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91
“치료를…. 치료가….”
“괜찮아.”
설동은 목을 매만졌다.
그리고 찔린 상처는 어느새 회복된 상태였다.
“다, 당신 대체 어떤 사람이에요?”
평범하지 않다. 라서현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문제는 그녀 빼고 다 설동의 체질을 알고 있었다.
동현은 껄껄 웃었다.
“육체가 재생하는 거야. 처음 보면 놀랄걸? 덕분에 되게 편해.”
“아니….”
충격에 빠진 라서현에게 어느덧 유상인이 다가왔다.
“서현아…. 고마워.”
“상인아….”
지금 신설동이 무슨 상관이랴. 한순간에 감정이 들끓어오는 라서현은 곧 유상인과 진한 포옹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죽은 줄 알았어…….”
“이제 걱정하지 마.”
두 사람이 감격의 포옹을 하고 설동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야, 상인이 저거 전쟁 통에 여자도 잘 사귀네. 나도 마찬가지지만.”
형제의 기쁨과 가족을 되찾았다는 기쁨.
설동은 지금 여기서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하고 있었다.
“응?”
그때, 설동의 휴대폰이 울렸다.
“주하나 씨네? 여보세요? 지금 가려고 하는데…. 네?”
설동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지금, 정부 사람들이 왔다고요?”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네? 저를요? 내 이름을 안다고요? 할머님? 아!”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렇게 우연이 겹칠 수가 없었다.
설동은 뿔뿔이 흩어졌던 옛 동료들은 지금 이곳에서 만났다.
허순자는 그 누구보다도 밝게 웃고 있었다.
“대단하군. 대단해. 이것도 인연이라니까?”
다랑 아파트 지하 공간.
허순자는 설동과 격한 포옹을 했다. 둘 다, 인천 피난민 센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사이였다.
그리고 설동은 또 하나의 반가운 얼굴도 확인했다.
“오종훈!”
“설동이 형!”
역시나 제주도에서부터 같이 탈출했던, 동지가 곁에 있었다.
“와! 진짜, 이렇게 만날 줄이야! 종훈아!”
“형! 연락도 안 되고 대체 무슨 일이에요?”
오종훈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역시나 기쁨의 재회를 반겼다.
“진짜, 이렇게 살아서 만나다니…. 진짜….”
설동은 특히나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같이 싸워온 이들이 죽어 나갔기에 특히나 더 말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이들을 만난 건, 분명한 기쁨이었다.
“근데, 정부는 어떻게 된 거야? 잘 버티고 있나?”
“그게 좀….”
오종훈은 머리를 긁었다. 허순자가 한숨을 쉬었다.
“자기들끼리 자멸했지. 덕분에 몇몇 국회의원과 군 출신들이 지휘하는 실정이야. 하지만 군인들이 뭘 알겠나? 아직은 우왕좌왕하고 있지.”
“좋은 건 아니군요.”
“그렇지. 하지만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다네. 바로 자네 말이야.”
허순자는 설동을 가리켰다.
“자네 예전 계엄령 때, 사고를 당했다며?”
설동은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짚었다. 이윽고, 총기 사고를 당한 걸 떠올렸다.
“그때, 포대장이랑 이야기한 게 기억나네요. 그 사람도 살아 있었어요?”
“자네의 그 체질. 재생하는 그 힘을 이용하자는 게 나랑 그 사람의 결론이야. 대부분은 믿고 있지 않지만.”
“흐음.”
설동은 흥미가 동했다. 이 지옥 같은 사태가 끝나기만 한다면 그 역시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만약 제대로만 된다면….”
“이 사태는 끝일세. 감염의 공포가 사라진 군대에 감염자들을 저항하지 못해.”
그렇다. 이 저주스러운 사태가 드디어 끝이 나는 거다.
그때, 옆에서 도하연이 나섰다.
“어떤 방식이죠? 만약 생체실험 같으면….”
이미 김기철을 겪었기에 불신하는 기색이 강했다.
허순자는 설동의 팔짱을 낀 모습에 웃었다.
“도하연이 아닌가? 역시 전쟁 통에도 사랑한단 말이야.”
“진지해요.”
