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75
대체 왜일까?
설동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이 문을 조금씩 열었다.
“윽!”
들어가자마자 느낀 건, 토할 것 같은 역겨운 냄새.
설동이 요즈음 자주 맡은 냄새다.
‘시체.’
죽은 것으로 보이는 시체가 있다는 건, 음식이 있을 확률이 높다.
설동은 방 안에 들어가자, 목을 찌른 시체 하나가 바로 보였다.
“…….”
설동은 메스꺼움을 참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일단, 주방으로 움직였다.
가능성은 두 가지. 음식이 더 없어서 자살, 아니면 삶의 의지를 잃어서 자살할 수도 있다.
썩은 냄새 속에 급하게 냉장고 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설동은 경악했다.
“뭐야. 빵빵한 데?”
냉장고에는 놀랍게도 우유부터, 음료수가 한쪽 칸에 빼곡했다.
그것뿐이랴? 계란 6판, 김치통과 통조림이 쌓여 있었다.
‘대박이군.’
설동은 혹시나 해, 주방 찬장을 싸그리 뒤지기 시작했다.
커피믹스 박스가 2개, 거기다가 라면이 무려 5박스나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렇게 많은데?”
설동은 이쯤 되자, 온몸에 경계심을 바로 세웠다.
정상적으로 식량도 많은 집에서 자살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란 말인가.
설동은 쓰러진 시체를 보았다. 이 썩어 문드러진 시체의 옷을 뒤졌다.
무언가 표식이라도 있으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없다.
“……제길.”
설동은 방문을 점검하기 위해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기습적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감염자에 쓰러지고 말았다.
“구아아악!”
“시발!”
설동의 어깨를 물어뜯으며, 소년 같아 보이는 좀비가 발버둥 쳤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감염자의 승리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설동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단 게 문제였다.
“개자식이!”
설동은 감염되지 않는다. 단숨에 칼을 들어 감염자의 머리통을 찍었다.
“구…….”
감염자가 이내 쓰러지고 설동은 발로 이 좀비를 걷어 차버렸다.
“제기랄. 그냥 자식이 감염자가 돼서 자살한 건가?”
설동은 쓰러진 감염자를 발로 차버렸다.
“응?”
그리고 하나 이상한 걸 발견했다.
이 소년의 팔 쪽의 살점이 뜯겨 나간 게 아닌가.
살점이 뜯겨 나갔다는 건, 감염자에게 물렸다는 거다. 좀비가 자기 살을 뜯어 먹지는 않으니 말이다.
‘누구한테 물린 거야?’
근본적으로 뭔가 이상하다. 좀비한테 물렸으면 이곳에 감염자가 들어왔다는 거다.
근데, 주변은 멀쩡하고 오로지 이 소년만 감염됐다?
정말 별거 아닐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감염자가 아들을 물어서 엄마가 처리하고, 슬퍼서 자살한 거일 수도 있지 않는가.
‘혹시 어쩌면…….’
그는 1층에서 가족 중 한 사람씩 사라진 걸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주로 여자나 아이 쪽이 사라졌다.
관계가 있지 않을까?
설동이 회색 뇌세포를 열심히 돌리고 있을 때였다.
“꺄아아악!”
갑자기 2층 쪽에서 비명이 났다.
설동은 다급히 문을 열고 나섰다.
설동이 2층 수색이 나서고 태희와 주하나는 돌아올 이들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 중이었다.
“떡도 있고, 고추장도 있고…. 떡볶이나 만들어볼까요? 이런 음식 거의 못 먹었잖아요.”
주하나가 떡 사리가 들은 봉지를 흔들었다. 태희는 동의했다.
“바깥에서 고생하는데, 이 정도 음식은 만들어야죠.”
두 사람은 힘을 합쳐서 떡볶이를 만들 준비를 했다.
소스를 만들기 위해 냉장고의 재료를 총동원하고,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한 어묵을 보기 좋게 자르기 시작했다.
똑. 똑. 똑.
바로 그때였다. 이들은 노크 소리에 몸을 돌렸다.
“누구세요?”
“나야.”
자연스러운 대답. 주하나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나섰다.
별거 아니다. 본능적으로 누군가 두드리니 알아보려 나간 것뿐이다.
더불어 설동 외에 누가 오겠는가.
“설동씨 밖에 없지. 당연히. 택배기사가 설마 오려고.”
주하나는 실없이 웃으며 가려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소름이 돋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설동 씨가 왜 노크를 하죠?”
뒤에서 태희가 황급히 나섰다. 설동이라면 노크를 할 이유가 없다. 그냥 문 열어달라고 외치면 그만이니까.
그렇다면 지금 문을 두들기는 건, 누구란 말인가.
“퉤!”
바깥에서 기묘한 소리가 났다.
하나와 태희는 다급히 문에서 물러났다. 지금 문밖에 이상한 것이 있다.
“퉤! 퉤! 문을…. 문을…. 열어. 퉤!”
“사람?”
주하나가 사색이 돼서 물러났다. 감염자가 말을 한다는 건 상식 밖이다.
태희도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그, 다친 사람일까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좀비가 말을 안 할 텐데. 말을 하고….”
“좀만 기다려보죠.”
