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89
라서현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유상인의 천막 속으로 다가갔다.
“상인아….”
차마 크게 내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이다.
라서현이 앞장서서 천막을 들추자 피비린내가 진득하게 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얼굴이 퉁퉁 부운 유상인이 보였다.
“상인아!”
라서현은 몸을 덜덜 떨면서 유상인에게 달려갔다.
여기저기 피로 엉겨 붙은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서 도망치자.”
뒤에서 신이문이 유상인을 등에 업었다. 라서현은 울면서 그 뒤를 따르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천막이 흔들렸다.
동시에 발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역시 올 줄 알았어!”
강민호의 신나하는 목소리. 이들은 사색이 되었다.
강민호는 함정을 판 거였다. 유상인을 일부러 따로 천막에 두고 접근하기 쉽게.
구출 때문에 성급해진 이들을 노린 계략에 라서현은 당황했다.
“아버님. 일단, 제가 막을 테니….”
“가라.”
하지만 그때, 신이문은 라서현을 뒤로 거칠게 밀었다.
그리고 뛰어나가는 게 아닌가.
“내 아들을 두고 도망칠 수 없다. 너라도 살아라.”
“아버님?”
라서현은 허망하게 불러보았지만, 아내 김유정이 말했다.
“너라도 도망쳐! 어서!”
두 사람은 자식은 유상인을 두고 강민호 패거리의 시선을 끌었다.
라서현은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자기까지 잡히면 그들의 각오를 무너트리는 거다.
“다시 올게요! 꼭!”
라서현은 그렇게 외치고 도망쳤다. 그 뒤로 구타의 소리가 들렸다.
라서현은 그렇게 산에서 내려오고 정처 없이 떠돌았다.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혼자서는 안 된다.
그리고 빨리 가야 한다.
라서현은 그렇게 중랑구를 헤매고 있었다. 지치고 배고프고, 힘까지 드는 상황에서 그녀는 오로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탈수증상까지 올 정도로 돌아다니던 그녀는 결국 지쳐서 쓰러졌다.
누구 하나 도움을 바고 있는 그녀가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상인아…. 미안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그녀는 눈물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수 시간 후, 깨어난 그녀는 침대에 있었다.
“아……?”
라서현은 자기가 지금 왜 침대에 누워 있는지 자각하지 못했다.
그저, 자기를 보고 있는 간호사를 볼 뿐이었다.
“여기는….”
“다랑 아파트에요.”
병원이 아니다. 라서현은 주변을 둘러보자 병원과는 다른 조악한 병실과 방이 보였다. 그래도 수액도 있고, 나름 구색은 갖춘 곳.
라서현은 벌떡 일어났다.
“쓰러져 있는걸, 주하나 씨가 발견했더라고요. 여기로 데리고 온 거예요.”
“다랑 아파트…. 그…. 저…. 도와주세요!”
라서현은 울먹거리며 외쳤다.
“네?”
“뻔뻔하지만 제 소중한 사람, 상인이가 잡혀갔어요. 구해야 해요.”
“아, 진정하세요. 상인?”
눈앞의 간호사 태희는 머리를 매만졌다. 분명 어디선가 들었던 이름이다.
[내 가족을 구해야 해. 상인이도 그렇고. 내 형제이자, 친구지.]태희의 머릿속에 상인이라는 이름이 떠오른 순간, 그녀는 지체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나 씨. 설동 시 전화번호를 모르겠는데, 어느 전화번호를 쓰죠? 네? 지금, 하나 씨가 구한 사람이 설동 씨 친구 분을 아는 거 같아서요.”
하나는 자기가 전화하겠다고 통화를 마쳤다.
라서현은 지금 돌아가는 것이 어떤 건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상인이랑…. 아세요?”
“정확히는 우리 쪽에서 아는 사람이 있죠. 그 사람이 자기 가족 찾으려고 계속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라서현의 음울한 마음속에 희망이 비치고 있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상인이가 죽을지도 몰라요.”
어떻게든 상인을 구하고 싶은 라서현이었다. 태희는 그런 그녀를 진정시키고 약을 투여했다.
약에 의해 정신이 살짝 나른해질 때쯤, 병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누구야? 그 사람?”
