이나 그의 부모는 이 털털함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신이문은 혀를 내둘렀다.
“대범한 처자네.”
무서운 추격전을 경험하고 왔는데, 저렇게 잘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피곤하다. 안정을 찾자,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있었다.
이들은 누가 뭐라도 할 것도 없이 침낭을 꺼내와 난로 옆에 펼쳤다.
“너도 일로 와.”
여고생이 우물쭈물해 하자, 상인은 손을 붙잡고 침낭을 펼쳤다.
“쉬어. 이제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유상인의 손길에 소녀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간신히 한마디를 했다.
“고…마워.”
“그래. 그래.”
상대는 환하게 웃고 있다. 그래도 이제 강민호의 압제는 없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여기도 좀비가 많아졌네?”
다음날, 라서현은 비상계단 1층에서 쌍안경으로 밖을 훔쳐보고 있었다.
하필 어제 사건으로 감염자들이 곳곳에서 몰려왔다.
“그 트럭에 탄 놈들은 죽었겠지?”
유상인은 그 이야기에 고개를 저었다.
“몰라. 운 하나는 좋은 애들이니까.”
“흐음, 적한테 후한 평가네.”
라서현은 유상인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튼, 제 1 거점으로 왔지만 난 원래 여기저기 다니거든. 이곳에 사람은 없어. 적어도 이 근방에는. 그러니까 어디든 도망쳐도 안심하게 거점을 만들었지. 이왕 같이했으니까 부지런히 식량을 모아주는데 협력해줄래?”
“…….”
유상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이 활기찬 라서현을 바라볼 뿐.
“왜? 이런 데서 어떻게 혼자 살았는지, 신기해?”
“아니, 혼자서 외로웠구나 싶어서.”
“……그런 반응은 예상 못 했는데.”
라서현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 몸을 돌렸다.
“꿋꿋하게 살아야지. 살아남은 사람이라도.”
그 표정은 쓸쓸해 보였다.
유상인은 그런 라서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잘 부탁해.”
“인제 와서 뭘….”
라서현은 배시시 웃으면서 그 손을 맞잡았다.
끼익.
바로 그때였다. 비상계단의 문이 열리고, 거기서 여고생이 불쑥 나왔다.
“아….”
딱히 잘못한 것도 없었지만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악수를 한 손을 놓았다.
여고생은 비틀거리면서,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아….”
두 사람은 황급히 여고생을 부축해주었다. 적어도 며칠 동안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유상인은 깨닫지 못했다. 여고생의 두 눈에 강렬한 적의가 드리우고 있다는 걸 말이다.
3일은 순식간이었다. 감염자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이곳에서 버티며 사태를 관망하던 중, 시끄러운 소리가 바깥에서 들렸다.
“이 건물에서 시발 새끼들이 사라졌어.”
“말도 안 돼.”
유상인은 그 목소리에 경악했다. 강민호. 놀랍게도 이 남자는 살아있었다.
거기다가 여러 패거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찾아! 무조건 찾아. 이 건물을 뒤져! 어디 숨은 곳이 있을 거야.”
“우와. 여기도 얼마 못 가겠네.”
라서현은 진검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 자태가 예사롭지 않았다.
“아빠, 엄마! 부탁해요!”
유상인이 굴러다니는 각목을 주었다. 그리고 곧 부모님과 여고생은 황급히 비상계단 쪽을 잠갔다.
그리고 30분 동안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흘렀다.
여기저기 발소리가 나고, 비상계단 쪽에서 소리가 났다.
“여기 잠겼나?”
“원래 없는 곳인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쾅쾅거리는 소리가 나다가 멈췄다.
이대로 조용히만 있다면 들키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이들이 들어왔던, 쓰레기 배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