태희의 말에 이 두 사람은 침묵을 유지했다. 불안한 감정이 솟구치는 가운데 기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어젯밤 사건 이후로 접촉을 해왔을 테다.
근데 지금 와서 접촉한다?
두 사람은 일부러 대답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
침묵만이 감도는 상황. 주하나와 태희가 식은땀을 흘리는 순간이었다.
쾅!
갑자기 밖의 문이 거세게 흔들렸다.
해머로 친 듯한 충격음과 함께 현관문이 거세게 흔들렸다.
“퉤!”
“…….”
태희와 하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해머로 내려친 것일까? 사람이 주먹으로 저런 파괴력을 낼 수는 없었다.
태희와 하나가 완전히 물러섰다. 다행히도 그 소리는 단 한 번뿐.
두 사람이 긴장된 얼굴로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묘한 진동이 계속 느껴졌다.
마치 무거운 물체가 계속 이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소리는 외곽을 두르고 있었다. 이들은 설동을 부르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다른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발!”
저 멀리에서 설동의 목소리로 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괴물이랑 만난 걸까? 두 사람은 어서 빨리 설동이 와줬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만난 건, 아닌 듯 설동이 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두 사람은 그러던 중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는 걸 느꼈다.
분명히 낮이다. 그런데 지금, 시야가 어두워졌다?
“퉤.”
그녀들의 뒤에서 끔찍한 소리가 났다.
“…태희씨. 하나둘셋 하면 뒤로 돌까요?”
“…….”
태희는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였다. 주하나는 방에서 자고 있을 희연 쪽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악!”
원숭이와 같은 긴 팔과 다리가 집안에 들어와 있었다. 미라처럼 마른 몸에 눈알만 오징어처럼 툭 튀어나온 혐오스러운 생명체가 눈앞에 있었다.
삽시간에 얼어붙은 두 명의 여성을 보며 이 괴생명체는 미소를 지었다.
썩은 이빨과 얼굴이 마비된듯한 사람이 억지로 미소 짓는 얼굴.
그야말로 혐오스러웠다.
“여자…. 여자…. 퉤!”
입에서 침을 흘리던 이 괴생명체는 태희와 주하나를 보고 손뼉을 쳤다.
그리고 일어섰다.
천장에서 몸을 수그려야 할 정도로 장신의 몸. 주 하나와 태희는 대체 이게 어디서 나왔는지 몰랐다.
“어….”
“여자 즐거워…. 즐거워.”
이 괴생명체의 하체가 여자들의 시선에 똑똑히 보였다.
흉물스러운 물건이 아주 꼿꼿이 고개를 드는 게 아닌가.
주하나는 기가 막혔다.
‘감염자가 저게 가능해? 별 미친 경우를 보겠네.’
감염자란 그냥 공격본능과 전염성만을 가진 존재다. 그런데 지금처럼 말도 하고 발기도 하는 감염자가 존재하는가?
“먹는다. 여자. 여자. 먹는다.”
이 괴생명체가 단숨에 주하나의 손을 낚아채었다.
“아악!”
팔목이 끊어질 듯 한 아픔에 주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왜 이렇게 세?’
감염자도 상대해본 주하나는 저 엄청난 힘에 속절없이 괴물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우선…. 너, 가진다. 먹는다.”
“하나 씨!”
태희가 안타깝게 외칠 때였다.
쾅!
다시 한 번, 문이 거칠게 두들겼다.
“무슨 일이야? 뭔 일 있어?”
“설동 씨!”
태희는 귀신같이 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식칼을 들고 악귀처럼 서 있는 설동이 보였다.
“저건 또 뭐야?”
설동은 괴생명체를 보자마자,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는 이 괴생명체에 바로 뛰어들었다.
“퉤!”
괴생명체는 기다란 팔로 설동을 날리려 했지만, 이미 설동은 몸을 숙인 채 가볍게 그것을 피했다.
“좁아…. 좁아….”
괴생명체가 뒤로 물러설 찰나, 설동의 식칼이 이 괴물의 다리를 찔렀다.
“끼아악!”
괴생명체가 비명을 내지르며 발을 움직이자, 설동이 저 뒤쪽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큭!”
주하나가 그때, 억지로 몸을 풀어 괴물에게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아…. 여자….”
괴물은 다시 주하나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때, 설동이 다시 일어서서 식칼을 얼굴 쪽에 내던졌다.
그 식칼은 괴물의 얼굴에 생채기를 냈다.
“아아아!”
괴생명체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설동이 다시 식칼을 주워들고 쫓아가려 했지만, 난간을 붙잡고 미친 듯이 이동하는 게 아닌가.
“원숭이야?”
설동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정글을 누비는 원숭이같이 빠르게 도망간다. 동시에 곳곳에서 감염자의 거센소리가 들렸다.
설동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감염자 소리에 황급히 베란다를 닫았다.
“그 두 사람, 휴대폰 가지고 있어요?”
“네. 제 휴대폰을 가지고 나갔어요.”
하나가 충전 중인 휴대폰 하나의 전원을 껐다.
“일단, 연락해서 우리가 연락하기 전까지는 오지 말라고 해요.”
설동은 그러면서 바깥의 동향을 주시했다. 하필 저 괴물이 난간을 쑤시고 가면서 감염자들이 베란다로 곳곳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구아아악!”
곳곳에 들리는 괴성에 모두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