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95
“이 사람이 특이체질이라는 건, 알겠어. 그래서 감염도 안 된다며? 그건 알겠는데. 그거 외에는? 그냥 일반인이잖아.”
“일반인이긴 해도 감염자들과 계속 싸웠어요.”
“여기에 안 그런 사람 있어? 요컨대 우리 정도로 되겠냐 이거지.”
김 소위의 속내가 드러나고 설동은 잠시 생각하다가 한 마디 했다.
“그럼 참여하지 마. 뒤에나 있어.”
“뭐?”
“날 믿지 못하겠다며? 그러면 빠지면 되지 않아?”
“무슨 헛소리야? 이 새끼가. 지금 네가 문제인 걸 몰라?”
“아가리나 닥치고 따라오기나 해.”
“아니….”
김 소위가 뭐라고 하려 했지만, 곧, 허순자의 호통이 들렸다.
“지금 작전 전에 무슨 싸움인가?”
그 호통에 물러난 김 소위였지만, 여전히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허순자 할머님이야 같이 봤으니 그렇고, 동현인가 뭔가 하는 양반은 특전사 출신이라니까 그렇다 치고. 저놈은….’
김 소위는 과연 설동이 믿을만한 놈인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이렇게 따로 부대까지 편성해서 보내줄 정도면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거다.
게다가 오종훈도 그렇고, 상당히 믿는 눈치다.
‘대체 어느 정도 길래.’
김 소위는 그런 의구심 속에서 이제 작전 구역에 도착했다.
“여기는 상가 건물이군.”
변종이 다시 나타났다고 한 곳은 바로 2층짜리 상가 건물.
이미 주변에는 1개 소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이들과 접선한 설동은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2층에 기거하고 저희가 몇 번 저격 총을 쏴봤는데, 데미지는 입었지만 금방 숨어버리더군요. 그 뒤로는 창문 쪽으로 잘 안 나타나요. 총 한두 방으로는 쉽게 죽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설동은 자신에게 주어진 샷건을 받았다. 오종훈이 그걸 보고 웃었다.
“이거 제주도에서 형이 쓰던 거예요.”
옆에서 지켜보던 동현이 샷건을 보자마자 휘파람을 불었다.
“이 모델, 꽤나 예전 거 아니었어? 진짜 별걸 다 꺼내는구나.”
제주도에서 사용했던 샷건, 그리고 도끼.
설동의 풀무장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여기서 추가로 방검복이 주어졌다.
설동은 다른 팀원들과 방검복을 착용한 상태로 이제 작전 전 브리핑에 나섰다.
“솔직히 말해 내가 여러분들보다 뭔 작전을 하겠어요? 주변의 감염자 체크를 하고 달려드는 거지.”
“그러다 죽지.”
김 소위가 이죽거렸다. 설동은 하지만 여유롭게 웃었다.
“난 안 죽어.”
“기본적으로 놈의 근거지에서는 바이러스가 더 심해지는 거 같으니까. 화염방사기를 동원해야겠네요. 물론, 놈이 덤벼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가 그놈하고 바로 싸워야 하고요.”
“이길 수는 있어?”
다시 김 소위가 태클을 걸었다. 설동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이기는 거야. 비관적으로 뭘 하려고?”
“여러 사람의 목숨이 달렸어.”
김 소위가 지지 않고 대꾸했다.
“계획이 너무 단순한데? 더 없나?”
“그럼 넌 저 변종을 어떻게 할 건데? 내 능력을 믿고 너희가 후방에서 보조하는 게 제격이야. 내가 1:1로 잡는 게 제일 괜찮은 거겠지.”
김 소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획은 정해졌다.
설동이 앞장서고 그 뒤를 보조한다.
동현은 급작스러운 감염을 경계했다.
“아무래도 화학전 하는 거 아니야? 메케한 가스와 냄새가 계속 난다는 거잖아? 감염자도 일반적인 감염자가 아니라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방독면은 무조건 가지고 가야겠는데?”
“확실히 최선의 대책을 해야겠지.”
허순자가 거기에 동의했다.
이들은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총기와 화염방사기, 방역복을 뒤집어썼다.
여기서 방역복을 사용하지 않는 건, 설동뿐이었다.
도하연은 그의 뒤에 섰다.
“조심해.”
