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81
“허…. 웃기네!”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하지만 도하연은 침착했다.
‘설동이라면 무조건 와.’
죽지 않는 불사신. 그리고 든든한 동료들도 있다.
그녀는 거기다가 그동안 쌓은 경험으로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도하연은 바로 바깥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향하는 입구는 조잡하게 기물들로 막혀 있었다.
‘하려면 할 수 있어.’
탈출하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도하연은 자기 뒤에서 살기를 느꼈다.
“지금 뭐하려고 하는 거야? 멋대로 왜 나가!”
잡힌 여성들의 대부분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바깥을 나간다는 거 자체가 돌발행동이자, 위협 행동.
그들은 도하연을 압박했다.
“잡혀 와서 정신 못 차렸나 본데요. 가만히 있으라고요!”
“우리가 다 위험해져요!”
“제 동료들이 올 거예요. 최소한 짐이 안 되게 미리 작전이라도 세우면….”
“미쳤어요? 저 괴물을 누가 잡냐고요!”
금발은 특히 분노해서 소리쳤다.
“내 친구들도 다 죽고! 저 괴물 때문에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는데……!”
원숭이 좀비의 압박에 이곳 모두가 통제당하고 있었다.
도하연 혼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하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모두의 귀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총?”
“제 일행이 총을 가지고 있거든요.”
도하연이 미소를 지었다. 그 어떤 때보다 환하게 말이다.
총성. 이거 하나가 주는 임팩트는 컸다. 경찰과 군대가 없어진 이곳에서 총성은 모두의 귀추를 주목하게 했다.
도하연은 그걸로 병원에 간 두 사람이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면 갔던 괴물은 어떻게 된 거지?’
도하연은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베란다로 나갔다.
그러자 감염자들 떼와 함께 성민우와 동현이 뛰는 게 보였다.
‘설동이도….’
베란다에 매달려 올라가는 설동이 보이자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문제의 괴물은 일단 도망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로 놀란 듯했다.
‘총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한가.’
도하연은 그렇게 보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저 괴물은 갑자기 나타난 건가요? 아니면 누군가가 변한 건가요?”
도하연의 이 질문에 지윤선이 힘겹게 다가왔다.
“우리 단지에 이상한 애가 있었어요. 맨날 동물들 괴롭히고 침을 뱉고 그러는 애죠.”
“정민이에요.”
현지는 부들거리면서 답했다.
“중학교 때 같은 학교인데, 이상한 애였어요. 음침하고 재수 없고….”
도하연은 중학생의 나이라는 걸 머리에 새겼다.
현지는 그러거나 말거나 울분을 터트렸다.
“갑자기 내 친구들을 다 죽이고…. 여기에 사람들 모, 못된 짓이나 하고….”
도하연은 그런 소녀의 손을 잡았다.
“걱정하지 마. 이제 괜찮을 거야.”
“…….”
“내 동료들은 반드시 와줄 거야. 하지만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돼. 할 거면 같이 하는 거야.”
도하연은 자신을 향해 시선이 집중된 걸 깨달았다.
그녀는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괴물이 올라오는 거였다.
“모두 평소처럼 해요. 저 괴물이 없어질 때까지는….”
지윤선은 불안한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저 괴물은 여기에 오면….”
“제가 이야기할게요.”
“네?”
놀란 지윤선을 뒤로 하고 도하연은 베란다로 갔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저 괴물이 올라오면 도하연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두 알기 때문이었다.
“퉷!”
드디어 ‘그 소리’가 귀에 들리고 괴물의 길쭉한 팔이 들어왔다.
그리고 원숭이 좀비는 도하연을 보고 소리쳤다.
“일어…났다. 일어났어. 헤헤헤.”
자연스럽게 도하연을 끌고 가려는 듯 손으로 어깨를 감싼다.
도하연은 자연스럽게 살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이름이 정민이니?”
“…….”
원숭이 좀비는 그 소리에 잠시 행동을 멈췄다.
“나…정민이…. 맞아. 내 이름…. 불러줬어….”
상대가 문어 같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도하연은 거기서 대강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이 아이는 대강 어떤지 알겠어.’
음침하고 재수 없고, 대인관계가 어색한 타입. 중학생이었던 그 심리 그대로 큰 괴물이다.
‘이걸 이용해야 해.’
도하연은 이 괴물에게 웃어 보였다. 원숭이 좀비는 크게 놀라 했다.
“웃었…. 우서…. 예쁘다….”
해실거리며 좋아하는 원숭이 좀비였다. 그에게도 도하연 같은 아름다운 연예인이 살갑게 다가와 주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칭찬 고마워. 넌 참 크네?”
“나…. 강해졌어…. 커! 무지!”
으쓱거리며 우스꽝스럽게 대응한다. 도하연은 자신이 해야 할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시간을 끌어야 해.’
버티면 동료들이 구하러 온다. 그리고 이 괴물을 도망칠 수 있게 떼어놔야 한다.
“고마워. 날 구해줘서.”
도하연은 전형적인 연기 톤을 구사했다. 그 말에 원숭이 좀비는 의아해했다.
“구해?”
“그 사람들…. 난폭하고 아픈 날 내버려뒀거든. 고마워.”
다시 활짝 웃는 도하연에게 원숭이 좀비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 이곳으로 올 거야.”
