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90
“저 사람이에요! 저 사람이!”
뒤쪽에 숨어 있던 라서현이 외쳤다. 설동은 볼 것도 없었다. 허리춤에 숨긴 도끼와 함께 접근했다.
상대가 뭐라 하던 그건 알 바 아녔다.
설동은 상대가 사정거리에 접근하는 순간, 팔을 찍어버렸으니까.
“으아아악!”
강민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전투의 신호였다. 설동은 강민호가 허리를 숙이자마자 뒤통수를 팔꿈치로 찍었다.
“야, 유상인 어디 있어? 우리 부모님은?”
고통스러워하는 강민호를 보고 설동은 차갑게 중얼거렸다.
강민호는 몸부림을 쳤다.
“죽여! 이 새끼 죽여!”
다른 패거리들이 달려드는 순간, SUV에서는 그의 동료들이 내렸다.
동현, 성민우, 라서현. 이 세 사람이 내렸다. 4:4. 하지만 강민호는 이미 나가리였다.
하지만 강민호는 이곳의 왕. 부하들이 달려들었다.
설동은 도끼를 양손에 쥔 채, 달려가기 시작했다.
앞서서 달려드는 이의 몽둥이가 그를 노렸지만, 어설프다.
설동은 이들보다 더 확실히 단련되었다.
가볍게 피한 다음에 도끼로 면상을 찍었다.
자신의 가족을 고문한 이들을 절대로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머리를 공격하면 감염자로도 부활하지 않지.”
설동은 쓰러진 상대를 두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강민호 패거리는 지금 이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동현 쪽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아이고 형씨. 함부로 덤비면 팔이 나간다니까?”
든든한 그가 바로 한 명을 제압해버렸다.
순식간에 인원이 줄어들어 2:4.
강민호 패거리는 주춤거렸다. 그러는 사이 이들의 왕은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모두 멈춰! 개자식들아! 이 새끼들을 죽인다!”
피가 흐르는 팔을 부여잡고, 강민호는 유상인의 천막으로 달려가 그를 꺼내왔다.
인질.
모두가 굳었다.
“한 발만 다가오면 이 새끼는 이 자리에서 죽는다!”
그는 칼을 꺼내 들어 유상인의 목을 조준하고 있었다.
동시에 설동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상인아!”
엉망진창으로 터진 얼굴이 보였다. 그 곱상하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넌, 진짜 뒤진다.”
설동이 분노를 넘어 살기를 담기 시작했다. 그 살기에 강민호가 움찔했지만, 이내 자기가 유리하단 걸 상기했다.
“그래? 그래서 어쩔 건데? 친구야? 친구가 뒤지는 거 보고 싶어?”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상황. 강민호는 설동을 가리켰다.
“일단, 한 명씩 보낼까? 야, 너부터 와! 지금 무기 버리고 내 앞에 오지 않으면 이 새끼 찌른다?”
누가 봐도 뻔한 수작질. 라서현은 당황했다.
“안 돼요! 가면…….”
하지만 그때 동현은 라서현의 입을 막았다.
“쉿. 우리도 알아. 가만히….”
라서현과 강민호 패거리는 모르는 설동의 비밀. 지금 이들은 설동의 희생이 필요했다.
설동은 상대의 노림수는 이미 다 파악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간다.
그래야만 방심을 유도하니까.
“고생이 많았구나.”
상인의 얼굴을 보자 씁쓸한 설동이었다. 이윽고 그가 다가가는 순간, 강민호는 무릎을 꿇으라고 말했다.
“손을 뒤로 꿇어! 움직이지 마!”
설동은 순순히 하자는 대로했다. 이다음에 강민호가 할 행동은 하나니까.
“개자식! 내 팔을! 시발!”
너덜너덜해진 팔 한 개가 주는 고통은 크다. 사람의 신체상 한번 찍혔다고 죽지는 않지만, 통증은 확실히 컸다.
그 분노로 강민호는 단숨에 식칼을 들고 돌진했다.
“죽어! 개자식아!”
설동의 목에 그대로 식칼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라서현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강민호의 웃음과 라서현의 비명. 그야말로 위급함 상황임을 드러내 주는 것이지만…….
나머지 일행들은 상당히 멀쩡했다.
심지어 그 유상인 마저도 친구의 죽음에 무덤덤했다.
강민호는 의기양양했다.
“자, 한 명 갔다! 날 건드리면 이렇게 되는 거야. 엉? 한명 씩 와라! 응?”
전세가 역전됐다고 생각한 강민호는 승기에 취했다.
하지만 유상인은 자기 옆의 강민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새 일어서고 있는 설동을 볼 뿐.
“저 사람들은 네 체질을 아는구나?”
“물론이지.”
설동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순간, 강민호의 표정은 그야말로 귀신이라도 본 거 같은 얼굴이었다.
“어?”
그리고 설동의 주먹이 강민호의 면상을 그대로 날렸다.
“커억!”
죽은 줄 알았던 자의 귀환, 라서현은 당황했다.
“모, 목을 찔렸는데….”
동현은 그런 라서현을 보고 웃었다.
“우리 형씨가 특이하거든.”
이제 전세는 역전되었다. 설동이 유상인을 보호하고, 동현과 성민우가 달려들었다.
여기서 설동은 선택해야 했다.
자기에게 맞고 도망가려는 강민호를 추격하느냐, 아니면 자기 가족을 먼저 보살피느냐.
‘시발, 당연한걸!’
설동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유상인을 보호하고 부모님을 찾아 나섰다.
“엄마! 아빠!”
얼마 만에 불러보는 이름인가. 설동은 천막 사이로 가서 엉망인 부모를 확인했다.
