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77
“밥 줘! 뭐한 거야! 배고프다고!”
어느 날, 소년은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온 할머니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정민아….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정신질환자들이 사람을 습격하는 질병을 퍼트린다구나.”
“시발, 그게 뭔 상관인데! 밥 차리고 가야 할 거 아니야! 퉤!”
“아이고…. 정민아 방에 침을 뱉으면 안 된다. 몇 번이나 말했지 않누.”
“아, 밥 달라고! 밥! 시발, 밥 하나 못 차려!”
소년은 할머니 앞에서 욕을 내뱉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정민아. 나가면 안 된다. 지금 문 다 닫는다.”
“…아, 지랄 말고.”
소년은 그렇게 밖으로 나가려 했다.
다행히 소년은 밖에서 비비탄 총으로 고양이들을 쏘면서 분을 풀었다.
그러던 중, 소년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 하나를 보았다.
“…….”
화도 나고, 짜증이 난다. 소년의 BB탄 총을 그 쓰러진 이에게 맞추었다.
“아!”
쓰러진 사람은 바로 반응했다. 소년은 덜컥 겁이 나서 황급히 몸을 돌렸다.
“ 이 호로 새끼야. 지금 나한테 쐈냐?”
“아, 아니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시발. 시발! 시발! 개새끼야!”
하지만 쓰러진 이는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소년은 다급하게 도망쳤다.
“시발아라라라!”
뒤에서 들리는 괴성에 소년의 가슴은 콩닥거렸다.
아이의 발걸음이 성인의 발걸음을 이길 수 있을까?
다급하게 뛰었다. 하지만 곧, 목덜미를 잡히고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시발! 개새끼! 왜 그러는데. 왜! 왜! 왜! 왜!”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소년은 울부짖으며 용서를 빌었지만, 이 남자는 어딘가 이상했다.
무지막지한 구타가 이어졌다.
얼마 안 가 사람들이 튀어나와 이 남자를 막기 시작했다.
“이봐, 무슨 짓이야!”
“크…. 개자식…. 시발!”
곧이어 남자는 말리는 이들을 깨물고, 패는 등 난리를 부렸다.
그 사이 소년은 도망쳤다.
얼마 뒤, 아파트 단지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아파트 단지의 셔터가 내려가고 있었다.
분위기가 다르다. 소년은 그걸 인식했다.
하지만 문제는 식량이었다.
할머니랑 단둘이 사는 처지에서 남들보다 식량을 구하기가 훨씬 어려웠다.
두 달이 아직 덜 된 시점. 소년은 할머니에게 짜증을 냈다.
“배고파…. 라면 먹기 싫어.”
“그것밖에 없다. 지금, 나갈 수가 없어.”
“구해오면 되잖아. 고기! 고기! 퉤!”
소년이 성을 내자, 마지못해 할머니는 아파트를 나서서 구걸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기가 쉽게 구할 리가 없었다. 다들 식량을 아끼고 있었으니까.
다만, 할머니이기에 동정을 받아 최소한 라면과 쌀 정도는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게 성이 차지 않았다.
“싫단 말이야! 고기 달라고! 고기! 퉤!”
“으이구……. 정민아. 할미가 미안해. 할미가….”
소년의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옆집 문이 열렸다.
“이 시발 새끼가! 제 할머니가 고생하는 걸 모르고!”
참다 참다 옆집에서 뛰쳐나온 중년 남성에게 소년은 그날 죽도록 얻어터졌다.
이것도 울고불고 말리는 할머니 덕에 도중에 멈춘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정말로 죽을 뻔했다.
덕분에 소년은 앓아누울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싫었다.
‘현지…. 여자….’
하지만 혈기왕성한 나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여자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지금 모든 게 막혀 있었다. 답답했다.
몇 날 며칠을 누워 있었을까? 갑자기 방 밖이 시끄러웠다.
“갑자기 왜 이래?”
“그 새끼 어디 있어요? 죽여 버리게.”
옆집에서 들었던 중년이 갑자기 찾아왔다. 할머니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시발, 죽여 버릴 거야. 그런 쓰레기는 살아서 안 돼.”
격앙된 목소리. 소년은 황급히 문을 잠갔다. “정민아! 나오지 마!”
밖에서 다투는 소리가 격해지고, 소년은 무서워서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방문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죽일 거야! 죽인다고! 시발 꼬맹이 새끼. 맨날 음침하게! 여자나 지켜보고, 다들 너 같은 새끼를 싫어해! 시발 놈아!!”
놀랍게도 나무로 된 문 중심이 뚫렸다.
소년은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 충혈된 두 눈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소년은 공포감이 자식을 옥죄는 게 느껴졌다. 구멍으로 손이 튀어나와 문을 열어버렸다.
“하아! 하악! 죽여 버린다. 주…. 죽여. 주, 죽인다!”
말을 더듬으며 몸을 떠는 남자는 딱 봐도 비정상이었다.
소년은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할머니….”
도움을 요청하는 그 순간,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거기에는 피가 묻은 식칼을 들고 바들바들 떠는 할머니가 보였다.
“우, 우리 손주에게 손, 손을 대면 용서 안 해.”
“할머니….”
처음으로 감동을 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곧, 소년은 발목 쪽에 통증을 느꼈다.
“아아악! 나 물었어! 물었다고!”
소년이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 사내를 걷어차자, 그의 할머니는 칼로 여러 차례 등을 난자하기 시작했다.
“아….”
짧은 비명만 남기고, 중년이 죽었다.
소년은 은연중에 들은 말을 떠올렸다.
“하, 할머니…. 나 물, 물리면 정신이 이상해지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진짜지?”
소년은 울면서, 물린 자신의 발을 보고 있었다.