“내가…. 내가…. 처리할 거야! 총…. 안 무서워…. 숨어서…. 공격하면 돼…!”
고릴라처럼 자신이 가슴을 두들기는 게 퍽 우스꽝스럽다.
“진짜? 부탁해.”
도하연은 아예 상대의 손을 붙잡았다. 원숭이 좀비의 얼굴이 뜨겁게 타올랐다.
“내가…. 처리하고 올게. 나…. 이길 수 있어.”
상대는 기분에 취해 확언할 수 없는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도하연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이 괴물은 도하연을 취하기보다 쳐들어올 상대를 요격하기 위해 다시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도하연은 반갑게 손까지 흔들어주며 괴물을 다시 보내버렸다.
그리고 고요해진 안. 도하연 잡혀 온 여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면 우리도 도와주러 올 사람들에게 피해는 끼치지 말죠. 여기서 탈출하죠.”
그녀의 말에 이곳에 모인 여자들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뭐라고? 그런 미친놈이 있어?”
동현은 격분했다.
“우리 하연이를 그 새끼가 납치해갔다고? 어디야?”
태희는 그런 동현을 말렸다.
“상대는 너무 위험해. 이 아파트 단지를 자유자재로 이동하고 다녀.”
“일반적으로 싸우면 우리가 불리하단 건가?”
동현은 화를 참았다. 제주도부터 함께 온 도하연이다.
“그래, 침착하게 가야지.”
이들은 목적은 그렇다면, 옆 아파트 10층이었다.
설동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가 직접 상대해본 괴물을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
“저 녀석이 베란다로 도망치면 답이 없어요.”
본인이 한꺽정도 아니고 베란다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상대에게 인간의 몸으로 덤벼드는 건 무리였다.
필연적으로 안에서 싸워야 했다.
태희는 한숨을 쉬었다.
“그놈이 쉽게 싸워줄까요? 총을 보고 도망갔잖아요. 쉽게 안 덤빌 텐데…….”
그때, 주하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어? 도하연 씨?”
주하나가 반갑게 웃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설동은 놀라서 다가갔다.
“도하연이야? 지금….”
“쉿.”
주하나는 무언가를 유심히 들으려는 듯 입에 손을 댔다.
“네? 지금 그 괴물이 간다고요? 탈출준비를….”
주하나가 말을 끝내기도 전, 갑자기 베란다 난간을 울리는 소음이 들렸다.
동현과 성민우가 총을 들고 베란다를 조준했다.
“우리 하연이가 계획 하나는 잘 짜네. 이렇게 바로 오게 하고.”
긴장된 시간이 흘렀다. 소리는 코앞에서 멈췄다.
베란다는 상대의 영역. 이들은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그리고 위층에서 무언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다시 베란다로 소리가 나는 그 순간 무언가가 떨어졌다.
성민우가 놀라 총을 발사한다. 하지만 떨어진 건, 그냥 의자였을 뿐이다.
그리고 큰 손이 책상을 이쪽으로 던졌다.
“엎드려!”
동현이 앞으로 나아가 책상을 막아내었다.
“커억!”
그 충격에 동현이 비틀거리는 사이 원숭이 좀비가 침입했다.
“내가…….”
하지만 기다리는 건, 설동이 던진 프라이팬.
얼굴에 맞고 분노하는 찰나였다. 성민우가 어느새 총을 발사했다.
“끼에에엑!”
원숭이 좀비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마구잡이로 손을 날렸다.
기물들이 날아다니고 이들은 엎드린 채 그 폭풍이 지나가기를 바랐다.
설동은 상대가 도망치는 게 보였다.
“도망간다!”
성민우가 다급히 베란다로 향하는 순간, 설동은 무언가 이상하단 걸 깨달았다.
‘소리가 안 들려.’
저 덩치로 낡은 아파트 난간을 붙잡고 다니니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민우 씨. 멈춰요!”
설동이 다급히 말리려는 찰나, 거대한 손이 베란다에서 다시 튀어나왔다.
“우왁!”
성민우가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
‘영악한 놈!’
상대는 도망치는 척하다가 베란다에서 노리려는 거다.
상대의 영역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동현은 옆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진짜 힘이 세네.”
이 곰 같은 사내는 충격을 회복하고 다시 총을 잡았다.
“저 새끼. 장난치려고? 어림도 없지.”
동현은 별안간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동현은 베테랑이다.
소리를 일부러 낸 다음, 고개를 숙였다.
슬라이딩하듯 바닥에 미끄러진 그의 총구가 하늘을 향했다.
위협적인 손이 지나가고, 무방비한 상대가 보인다.
“내가 마! 특전사야!”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덤벼든 동현의 노림수는 완벽하게 통했다.
총성이 울리고 괴물의 뺨을 관통했다.
“키에에엑!”
그 큰 몸이 움직이고, 동현은 두 발을 더 쏘았다.
어깨와 허벅지에 맞은 몸은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여 도망쳤다.
“총알 아깝네.”
동현은 혀를 찼다. 이이상 거리는 그도 잘 맞추지 못한다.
괴물이 무차별적으로 도망치고, 동현은 안으로 들어왔다.
엉망이 된 집안을 피해서 이들은 일단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어린 희연은 방 안에서 덜덜 떤 채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