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78
통화로 들리는 상사의 고함에 지윤선의 남편은 한숨을 쉬었다.
“아니, 이미 아파트도 봉쇄하기로 했는데 뭔 출근….”
그는 고민에 빠졌다. 사태가 해결된다면? 직장에서 잘릴 위험이 있다.
“상식적으로 말해서 들을 사람은 아니겠지.”
상사의 불호령에 그는 결국, 불안한 출근길에 나섰다.
“어차피 차량으로 이동하면 뭔 일은 없을 거야. 그냥 담판 짓고 올게. 기다려.”
임신한 아내에게 그는 가볍게 키스를 해주며 그는 그렇게 떠났다.
하지만 남편은 일주일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지윤선은 애가 탔다.
“왜 전화를 안 받아. 자기야. 제발….”
머릿속으로 온갖 불안함이 가득했다. 혼자 남은 공간. 그녀는 배 속의 아기와 함께 남편을 기다릴 뿐이었다.
다시 일주일. 지윤선은 삶의 의욕을 상당수 잃어버린 상태였다.
경찰은 전화는 받아도 찾아주지 않는다. 아니, 오지도 않는다.
“자기야….”
봉쇄된 상황 속에서 이 아파트는 점점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엊그제에는 갑자기 큰 비명과 함께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제발…. 자기야….”
그녀는 희망인 남편을 떠올렸지만 이미 기약이 없다.
그리움 속에 침대에 누워 있을 때였다.
똑똑.
그녀의 지친 몸을 단숨에 일깨울 소리가 들렸다.
“자기야?”
너무나 그립고 바라던 남편의 생환.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것뿐이 없었다.
“자기야!”
지윤선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녀의 정신적인 압박감을 해방해줄 존재가 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남편이 굳이 문을 두드릴 리는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열리는 문.
지윤선의 앞에 보인 건, 남편이 아니었다.
흉물스러운 것을 내놓고 다니는 괴상한 게 눈앞에 존재했다.
긴팔과 다리, 마른 체구. 하지만 흉측한 눈매를 지닌 괴생명체.
“…….누…. 누…. 누구?”
“너…. 보고…. 싶었어.”
“꺄아아악!”
비명과 함께 지윤선은 그대로 우악스러운 손에 잡히고 말았다.
현지는 집안에서만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방학이 이렇게 가다니, 말이 돼?”
그녀는 즐거운 겨울 방학을 날리는 사태에 분노하고 있었다.
“아…. 진짜 봉쇄라니…. 군대는 뭐하나 몰라.”
어린 나이에 그녀는 어서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애들이랑 놀아야 하는데. 미치겠어. 너무, 심심해.”
현대 사회에는 컴퓨터라는 훌륭한 시간을 날리는 게 있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10일이 넘어가자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뉴스도 없고, 연예 기사는 실종된 상태였다.
볼 것도 없다.
“난, 게임 별로 안 좋아하는데.”
현지는 할 수 없이 자기가 예전에 하던 게임을 켰다.
물론, 이것도 하루도 못 가서 금세 끝나버렸지만 말이다.
“심심해!”
현지는 칭얼거리며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부모님이 TV만 보고 있었다.
“엄마, 아빠. 뭐 놀 것도 없어요?”
“얘는 이 시국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사태가 더 커질 거 같다는 데.”
“네에? 겨울방학이 이렇게 날아가는 게 말이나 돼요?”
“겨울방학이 뭔 상관이야. 너네 2월 개학도 대신 없잖아.”
엄마의 타박에 현지는 손뼉을 쳤다.
“아, 그것도 그러네.”
현지는 뭐가 좋은지 싱글거리며 기뻐했다.
“근데, 애들이랑 만나고 싶은데….”
“안 된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반대했다.
“지금은 그냥 안에만 있어. 바이러스가 퍼지기라도 하면 어쩌겠어?”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친구들은요?”