라서현의 눈앞에서 유상인과 다른 큰 체구에 근육질의 사내가 들어왔다.
“설동 씨. 환자도 있는 데 살살 해요.”
“아, 미안.”
짧게 사과한 이 사내는 라서현에게 달려왔다.
“이봐, 상인이라는게 내가 아는 유상인이 맞나?”
“유상인…. 맞아요. 곱상하게 생긴 사람…. 그리고 부모님 두 분과 같이……. 꺄악!”
그때였다. 라서현의 두 어깨를 설동이 거칠게 잡았다.
“맞아! 우리 부모님이야.”
설동의 두 눈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디 있어? 상인이는?”
“그게…. 잡혀갔어요.”
라서현은 울먹거렸다. 그리고 잠깐 강민호 패거리와의 일을 말해주었다.
“구하러 갔는데…. 이미 피투성이라서…. 죄송해요.”
라서현은 무력한 자신을 탓했다. 하지만 설동은 그런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니야. 넌 할 만큼 했어. 이제부터는 내가 구하러 간다. 태희 씨. 동현이한테 연락 부탁해요. 그 쓰레기들 박살내기에 그만한 사람 없네요.”
설동은 자신의 오랜 여행에 종착지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가다가 문득 라서현을 바라보았다.
“근데 댁은 유상인의 친구야?”
대뜸 묻는 얼굴, 라서현은 그런 그 앞에서 확실하게 말했다.
“여자 친구요.”
“뭐?”
설동의 두 눈이 한층 커진다.
그러면서 그는 웃었다.
“이러면 더더욱 상인이를 빨리 데리고 와야겠네. 제수씨 되는 거야?”
“그러고 싶으니까 구해줘요.”
“당연하지. 그러면, 안내 좀 부탁해. 놈들의 근거지까지.”
이제 강민호 패거리의 최후가 다가오고 있었다.
“후욱! 후욱!”
강민호의 숨결이 거칠어진다. 그의 앞에는 3명의 가족이 묶여 있었다.
얼굴은 다들 피떡이 된 상태로 성한 얼굴을 찾기 힘들었다.
“시발, 그 검도녀가 아쉽긴 해도…. 원흉을 잡았으니 됐지 뭐.”
강민호도 무리해서 라서현을 잡지는 않았다. 그의 왕국을 무너트린 대역 죄인을 벌하는 게 우선이었다.
“유상인. 진짜 날 이렇게 곤란하게 하다니…. 응? 죽어봐야지? 너희 부모님은 뭔 죄야?”
잡힌 세 사람은 대답할 기력도 없었다. 강민호는 혹시나 해서 보초를 세웠다.
“그 검도녀가 올 수도 있으니까 두 명씩 교대해.”
부하라 해봤자, 이제 4명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강탈한 식량으로 어찌어찌 버티는 상황.
그렇지만 왕국이 무너졌으니 그 복수를 철저하게 해야 했다.
강민호는 유상인의 피로 물든 머리카락을 잡았다.
“쉽게 안 죽인다고 했지? 죽여 달라고 빌 정도로 괴롭혀주지. 오늘은 여기까지! 야! 약이나 발라라. 죽이면 안 돼!”
그의 선언 아래에 지옥 같은 후유증의 시간이 찾아왔다.
맞는 것도 아프지만, 맞고 난 이후 역시 고통 그 자체였다.
괴롭고 힘들다.
유상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 조금만 참으세요.”
“아들아….”
신이문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아들에게 이마를 기대었다.
“난 괜찮다. 엄마가….”
이들은 악착같이 버텼지만, 문제는 체력이 너무나도 약한 부인, 김유정.
그나마 몸이 약하기에 폭력의 강도도 조절했다지만 엄청나게 위험한 상태였다.
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만약 김유정이 잘못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이들은 고통스럽게 하루를 보내고, 이윽고 다음날이 되었다.
그리고 평소와도 같은 폭행이 시작되었다.
“아침 기념! 점심 기념! 스트레스나 풀자고!”
또다시 시작된 가혹한 구타. 이들은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끊임없이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윽고 폭력은 점점 거세지다가 김유정에게로 향했다.
“늙은 년이 몸은 더럽게 약하네.”
강민호의 조롱에 유상인은 눈을 치켜떴다.