설동은 순간, 울컥했다. 온갖 고생과 고통을 겪은 부모님의 얼굴에 할 말을 잃은 것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힘겹게 설동으로 향했다. 이들은 아들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아들아….”
“미안해요. 내가 곁에 있었더라면….”
설동은 단숨에 두 사람에게 달려가 이제껏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설동이가 왔구나….”
곧, 이곳은 울음바다였다. 성민우와 동현, 라서현이 나머지들을 척살하고 들어올 때까지 설동은 울고 있었다.
동현은 천막을 들추며 들어왔다.
“대장 같은 놈은 도망쳤는데…. 팔도 제대로 못 하고 뒤지겠지. 뭐….”
그러다가 서로 엉엉 우는 세 사람을 보자 머리를 긁었다.
“좀 더 우슈. 재회의 기쁨이 다 그렇지.”
오랜 여정 끝에 도달한 종착지. 설동의 목표는 지금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뭐야…. 방금 뭐냐고?”
강민호는 홀로 터벅터벅 산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새기…. 내가 찔렀는데…. 찔렀다고!”
분명히 설동을 찔렀고, 쓰러트렸다. 하지만 상대가 멀쩡히 일어난다?
“괴물…? 아니면 억지로?”
강민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 더 심각한 건, 이제 그의 왕국은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시발…. 아파…. 아프다고….”
심지어 도끼에 찍힌 팔은 움직일수록 고통을 더해가고 있었다.
“시발…. 진짜….”
홀로, 다친 팔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강민호의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했다.
“왜…. 왜…. 나도 살아보려고 열심히 바동거렸다고!”
강민호는 울먹이면서 부당한 듯 외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의 자업자득.
깨닫고 있지 못할 뿐이었다.
“제기랄! 제기랄!”
입에 욕설을 다고 산에서 내려갔다. 민가에 들어가면, 어떻게든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달리다가 그는 하천에 도달했다. 거리는 좀 멀지만, 자기가 배불뚝이 군단을 처리한 곳이기도 하다.
“물….”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일단 목이 말랐다.
무작정 뛰어서 하천의 수풀들을 헤쳤다.
“허억…. 허억….”
그저 욕망이 바라는 대로 그는 몸을 숙이고 하천에 입을 대었다.
“시발, 손이….”
원래대로라면 손으로 퍼먹었지만, 한쪽 팔이 나간 이상 짐승처럼 고개를 숙여서 입으로 직접 먹어야 했다.
평소라면 더러운 하천 물을 절대로 먹지도 않았을 거다.
‘개자식들 복수할 거야!’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는가.
월왕 구천이 와신상담이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낸 것처럼, 그도 추하게라도 버티고 복수를 다짐했다.
“내가 회복만 되면….”
그때였다. 그의 근처에서 무언가 파동이 일어났다.
“응?”
하천이니까 물고기가 일으켰을 거다.
별거 아니라고 판단한 그는 다시 정신없이 물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흔들리는 물결 아래로 무언가가 접근했다.
“!”
강민호도 바보가 아니기에 황급히 고개를 들었지만, 이미 적의 사정거리였다.
물살 속에서 해골바가지와 같은 썩은 얼굴이 보였다.
“우왁!”
하반신이 인어처럼 된 변이 좀비가 그를 덮쳤다.
“안…….”
강민호는 저항도 못 하고 물에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이곳은 다시 고요해졌다.
오종훈은 긴장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설동이 형이…. 살아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제주도에서의 짧은 만남 이후로 생존조차 알 수 없었던 남자.
그가 살아있다? 오종훈으로서는 천군만마였다.
“그런데 그 형이 특이한 힘을 지녔다니….”
“보통 사람은 믿지 못하지. 하지만 난 봤지.”
옆에서는 허순자가 여유롭게 팔짱을 낀 채로 웃었다.
설동과 인연이 있는 두 사람이다. 이들은 지금, 설동을 찾으려 중랑구 근처를 수색하고 있었다.
“모두가 다 놀라지만, 이런 사태 때, 그 아이의 재생 능력이 엄청난 도움이 됐지. 감염도 되지 않는 능력을 이용하면, 우리가 감염자로 변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거야.”
목적은 설동의 신비한 능력. 이걸 잘만 이용하면 감염자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대체 그 형이 어디에 사는지가 문제죠.”
“해변에서 바늘 찾기지. 하지만 그편이 우리에게 승산이 더 있어.”
“아,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서 전기 공급 요청도 왔다던데요?”
“전기 공급? 하긴, 이제 우리 근처만 빼면 전력 공급은 차단 된 상태니까. 그럴 가치가 있어야지.”
“나름대로 규모도 있다고 자기들 좀 도와 달래요.”
“흐음. 그래서 그쪽도 가라고 한 거군.”
이들은 설동의 수색도 수색이지만, 근처 다랑 아파트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들은 황폐해진 도시를 구경하고 있었다. 차량은 먼지와 나부끼는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허순자의 앞으로 전단지 하나가 나부꼈다.
허순자는 창문 안에서 그 전단지를 보았다.
그리고 오종훈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멈춰! 당장!”
“네?”
오종훈이 급정거를 하고 허순자는 다급히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전단지 하나를 들고 왔다.
“할머님. 왜 그러세요?”
“이걸 봐라.”
허순자가 숨을 몰아쉬며 가져온 전단지.
그곳에서는 신설동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라서현은 충격으로 말을 더듬고 있었다.
“대, 대, 대, 대체…! 저, 사, 사, 람은 뭐죠?”
유상인과의 기쁨의 포옹도 하지 못한 채 설동을 가리키며 경악할 뿐이었다.
사실, 당연했다. 목이 찔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사람은 처음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