“안 돼.”
아버지는 완고한 모습을 보였다. 현지는 볼을 뾰로통하게 만들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흥. 알게 뭐야. 몰래 만나면 되지.”
현지는 휴대폰으로 자기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현지-애들아, 심심하지 않아? 지금 밖에도 못 나가잖아.
중건-바이러스인지 뭔지 그거 아이들은 안 걸린다고 하던데?
소연-그거 어디서 들었어?
중건-인터넷에서
소연-가짜뉴스네
중건-몰라. 지금 별 이야기가 다 드는데
현지-아니, 니들 그러게 겁이 많았어? 학교도 잘 빠지면서.
민석- 학교랑은 다르잖아. 근데 밖에 나갔다가 바이러스 걸리면 어떻게 해?
아이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현지는 짜증을 냈다.
현지-진짜 지루하단 말이야. 놀고 싶은데 부모님은 나가 놀라고 하지 않고.
중건-근데 민석이 이놈은 왜 단톡에 없어?
소연-그러게? 제일 갑갑해 할 텐데?
민석-야…….
그때 민석의 카톡이 돌았다.
민석-ㅁ나아자
중건-뭐라고 쓴 거야?
현지-만나자 아니야? 민석이가 급했나보구나.
민석-새벼ㄱ 1시이
소연-왜 그리 오타가 많아? 좀 이상한데?
현지-소연이 너는 무슨 소리야? 민석이가 급하게 쓰는 버릇이잖아. 그냥 만나자는 건데
민석-야! 거좀 급하게 쓴 건데 너무하네.
현지-것 봐!
소연-그러면 새벽 1시에 콜?
민석-야! ㄷㅗㅁ
“야 뭐?”
현지는 카톡을 보다가 민석의 카톡이 갑자기 끊긴 걸 깨달았다.
하지만 얼마 후 카톡은 다시 왔다.
민석-미난 오타가 나나다
현지- 미안 오타가 난다? 누가 카톡 쓰라고 보채?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아무튼, 새벽 1시에 결의한다는 건 이미 결정되었다.
‘아, 드디어 놀아보네. 오히려 이게 더 좋잖아.’
부모님 몰래 아이들끼리 모여서 스릴을 즐긴다.
초등학생 시절, 밤늦게까지 놀다가 혼난 기억을 떠올렸다.
말 그대로 어릴 때 부릴 수 있는 호기.
현지는 그 기분을 기다리며, 밤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을 가졌다.
‘민석이 카톡이 원래 그랬나? 오타도 장문일 경우에만 그러던데.’
현지는 의아했지만, 새벽 1시를 위해 기다릴 뿐이었다.
민석은 부러진 손을 보며 울고 있었다.
“그만…. 제발…. 죄송해요. 제발….”
카톡이 끝난 휴대폰은 바닥에 내팽겨져 있었다.
엉망이 된 집안 수그린 몸의 원숭이 좀비는 민석을 보며 분노하고 있었다.
“어…. 어디…. 어디서…. 수작…. 하라는……. 대로……. 하란 말이야. 퉷!”
침을 바닥에 뱉은 그는 부모님의 시체를 발로 차버렸다.
민석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원숭이 좀비는 민석을 보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나, 나, 날 무시했지? 무시했잖아.”
“아니에요. 현지 앞이라서…. 죄송합니다.”
민석은 눈물 콧물을 짜며 용서를 빌었다. 강해진 원숭이 좀비는 그 모습에 희열감을 느끼고 있었다.
“살려주겠다고 했잖아요. 하란 대로만 하면!
“그…. 근…. 데…. 무…. 슨 약속을 했더라? 퉷!”
순간, 이곳의 분위기는 더없이 차가워졌다.
“그런…. 어째서….”
“퉷!”
곧,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원숭이 좀비는 그대로 바깥으로 향했다.
“민석이는 언제 오는 거야?”
