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80
“야!”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숨어있는 감염자들을 유도했다.
“기……!”
“그…!”
감염자들이 하나둘 내려오기 시작한다.
동현은 의자를 든 채, 다가오는 감염자들에게 휘둘렀다.
“어차피 저놈들은 사정거리 안에서 덤비지 그 외에는 그냥 바보들이야.”
그들이 쌓은 여러 기물의 방어벽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었다.
동현이 의자를 힘차게 휘두르자,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동현이 3마리를 순식간에 처리할 때, 성민우는 간신히 하나를 처리했다.
“어떻게 그렇게 잘 때려잡아요?”
성민우는 부러워하는 시선을 보냈다. 동현은 피식 웃었다.
“때려잡는 걸 많이 해서.”
이들은 1층을 정리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처리 자체는 쉬웠다. 동현의 압도적인 무력으로 한 마리씩 나오는 감염자는 쉽게 처리했으니까.
문제는 약을 구할 때였다.
“뭐가 뭐야?”
약에 관한한 일자무식인 두 사람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동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냥 있는 데로 가져갈까?”
이들은 그냥 약이란 약은 모조리 쓸기로 했다. 그냥 가방 안에 넣을 수 있는 건, 다 넣었다.
가방이 한창 빵빵해지고 있을 때, 그의 휴대폰이 진동을 했다.
“어, 태희야. 왜? 지금 약을 담고 있는데….”
그리고 전화를 받는 동현의 표정이 달라졌다.
“지금 뭐라고?”
“왜요?”
성민우가 고개를 돌리자, 동현이 뛰었다.
“지금 돌아가야 해! 이상한 감염자 놈이 나타났대!”
“네에?”
이들은 다급히 차량으로 뛰었다.
설동은 주하나와 태희를 일단, 방 안으로 피신시켰다.
“대기 하고 있어요!”
설동은 창문으로 놈이 이동하는 곳을 유심히 보았다.
옛날식 아파트라서 긴 팔과 다리로 난간을 잡고 1층씩 여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꺽정이라도 있었으면 편한데.’
설동은 옛 동료가 생각났다. 필시 꺽정이라면 저 괴물보다 훨씬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10층?’
설동의 눈에서 반대편 단지로 이동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끝인 10층으로 가는 것도 말이다.
‘저기가 본거지구나.’
설동은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무기들을 점검했다.
이제는 정말 회생 불가능한 이가 빠진 도끼, 식칼, 몽둥이가 다였다.
‘그나마 일반 감염자는 이 도끼로도 가능한데.’
억지로 머리를 쪼개는 수준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저 괴상한 좀비.
이가 빠진 도끼로는 처리가 힘들다. 심지어 총도 그 두 사람이 가져갔다.
‘하필 이 타이밍에….’
하필 중요한 무기가 없을 때,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설동은 혹시라도 도하연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몸이 자연스레 창문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일단 상태를 보려고 하는 그때, 놈이 다시 나타났다.
‘온다!’
원숭이처럼 옆쪽으로 점프해 자유자재로 이쪽 아파트로 온다.
놈도 알고 있는 거다. 자신들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난간을 거꾸로 타며 내려오는 흉측한 좀비. 설동과 원숭이 좀비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서로 간의 적의를 확인했다.
내려오는 적의와 올라오는 적의. 그것이 충돌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숭이 좀비의 긴 팔이 설동의 앞에 있는 난간을 붙잡는 순간, 설동의 도끼가 움직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원숭이 좀비의 비명이 들렸다.
“아파아아아!”
하지만 파인 부위는 경미하다. 하지만 여기서 설동은 하나 깨달았다.
‘신체 방어력은 그때 본 덩치 큰 놈보다 약해.’
그가 맨 처음 만난 변이 좀비의 방어력을 생각하면 이건 확실히 약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보다 흉측한 면상이 설동 앞에 나타났다.
“아프잖아!”
