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76
“저 원숭이 같은 건 대체 뭐야?”
설동은 바깥으로 떨어진 좀비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구형 아파트라 난간과 층 사이가 좁아 그 긴 팔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즉, 얼마든지 쉽게 올 수 있다는 것.
주하나도 머리를 매만졌다.
“모르겠어요. 갑자기 문을 두들기더니…. 근데 감염자가 맞긴 맞아요? 사람 말을 하는데?”
“……별의별 게 다 있네.”
설동은 한숨을 내쉰 다음에 희연을 찾았다.
“희연아?”
“오빠…. 무서워….”
설동은 침대 아래서 소리가 나는 걸 확인했다. 희연이 침대 아래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괜찮아. 이제 갔어.”
설동은 사색이 돼서 떨고 있는 희연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희연의 몸에서 같이 나온 쪽지를 발견했다.
“이건?”
설동이 그 쪽지에 시선을 돌렸다. 잠시 뒤, 그는 거실로 나와 충전 중이던 휴대폰을 만졌다.
“왜 그래요?”
주하나가 물어보자, 설동은 대답 대신, 그 쪽지를 건네주었다.
“이건….”
“아무래도 저놈 이야기 같아요. 사람의 말을 하고, 협박한 다음에 여자나 아이를 납치하는 거 같네요.”
설동은 그제야 1층에서 가족 구성원이 하나씩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납치, 또는 물어서 감염자로 만들었다면? 그러니까 저런 거다.
휴대폰이 대충 20% 정도 충전되자, 그는 금세 다른 폰을 연결했다.
휴대폰의 동영상이 중요하다. 이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뭔가 찍지 않았을까?
“아…. 비번!”
“비번이요? 그거 제가 풀 줄 알아요. 예전에도 몇 번 해봤거든요.”
주하나가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서는 뭔가를 몇 분 동안 만지작거리더니 바로 비번을 해제해버렸다.
“어떻게 한 거에요?”
“이거, 인터넷만 쳐도 나와요.”
“이렇게 쉽게?”
설동은 이제 동영상과 사진을 살펴보았다.
가족사진이었다. 부모와 딸과 아들의 사진.
하지만 거기에 이상한 게 찍혔다.
‘그놈이다.’
아까의 원숭이 같던 놈. 그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있었다.
‘구도상 다른 집을 노리는 거군.’
다른 집에 들어가는 걸, 찍었다. 더 뒤적거리자, 누군가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보였다.
[정신병자 새끼가 괴물이 됐다.] [그 새끼야. 정민이 그 새끼가 침 뱉고 다녔어.] [근데 감염자가 사람 말도 해요? 옆집은 그냥 열어줬다가 당했어요!] [지금 사람을 협박하면서, 여자랑 식량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어. 조심해. 베란다로 침입해 와.]‘여자랑 식량을 내놓으라고 한다고? 감염자 새끼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감염자가 욕구가 있다? 결코, 아닐 터다.
주하나가 팔팔 끓는 기름 냄비를 잡았다.
“일단, 저기 감염자가 열 마리 정도가 있는데, 처리하죠.”
“그거밖에 없어요? 무지 떨어진 거 같은데.”
“스무 마리 정도 떨어졌는데.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자살한 거죠.”
주하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 다행이군. 태희 씨, 이불…….”
설동은 고개를 돌렸는데, 사색이 된 태희의 얼굴이 보였다.
“힘들어요?”
“네.”
부정하지 않는다. 태희는 씁쓸하게 설동을 올려다보았다.
“솔직히 이런 말은 안 하고 싶었는데. 당신 말이에요.”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솔직히 되게 무섭다고 생각해요. 신체가 재생하고, 사람 같지도 않고. 솔직히 감염자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지금도 변함없이 그래요. 근데, 이런 상황이 되니까 당신 같은 사람이 하나 있는 게 안심이 되더라고요? 너무 나 자신이 이기적인 거 같아서 한심해요.”
태희는 슬프게 고개를 떨구었다.
설동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사람이란 원래 그래요. 최소한 절 괴물 취급하면서 멀리 안 하는 게 어딥니까?”
“그래요.”
태희는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옆에서 희연이 슬프게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울지 마. 응, 우리 다 같이 살아야 하잖아.”
“그래. 그래야지.”
아이의 응원에 태희는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우리 동현이도 와야 하는데, 빨리 처리하죠.”
이들은 다시 한 번, 뭉쳤다. 이번에는 설동이 아예 어그로를 끌며, 감염자들을 한대 모았다.
“야 이 새끼들아! 오라고!”
땅에 떨어진 감염자들이 하나둘 베란다로 모이기 시작했다.
또다시 불타는 이불이 떨어지고, 끊는 기름이 그들에게 쏟아졌다.
“캬아아악!”
“구아아악!”
삽시간에 감염자들이 타기 시작했다. 간혹 한두 마리가 남지만, 그런 경우는 설동이 내려가서 처리한다.
빠악!
설동 식칼을 좀비의 머리통에 쑤셔 박고 마무리를 지었다.
“부러졌군. 무기가 필요해.”
오히려 방망이 같은 둔기가 사용하기 더 편리하다.
설동이 다시 2층에 올라왔다. 주하나는 성민우와 통화 중이었다.
“자기야. 일단, 동현 씨하고 구하는 대로 바로 와. 이쪽도 위험해진 거 같으니까.”
“흠. 보초를 세워야겠어.”
설동은 이제 잠도 편히 못 잘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저걸 처리해야 해.’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 이 아파트에서 살려면 저 괴물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
그때, 현관문이 두들겨졌다.
“저기요.”
“뭐야!”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설동은 황급히 여자들을 안으로 들여다 보냈다.