현지는 추운 밤 친구들과 아파트 공원 쪽으로 모였다.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하고 접근금지 띠까지 처진 곳이다.
하지만 이 무모한 청소년들은 그걸 무시하고 들어왔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을 곧장 이야기바다로 빠져들었다.
못했던 이야기, 바이러스, 연예인, 도하연이 제주도에서 탈출한 소식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하연 걔 좀 재수 없어. 우리 시현 오빠가 좋아한대. 웃겨.”
“하여간 아이돌에 푹 빠져서는….”
말 그대로 사소한 이야기에도 이 아이들은 서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었다.
하지만 현지는 누군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민석이는 대체 어디 간 거야?”
“현지, 너 민석이 좋아해?”
소연이 흘겨보듯 대답했다. 현지는 얼굴이 붉어졌다.
“좋아하다니? 걔가 날 좋아하는 거지.”
“어이구….”
소연이 고개를 흔드는 때였다.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즐겁던 분위기가 단숨에 끊어졌다.
모두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뭐야?”
오한이 드는 분위기. 어둠 속에서 아이들은 길가에 박힌 조명 길에 의지해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3m는 돼 보이는 거대한 몸. 하지만 말랐다.
“귀신?”
사람이 아니다. 모두가 그렇게 판단할 때였다. 그것이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거대한 것이 뛰고 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것에 경악했다.
“뛰, 뛰…….”
말하기도전에 현지는 몸을 돌렸다. 하지만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도망쳐! 내가 막아볼게!”
그때, 중건이 앞으로 나섰다. 현지와 소연은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이 괴물 새끼야!”
중건이 달려들고 현지와 소연이 비틀거리며 도망치려는 때였다.
“커억!”
중건의 비명이 들리고 불쾌한 소리가 났다. 현지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기 앞에 목이 돌아간 중건이 보였다.
“중건아!”
충격적인 장면에 소녀의 다리는 그대로 힘이 풀려버렸다.
소연도 가다가 넘어지고 이들은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원망할 때 그것은 다가왔다.
“혀, 현지야. 내가 왔어.”
“?”
마치 자기를 아는 듯 한 말투. 현지가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퉷!”
익숙한 소리가 낮, 현지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
“혀, 현지야…. 좋…. 좋아…. 해.”
압도적인 공포 속에 현지와 소연은 그대로 원숭이 좀비에게 붙잡혔다.
“이…. 이제…. 간다. 조, 심…. 떨어질…. 거야.”
“꺄아아악!”
잡힌 두 여자를 어깨에 들춰 메고 원숭이 좀비는 움직였다.
그리고 이날, 이 아파트 단지 내의 사람들은 원숭이 좀비의 존재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모두가 충격 속에 빠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꺄아아악!”
“우아아악~!”
사방에서 비명이 터지고 있었다. 어두운 새벽 밤을 관통하는 비명은 곳 다른 곳으로 전염되었고, 모두들 창문에 달라붙었다.
“아아악!”
어떤 이는 머리를 부여잡고, 어떤 이는 졸도했다.
그들의 눈앞에서 팔척귀신과 같은 긴 몸체가 난간을 잡고 움직이고 있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엄마! 살려줘요!”
잡혀가는 현지가 비명을 지르고, 그녀의 부모가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현지야!”
“아빠!”
애처롭게 불러보지만, 난간을 타고 올라가는 아이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
비명은 점점 작아지고, 곧, 이곳에 고요가 찾아왔다.
바이러스로 만나지도 않던 아파트 단지 내 사람들이 뭉쳤다.
이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인 반전의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표정이었다.
“내 딸이…! 내 딸이……!”
현지의 부모는 사람들 앞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자식을 잃은, 아니 눈앞에서 납치당한 현실에 버틸 수가 없었다.
오열하는 소리만 가득한 시점, 누군가가 가장 중요한 의제를 말했다.
“그거…. 대체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