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82
“언니.”
“걱정 마. 이제 괜찮아질 거야.”
하나가 희연을 안아주는 사이, 전화가 다시 왔다.
“도하연 씨. 잡지를 못했어요. 도망가 버렸어요. 네?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이제 이쪽으로 와달라고요?”
도하연의 계획에 이해는 못 해도 이들은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원숭이 좀비에게 도하연은 천사였다. 모두가 자기를 혐오하고 괴롭히는 가운데 반갑게 맞아주었으니까.
“내…. 신부…. 내 신부…. 아파…. 치료를….”
행복한 미래만을 떠올리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가 10층에 도착하는 순간,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자신의 아지트.
원숭이 좀비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어디…. 다들….”
지금까지 가족을 인질로 잡았기에 감히 탈출하지 못한 게 대부분이다.
원숭이 좀비는 그런 게 깨졌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어…. 어…. 떻게 다?”
공포에 눌려 도망치지 못하는 이들이 도망갔다. 그 원인은 하나.
원숭이 좀비의 두 눈에 저 멀리 입구에서 도하연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내…. 신부? 신부?”
“바보도 아니고 누가 너 같은 거랑 친해지고 싶어 하는데? 역겨운 괴물.”
연기자 도하연이 진심으로 혐오의 감정을 배출하고 있었다.
“내…. 천사…. 천사….”
“그런 건, 없어. 괴물.”
도하연의 냉랭한 표정 앞에 원숭이 좀비는 충격을 받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광분했다.
“죽…. 여! 죽일…. 거야! 죽일 거야!”
그 큰 몸이 움직이자, 도하연이 뛰었다. 괴물도 다쳤지만, 그녀 역시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
도하연은 괴물이 막아놓은 기물을 보았다.
이미 다른 여자들이 탈출하면서, 만든 구멍으로 몸을 날렸다.
괴물? 절대로 빠르게 통과하지 못한다.
“우아아악!”
괴물의 괴성이 들리고 기물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도하연은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탈출해야 했을 지윤선이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아….”
“배가…. 배가….”
하필 이 순간, 지윤선은 산통이 오고 있었다. 도하연의 머리가 순간 패닉에 빠질 정도로 말이다.
“아….”
위층에서는 괴물의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도하연은 여기서 최선의 판단을 했다.
“여기에 있다!”
그녀는 바로 계단을 올라가며 괴물이 자기 쪽으로 다가오게 했다.
“죽인…. 다! 개…. 년!”
할 수 없이 반대편 복도를 향해 달린 도하연이었다. 다행히 원숭이 좀비는 오로지 도하연만 바라보고 따라왔다.
도하연은 아래층으로 내려갈까 생각 중에 주머니의 휴대폰이 울리는 걸, 보았다.
“주하나 씨? 어디에요?”
“계단에 올라가고 있어요!”
“지금 7층 계단에 임산부가 있거든요? 부탁해요. 태희 언니한테 말해서 아이를 낳을 준비하게 하세요.”
“네에?”
놀란 주하나의 목소리에 이어 설동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넌 어디야?”
“8층!”
“그래? 미안한데 10층까지 다시 올라갈 수 있어?”
도하연은 그 말에 잠시 망설였다.
위험하지만, 설동의 부탁이다.
“알았어. 빨리 와!”
그녀는 다시금 8층에서 9층으로 올라갔다.
저 괴물은 보기보다 민첩하다. 분명히 자기보다는 느리지만, 그렇다고 뒤처질 정도는 아닌 스피드.
도하연이 9층을 지나 10층으로 가자, 마찬가지로 사람 하나 지나갈 만큼, 공간이 보였다.
도하연은 그 구멍에 몸을 던졌고, 다시 10층으로 향했다.
“우오오오!”
원숭이 좀비의 포효가 들리고, 도하연은 다시 반대편으로 도망치려 할 때였다.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바로 책상.
도하연은 등짝에 맞고 그대로 엎어졌다.
엄청난 충격이 전신을 감돌며 통증을 주었다.
“아……. 윽!”
고통을 참는 사이, 쿵쿵거리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허억…. 허억….”
몸에서 열이 끓는 듯 한 고통에 도하연이 억지로 상체를 일으켰다.
“가만히…. 안 두겠어…. 너….”
분노한 원숭이 좀비의 목소리가 가까워질 때였다.
“하연아!”
그녀의 앞에서 천군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하연은 기쁜 마음에 그 이름을 불렀다.
“설동아….”
힘겨운 얼굴을 들자, 거기에는 그토록 바라던 사내가 당당히 서 있었다.
4. 다른 곳에서 모이다
다랑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힘들게 보내던 사람들은 무언가 일어나고 있단 사실을 직감했다.
“총성이 여러 차례 들리고 있는데?”
“대체 뭐야? 군대가 온 거야?”
이들은 웅성거렸다. 동시에 한 줄기 희망이 생겨나고 있었다.
“지금, 괴물의 비명 들려? 싸우고 있나 봐?”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부정적인 사람도 당연히 존재했다.
“웃기지 마! 그 괴물이 쉽게 죽을 리가 없잖아. 그놈이 우리를 농락하는 거야!”
“맞아. 그 괴물 놈. 교활한 놈이라고! 또 어떻게 당할지 몰라!”
그 소리가 들리자, 이전에 공포가 되살아난 사람들은 다급히 소리를 줄였다.
그저 대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상황을 바꾼 건, 바로 그리운 가족들의 등장이었다.
“아빠!”
“여보!”
그들의 부인, 딸, 또는 누나, 동생. 잡혀갔던 여자들이 문을 두들기자 이들은 경악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이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이들을 맞이했다.
삽시간에 이산가족 상봉의 현장이 된 이곳은 기쁨의 재회가 가득했다.
