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9
“역시 좀비죠?”
도하연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동현은 모르는 눈치였다.
“그게 뭐야?”
“아유, 진짜 좀비도 몰라. 그 감염된 다음에 사람을 물어뜯어 전염시키는 애들이잖아.”
“아아…. 영화에 나오는 그거? 약점이 머리잖아. 내가 그냥 팍하고 때려 부숴서…”
“사람 머리통이 쉽게 부서져? 무엇보다 죽여야 하잖아.”
태희의 눈초리에 동현은 바로 의기소침했다.
“상대하기 까다롭겠네. 걔들 느릿해도 근처에 사람이 있으면 무섭게 덮친다니까. 게다가 물리는 걸 무조건 막아야 하니. 쳇! 아쉽네.”
동현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위협적이지만, 믿음직하다. 도하연은 두 사람에게 상당한 안정감을 느꼈다.
도하연은 다시 누웠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억지로 말이다.
물론, 이들도 폭격의 위력을 체감할 수 밖에 없었다.
저녁 쯤 들린 포격에 혼비백산하며 바깥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수시간의 폭격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불안감에 떨다가 간신히 잠에 들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새벽이 됐을 무렵, 그녀는 아래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걸, 깨달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고함.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향했다.
“불?”
아래쪽 게스트 하우스 한쪽에서 불빛이 보였다. 인위적인 전등이 아닌, 불꽃에 의해서 말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총소리가 이곳을 관통하고 있었다. 도하연이 놀라고 동현이 벌떡 일어났다.
“아, 진짜 잠 좀 자게 내버려 두지. 왜 밤에만 자꾸 일이 벌어지냐.”
“동현 씨. 아래쪽에서 문제가 생겼나 봐요.”
도하연이 손가락을 가리키자, 동현의 시선도 그곳으로 향했다.
“총소리에 불……. 저긴 또 뭔 짓을 벌이는 거야?”
“아, 좀 잠 좀 자자! 시발 것들아!”
거친 욕설을 하며 지승준이 뒤이어 깨어났다. 단순히 아래쪽만 일이 일어난 게 아니었다.
모두의 귀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10. 파국
“무슨 소리야?”
동현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야구 방망이를 들었다. 소리가 먼 곳에서 난 게 아니다. 바로 근처에서 났다.
모두의 신경이 곤두섰다. 그중에서 지승준은 거실로 나가며 말했다.
“그 년 아니야? 변한 년.”
“어떻게 유리창을 깼대? 감독인생에 최악이자, 최고의 경험이군. 이것만 지나면 최고의 영화가 나오겠어.”
강장구가 슬프게 웃었다. 말은 안 해도 이들은 공통으로 다리를 떨고 있었다.
설동쪽과 비교하면 직접 ‘그것’을 죽이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도하연은 두려움 속에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다.
아직 미성년자일 때, 공포영화 찍는다고 대본도 없이 고립된 폐교에 내던져진 걸 떠올렸다.
‘그때보다는 덜하네.’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있다. 도하연도 뭐라도 하기 위해 일단 부엌에서 칼을 꺼내 들어 품에 안았다.
“기…….”
그것은 바깥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숨을 헐떡였다. 단 한 마리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동현은 야구 배트를 손에 꽉 쥐었다.
“이쪽으로 오는 거야?”
“야야! 문 닫아!”
지승준이 다급하게 말했다. 이들은 처음으로 일치단결해서 창문을 막기 시작했다.
소파, 의자, 식탁 등 필요한 건, 아낌없이 말이다.
그때, 도하연은 생각했다.
‘한 마리뿐이라면….’
자신이 품고 있는 칼을 만지작거렸다. 아니, 이건 만용이다.
그것들이 어떻게 반응할 줄 알고 말인가. 괜히 헛짓할 수도 있었다.
도하연이 창문을 테이프로 묶자, 비로소 이들의 작업이 끝났다.
“기….”
창밖에서 들리는 소리는 도하연을 비롯한 모두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강장구는 숨을 헐떡이며 웃었다.
“현실에서 좀비라니, 진짜 감독으로서 좋구먼?”
“그래요? 그럼 그때도 여주인공으로 써주실래요? 되게 연기가 잘될 거 같은데.”