“걱정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설동은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섰다. 마치 명량해전에서 홀로 대장기가 선두에 나선 것처럼 설동이 제일 먼저 앞으로 움직였다.
들어가자마자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전신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체액인가….’
이미 1층에서부터 피 묻은 끈적끈적한 것들이 보였다.
상대는 민달팽이같이 천장을 기어 다닌다고 한다.
설동은 혹시나 해서 천장을 보았다. 역시나 체액이 피와 잔뜩 묻은 것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저놈이 촉수로 사람을 찔러서 변하게 한다? 그리고 자기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더 강해지게 만든다?’
대략적인 적의 특성을 머리에 담아둔 그는 뒤를 돌았다.
방역복을 입은 이들 중 오종훈이 화염 방사기를 작동시키려 했다.
“형, 더 앞으로 가요! 위험하니까요.”
“그래.”
설동은 1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화염방사기의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내가 어그로를 끌어야 해.’
화기의 사용으로 어떤 감염자든 처리할 수 있다. 상황이 받쳐준다면 말이다.
설동은 그 상황을 위해서 투입된 거다.
‘예전과는 달라.’
총도 없이 아웅다웅하던 때와는 다르다.
총기는 감염자를 손쉽게 잡을 무기. 일반 감염자면 머리나 다리를 마쳐야 전투력을 없애지만, 변종들은 오히려 더 쉬울 수가 있다.
설동은 차분히 계단을 올라갔다. 메케한 가스와 냄새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놈이 있을 거야.’
설동은 샷건을 손에 쥐었다. 천천히 2층 상가를 뒤적였다.
‘여기서 미리 소리를 내는 게 낫겠지?’
상대를 자기에게 유도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설동은 발을 굴렀다.
“야! 민달팽이! 나오라고! 나랑 놀자!”
그렇게 소리쳤지만, 상대는 반응하지 않았다. 설동은 상대가 머리를 쓴다는 걸 떠올렸다.
‘변종들은 머리가 좋은 편이야.’
하물며 짐승 같던 거대 좀비도 꽤나 머리를 굴리지 않았는가.
만약 자신이 민달팽이 좀비라면?
‘숨어서 노리겠지.’
그렇다. 놈은 숨어서 다가오는 상대를 요격하려고 준비 중일 거다.
설동이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그는 일부러 벽에 기대어 상가 문을 하나씩 열기 시작했다.
아래쪽에서는 여전히 소독이 한창이었다.
‘그래, 불완요소를 제거하는 거야.’
1층이 소독된다면, 상대의 감염요소가 사라진다. 상대를 1층으로 유도하기만 해도 그들이 유리하다는 거다.
설동은 조금 더 속력을 내었다.
냄새를 따라 가장 안쪽으로 이동할 때였다.
그의 귀에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채찍 같은 것이 움직이는 소리를 말이다.
‘이건….’
설동이 자세를 낮추고 예의 소리를 주시하고 있을 때였다.
쿠쿵!
엄청난 소리가 끝 쪽에서 났다. 자연스레 움직이면서도 설동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끼임을 눈치 챘다.
‘온다.’
반사적으로 지금 있는 위치에서 뛰었다.
그가 있던 자리에 선명히 촉수가 보이는 게 아닌가.
‘안 보였는데?’
보고서에는 없던 것. 선명하게 드러난 촉수를 시선이 따라가고, 그 끝에 흉측한 사람의 얼굴을 한 민달팽이가 있었다.
‘내가 지나왔던 곳이잖아?’
끝 쪽에 숨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중간부근에 있는 게 아닌가.
‘위장?’
보통이라면 설동이 저걸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위장뿐.
눈앞에서 민달팽이 좀비의 색깔이 변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안쪽에서 큰소리를 내게 하고….’
하지만 거기에 뭔가 모순이 있었다.
‘그러면 안쪽 소리는 뭐지?’
저 안쪽에서 소리를 낸 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머릿속에 혼란이 오는 상황.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풀렸다.
무언가가 큰 소리가 난 쪽에서 움직였다.
“꺼……. 억……. 커…….억!”
군복을 입은 부풀어 오른 시체. 그것이 팔다리도 없이 기어오고 있었다.
찐득한 체액이 붙었다 떨어졌다, 불쾌한 소리를 반복한다.
설동의 고개가 그렇게 돌아간 순간이었다.