“어차피 감염자라면 나 혼자 싸우는 게 더 나아. 들어가서 숨어.”
설동은 조심스럽게, 현관문의 렌즈로 눈을 돌렸다.
“어?”
놀랍게도 정말 사람이 있었다. 배가 살짝 나온 아저씨.
땀을 뻘뻘 흘리는 이 남자를 보고 설동은 무언가 수상함을 느꼈다.
“전 사람입니다. 도와주세요.
“왜 그렇게 땀을 흘려? 겨울이잖아?”
“그게…. 그게….”
설동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미 휴대폰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베란다로 침입한다고.
“퉷!”
아니나 다를까. 눈알을 굴리며, 원숭이 좀비가 베란다에서 설동과 눈을 마주쳤다.
“너, 문다. 감염……. 감염…. 여자…. 내놔.”
몸을 집어넣으려 했지만, 설동은 펄펄 끓는 물을 대동하고 달려들었다.
“꺼져!”
감염자지만 인간에 가까운 괴생명체.
‘그래도 분명히 거대 좀비보다는 낫지.’
설동은 다른 식칼을 들고 한 손에 든 물을 전방에 뿌렸다.
“끼아아악!”
원숭이 좀비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칼로 머리통을 노렸다.
“캬악! 퉷!”
그러나 앞에는 어느새 휘두른 팔이 보인다. 설동이 재차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뜨거…. 워…. 여자….”
원숭이 좀비가 또 도주하고 있었다.
‘제길, 힘은 더럽게 세네.’
설동이 다시 일어설 때였다. 비명이 위층에서 들렸다.
“꺄아아악!”
“도하연!”
그렇다. 3층에는 아픈 도하연이 혼자 있지 않은가.
설동이 다급하게 고개를 들이밀었지만, 이미 원숭이 좀비가 한 손에 도하연을 붙잡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개새끼야!”
설동이 외쳤지만, 난간을 타고 이동하는 좀비는 그대로 사라지고 있었다.
2. 원숭이 좀비
5개월 전.
“퉤. 퉤.”
다랑 아파트의 오후는 들어오는 사람들로 붐볐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귀갓길. 아이들의 엄마들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중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 저거 있네.”
“진짜 병원에 보내야 하는데…….”
그들의 눈에는 중학생 남짓 보이던 까까머리 남학생이 보였다.
교복을 입고 화단 한쪽에서 침을 뱉고 있었다.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주변의 사람들은 혐오스러운 반응을 보이었다.
이 중학생은 길고양이를 보고 따라갔다.
그러더니, 계속해서 침을 뱉었다.
“퉤! 퉤!”
고양이가 놀라 도망가고 중학생은 미소를 지었다.
주변의 지나가던 이들은 혀를 차며 얼른 자식들을 이끌고 도망갔다.
중학생은 가만히 있다가 집안에 들어갔다. 10분 후, BB탄 총을 들고 나오면서 여기저기 눈치를 보았다.
“…….”
소년의 눈에 아파트 앞 놀이터가 보였다. 거기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총구가 향한다.
하지만 쏘지 않는다.
“혼났어. 시발.”
그러면서 지나가는 길고양이들을 찾는다. 총구가 움직였지만, 이미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퉤!”
또다시 침을 뱉은 소년은 할 수 없이 이리저리 서성거리며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물건을 사고 돌아오는 한 여성을 바라보았다.
성인, 그리고 배가 어느 정도 부른 미모의 여성.
“임신….”
임신한 여성을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은 홍조가 가득 생겼다.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임부복의 살랑거리는 뒤태가 소년의 눈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왔다.
‘…….’
소년의 눈가는 충혈 되어 있었고, 당장이라도 뭔 일을 벌일 듯했다.
소년의 손이 자동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어머나, 윤선 씨 아니야? 그 몸으로 장 봐?”
“….”
하지만 1층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한 중년 여성에 소년은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근데 넌 어디에 있는 아이니?”
중년 여성은 소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네 동에는 보지 못한 얼굴이기 때문이었다.
“친구……. 친구 때문이요.”
“아, 그래….”
중년 여성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소년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발.’
소년은 속으로 역겨워했다.
목이 니글거린다. 올라가는 척, 다시 밖으로 나온 소년은 연신 침을 내뱉었다.
“퉤! 퉷!”
그렇게 걷고 있는 와중에 자기 또래 무리를 보았다.
‘현지….’
중학생의 시선은 머리를 금발로 염색한 소녀에게 꽂혔다.
같은 학교의 현지다. 하지만 소년의 생각과는 달리 현지란 여자아이의 반응은 살벌했다.
“야, 뭘 보는데 씨발.”
“저거, 너 좋아하나 보다.”
“아, 진짜 장난하지 마. 진짜 기분 나빠!”
현지는 친구들과 떠들면서 소년을 무시했다. 소년의 마음에 비참함이 가득했다.
동시에 열이 받았다.
“퉤! 퉤!”
“야, 저 시발놈 침 뱉는다. 꼽냐?”
그때였다. 같이 있던 또래 남자아이가 다가왔다. 체격이 건장한 또래에게 소년은 고개를 숙였다.
“왜 침을 뱉어? 불만 있어, 시발아. 야, 고개 쳐들어.”
발로 툭툭 건드는 행위에 소년은 수치심이 들었지만 반항할 수 없었다.
“민석아. 그만해. 쟤 이상해서 침 뱉고 다녀. 건들지 마.”
“진짜? 시발, 미친놈이었구나. 미안~”
잔뜩 비웃음을 머금고 현지와 남자는 사라졌다.
“퉤!”
소년은 심통 난 얼굴로 집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