“아니, 괴물은 어떻게 된 거야?”
누군가 묻자, 탈출한 여자들은 하나같이 답했다.
“여기에 온 한 무리가 지금, 괴물과 싸우고 있어요.”
“싸워? 그 괴물이랑?”
“네. 혹시 몰라서 방범용 무기들 위치도 가르쳐주고 왔어요.”
이들은 명백히 기뻐하고 있었다.
그 괴물이 자기들을 농락하려고 보낸 게 아니라 정말로 말이다.
“다른 쪽에서는 총으로 감염자들을 몰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곳으로 올 수 있었어요.”
사람들의 얼굴에 다시 서광이 비쳤다. 괴물 아래에 힘들게 살던 수개월. 이제 벗어날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누군가가 말했다.
“근데, 그놈이 도망치면? 쫓아갈 수도 없잖아.”
“만약 지면….”
그렇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해야 한다.
이들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과연 그 괴물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은 조금씩 바깥으로 움직였다.
동현과 태희가 임산부를 찾고, 성민우와 주하나가 아지트 근처에서 감염자들을 상대한다.
이들은 인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했다.
그리고 설동은 새로운 무기들과 함께 나섰다.
그의 손에는 전에 쓰던 도끼보다는 작지만, 아주 이가 멀쩡한 도끼가 있었다.
총은 없지만, 설동은 저걸 잡기 위한 대책을 준비한 상태였다.
“내려가.”
설동은 도하연을 보자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도하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시선을 교환하고 웃었다.
그 모습에 원숭이 좀비의 표정이 달라진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개…. 자식…! 너…. 기억…. 했….”
“아가리 닥쳐. 넌, 오늘 죽일 거니까.”
도끼가 허공을 가르고 있다. 원숭이 좀비는 그걸 비웃으며, 달려들었다.
“뽀, 뽀, 뽑는다! 너….”
설동은 민첩하게 다시 파고들려다가 멈췄다.
저번처럼 자신을 향해 발차기를 날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사정거리 바깥에서 그는 별안간 품에서 스프레이를 꺼냈다.
살충제.
이걸 건네준 여성은 뿌리라고 한 거겠지만, 사정거리가 짧다.
“놀래는 건 가능하지.”
그리고 설동은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분사되는 가스에 불이 붙는 순간, 불꽃이 방사되었다.
“키에에엑!”
원숭이 좀비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죽일 거야! 죽…. 인다!”
도발의 효과는 확실했는지, 흥분한 채 쫒아오고 있었다.
설동은 집 안으로 들어가자, 벽이 뻥 뚫려 있다는 걸 확인했다.
‘괴물 놈이 다 부셨군.’
하지만 오히려 좋다. 적을 유인하기 좋은 장소니까.
상대는 총을 여러 방 맞고도 버틴다. 그럴 바에야 확실하게 처리한다.
“죽인다.”
상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설동은 굳이 정면승부를 고집하지 않았다.
괴물과 자신의 신체 능력은 다르다.
그러니, 방식도 달라야 한다.
여기는 10층. 설동은 베란다 쪽을 힐끗 보았다.
“후.”
마음의 준비를 한 설동은 베란다 쪽에 섰다. 도발 당한 원숭이 좀비가 그를 보며 웃었다.
“너…. 죽인다!”
달려들기 시작하는 원숭이 좀비. 설동은 역시나 저번처럼 베란다로 향했다.
‘저놈은 교활해. 한번 당한 수법에 통하지 않을 거야.’
그는 품 안에 손을 집어넣고 달려오는 상대를 노려보았다.
마치 베란다에서 달려들 듯이 오다가 괴물의 긴 팔이 양옆으로 벌린다.
그리고 걸음을 멈추었다.
딱 긴 팔로 상대를 밀어낼 사정거리에서만 말이다.
“헤헤…. 안 속아…. 속….”
“그래. 속지 않겠지. 그래서 선물을 주려고.”
하지만 이미 설동은 빈 스프레이를 괴물의 면상에 집어 던진 상태였다.
그리고 파고들어 괴물에게 접근했다.
품 안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인사해. 변호사 일도 하시는 분이다.”
그의 손에 들린 전기 충격기가 드디어 움직였다.
탈출하는 여자들과 만난 그가 들었던 무기 중 하나.
수개월 전, 방범용으로 구비해놓은 것이 바로 이럴 때 사용되어지고 있었다.
설동은 그 전기 충격기를 괴물의 하복부에 가져다 댔다.
“끄아아악!”
괴물의 괴성이 더없이 커지기 시작하고, 몸을 떨었다.
설동은 있는 힘을 다해 괴물을 밀기 시작했다.
“떨어져 뒤져!”
10층에서 떨구려는 그의 작전은 성공적으로 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괴물은 베란다로 떨어지려는 순간, 한쪽 팔로 다시 설동을 잡았다. 그리고 난간을 잡는 데 성공했다.
“개……. 개자식!”
피눈물을 흘리며 괴기스럽게 큰 눈동자가 설동을 노려보고 있었다.
섬뜩하고 공포스럽지만, 설동은 포기하지 않고, 전기 충격기를 사용하려 했다.
“우어어어!”
하지만 놀라운 힘으로 설동은 그 자리에서 번쩍 드는 게 아닌가.
그 힘이 바깥을 향하려 했고, 설동은 10층 높이의 아파트의 아래가 보였다.
떨어지기 일보 직전의 순간, 설동은 전기 충격기와 도끼를 아래로 던졌다.
두 손으로 괴물의 목 뒤를 잡고 억지로 버티기 시작했다.
“놔……. 놔…….”
10층 아파트 높이에서의 사투. 설동은 여기서 선택해야 했다.
‘내 힘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