어느새 긴 팔이 그를 날려버렸다.
‘힘은 진짜 세네.’
설동은 몸 전체가 울렁이는 느낌을 받았다. 힘 하나는 확실히 엄청나게 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제 저 큰 몸이 수그릴 정도로 거실에 들어왔다.
“너…. 죽어…. 히……. 퉷!”
더럽게 방바닥에 침을 닦는다. 설동은 피식 웃었다.
“우리가 청소하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설동은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았다. 상대는 마치 원숭이처럼 팔을 휘두르며 덤벼든다.
‘머릿속에 입력해라. 저렇게 팔이 길면….’
복싱 경기가 생각났다. 리치가 긴 상대를 파고들며 공략하는 복서를 말이다.
설동이 스텝을 밟았다.
상대의 손을 보는 순간, 미친 듯이 앞으로 스텝을 밟았다.
허리를 숙이는 순간, 상대의 팔 바깥쪽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대신 흉물스러운 것이 보였다.
‘저것도 통하나?’
순전한 호기심이 그대로 설동의 다리를 들어 올리게 했다.
거친 타격음이 들리고 원숭이 좀비가 갑자기 자지러지게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악!”
“통하네.”
의외로 상대가 고통스러워한다. 단지, 둔탁한 느낌이 강할 뿐.
‘근데 저놈 감염자 아닌가? 그 기능이 살아있어?’
기묘하지만 상대가 고통스러워한다. 설동의 이가 빠진 도끼가 이번에는 상대의 머리를 노렸다.
하지만 머리를 가격하는 순간, 도끼는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
“칫!”
“아프잖아!”
그리고 상대는 미친 듯이 손을 휘둘렀다. 설동은 헤비급 복서한테 한 대 맞는 충격을 받으며 또다시 날아갔다.
“요…. 용서 못 해…. 용서 못 해….”
원숭이 좀비는 극도로 분노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다만, 그 큰 키로 인해 움직임은 한정적이었다.
설동이 단순하게 굴러서 회피하는데도 벽에 부딪히면서 시간을 끌렸다.
“죽인….”
설동은 재빨리 식칼을 잡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괴물의 하복부에 시선을 보냈다.
‘저기를 공격하면….’
엄청난 타격이 될 거라는 건, 아까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다.
원숭이 좀비가 재차 설동에게 달려든다.
“너…. 너….”
설동은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이고 돌진했다.
저 긴 팔과 긴 다리는 이 좁은 공간에서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
팔을 휘두르려 하는 순간에도 벽에 걸리는 게 아닌가.
설동은 그걸 노리고 식칼을 상대의 그곳에 휘둘렀다.
하지만 그때, 설동이 예상하지 못한 발차기가 나왔다.
“커억!”
칼날은 스쳐 지나가고 설동은 베란다까지 한 방에 날아갔다.
뼈가 부러진 듯 한 충격. 설동은 신음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갈비뼈가 나갔나?’
회복이야 되겠지만, 그전에 분노한 놈이 달려들고 있었다.
설동은 달려드는 원숭이 좀비를 보다가 한 가지 묘책을 떠올렸다.
이래저래 흥분한 상대를 향해 기다리다가 그는 반사적으로 옆으로 피했다.
그 긴 팔과 다리로 무게중심이 쏠린 감염자가 순식간에 베란다에 걸쳐졌다.
“꺼져!”
설동이 두 다리를 잡고 강제로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넘어가는 원숭이 좀비. 그러나 두 손이 베란다를 잡고 넘어가지 않았다.
“개자식이!”
설동은 버티는 손가락을 주먹으로 공격했지만, 상대는 끈질기게 버텼다.
아니, 오히려 한 손을 뻗어 설동의 목을 잡았다.
“미친!”
강대한 힘에 설동은 순식간에 공중에 떴다. 그의 두 손이 좀비의 팔목을 잡지 않았더라면 진작 떨어졌을 수준으로 말이다.