허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김기철에 대해 들었지만, 그 남자는 사기꾼이야. 정부 지원도 얼마간 받다가 끊어졌고. 하지만 우리는 정부 그 자체야. 거짓은 없네.”
허순자의 인물됨을 아는 설동이야 딱히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단지, 모르는 그의 주변 동료들이 의심할 뿐.
동현이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가서 체포하고 생체 실험하고 그런다는 보장이 없잖소.”
“그 건에 대해서는 우리를 믿어달라고 하는 수밖에. 그리고 자네들 이 아파트 전기가 필요하지 않나? 이제 전국에서 전기가 공급되는 곳은 극히 드물 텐데?”
이들에게 필요한 전기를 걸자, 난감해 했다.
설동은 이 침묵을 간단히 깼다.
“난, 할머님을 알아. 까짓것 가보지 뭐.”
“진짜? 당연히 나도 갈 거야.”
도하연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동현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어떻게 하나 구경해도 되겠소?”
“물론이라네. 어차피 설동이의 동료라면 믿을 만하겠지.”
허순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강 서로 합의가 되는 상황. 설동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도하연을 바라보았다.
“인사나 드릴래? 지금 주무시고 있으실지 모르지만.”
“아, 긴장되네. 이게 상견례 자리는 아니지만.”
설동의 팔목을 붙잡은 도하연의 손아귀 힘이 강해졌다.
그로서도 말로만 듣던, 설동의 부모를 본다는 사실에 긴장했다.
“화장도 덜하고…. 음…. 좀 그러네.….”
“이 상황에서 뭔…. 인사만 드려도 돼.”
설동은 이제 태희가 있는 의무실로 움직였다.
신이문은 라서현을 보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아니에요. 아버님.”
라서현은 자기 옆에 누워있는 유상인의 손을 어루만졌다.
그 곱상하던 얼굴이 엉망이 됐지만, 결국 살았다. 라서현은 그거 하나로 엄청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유상인은 힘없이 손으로 라서현의 손목을 붙잡았다.
“살았어. 다들….”
“그래, 네 형제는 너랑 다르게 엄청 크던데?”
“설동이? 걔는 운동을 자주 하고 그래서…. 나랑은 반대야.”
“덕분에 살았어. 네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눈이 뒤집히더라고. 그만큼 걱정한 게 보이더라.”
“설동이가 성격이 급해서….”
유상인은 피식 웃었다. 고생만 하던 그들에게 이 아파트 단지는 천국이었다.
심지어 오는 순간, 이미 아파트의 공간을 내줄 정도로 말이다.
“근데, 네 형제가 꽤 여기서 인기가 좋나 봐. 같이 오면서 방하나 무조건 내달라고 하니까 그냥 주던데?”
“그래?”
유상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태희가 다가왔다.
“엄청난 사람이에요. 여기서 큰 위험도 제거하고 자기 목숨도 내던질 정도예요.”
“설동이는 원래 그렇죠.”
유상인은 흐뭇하게 웃었다. 이윽고, 그들이 있는 의무실의 문이 열렸다.
거기서 설동과 도하연이 등장했다.
라서현은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그…. 도하연 씨 맞아요? 배우….”
“네. 안녕하세요.”
도하연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그리고 설동의 팔짱을 끼는 게 아닌가.
그거 하나로도 무슨 사이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인 신이문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tv에서 나오던….”
“그 도하연 맞아요. ‘아버님’
도하연의 입에서 나온 호칭. 이 단어가 주는 파괴력은 상당했다.
“설마, 우리 아들하고….”
“네. 사귀는 사이에요.”
“허허허….”
신이문은 아픈 몸에도 기쁨에 박수를 쳤다.
“내 자식들도 진짜 다 컸어. 어디선가 다들 여자들을 데리고 오니 말이다. 안 그렇소?”
아내인 김유정을 바라보았다. 수척한 그들의 어머니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잘 살았구나. 너희도…. 이 엄마는 그저 기쁘단다.”
“손주도 봐야 하지 않아요? 잘하면 손주 둘을 한 번에 보시겠네.”
설동이 툭 농담을 던지고, 라서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저 사람은 태연하게 저런 소리 잘한다.”
“원래 살짝 뻔뻔해.”
유상인은 그저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의 모임.
