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70
배출구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거, 밑으로 내려가는 건가?”
“설마, 누가 여기로 드나들어? 계단이 있는데.”
“감염자가 있는 거 아니야?”
여러 이들이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침묵을 유지했다.
하지만 여고생이 달달 떨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아!”
그 소음은 순식간에 이 지하실을 울렸다. 다들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야! 밑에 누구 있어?”
“그 새끼들 아니야?”
“감염자일 수도….”
망설이는 위쪽의 대화. 하지만 강민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상황은 매우 급해졌다.
“야. 누구 들어가 봐.”
“대장…. 아무리 그래도.”
“가라고 새끼야!”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 하나가 쓰레기 더미 위에 굴러 떨어졌다.
보았다. 유상인과 라시현을.
“대장! 여기….”
“제길!”
라서현이 진검으로 단숨에 목을 관통시켰다.
미칠 듯이 빠른 움직임에 남자가 쓰러졌지만 이미 강민호는 확인한 상태였다.
“밑이야! 내려가! 사람이야!”
삽시간에 하나둘, 쓰레기 배출구 통로를 강민호 패거리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라서현이 다시 한 사람을 찔렀지만, 뒤이어 사람들이 나타났다.
곧이어 강민호까지 여자를 제외한 패거리들이 나타났다.
“하하, 어딜 도망가려고. 응? 여자가 있어? 와우! 이거 괜찮네. 그래, 신선한 여자가 필요해.”
“진짜 개쓰레기네. 말로만 들어도 쓰레기였는데.”
라서현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민호 패거리가 서서히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11. 아지트를 찾아야 한다
치료센터가 무너지고, 안전한 곳은 이제 없다. 설동이 약속한 중랑구 다리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부서진 차들과 그을린 시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아.”
유상인이 살아있다. 이거 하나로 마음 속 걱정 근심이 사라졌다.
그가 있는 곳으로 몇 시간의 텀을 두고 두 차량이 도착했다.
거기서는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들이 하나둘 내렸다.
“설동아!”
도하연이 반갑게 그에게 다가왔다. 설동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쓸쓸한 얼굴이었다.
“만나자마자 미안한데, 아현씨 무덤을 만들어야 할 거 같아.”
“아현이….?”
도하연은 그 이름이 나오자, 금세 침울한 얼굴을 했다. 자신의 친한 친구이자 이 난을 같이 경험한 아현은 구할 수가 없다. 아니, 못한다.
“아현이는 죽었겠죠. 그때….”
“맞아. 틀림없는 아현이었지.”
설동은 확신했다. 그때 ‘그건’ 곱씹을수록 아현이 맞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들을 도와줄 이유가 없다.
“공격당해 죽었겠지.”
“아…….”
도하연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설동은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는 중랑천을 보았다.
“적어도 무덤이라도…. 그거라도 만들어야지….”
보기 드문 격하게 떨리는 설동의 목소리였다. 도하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중랑구에서 도착하고 제일 먼저 행한 일은 바로 아현을 위한 무덤을 만들어주는 일.
바로 그것이었다.
폭격이 훑고 지나간 작은 뚝방 길에 이들은 아현의 무덤을 만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달라졌다. 무덤을 만들고 모두가 뭉치자, 치료센터에 있던 때랑은 너무나도 달라졌단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식량 남은 거 있나요?”
동현이 허탈하게 웃었다. 그렇다. 안정적으로 받던, 식량은 없다. 다 떨어져 가는 중이었지만, 적어도 보급은 잘 되던 치료센터.
그 안락한 비닐하우스를 벗어난 이들에게 가혹한 순간이 찾아왔다.
물도, 식량도 없다.
추격을 따돌릴 때야, 그런 느낌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모두가 안심하고 모이자, 안정감에 억눌러둔 욕구들이 튀어나왔다.
도하연이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 들에서 풀이라도 뽑아먹을까요?”
가뜩이나 무덤을 만드느라 힘을 더 쓴 그녀였다.
그러자 태희가 작게 말했다.
“함부로 먹지 말아요. 특히나 공복 상태나 면역력이 약할 때, 함부로 풀을 뜯어 먹으면 체할 수도 있어요.”
“이럴 때, 태희 언니가 든든하네.”
“뭘, 그런 걸 가지고.”
태희는 작게 중얼거렸다. 아무튼, 이들은 제일 중요한 걸 행해야 했다.
동현이 일어섰다.
“식량을 어떻게든 구해봅시다.”
뚝방 근처에는 여기저기 휩쓸린 풀들이 많았다.
“근데, 이런 데에 먹을 게 있어요?”
“있어요. 고들빼기 같은 것들이요.”
동현은 차량을 중랑교 중앙에 대었다. 중랑교 옆쪽으로는 중랑천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
동현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뚝방에 자라고 있는 여러 식물을 확인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고들빼기인데……. 생각해라! 훈련에서 해봤잖아.’
그의 군 시절은 다른 평범한 현역병과 달랐다. 서바이벌을 경험해본 자.
한 마디로 설동이 부러워하던 교육을 받은 자다.
능숙하게 뚝방 근처에 잔뜩 난 나물들을 확인했다.
“여기요!”
그는 사람들을 불렀다.
능숙하게 앞장서며 나물을 뽑았다. 당연히 엉망인 것도 많지만 드물게 멀쩡한 것도 있다.
‘이건 냉이. 이런 하천 근처는 중금속이 많다던데……. 아니, 시발! 지금 먹을 수 있으면 그냥 먹는 거지. 뭘 따지는 거야.’
다행히도 먹을 수 있는 풀은 널려 있었다. 이게 정말로 허기를 다 채울 거 같지는 않지만, 있다는 게 중요했다.