가렵다. 따갑다.
소년은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심장이 요동치면서, 소년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물리면 감염자가 된다고 하던데?]사람들이 쑥덕이던 소리를 들었다. 소년은 울고 있었다.
억울하고 짜증이 났다.
“내가 왜…. 내가 왜…. 여자도 못 사귀어봤는데.”
탱글탱글한 현지가 생각났다. 그 알 가슴과 환한 미소는 당장에 침대에 던지고 뒹굴고 싶었다.
화끈거린다.
하지만 다른 감정도 생겨나고 있었다.
분노.
자기를 괴롭힌 모든 것들에 대한 분노. 머리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소년은 점차 말이 없어지고 분노가 차오르고 있었다.
“아…. 내 다리…. 아파. 짜증 나.”
말이 짧아지면서, 분노가 폭주했다. 여전히 발만 바라보고 있었다.
“감염……. 싫어.”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았다. 시야가 점점 흐릿해진다.
정신을 잃으면 감염자가 된다. 소년은 자신의 물린 발목을 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부엌으로 기어갔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소년은 부엌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시야가 점점 흐릿해진다.
자신의 발목을 향해 칼을 가져다 대었다.
바로 찔렀다.
“크아아악!”
흐릿한 시야가 또렷해졌다. 소년은 몇 번을 찌르고, 발목을 자르기 위해서 비명을 질렀다.
“저, 정민아!”
바깥에서 소년의 할머니가 황급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보았다.
뼈만 남아 덜렁거리는 한쪽 다리를. 피범벅 속에서 웃는 손자를 말이다.
“정민아! 우리 손주! 대체 무슨 일이니?”
할머니가 다가왔지만, 정민은 멍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짜증나……. 퉤!”
침을 내뱉던 손자가 할머니를 후려쳤다. 그런데, 할머니가 몇 m는 날아서 뒤로 가는 게 아닌가.
“……어?”
손주는 머리를 감싸 쥐면서, 그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 자기가 쳤는데, 날아갔다?
“나, 나, 나, 힘세졌나?”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천장과 부딪쳤다.
“……?”
소년은 놀라서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식탁 너머의 싱크대가 잡혔다.
“아?”
소년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짜증나고 화난다. 몸속에서는 당장 화를 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 몸…. 뭐야?”
가느다란 팔을 보았다. 미라처럼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아?”
곧, 전신에 엄청난 통증이 온다. 소년은 격통을 느끼면서,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야 말았다.
깨어난 건 수 시간 후. 소년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옷은 이미 찢어져 있었고, 한층 거대해진 자신이 보였다.
“크다…….”
자신은 물렸다. 그리고 변했다.
“죽이고 싶어. 짜증 나.”
소년은 일어서서 저 멀리 쓰러진 할머니 쪽으로 가보았다. 숨을 쉬지 않는다.
“퉤!”
소년은 침을 뱉었다. 그리고 식탁을 만지다가 내리쳤다.
나무로 된 식탁이 단숨에 부서졌다.
“나, 강, 강해졌나, 나?”
소년은 반쯤 희미해진 의식 속에 자기 옆집에 나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 어젯밤 옆집에서 그이가 싸운 거 같은데….”
“아빠, 어디 갔어?”
여자와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자…….”
가진다. 가져야 한다.
“나, 여자랑…. 퉤! 잘…. 할…. 퉤!”
소년은 희미하게 웃었다.
이미 한층 커진 몸을 수그리고 옆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비명이 옆집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다랑 아파트는 각자 버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철저하게 지킨 건, 아니다.
“바깥에 이상한 정신질환자들이 많다며? 마트 가기는 좀 그런데. 한 달 정도 버티면 되겠지.”
지윤선. 이 20대 중반의 임산부는 옆집 노부부의 말에 살짝 두려움이 들었다.
“여보, 정말 한 달 안에 끝날까?”
“당신도 걱정도 참이다. 정신질환자가 돌아다녀도 우리나라 군대가 얼마나 강한데. 그냥 끝나.”
남편은 임신 5개월 차인 지윤선을 안아주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태어날 아이한테 악영향이라니까? 정 걱정되면 내가 몰래 나가서 마트에 갔다 오지 뭐.”
“조심해. 이상한 사람이 많다니까요.”
지윤선은 그런 남편을 걱정하며 집안에서 한숨을 쉬었다.
아직 사태 초창기.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이들이 많았다.
대부분 집은 한 달 정도는 버틸 식량이 충분했기에 딱히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윤선네는 무려 4개월 치의 식량을 새로 들였다.
다른 것보다도 임신한 아내 때문에 남편으로서는 노파심에 식량을 꽤 많이 구입했단 거다.
사태 초기라서 일단 외출 자제와 대형집회 금지 정도의 규제였다.
드문드문 바깥으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지윤선네를 괴롭혔다.
“출근은 진짜 미치겠네.”
그렇다. 바이러스로 인한 판데믹 상황에서도 출근하는 직장이 있듯이 남편 역시도 출근을 종용받았다.
“아니, 정신질환자 되고 사람 공격한다는데 뭔 출근이야? 다른데 다 쉬는데.”
이미 많은 기업은 자체적으로 재택근무나 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걸 따르지 않는 기업도 당연히 많았다.
당시 정부는 사태를 낙관한 상태였다. 수개월이 지나 보면, 우습기 짝이 없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랬다.
직장들도 마찬가지다. 정신질환자와 계엄령에 주목하지만, 자기들의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 곳이 대부분이다.
지윤선의 남편이 다니는 직장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인천 쪽에 군대가 움직이지만, 서울은 별거 없잖아. 우리가 무슨 대기업인 줄 알아? 정부에서 쉬란다고 쉴 수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