그렇게 두 개체가 베란다에서 대롱대롱하다가 일순간 떨어졌다.
“크윽!”
설동은 전신에 받은 충격으로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너…. 아파…. 죽인다….”
하지만 인간보다 강한 육체를 지닌 원숭이 좀비는 분노하며 자리에 일어섰다.
설동이 일어나려 했지만, 이미 원숭이 좀비가 여유롭게 그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기 시작했다.
“죽…. 어! 죽……. 어!”
엄청난 힘에 설동은 한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의식이 조금씩 멀리 갈 때쯤이었다.
갑자기 귓가에 총성이 울렸다.
“끼에에엑!”
동시에 원숭이 좀비가 놀라서 뛰는 소리가 느껴졌다.
“커억! 컥! 크헉!”
설동은 켁켁거리며 숨을 고르고 앞으로 보았다.
뿌옇던 시야에 두 사람이 다급히 달려오는 게 보였다.
“구사일생이네.”
동현과 성민우. 두 사람이 다급히 달려왔다. 감염자를 몰고 말이다.
“…….총의 부작용은 크다니까? 몸이 진짜….”
아픈 몸을 이끌고 설동은 다급히 난간으로 뛰었다.
도하연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주변에 있는 20여 명의 여성들의 시선이 쏟아진다.
“도하연 씨죠?”
초췌한 얼굴의 한 여성이 말을 걸었다. 도하연은 그 여성을 유심히 보았다. 배가 산만하게 나온 임산부.
그러자, 주위 여자들이 술렁거렸다.
“연예인 도하연?”
“진짜네? 이곳에 어떻게 온 거지?”
하지만 곧, 음울한 분위기로 다시 바뀌었다.
“당신도 이제까지 살았는데 잡혔군요.”
“일행은요? 일행들도 협박당할 거예요.”
도하연은 무슨 분위기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사람이 많은데….’
변종에 가까운 감염자지만, 지금 그들은 자유였다. 얼마든지 도망쳐도 된다.
“모두 잡혀 있는 거예요?”
“허튼 생각 말아요.”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한 여성이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우리가 도망치는 것보다 그 괴물이 우리를 먼저 추적할 거예요. 게다가 가족이 인질이라고요. 상황파악이 안 되는가 본데. 헛짓하지 마요. 우리 모두의 문제가 걸렸어요.”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도하연은 조심스럽게 이곳의 기간을 물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죠?”
“알아서 뭐하게요? 몇 개월 됐어요.”
퉁명스러운 대답. 도하연은 이들이 ‘길들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몇 개월 동안 핍박받고 반항적인 걸 제압했겠지. 공포에 길들여진 거야.’
흔한 상황이다. 도망칠 수 있어도 도망치지 못하게 정신적 압박을 가하고 당하는 사람은 거기에 휘말려 정신적으로 굴복하게 되는 거다.
도하연은 베란다로 향했다.
거기에 상대가 자기가 있던 곳으로 가는 게 보였다.
그때, 임산부가 다가왔다.
“인질을 잡으러 가는 거예요. 당신이 도망치면 안 되니까. 동료를요.”
“10층에서 내려가는 수단은 있나요?”
“아뇨. 괴물이 양쪽 입구를 막았어요.”
“어떤 걸로요?”
도하연이 흥미를 보이자, 금발 염색한 소녀가 일어섰다.
“아까부터 뭐하는 거야? 지금, 도망치고 싶어? 눈앞에서 다리 하나가 뜯겨야 정신 차리지!”
소녀는 울부짖었다.
“내 친구 소연이는 도망치다가 다리를 뽑혔어. 치료도 못 받고 패혈증에 시달리다가 죽었다고! 허튼수작하지 마!”
“우리 동료가 구하러 올 거예요. 하지만 무작정 인질이 될 수는 없잖아요. 한 번 알아보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