“크윽!”
“오? 유상인, 꼴에 부모라고 화내는 거야? 근데 어쩌라고? 어쩔 건데?”
강민호는 그런 반응에 더더욱 흥분하며 유상인을 걷어찼다.
“후우. 후우. 아침은 가볍게 해둘까?”
강민호는 피투성이의 유상인을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어설픈 치료제들이 그들의 몸에 발라졌다.
지옥의 시간. 유상인은 끝까지 의지를 잃고 있지 않았다.
버티고, 또 버티는 그는 설동을 떠올렸다.
‘설동이가 올 거야. 서현이는 잘 갔을까?’
자신의 친구가 구원해주리라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면서 라서현이 무사히 도망갔다는 것에 만족했다.
“후우…. 후우….”
숨소리만 거칠게 흐르고 있었다. 눈에는 힘이 없고, 원기는 점점 빠지고 있었다.
“대장! 근데, 언제까지 저놈들을 저렇게 해야 해요? 우리 식량도 없고 패기보다는 빨리 죽여 버리고 식량이나 모으러 가죠?”
부하들은 강민호의 악행에 그다지 어울릴 생각은 없었다.
유상인이야 싫다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수일 동안 저렇게 패고 나니 도리어 귀찮은 짐짝이었다. 무엇보다 죽이지 않는다고 쥐꼬리나마 식량을 축내는 것도 컸다.
강민호도 고민하는 눈치였다.
“뭐, 이 정도로 분풀이를 하면 됐나?”
그도 식량 문제를 떠올렸기에 괴롭힘을 여기서 그만두기에 동의했다.
“좋아, 오늘 안에 죽이고 할 거나 찾자.”
“역시, 대장이야. 그러면 바로 끝내버릴까요?”
이들이 일어서는 때였다.
그들의 뇌리에 거친 소리가 들렸다.
강민호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거 차 소리인데?”
동시에 희번덕하게 웃었다.
“설마, 알아서 식량이 굴러 떨어지는 건가?”
이들은 다급히 연장을 챙겨 들었다. 차량이 멈추면 달려들 요량으로 말이다.
그리고 SUV 차량 한 대가 비탈길에 정차했다. 강민호는 실실 웃으며 다가갔다.
“혹시, 식량을 찾나? 우리가 좀 모아둔 게 있지. 서로 협력이라도 해볼 텐가?”
그런데 다른 무리가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이러면 습격해도 도망치기 때문에 잡기 힘들다.
“댁 패거리도 내리라 하지? 어때, 뭐가 필요해? 우리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눈앞에 선 사내는 다부진 체격에 부리부리한 눈매를 보여줬다.
그는 동시에 웃었다.
“필요한 거? 네 대가리. 유상인은 어디 있나.”
강민호가 순간, 멍한 얼굴을 할 때, 벼락같이 도끼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은 강민호의 팔을 찍어버렸다.
7. 그들을 만나다!
[오늘부터 우리랑 같이 살 상인이라고 해. 설동아, 어서 인사해. 네 형제야.]유상인과의 만남은 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였다.
부모님은 유상인의 부모와 친한 사이였다. 부모가 사고로 죽자, 친척들도 없는 유상인을 데리고 와 키운 것이다.
설동은 처음에는 데면데면했다. 하지만 그가 체질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거나 놀림을 받으며 침울할 때, 그에게 다가와 줬다.
[신기하다. 자동적으로 몸이….]남들은 혐오하던 그의 체질을 칭찬해준 첫 당사자였다.
그 뒤로 유상인은 설동과 부대끼며 그야말로 친형제나 다름없이 지냈다.
성인이 돼서 이제 홀로서기로 나간 유상인이다. 그만큼, 얼굴을 보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사태가 일어나고, 유상인은 그 누구보다도 먼저 자기 부모를 찾았다.
설동은 고마워하면서도 위험한 사태에서 어떻게든 그들에게 돌아가고 싶어 했다.
오랜 여정이었다. 겨울에 시작되어 이제 여름에 들어서는 날씨. 설동은 드디어 자기 가족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달려갔다.
여행에서 만난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말이다.
자신의 가족을 괴롭힌 강민호가 자신을 맞이하러 나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