이런 소소하면서도 더없이 큰 행복에 이들은 대화의 장에 빠졌다.
“그러니까 설동이가 그때, 나한테 전화를 해주면서 도와준 게 마음에 꽂혔어요. 나중에 무조건 만나겠다고 생각했죠.”
이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실컷 했다.
어떻게 지금 여기서 서로가 서로에게 만나게 됐는지 말이다.
그동안 몰랐던 사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하면서 그동안 겪었던 여정을 서로 위로해주었다.
설동은 유상인에게 다가갔다.
“이제 서로 떨어지지 말자고.”
“그래.”
상인과 설동이 주먹을 부딪치며 의리를 과시했다.
그러고 있는 가운데, 설동은 문득 라서현을 쳐다보았다.
“근데, 이러면 누가 제수씨야?”
말 그대로 그냥 툭 내뱉은 말이지만, 그 여파는 강렬했다.
유상인과 신설동은 서로 동갑. 쌍둥이이었다면 서로 형 동생을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누가 제수씨고 형수인지 애매한 거다.
신이문은 헛기침을 했다.
“그러면 간단하게 나이로 해야지. 요새는 없애도 상관없다만.”
도하연은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전, 스무 살이요. 그쪽은 어떻게 돼요?”
“18살이요.”
라서현이 대답한다.
설동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면 우리 하연이가 형수님으로 가도 되나?”
“상관없어요. 근데 벌써 결혼한 것처럼 되나요?”
라서현이 웃으며 묻자, 설동은 유상인을 가리켰다.
“결혼 하지 않을 거야? ‘제수’ 씨?”
“아뇨? 그건 아닌데…. 제수씨? 되게 급하시네요.”
라서현은 말하면서도 혀를 내둘렀다.
설동은 킥킥 웃어대면서 다시 부모님에게 몸을 돌렸다.
“정부 측과 연락이 왔어요. 전기 공급 건도 그렇고 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정부 측하고?”
신이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다 컸다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죽긴 뭘 죽어요. 아빠, 증손자까지는 보고 가세요.”
설동은 씨익 웃었다.
“그래서 일단 정부 측과 접선하려고요. 상인아. 여기서 푹 쉬어.”
“그래. 고마워.”
유상인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자신이 본 불안점을 놓치지 않았다.
“혹시, 하천을 한번 조사해주겠어? 괴상한 감염자가 있는 걸 봤거든.”
“이상한 감염자?”
“그래, 믿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아니야. 믿어.”
설동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놈들은 한두 번 만난 게 아니거든.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피난민센터를 탈출하면서 별의별 놈들이랑 싸웠어. 익숙해.”
“그래, 하지만 물속에서 사는 놈이야. 쉽게 잡기는 힘들 거야.”
“일반적으로는. 괜찮아. 든든한 아군도 생겼으니까.”
설동은 도하연과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두 시간 뒤, 이들이 있는 병실까지 들릴 정도로 큰 폭발음이 일어났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그 소리. 수류탄이 터진 것이다. 이윽고, 총성이 몇 차례 울렸다.
모두가 놀랐지만, 유상인만은 침착했다.
“설동이가 성격이 급해서 탈이야.”
유상인은 그 괴이한 감염자를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영화나 소설에서 몇 번 본 장면이었을 거다. 강물에 수류탄이나 다이너마이트를 던지는 걸 말이다.
큰 굉음이 물살을 요동치게 하고 그 후에 물고기들이 떠오른다.
지금 설동 일행은 하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유상인이 말한 하천의 특이한 감염자. 설동은 당연히 지금껏 자신이 보아온 특이한 감염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확신했다.
“수류탄을 맞고 살아?”
그들의 눈앞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발버둥 치는 인어 좀비를 보았다.
질기긴 하지만 그것뿐이다.
오종훈이 단숨에 총으로 최후를 선사했다.
“특이한 감염자도 결국, 군대 화력에는 안 돼요.”
“상식이지. 단지, 대규모로 싸우면 여기저기서 감염자들이 속출하니까.”
설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기를 갖춘 군사력은 감염자들이 감당하기 힘들다. 아무리 변모해도 현대화기의 위력은 상상초월이니까.
문제는 그걸 쏘는 이들이 사람이기에 겪는 감염자의 발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