도하연이 거기에 맞장구를 쳤다. 이 상황에서 그나마 이성을 유지하기 위한 농담.
강장구는 박수를 쳐주었다.
“역시, 우리 하연이야. 배우가 딱 이런 배짱은 있어야지. 내가 널 봤을 때부터 여주로 마음먹었다니까?”
“연기고 나발이고 이제 좀 쉬자. 와…. 진짜 졸리네.”
지승준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시 침실로 이동했다.
사람들은 하나둘 침실로 이동했다.
도하연은 마지막까지 남아서 우두커니, 밖을 바라보았다.
‘저거 다 같이 나서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이지만, 도하연은 말을 하지 못했다. 모두가 침실로 들어가고 도하연도 침대에 몸을 뉘었다.
지승준은 짜증을 냈다.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뒷정리 하나 보지! 그래야 우리가 편하게 갈 거 아니야?”
“맞아. 놈들이 지천으로 널리긴 했지. 미리 전 작업을 하는 걸 거야. 잔인하지만. 비극이지.”
강장구도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동현은 한숨을 쉬었다.
“저 바깥은 어떻게 할 건데요? 덕분에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하겠네. 진짜…. 어떻게 할 수 없나?”
“너, 운동 좀 했다며? 나가서 처리해 봐.”
지승준이 비웃었다.
동현은 인상을 구기며,
“너랑 같이 가면 해보지.”
“내가 왜? 군대만 오면 되는데.”
“안 오잖아!”
동현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지승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하나보지. 뒷정리 말이야. 뒷정리. 생각을 좀 해라. 근육으로 뇌를 만들었나.”
“시발 놈아. 뒤질래?”
동현이 열 받아서 가려 하자, 태희가 간신히 막았다.
“그만해. 자기야. 그냥 신경 쓰지 마.”
“하, 진짜. 돌겠네.”
답답한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아래쪽에서 전화가 온 건, 점심때쯤이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 전화를 든 매니저에게 집중했다.
“여보세요?”
[너희 식량이 없다고 했지?]거기서 다소 딱딱한 어투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네. 맞아요. 주실 수 있나요?”
매니저의 말에 거실 모두가 귀를 쫑긋 세웠다. 배고파 죽을 거 같은 입장에서 식량 지원은 천군만마다.
하지만 전화기 속 목소리는 한숨을 쉬었다.
[안타깝지만, 이쪽도 문제가 생겨서 식량이 문제가 생겼는데, 당장 구할 곳이 없나?]“저희도 물만 먹는 상황이어서…. 아! 그…. 한군데 저희 쪽 사람이 발견한 곳이 있거든요?”
“잠시 만요.”
바로 그때였다. 도하연이 매니저에게 달려왔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지?]상당히 딱딱한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느껴진다. 도하연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상대가 꽤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걸 깨달았다.
“식량을 구할 곳이야 알아요. 근데 알려주면 뭘 해줄 건가요?”
도하연의 말에 순간, 동현 커플을 제외하고 모두가 손뼉 쳤다.
“그거지! 저놈들도 우리한테 조건 걸고 통화하게 해줬잖아. 대가는 받아야지.”
지승준이 박수를 쳤다.
그렇다. 저 남자도 조건을 걸었듯이 자기들도 조건을 걸면 된다.
전화기 속 남자가 말했다.
[뭘 원하는데? 우리도 식량은 없다.]도하연은 태희를 쳐다보았다. 태희가 달려와서 전화기를 낚아챘다.
“발견한 곳에 이상한 좀비 같은 게 몇 마리 있거든요. 5마리 정도 되는 거 같아요.”
[뭔지 알겠어. 대신 처리해 달라고? 하지만 다섯 마리를 다 상대할 수 없어. 적어도 시선을 끌어줄 애들이 필요한데.]“그렇다는데요?”
태희가 고개를 돌리며 웃자, 지승준과 강장구가 반발했다.
“뭔 개소리야? 우리더러 미끼역할이라도 하라는 거잖아?”
“나와 봐.”
이번에는 동현이 나섰다.
“이봐, 당신. 정말로 할 수 있어? 다섯 마리라고.”
[여차하면 총도 있어서 처리는 가능해. 다만 소리 때문에 다른 좀비 같은 것이 오는 게 싫을 뿐이지. 너희가 끌어내면 우리가 끝내지.]“이야, 되게 쉽게 말하네. 잡아봤어?”