민달팽이 좀비의 촉수가 번개같이 움직였다. 고개를 돌린 상대의 목에 정확히 촉수를 꽂아 넣었다.
승리.
민달팽이 좀비에게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동은 태연하게 고개를 돌렸다.
“뻐근한데?”
그리고 샷건을 정면으로 조준했다.
수많은 산탄이 민달팽이를 향해 발사되었다.
산탄의 총성은 크다. 아래층에 있던 이들은 바로 민달팽이 좀비의 출현을 감지했다.
김 소위가 앞장섰다.
“잡아야 해!”
“김 소위님. 잠시 만요.”
오종훈이 황급히 막았다.
“아직 어떨지 몰라요.”
“그놈 산탄 정도로는 안 죽어. 우리가 도와줘야 해!”
“설동이 형이 올라오라고 하면 올라가죠.”
“에이! 그놈이 재생 능력 말고 우리보다 못해! 애당초 우리가 바로바로 도와줘야 한다고! 재생체질이 어느 정도로 버틸 거 같은데!”
김 소위가 급하게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그의 앞에 피투성이의 민달팽이 좀비가 보였다.
산탄으로 범벅인 면상은 가히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광경이었다.
“어? 잡았….”
김 소위가 그렇게 반응할 때, 민달팽이 좀비의 촉수가 움직였다.
그것은 김 소위의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어….”
반응도 못 하고 김 소위가 당황할 때, 오종훈이 그를 계단 아래로 끌어내렸다.
“모두 피해요!”
김 소위가 계단을 굴렀다. 피치 못할 사정이기는 했지만, 전신에 큰 충격을 받은 거다.
“물러나요! 물러나!”
동현의 외침이 들리고 김 소위의 눈앞에서 다시 촉수가 날아드는 게 보였다.
오로지 자신만을 노리고 말이다.
‘뭐야…. 죽는 거야?’
허무할 정도였다. 신설동이 위급할 것 같아 올라간 그였다. 하지만 역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형국.
자신이 신설동을 과소평가한 거였다.
그렇게 허무한 시선이 이어질 때였다.
“형씨! 좀 탈 수도 있다!”
동현의 듬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촉수가 화염방사기에 물러나고 도하연이 뛰어왔다.
“어서 일어나요!”
“네? 네….”
위험할 텐데 거리낌 없이 자기를 구해준다.
‘도하연이 이렇게 용감했나?’
TV나 영화에서나 보는 이미지하고는 좀 달랐다.
“저 녀석은 설동이한테 맡겨요.”
“그, 그래도….” “보기보다 대단한 사람이거든요. 내 남자친구는.”
저 미소에 김 소위는 뭐라 답하기도 힘들었다. 이윽고, 다시 산탄이 민달팽이 좀비에게 들어갔다.
“탄창 갈아 끼우는 게 번거롭네.”
설동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그때, 민달팽이 좀비의 한쪽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터지면서 더러운 체액을 설동에게 방사했다.
저거에 당하면 감염된다.
김 소위는 섬뜩했지만, 설동은 태연했다. 피를 뒤집어써도 여유롭게 탄창을 갈아 끼울 뿐.
연이은 산탄이 터지고 있었다. 점점 민달팽이 좀비의 움직임이 줄어든다.
김 소위는 깨달았다.
‘엄청나다. 저러니까 다들 믿는구나.’
설동을 경험한 자들은 여유롭게 관람하고 있었다. 재생은 둘째 치고 깡도 좋고 강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변종은 쓰러지고 이곳은 고요해졌다.
바깥의 군인들은 긴가민가한 얼굴들이었다.
“아니, 저걸로 어떻게 잡아?”
“감염이 안 된다고 하는데?”
“진짜로? 그게 가능한가?”
이들은 정부 소속으로 오래 싸운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제주도에서부터 서울까지 올라온 설동의 실력을 모른다.
그저 특이한 체질이라는 거 하나뿐이었다.
“아니, 난 그때 봤다니까? 제 손가락을 자르는데 거기서 손가락이 재생해.”
“피콜로야? 어디서 그런 체질이….”
설동을 직접 본 자도 있고, 아닌 자도 있다. 모두가 지금 궁금해 하고 있었다. 과연 저자는 어떻게 상대 소굴을 정리할 것인가.