동현은 정말 소중한 재능을 가진 셈이다.
이곳에서 나물을 구분할 수 있는 자는 그가 유일했다.
그렇게 뚝방 아래쪽을 이들에 하나둘 훑고 어느새 다들 가득히 나물을 구할 수 있었다.
“물로 씻으면 되는데…. 가정집 아무 데나 들어가도 물은 나올 테니까요.”
“역시, 우리 동현 씨야.”
태희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물을 구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안정적인 식량이 충분히 모아야 한다.
설동은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문득, 무작정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설동아. 어디 가?”
“잠깐. 내 예상이 맞으면 물도 구할 수 있을 거야!”
설동은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도하연은 궁금했지만, 저 남자는 절대로 뒤질 인간이 아니기에 그냥 놔두었다.
그렇게 30분. 나물 탐색단은 꽤 많은 양을 발견했다.
그중 먹을 수 있는 것만 추리면서 앞으로 가고 있었다.
희연은 혼자서 팡팡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와. 신난다.”
뚝방 위로 가기도 하고,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희연아! 위험하니까 내려와!”
하나가 황급히 소녀를 안았다.
이곳은 전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고, 또한 감염자들이 있는 곳이다.
성민우가 호언장담하듯 가슴을 두드렸다.
“걱정 마! 이제 좀비 하나 정도야.”
어지간한 감염자는 여기에 있는 이들로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다.
그렇게 나물을 채취하려는 순간이었다.
희연이 저 멀리 가리켰다.
“저기 사람 있어!”
“뭐?”
순간, 나물을 채취하려는 이들의 손이 멈췄다.
이곳에 사람이 있다?
동현이 다급하게 외쳤다.
“희연아. 그거 사람 맞아? 어떻게 움직여?”
“다리를 끌고, 비틀거리는데…. 이쪽으로 와!”
희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청난 소리가 낫다.
“크아아악!”
뛰는 감염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제기랄!”
동현이 욕을 내뱉었다. 설동을 제외하고 보통 사람은 감염자에게 할퀴어지기만 해도 위험하다.
동현은 자신들의 무기 상태를 점검했다.
‘차안에 총이 있는데.’
이들은 무기도 없었다.
두 개의 총 중 하나는 차 안에, 나머지는 설동이 든 채로 딴 데로 가버렸다.
모두의 머릿속에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가 감염자가 될 수 있다.
“그 형씨는 어디 있는 거야?”
동현이 다급하게 설동을 찾았지만,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한 상태였다.
“가아아악!”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이들의 앞으로 다가온 감염자였다.
동현은 결연하게 앞으로 나섰다.
“동현아!”
연인인 태희가 불렀지만 동현은 앞으로 나섰다. 설동이 없는 이상, 현재 이곳에서 저 감염자를 상대할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삽시간에 거리를 좁힌 감염자는 튼튼해 보였다. 동현은 손을 벌리고 자기에게 달려들 때 몸을 숙였다.
그리고 다리를 걸었다.
“크아악!”
감염자가 뚝방 길에서 구르자, 동현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의 단련된 신체로 단숨에 머리통을 까버렸다.
‘묵직해.’
하지만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머리통에 동현은 당황했다.
별 충격도 안 받은 건지, 어느새 일어서려 했다.
동현은 상대방의 등을 무릎으로 누르고 바로 목을 졸랐다.
감염자가 사람과 똑같이 호흡한다면, 이 공격은 분명히 통할 거다.
“구…. 구….”
거기다가 목을 공격하면 물릴 걱정은 없다. 이 뛰는 감염자가 바둥거리는 순간, 그의 조르기가 거세게 들어갔다.
‘사람처럼 팔목을 잡지 않은 게 다행이네.’
할퀼 가능성이 낮다.
덕분에 이 감염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잃고 말았다.
동현은 엄청난 힘으로 이 좀비의 목을 돌려버렸다.
“허억. 제길…. 후우…….”
고작 한 마리 제압하는 데 온몸에서 땀이 쏟아진다. 여름이 본격적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제기랄. 여름에 전기는 끊기겠지? 진짜 그때부터가 지옥이겠어.’
그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자, 긴장이 풀린 일행이 단체로 주저앉았다.
“진짜 힘드네.”
감염자.
대체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를 이 존재 때문에 지금, 이들은 나물 채취조차 공포에 떨면서 해야 했다.
감염자가 나타났으니, 당연히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모두가 신경이 곤두설 때였다.
“저기요!”
희연이 또다시 뭔가를 발견하고 손을 들었다.
모두가 움찔거리며 희연의 손을 주시했다.
사람의 형체가 저 멀리 보였다. 하지만 뛰어오지 않았다.
희연은 다시 눈을 가늘게 뜨면서 웃었다.
“설동이 오빠에요!”
“휴.”
일동이 전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디론가 사라졌던 설동이 오고 있었다. 다만, 옷 주변에 없던 핏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한 손에 배추 하나를 들고 있는 게 아닌가.
“배추?”
“저걸 어디서?”
일행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설동은 자신의 뒤쪽을 가리켰다.
“저쪽 뚝방 근처 아파트에서 자기들 미니농장을 갖추지. 비닐하우스도 물론 있고.”
“네에? 그러면?”
도하연의 얼굴이 밝아졌다. 저 말뜻은 하나였다.
“확인해 봤는데. 배추 몇 포기는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나이스!”
성민우가 기쁨의 환호를 내질렀다. 나물과 비교하면 배추 쪽이 훨씬 배 채우기 좋지 않은가.
중랑교 근처는 설동이 자주 지나다닌 동네. 이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게 주요했다.
이들은 비닐하우스로 직행해서 물과 배추들을 얻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