[그래. 너희는 안 잡아 봤나? 1:1로는 행동 패턴이 단순해.]전화기 너머의 말은 단호했다. 마치 베테랑 같은 안정감이었다.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시간 정해.”
“야!”
지승준이 반발하려 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
“시발, 니들끼리 가라. 난 안 가!”
“동현아. 영화에는 선후작업이 중요해. 바깥의 적부터 처리해야지.”
강장구의 말에 동현은 추가협상에 들어갔다.
“하나 더. 우리 쪽에 좀비 어쩌고 씨가 탈출했는데, 처리해줄 수 없나?”
[몇 마리인데?]“한 마리”
[그거 하나 정도는 스스로 잡아라. 미끼 내세우고 그냥 옆 놈이 후려치면 된다. 잡고 다시 연락해. 그전까지는 연락하지도 마.]통화가 끊겼다. 동현은 황당해 하며 연인 태희를 바라보았다.
“와, 마지막 들었어? 졸라 짜증내는 것 봐!”
“저쪽도 급한가 봐.”
태희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튼, 모두의 시선은 바깥의 그것에게 향했다.
“행동패턴이 단순하다고? 그걸 어떻게 쉽게 하지?”
동현이 고심했다. 도하연은 이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 함을 알고 있었다.
전화기 속 인물이 누군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 마리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투였다.
‘한 마리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다는 거겠지?’
미끼를 걸고 때린다. 하지만 그거에 동의해줄 사람이 있을까?
‘나 자신이 앞장서야 해.’
부탁만 할 수는 없었다. 도하연은 매니저에게 다가갔다.
“매니저 오빠. 긴 무기 같은 거 있어요?”
“뭐? 왜?”
“저 사람 말대로 한 번 해보게요.”
거실 안의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나 지승준은 더더욱 말이다.
“아니, 하연아. 왜? 위험해!”
“오빠, 왜 그래요? 그냥 하게 내버려둬요. 나대기 좋아하네.”
윤선이 지승준을 말리는 사이에 동현이 야구 배트를 들고 나섰다.
“하연 씨같이 나이도 어린 사람이 앞장선다니 내가 또 안 나설 수 없겠네. 그지?”
“자기도 힘써줘.”
태희가 동현의 어깨를 주물렀다. 매니저는 어느새 현관문을 열고 있었다.
“세 명이면 더 안심일 겁니다.”
“이야, 형씨도 남자네!”
그렇게 도하연과 매니저 동현이 바깥으로 나섰다.
“기…. 그…!”
그들의 눈앞에서 배회하던 ‘전’ 동료가 보였다. 지금은 쓰러트려야 하는 괴물이다.
“하아….”
도하연은 숨이 가빠지는 걸 느꼈다.
‘영화촬영이다. 영화촬영이다.’
자기 자신을 세뇌하면서, 그녀는 부지깽이를 앞에 내세웠다.
“패, 패턴이 단순하다고 했죠?”
“그냥 앞에 사람을 잡는 건가보죠.”
동현과 매니저 역시 숨을 몰아쉬었다. 처음 겪는 사냥.
이들은 먹이가 다가오기를 바랐다.
메마른 피부와 푸른 혈관이 그로테스크해 보인다.
들리는 건, 오직 숨소리.
도하연은 부지깽이를 그냥 앞에 내민 상태였다.
“그…….”
목표물은 도하연을 보고 아주 좋다고 달려들었다.
‘미끼. 미끼. 그냥 이쪽으로 주의를 돌리면 돼.’
고양이 목에 방울 걸기 같지만 정말로 달아버리면 그만이다.
도하연은 자신의 사정거리에 다가오는 순간, 부지깽이로 상대를 밀어버렸다.
하지만 밀리지 않았다.
“키익!”
두 손을 벌리고 상대는 부지깽이에 찔리며 돌진하는 게 아닌가.
“아!”
도하연은 놀라서 부지깽이를 떨어트렸다. 그 순간, 좀비가 비틀거리면서 민첩하게 달려들었다.
“꺄앗!”
놀라서 물러나는 순간, 나무 배트가 어느새 앞에 휘둘러졌다.
빡!
경쾌한 소리와 함께 머리통이 날려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